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의 모든 챕터: 챕터 731 - 챕터 740

790 챕터

제731화

임서율의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당황함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내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옆으로 몸을 살짝 비켜내며 담담히 말했다.“난 다 했어요. 들어가요.”말을 끝낸 뒤 머리를 숙이고 방으로 돌아서려던 순간, 예상치 못하게 하도원이 문 앞을 가로막았다.하마터면 단단한 그의 가슴팍에 부딪힐 뻔했다.그녀가 의아한 얼굴로 남자를 쳐다보았다.“왜 이래요?”하도원은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오늘 밤 술집에 갔는지, 갔다면 그 이유가 자신과 성이안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어서인지 묻고 싶었다.그녀가 자신을 신경 쓰기 시작한 건가 하는 기대감이었다.그러나 이내 그 생각을 거두어들였다. 이 자존심이 센 여자에게 그렇게 직설적으로 물었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날지도 모른다.아예 말을 꺼내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별거 아니야. 그냥 너 보러 온 거야.”“난 괜찮아요. 그냥 세수 좀 했을 뿐이에요.”“그럼 이제 쉬어. 내일 아침 일곱 시 호텔 입구에서 봐.”“네.”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척 태연한 두 사람이었으나, 모두 각자 마음속에 자신만의 생각을 품고 있었다.하도원이 씻으러 들어간 후 임서율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가슴에 무언가 틀어박힌 듯 답답하기 그지없었다.그때 마침 양지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계약 건은 어떻게 됐어?][말로 다 하긴 긴데... 아마 괜찮을 것 같기도 해. 하지만 최종적으로 성사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양지우가 의아하다는 이모티콘을 보냈다.[그게 무슨 말이야? 왜 그렇게 애매해? 아니, 그 여자 그렇게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야? 너랑 하 대표가 나서도 힘들 정도로?]양지우에게 있어 임서율과 하도원은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그런 두 사람이 함께 손잡고 한 일인데 어떻게 실패할 수 있겠는가.그동안 오랫동안 임서율을 봐왔지만, 이렇듯 자신 없는 태도를 내비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임서율은 하도원과 성이안 사이의 일을 대략적으로 설명해 주었다.양지우는 놀라움에 눈이 휘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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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그건 가히 세상이 뒤집힐만한 일이었다.또한 만약 정말 하도원과 함께 한다면, 한종서 쪽에서 또 어떤 난리를 칠지 알 수 없다.그녀에겐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수두룩했다. 독단으로 프로젝트를 넘겨버린 일은 또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또 임유나에 관한 일까지...이렇게나 많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감정 따위를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임서율은 짧게 답장을 보냈다.[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야. 나중에 얘기하자.]그리고는 양지우와의 대화 기록을 전부 삭제해버렸다.핸드폰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운 뒤에도 머릿속은 계속 뒤죽박죽이었다.한번 또 한 번 연이어 자신에게 질문했다.‘내가 정말 하도원을 좋아한다고?’‘그럴 리가 없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하도원이 꽤나 괜찮은 남자라는 건 인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는 어디까지나 계약 관계라는 것이 그녀의 머릿속에 단단히 각인되어 있었다.때문에 연인 쪽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건 그녀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욕실에서 물소리가 멈추자 임서율은 황급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내 자신에겐 아직 ‘하도원을 재워야 하는 임무’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금 자는 척하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그녀는 결국 몸을 일으켜 앉고는 유튜브 영상을 켰다. 그때, 하도원이 수건으로 머리 물기를 닦으며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임서율이 흘끗 그를 쳐다보았다. 매끈하게 이어지는 탄탄한 허리선, 단단하게 갈라진 흉근과 복근까지...임서율은 무의식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순간 방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선명하게 들릴 만큼 고요하기 그지없었다.침이 꼴깍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몹시도 선명하게 들려왔다.그녀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이게 뭐야.’‘으아아악! 너무 창피해!’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하도원을 똑바로 쳐다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그 모습에 하도원의 입가가 천천히 말려 올라갔다. 그는 장난기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임서율, 너 혹시...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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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임서율은 자존심이 세고 뻣뻣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역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속으로는 분명히 원하면서도,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건 단호한 거절이었다.“필요 없어요. 봐도 그게 그거죠 뭐, 볼 것도 없어요. 자요.”그녀가 시선을 거두고 하도원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한 순간, 남자는 다시 그녀를 끌어안았다. “방금 군침 삼킨 게 누군데. 몰래 훔쳐보는 게 안쓰러워서 제대로 보여주겠다는데, 왜 거부하는 거야?”임서율은 곧바로 발끈했다.“훔쳐봤다고요? 증거 있어요?”“이게 증거가 필요해?”그의 따스한 손가락 끝이 입술을 스치자 그녀의 온몸에 전율이 번졌다. 늘 그랬듯 하도원 앞에서 저항 없이 무너져내렸다. 임서율은 너무 부끄러워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와 더 시선을 마주하다간 마음을 들켜버릴 것 같았다. 하여 얼른 눈을 피하고 하도원을 밀어냈다.“그만 좀 해요. 나 잘 거예요.”하도원은 일부러 가운 앞섶을 느슨하게 풀어 젖혔다. 단단한 흉근이 눈앞에 훤히 드러났다. 낮게 깔린 나른한 웃음소리는 듣는 이의 귓속을 간지럽혔다.“정말 안 볼 거야? 보라고 할 때 봐. 나중엔 보고 싶어도 못 볼 테니까.”“안 본다니까요.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입으론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눈은 통제를 잃고 그의 가슴으로 향하고 있었다.그는 더는 놀리지 않고 그녀를 와락 품에 끌어안았다.“됐어. 보고 싶으면 봐. 난 이미 네 사람이니까. 어디든, 얼마든 괜찮아.”그 말 한마디에 임서율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하얀 피부 위에 번진 홍조가 고스란히 그녀의 심정을 드러냈다.이번엔 보지 않으려 해도 도무지 거부할 수가 없었다. 하도원이 그녀의 턱을 고정하고 자신의 가슴팍에 억지로 시선을 붙들어두었기 때문이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몸은 너무도 매력적이라는 것을.순간 자신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다. 뜨겁게 다가온 그의 체온에 숨이 막혔다. 담배 향의 차가운 기운 위에 얹힌 거칠고도 부드러운 온기가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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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임서율은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어찌 된 일인지 돌연 용기가 솟아올랐다.“하도원 씨, 나...”그때, 갑자기 울린 핸드폰 벨소리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하도원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못마땅함이 얼굴에 선명히 떠올랐다. 그가 긴 팔을 뻗어 침대맡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때 임서율의 시야에 화면 위 ‘성이안’이라는 세 글자가 스쳤다.그 순간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이 그대로 다시 밑으로 가라앉았다. 하도원은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성이안이 혼자 호텔에 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상황이 복잡해질 거라 어쩔 수가 없었다.“무슨 일이야?”전화기 너머 겁에 질린 성이안의 목소리가 울려왔다.“하도원, 지금 와줄 수 있어? 나 너무 무서워.”“왜?”“호텔에서 살인 사건이 났어. 정신 질환 환자 같던데... 나 지금 너무 무서워. 나 데리러 와주면 안 돼?”하도원은 깊은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었다.“방에서 꼼짝 말고 있어. 내가 바로 갈게.”“응...” 그녀는 울먹이며 대답했다.전화를 끊은 뒤 하도원이 임서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먼저 자. 난 성이안이 있는 호텔에 다녀와야겠어.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야.”임서율도 그리 마음이 좁은 사람은 아니니 이해할 수 있다는 듯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빨리 가요. 혼자 있으면 위험하잖아요.”그가 채비를 마치고 나서려 할 때, 막 욕실에서 나온 임서율이 그를 불러세웠다.“나도 같이 가요.”하도원이 돌아서며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임서율, 왜 이래? 설마 이 정도로 질투하는 거야?”임서율이 눈을 까뒤집었다.“하도원 씨, 미쳤어요? 내가 이런 걸로 질투할 리가요.”하도원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장난친 거야. 그럼 같이 가.”임서율은 신발을 신고 문들 닫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질투가 아니라, 혹시 성 대표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도 곤란해지니까 이러는 거예요.”하도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맞아.”임서율이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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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하도원은 성이안을 밀어내고 곧장 임서율 쪽으로 다가왔다. 짙게 찌푸린 미간이 그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위험한데 왜 올라왔어.”임서율은 빠르게 마음을 다잡고 대답했다.“경찰이 우리더러 나가라고 했어요. 범인이 아직 이 건물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요.”그녀는 바깥에서 이미 대략적인 상황을 전해 들었었다.“여행을 온 한 커플 사이에서 말다툼이 있었나 봐요.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고, 여자는 남자가 억지를 부린다고 했대요.”지극히 정상적인 연인들의 다툼이었다.하도원은 곧장 몸을 돌려 성이안에게 말했다.“안으로 들어가 짐 챙겨. 빨리.”“응.”겁먹은 성이안은 허둥지둥 안으로 들어가 짐을 챙겼다.임서율과 하도원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임서율은 주위를 경계하며 사람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면밀히 살폈다. 범인이 아직 이 빌딩 안에 있다고 한다. 누군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명확하지만, 아직 누구 범인인지는 알 수 없어 불안감이 고조에 달했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호텔 안 모든 사람들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었다. 바깥에서 들어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일일이 조사를 받아야 했다. 하도원은 미간을 가늘게 좁히며 임서율을 바라보았다. 이어 못마땅함과 걱정이 스며든 목소리로 말다.“내가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범인과 마주치면 이 조그만 체구로 격투기라도 하려고?”임서율은 코웃음을 쳤다.“성 대표님과의 시간을 내가 방해할까 봐 걱정된 거겠죠. 지금 성 대표님에겐 당신의 품이 필요할 테니까.”말을 마치고는 일부러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쿡 찔렀다.임서율은 자신이 한 말이 그저 가벼운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친구들도, 동료들도 자주 이런 장난을 하니 말이다.하지만 하도원의 귀에는 질투 어린 투정처럼 들렸다. 화가 나기는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코끝을 살짝 잡아당겼다.“갑자기 달려들어 껴안는 바람에 피할 겨를이 없었어. 하필이면 그때 네가 온 거야.”임서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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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상황에 따라 형량이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 그렇게 되면 죽고 못사는 그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한테 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지 뭐.”“얻은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한테까지 피해를 주고 말이야.”“나라도 그런 남자랑은 못 만나. 그런 멍청한 놈이랑 같이 사는 건 재앙이나 다름없어.”임서율은 점점 듣기가 거북해졌다. 하지만 성이안은 협력사 대표인지라 부드럽게 돌려 말을 꺼냈다.“성 대표님,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선 자세히 알 수가 없잖아요. 함부로 판단하고 단정 짓는 건 별로인 것 같아요. 또한, 남자 한 명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잖아요. 연인 사이 다툼은 대체로 쌍방 모두에게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그리고 혹시... 그 남자는 어릴 때부터 심각하게 애정 결핍을 겪어왔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 그 부족했던 부분을 애인에게서 찾으려 한 걸 수도 있어요.” 한 사람의 행동엔 알고 보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그러나 이미 화가 치솟을 대로 치솟은 성이안은 조금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임서율 씨, 왜 그런 가해자를 두둔하는 거예요? 아무리 사정이 있다 해도 남을 해치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잖아요.”“저는 두둔하거나 동정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아직 자초지종을 모르니 성급히 단정 짓지 말자는 거예요.”성이안은 팔짱을 끼고 콧대를 치켜세웠다.“그딴 사람은 어떤 사정이 있든 동정할 가치도 없어요!”임서율은 이성을 잃은 듯한 성이안의 모습에 더는 대꾸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띵.’마침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문에 가장 가까이 서 있던 임서율과 하도원이 먼저 내렸다. 하지만 성이안이 그 뒤를 따르려던 찰나, 갑작스러운 충격에 목이 거칠게 뒤로 젖혀졌다.비명을 내지를 틈도 없이 차가운 칼날이 그녀의 목덜미에 들이닥쳤다.“아...!”뒤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우르르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그 광경을 본 하도원과 임서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성이안은 공포가 가득한 눈으로 하도원을 쳐다보며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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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임서율은 속으로 이 상황을 단 한마디로 정리했다. 성이안이야말로 자업자득이다.이미 그녀는 입조심하라고 충고했었다. 아무리 불만이 있더라도 속으로 생각하면 될 일을 굳이 남들 앞에서 가감 없이 쏟아낸 게 화근이었다. 화는 입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엘리베이터 안의 상황은 곧장 밖으로 전달되었고 경찰은 빠르게 포위해왔다. 하지만 남자는 경찰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금세 발작하듯 날뛰기 시작했다.“꺼져! 다 꺼지라고 했잖아! 누구든 한 발만 더 다가오면 이 여자 바로 죽여버리겠어!”경찰은 즉각 손을 들고 소리쳤다.“진정해! 가까이 가지 않을 테니까 차분히 생각해 봐. 그 여자에게 이럴 필요 없잖아. 전혀 모르는 사이 아니야?”그 말에 남자의 이마 위로 시퍼런 핏줄이 튀어 올랐다. 이어 그의 입에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하! 아까 이 여자가 나 멍청하다고 했어. 동정받을 자격도 없고! 자기가 뭘 안다고! 너 같은 여자 나 수도 없이 봐왔어. 너 아까 그 남자 좋아하지? 그런데 말이야, 그 남자는 절대 너 같은 가슴만 크고 머리는 텅 빈 년 따위 안 좋아해.”“그 남자가 좋아하는 건 아까 너랑 말했던 그 여자야! 스스로 생각해 봐. 어떤 남자가 너 같은 뒷담화나 하는 하찮은 년을 좋아하겠어?”성이안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감히 입을 떼지 못했다. 이 미치광이가 홧김에 칼을 자신의 목에 찔러넣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그녀가 공포감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방금은 그냥 너무 화가 나서 한 말이에요. 정말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하지만 남자의 눈빛에는 혐오만 가득했다.“이제 와서 사과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 사과한다고 네 말이 남긴 상처가 사라지진 않아.”그는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잔뜩 흥분해 손이 떨리는 바람에 칼끝이 위태롭게 그녀의 목을 스쳤다. 성이안은 겁에 질려 하마터면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그녀가 흐느낌 섞인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다.“정말 진심이 아니었어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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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밖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 또한 공포에 질려 비명을 내질렀다.“저 남자 완전히 미쳤어!”성이안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너져 주저앉았다. 두려움에 더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남자는 그녀를 꽉 틀어쥐고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모두 물러서! 한 발이라도 다가오면 이번엔 목을 찔러버릴 거야!”방금 돌진하려던 경찰은 즉시 발걸음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섣불리 움직이지 마!”이때 하도원이 나서 경찰에게 중요한 건의를 했다.“빨리 가서 저 사람의 여자친구 불러오세요. 복잡하게 묶인 매듭은 맨 사람이 풀어야 하는 법이죠. 그 여자가 남자를 진정시킬 수도 있을 거예요.”그중 한 명의 경찰이 옆 사람에게 지시했다.“당장 가서 여자친구 찾아와!”“예!”하도원은 곧 임서율을 돌아보았다.“아까 성이안이 더는 범인을 자극하는 걸 막으려고 그런 거지? 하지만 그땐 이미 늦어버렸어.”임서율은 차분하게 분석했다.“저 남자의 상황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라요. 애정 결핍이 극심하고 불안형 애착 성향이 강한 사람일 거예요.”“결국 핵심은 여자친구와의 갈등이에요. 여자친구가 이별을 원했고 남자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죠. 사랑에 매달리며 집착하다가 폭발한 거예요.”“그런데 성이안이 여자친구를 욕했으니, 그건 시한폭탄을 건드린 거나 다름없죠.”하도원이 약간 감탄한 듯 말했다.“임서율 대단하네. 심리학까지 배웠을 줄은 몰랐어.”임서율은 살짝 턱을 치켜세우며 으쓱거렸다.“당신은 모르는 게 아직 많아요. 저 남자의 정서 파동은 단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풀어내려면 시간이 필요해요.”하도원의 시선이 성이안의 팔에서 흘러내리는 피로 옮겨졌다.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정 안 되면 내가 대신 인질이 되는 게 낫겠어. 계속 저대로 두면 성이안은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임서율은 팔짱을 끼고 남자의 행동 하나하나, 표정 변화까지 살펴보았다.“당신이 대신 인질이 되면 해결될 거라 생각해요? 저 남자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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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하도원이 자리를 뜨자 남자의 얼굴에 득의양양함과 쾌감이 번졌다.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한바탕 히스테릭한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봤지? 네 주제에 감히 남을 비웃어? 적어도 나랑 내 여자친구는 진심으로 서로 사랑했어. 그런데 너는?”“네가 좋아하는 남자는 너를 쳐다보지도 않잖아? 이제 보니 나보다 더 비참한 사람은 너였어.”이번에는 오히려 성이안이 이성을 잃고 말았다. 남자가 내뱉은 말이 바늘처럼 심장을 파고 들어 팔에서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창백한 얼굴은 경련하듯 떨렸고, 새파랗게 질린 입술 사이로 억지 반박이 튀어나왔다.“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난 반드시 그 사람과 사귀게 될 거예요. 당신만 아니었으면, 내일 그 사람의 여자친구가 될 수도 있었다고요!”남자는 다시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 속에는 그녀의 단순함에 대한 조롱과 자신을 향한 비웃음까지도 깃들어 있었다. 그는 몸을 굽혀 성이안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그거 알아? 나도 예전에 너랑 똑같은 생각을 했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사람이 내 마음을 받아줄 거라 믿었지. 하지만 네가 명심해야 할 게 있어. 널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네가 뭘 어떻게 하든 절대 마음을 바꾸지 않아.”“세상엔 노력으로 되지 않는 일이 딱 하나 있어. 그게 바로 사랑이야.”성이안은 비웃듯 흥 콧방귀를 뀌었다.“그건 패배자들이 하는 말이에요. 강자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죠. 절대...”당신과 같지 않아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다시 꾹 삼켜냈다. 괜히 또 이 불안정한 남자의 심리를 자극했다간 또다시 칼에 찔릴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번 칼에 찔린 이후로 한결 침착해졌고 조금 전만큼 무섭지도 않았다. 그녀는 이런 심정적인 변화의 원인이 하도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멀어지자 마음속 희망도 산산이 부서졌다.그때 남자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쩍 떠올랐다. 그는 손에 쥔 칼로 성이안의 몸을 훑어내렸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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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닥쳐요!”잔뜩 흥분하는 그녀의 모습에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빙그레 웃어 보였다. “거봐, 내가 뭐랬어. 저 남자는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이제 알겠지?”성이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엘리베이터 문가에서 맑고 또렷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온주호!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미쳤구나! 당장 그 사람 놔줘!”임서율은 그제야 남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 여자가 바로 그가 목숨 걸고 매달렸던 그 여자친구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온주호의 몸이 부르르 경련했다. 조금 전의 광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그가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청하야...”민청하는 두려우면서도 실망감이 가득 어려 있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당장 풀어 줘. 이건 범죄야! 넌 지금 스스로 인생을 망치고 있다고!”온주호는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왈칵 차오를 것 같았다.“난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 제발 나 버리지 마.”민청하가 다급히 말했다.“알았어. 안 헤어져. 그러니까 일단 사람부터 풀어 줘. 그러고 나서 얘기하자.”그 말은 마치 온주호에게 생명의 동아줄과도 같았다. “정말이야? 날 떠나지 않는 거지? 그럼 우리 다시 함께할 수 있는 거야?”“그래, 그래. 그러니까 어서 풀어 줘.”민청하가 재촉했다.그 순간, 그의 손에서 힘이 풀려나갔다. 지금까지 줄곧 그에게 잡혀 있었던 성이안은 그 기회를 틈 타 하도원 쪽으로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이미 두려움에 다리가 풀릴 대로 풀려 한 걸음 내디딜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때 민청하가 돌연 경찰에게 말했다.“형사님, 인질을 풀어줬으니 이제 이 일은 저와 상관없는 거죠?”“걱정하지 마십시오. 청하 씨에겐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민청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네요.”그 말을 들은 온주호의 얼굴이 삽시간에 뒤틀렸다. 분노의 불길이 다시 그의 눈동자에서 이글거렸다.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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