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율은 자존심이 세고 뻣뻣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역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속으로는 분명히 원하면서도,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건 단호한 거절이었다.“필요 없어요. 봐도 그게 그거죠 뭐, 볼 것도 없어요. 자요.”그녀가 시선을 거두고 하도원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한 순간, 남자는 다시 그녀를 끌어안았다. “방금 군침 삼킨 게 누군데. 몰래 훔쳐보는 게 안쓰러워서 제대로 보여주겠다는데, 왜 거부하는 거야?”임서율은 곧바로 발끈했다.“훔쳐봤다고요? 증거 있어요?”“이게 증거가 필요해?”그의 따스한 손가락 끝이 입술을 스치자 그녀의 온몸에 전율이 번졌다. 늘 그랬듯 하도원 앞에서 저항 없이 무너져내렸다. 임서율은 너무 부끄러워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와 더 시선을 마주하다간 마음을 들켜버릴 것 같았다. 하여 얼른 눈을 피하고 하도원을 밀어냈다.“그만 좀 해요. 나 잘 거예요.”하도원은 일부러 가운 앞섶을 느슨하게 풀어 젖혔다. 단단한 흉근이 눈앞에 훤히 드러났다. 낮게 깔린 나른한 웃음소리는 듣는 이의 귓속을 간지럽혔다.“정말 안 볼 거야? 보라고 할 때 봐. 나중엔 보고 싶어도 못 볼 테니까.”“안 본다니까요.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입으론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눈은 통제를 잃고 그의 가슴으로 향하고 있었다.그는 더는 놀리지 않고 그녀를 와락 품에 끌어안았다.“됐어. 보고 싶으면 봐. 난 이미 네 사람이니까. 어디든, 얼마든 괜찮아.”그 말 한마디에 임서율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하얀 피부 위에 번진 홍조가 고스란히 그녀의 심정을 드러냈다.이번엔 보지 않으려 해도 도무지 거부할 수가 없었다. 하도원이 그녀의 턱을 고정하고 자신의 가슴팍에 억지로 시선을 붙들어두었기 때문이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몸은 너무도 매력적이라는 것을.순간 자신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다. 뜨겁게 다가온 그의 체온에 숨이 막혔다. 담배 향의 차가운 기운 위에 얹힌 거칠고도 부드러운 온기가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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