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691 - Chapter 700

811 Chapters

제691화

“디리릭...”자물쇠가 열리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임서율과 진승윤은 놀라움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정말 열렸다!그들의 추측이 맞아떨어진 것이다.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손바닥을 마주치며 조용히 환호했다. 그리고 서둘러 금고에서 하도원의 회사 도장을 꺼내 계약서에 찍었다.그 순간, 유민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누나, 아직 안 끝났어요?”“끝났어, 끝났어.”“끝났어도 문제예요. 하도원이 이미 엘리베이터에 탔어요. 얼른 숨을 곳을 찾아야 해요!”임서율은 잽싸게 휴대폰을 움켜쥐고 진승윤의 손을 끌어 옷장 속으로 몸을 숨겼다.문을 닫으려던 찰나, 진승윤이 급히 말했다.“서율 씨, 여긴 안 돼요. 대표님은 결벽증이 있어서 회사에 오시자마자 꼭 옷을 갈아입으시든요.”임서율은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그걸 왜 이제야 말해요!”다시 문을 닫고 사무실을 둘러봤지만 불행히도 숨을 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진승윤이 급히 맞은편 하도원의 책상 밑을 가리켰다.“저기 숨죠.”“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저긴 훤히 보이잖아요!”하지만 진승윤의 어조는 매우 단호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은 일단 자리에 앉으면 거의 움직이지 않으세요.”임서율의 눈이 동그랗게 띄었다.“그럼 안 움직이면요? 우리 여기서 밤새 쭈그리고 있어야 한단 말이에요?”그때 진승윤의 지략이 발휘되었다.“그땐 아가씨가 대표님께 메시지를 보내서 빨리 와달라고 하면 돼요. 아가씨의 말이라면 분명 따르실 거예요.”마땅한 대안이 없었기에, 임서율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한번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두 사람이 책상 밑에 몸을 숨기자마자 사무실 문이 활짝 열렸다.예상대로 하도원은 곧장 자리에 앉았다. 그는 책상 위의 서류를 정리하다가, 문득 시간을 확인하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진승윤에게 전화하려는 순간, 그의 의도를 알아챈 임서율은 급히 진승윤의 핸드폰을 가리켰다.진승윤이 허둥지둥 무음으로 전환하려 한 순간 하도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 절체절명의 긴박한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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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보안 직원이 머뭇거리다 말했다.“그게... 저희가 방금 살펴보았는데요, CCTV가 손상되어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임서율과 진승윤은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정말이지 심장이 터질 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도원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우리 회사 보안 시스템은 세계 일류야. 지금 나한테 누군가 CCTV를 고장 냈고, 심지어 누가 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거야?”그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에 보안 직원은 겁에 질려 저도 모르게 휘청거리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저... 저희가 이미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알아낸 게 없습니다.”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말을 이어갔다.“아, 그리고... 진 비서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분은 분명 범인을 찾아내실 겁니다.”보안 직원이 진승윤을 언급하자 하도원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분위기는 실로 사람을 오금이 저리게 만들었다.“진승윤이 지금 어디 있는지도 조사해.”보안 직원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 비서는 왜 또 갑자기 사라졌단 말인가.멍하니 자리에 서 있는 그의 모습에 하도원은 더 크게 분노를 터뜨렸다.“뭐 하는 거야? 내가 배웅이라도 해줘야 해?”“죄송합니다. 바로 나가겠습니다!”보안 직원은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 사무실 문을 닫고 나서는 가슴을 부여잡고 한숨을 토했다. 오늘 대표님은 평소보다 더욱 날카로운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을 뚫은 자가 있다는 사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그런 출중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하도원이 조사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책상 밑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더 지체하면 의심은 분명 더 깊어질 것이다.임서율은 조용히 휴대폰을 꺼내 하도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하도원 씨, 지우에게 일이 생겼는데 우리 힘으로는 감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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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진승윤의 얼굴엔 의아함이 가득했다.“서율 씨, 안 그래도 늦었는데 멈추기까지 했다간 정말 따라잡지 못합니다.”“내 말 들어요. 일단 차 세워요.”진승윤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변이 없는 한, 임서율은 하씨 가문 며느리가 될 테니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니 말이다. 더욱이 지금 그는 하 대표 몰래 이런 일을 진행하고 있다. 혹여 나중에 들통났을 때 그녀가 옆에서 두어 마디 변호해 주면 한결 편할 것이다.차가 갓길에 멈추자 임서율은 잽싸게 안전벨트를 풀고 진승윤과 자리를 바꿨다. 진승윤은 조수석으로 밀려날 때까지도 무슨 영문인지 알아채지 못했다.“서율 씨, 저희 대표님 운전 실력 아시잖아요. 게다가 하이힐을 신고 운전이라니, 이건 너무 위험...”진승윤의 잔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임서율은 발끝에 힘을 실어 가속페달을 밟았다. 차가 화살처럼 튀어 나갔다. 진승윤은 정말이지 몸이 로켓처럼 쏘아져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미리 안전벨트를 매둔 게 천만다행이었다.그는 차 문 손잡이를 부여잡고 두 눈을 부릅뜨고 전방을 주시했다. 혹시라도 임서율의 운전이 서툴러 사고라도 날까 봐 속이 바짝 타들어 갔다.하지만 곧 진승윤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하도원의 곁에서 꽤 오랫동안 일해왔으니 당연히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임서율의 핸들과 페달을 다루는 감각은 완전히 달랐다.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손과 발의 움직임, 그건 훈련된 사람들만의 솜씨였다. 일반인 수준으론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경지였다.진승윤의 눈에 저절로 감탄이 어렸다.“서율 씨, 전에 레이싱이라도 배운 겁니까? 운전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요.”임서율은 무심히 대꾸했다.“전에 유명한 레이서 팬이었거든요. 덩달아 흉내 좀 내봤는데 그걸 오늘 이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네요.”임서율은 지능도 실행 능력도 뛰어났다. 무언가에 흥미가 생기면 곧바로 행동으로 실천해보곤 했다.진승윤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감탄의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정말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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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걱정하지 마. 내가 일은 확실하게 하잖아.”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도원의 차가 도착했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임서율이 한 무리의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얘 남편이 진 빚이 얘랑 무슨 상관이에요? 이렇게 나약한 여자를 괴롭히는 게 사람이 할 짓이에요?”“남편이 없어졌으니 그 와이프에게 받는 게 당연하지. 여기 차용증도 있어. 이 여자 남편이 우리한테 4천만 원을 빌려 갔다고. 조사해보니까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격이 꽤 비싸던데, 그 집만 팔면 충분히 갚고도 남겠네.”임서율은 곧바로 양지우를 도와 말했다.“그 집은 애초에 우리 지우 소유가 아니에요. 팔 수가 없어요.”“그건 우리가 알 바 아니지. 우리는 돈만 받으면 돼. 안 갚으면... 각오해!”그중 한 남자가 손에 쥐고 있던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진승윤은 여전히 나무 옆에 괴로운 얼굴로 서 있었다. 임서율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었다.됐다. 지금 진승윤의 모양새라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싸움에 휘말렸다가 다친 사람 같아 보일 테니까.임서율은 양지우를 감싸 안고 몸을 웅크렸다. 남자가 몽둥이를 휘두르려는 찰나, 예상했던 고통 대신 귀를 찢는 상대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으아악! 아파!”고개를 들어보니 하도원이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서 있었고, 그 남자는 이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그는 하도원과 눈이 마주친 순간 저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이어 그가 패거리에게 눈짓하자 그중 한 명이 달려와 부축해 일으켰다.남자는 양지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너... 나중에 봐!”그들은 그 말을 남기고 걸음아 나 살려라 황급히 도망쳤다.임서율은 고개를 돌려 양지우를 바라보며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양지우는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 너는?”“나도 멀쩡해. 하도원 씨가 제때 와줘서 다행이야.”그제야 진승윤도 속을 비우고 자리로 돌아왔다.“대표님.”하도원이 싸늘한 눈길을 던졌다.“내가 뭐라고 했는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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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사실 양지우는 하도원의 질문 때문에 긴장한 게 아니었다. 다만 그의 눈빛이 문제였다. 그 눈동자와 단 한 번이라도 마주치면 깊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그녀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 심장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요동쳤다.그 모습을 본 임서율은 자칫 들킬까 두려워 재빨리 하도원의 앞을 막아섰다.“됐어. 이제 그만 들어가. 너 오늘 많이 놀랐잖아. 일단 푹 쉬고 이 일은 며칠 후에 다시 얘기하자.”양지우는 넋이 나간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럼 난 먼저 택시 타고 갈게.”하도원이 고개를 기울여 임서율의 어깨너머로 양지우에게 물었다.“우리가 데려다주지 않아도 되겠어요?”양지우에게 그럴 배짱이 어디 있겠는가. 하도원의 압도적인 기세에 숨까지 막혀왔다.“정말 괜찮아요.” 그녀는 행여 하도원이 바래다주겠다고 고집할까 봐 연속 두 손을 휘저었다.임서율과 진승윤이 시선을 맞추었다. 하도원이 이런 행동을 보인다는 건 이미 뭔가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평소 그의 성격이라며 먼저 이런 호의를 베풀려 할 리 없으니 말이다.지금은 그저 그가 더 깊이 파고들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방금 전 양지우가 하도원 앞에서 보인 태도를 떠올리니 저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눈 딱 감고 배짱 좀 부려보지. 하도원이 아무리 무섭다 해도 널 잡아먹는 건 아니잖아.’사전에 온갖 경우의 수를 계산했건만, 양지우가 하도원을 보자마자 무너져 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방심한 것이다.임서율은 양지우를 차에 태운 뒤 하도원이 계속 오해할까 봐 마지막으로 말을 보탰다.“네 남편 일은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넌 아이랑 몸만 잘 챙기면 돼.”양지우는 손을 덜덜 떨며 겁먹은 얼굴로 임서율을 쳐다보았다.“서율아, 정말 미안해... 난 그냥 연애 얘기하려고 널 부른 건데, 하필 그때 남편의 빚쟁이들이 들이닥쳐서... 하마터면 널 다치게 할 뻔했어.”임서율은 위로하듯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괜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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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임서율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네.”그녀는 불안한 얼굴로 천천히 하도원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심장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미친 듯이 요동쳤다.설마 벌써 뭔가 눈치챈 걸까? 양지우를 제외하면 의심을 살만한 것은 없었다.임서율이 문을 닫고 주먹을 꼭 말아쥐고는 최대한 담담한 척 물었다.“무슨 일이에요?”하도원은 돌연 몸을 홱 돌리더니 거칠게 그녀를 문짝에 몰아붙이고는 손가락 끝으로 문을 톡톡 두드렸다. 시계에서 반사되어 나온 날카로운 빛이 그녀의 얼굴을 파고들었다.“연기 제법 하던데, 임서율.”임서율은 몸이 순간 굳어버렸으나 이내 억지로 입꼬리를 당기며 시치미를 뗐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하도원은 바짝 다가와 향수와 담배 향이 뒤섞인 숨결로 그녀를 휘감았다.“양지우의 반응이 수상해 보이지 않았어? 특히 날 보는 눈빛은 두려움보단 죄책감에 더 가까웠어.”임서율의 심장이 움찔했다. 역시 예상대로 그의 의심은 양지우에게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녀는 손바닥에 손톱을 찔러넣으며 가까스로 목소리를 가라앉혔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우는 원래 겁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건 당신도 알잖아요. 아니면 애초에 날 부르지도 않았겠죠.”그녀는 팔을 뻗어 밀어내려 했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얼굴을 꿰뚫어버리기라도 할 듯한 그의 매서운 눈빛에 임서율은 등골까지 서늘해졌다.“양지우 남편 한두 번 빚진 것도 아니잖아. 채권자가 찾아온 적도 많았을 테고, 그런 일도 자주 당했을 텐데, 왜 이번엔 그렇게까지 겁을 먹었는지 이해가 안 돼.”“또한 날 볼 때만 무서워하는 것 같았어.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내가 채권자인 줄 알겠어.”임서율은 더 이상 설명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곧바로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무기로 정면으로 맞섰다.“우리가 연기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럼 말해봐요. 우리가 무슨 목적으로 굳이 그런 연극을 했을까요.”하도원은 그녀의 청초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불현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임서율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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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하도원이 되물었다.“넌 어떻게 생각해? 잘한 것 같아?”진승윤은 미친 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하도원을 쳐다보고 있었다.“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겁이 납니다.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직접 말씀해주세요.”하도원의 눈빛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아 한 겹 한 겹 살을 베어내는 듯했다. 진승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속이 바싹 타들어 갔다. 하도원의 그 눈빛은 보통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잠시 마주한 것만으로도 당장 모든 걸 털어놓고 싶어질 만큼의 압박이 몰려왔다.그러나 진실을 말하는 순간 임서율까지 덩달아 수렁으로 끌어들일 게 분명했다.스스로 망가지는 건 괜찮았지만, 다른 사람까지 해칠 수는 없었다.하도원은 문틀에 기대선 채 팔짱을 끼고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진승윤, 너랑 임서율, 왜 둘 다 전화 안 받은 거야?”의심이 가득 담겨있는 그 말에 진승윤은 섬뜩한 낌새를 느끼고 황급히 해명했다.“대표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와 임서율 씨는 일부러 전화를 피한 게 아닙니다. 대표님도 보셨잖습니까, 그때는 정말 핸드폰을 확인할 겨를이 없었습니다.”“그래? 진승윤, 너도 알다시피 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해. 특히 내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하도원의 묵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이어졌다.“지금 솔직히 털어놓으면 용서해 줄게. 하지만 이후 나한테 들킨다면 그땐 얘기가 달라질 거야.”진승윤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치솟아 나올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좌뇌와 우뇌가 격투기라도 하는 듯 미친 듯이 뒤엉켰다.지금 당장 사실을 말하면 그는 빠져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임서율은 어찌한단 말인가. 그녀의 과거가 낱낱이 드러날 것이다. 그녀는 지금 하도원에게 모든 걸 털어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걸 진승윤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잘못되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을 늪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깊은 고민 끝에 결국 그는 임서율의 비밀을 지켜주기로 했다.“대표님,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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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임서율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와버렸다. 지금은 어떻게든 뚫고 나갈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괜찮아,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자.”...하도원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 건물 곳곳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그는 곧장 진승윤에게 기술팀과 그날 밤 당직을 섰던 경비원 모두 불러오라고 지시했다.진승윤은 그의 뒤를 따라 걸어가다가 응당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이론상 맞아떨어지지 않으니 말이다.“대표님,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CCTV가 망가졌어. 누군가 침입한 거야. 아마 뭔가를 손에 넣으려 했겠지. 중요한 문서와 계약서 전부 다시 확인하도록 해.”“알겠습니다.”진승윤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하지만 그놈 솜씨가 정말 보통이 아니네요. 저희 회사 보안 시스템은 운성에서 최고인데, 그걸 뚫다니...”“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이지. 최고라고 자만하는 순간 무너지는 거야.”진승윤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명심하겠습니다.” 하도원은 바람이라도 몰고 다니는 것처럼 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싸늘한 기운을 안겨준다.사무실 문을 여니 직원들이 분주히 문서와 계약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하도원의 시선이 돌연 금고로 향했다. 그는 곧장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금고문을 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진승윤의 심장이 또다시 제멋대로 쿵쾅거렸다. 그는 손으로 인중을 꾹꾹 누르며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켰다.금고문에서 망가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서류들도 빠짐없이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단 세 건의 계약서가 눈길을 끌었다. 낯선 위화감이 어렴풋이 스쳤다.그는 그중 하나를 꺼내 들어 협력사의 이름을 확인하고 마지막 장의 사인과 도장까지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무언가 감지한 듯 그의 이마가 찌푸려졌다.“진승윤!”날카로운 고함이 사무실을 찢었다. 멍하니 서 있던 진승윤은 화들짝 놀라 하도원에게 다가갔다.“대표님, 무슨 일입니까?”“이쪽으로 와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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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하도원은 손에 쥔 계약서를 잠시 들여다보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분주히 조사하던 이들을 불러 세웠다.“모두 그만해. 더 이상 조사할 필요 없어.”그 말에 모두들 행동을 멈추었다.“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사를 중단하신다고요?”“그놈의 목적이 뭔지 알겠어.” 하도원이 계약서를 들고 일어섰다.“저들이 노린 건 바로 이 계약이었어.”누군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대표님, 그 말씀은 놈이 이 프로젝트 때문에 이런 짓을 벌였다는 겁니까? 하지만 이건 해외 기업과 맺은 계약서 아닙니까?” “맞습니다. 이미 인쇄되어 기록으로 남은 계약인데, 뒤집을 여지도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그때 진승윤이 조심스레 끼어들며 하도원의 추측을 헤집으려 했다.“대표님, 정말 전에 사인하신 걸 깜빡하신 거 아닌가요?”그러자 하도원의 차가운 눈빛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진승윤의 정수리를 찍어내렸다.“진승윤, 내가 노망이 들어 기억조차 못 하는 늙은이로 보여?”진승윤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제가 어떻게 감히요.”하도원은 계약서에 찍힌 인장과 사인을 가리켰다.“얼핏 보기엔 내가 쓴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여자의 부드러운 필체가 묻어나 있어. 남자의 것처럼 힘차고 날카롭지 않아. 이건 분명 어떤 여자가 모사한 거야.”진승윤의 심장은 감전이라도 된 듯 부르르 떨려왔다.끝장이다. 이렇게나 빠르게 들통난다고? 그들은 아직 뒷수습할 방법도 마련하지 못했는데...진승윤은 더는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괜한 말 한마디가 자신을 향한 의심으로 되돌아올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그때 기술팀 직원이 다가왔다.“대표님, 방금까지 복구를 시도했습니다만... 끝내 실패했습니다.”그의 목소리는 점차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마지막엔 감히 하도원의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사무실의 에어컨은 최저 온도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보다 더 차가운 건 단연 하도원의 얼굴이었다. 그는 컴퓨터 앞으로 걸어가 시커먼 화면을 보고는 힘껏 책상을 내리쳤다.“두 시간이나 들여 가져온 결과가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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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그 말에 진승윤은 또다시 오금이 저려왔다.하도원이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미 새벽 두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더 조사를 이어간다 해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부 조사부터 시행해.”“예!” 직원들이 일제히 대답했다.다들 퇴근하고 한 사람만 남아 피로감에 하품을 했다. 오늘 밤엔 분명 제대로 자지 못할 것이다. “도대체 누가 감히 이런 미친 짓을 한 걸까요. 미친 게 틀림없어요.”“그러게 말이에요. 운성 최고인 우리 회사의 보안이 뚫리다니. 범인을 잡으면 누군지 정말 보고 싶군요.”“그런 건 상관할 시간이 없어요. 벌써 그 대단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 기술팀 직원들이 해고됐잖아요. 다음 차례는 우리가 될지도 모르니 열심히 하자고요.”“맞아요. 맞아요.”그때 하도원이 계약서 세 개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진승윤에게 물었다.“이 프로젝트 처음에 네가 소개했었지? 해외 업체라 했었나. 책임자를 직접 만나봐야겠어.”진승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책임자?책임자를 만나겠다니. 그럴 수는 없다. 만난다면 모든 게 들통나버릴 테니. 진승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머릿속을 팽이처럼 미친 듯이 회전시키고 있었다.그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하도원은 짜증스러운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진승윤! 대답 안 해? 너한테 묻고 있잖아.”그제야 정신을 차린 진승윤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예, 대표님. 내일 아침 곧바로 연락하겠습니다.”하도원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리며 다시 계약서를 훑어보았다. 하지만 역시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 간단하기 그지없는 평범한 프로젝트, 숨겨진 조항 또한 없었다. 그가 진승윤에게 물었다.“이 협력사 제정신인 거 맞아? 우리 회사가 곧 파산할 거란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굳이 우리와 손을 잡으려 하는 거지?”진승윤이 곧장 대답했다.“대표님, 그 문제에 관해선 저도 얘기했었습니다. 하지만 그쪽 책임자는 대표님의 능력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만약 대표님께서 이 위기를 극복하신다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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