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791 - Chapter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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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1화

하도원은 딸과의 대화에 완전히 빠져 있는 하정화를 보고는 재빨리 경찰 쪽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이 때인 것 같습니다. 시작하시죠.”경찰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짧게 대답했다.“네, 작전 개시하겠습니다.”하정화는 여전히 눈물범벅이 된 채 딸에게 하소연을 이어가느라 경찰들의 움직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지안아, 엄마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니...”그때, 뒤쪽에서 경찰 두세 명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하정화를 꽉 붙잡았다. 그 바람에 깜짝 놀란 그녀는 핸드폰을 아래로 떨어뜨려 버렸다.“내 휴대폰!!!”임서율의 눈동자가 크게 확장되었다.하도원은 재빨리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괜찮아, 괜찮아. 내가 새것으로 사줄게.”임서율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문제가 아니라, 안에 중요한 자료가 많다고요!”“그건 내가 복구해볼게. 걱정하지 마.”하도원은 그녀의 등을 타독이며 부드럽게 달래주었다.임서율은 하정화를 구했다는 것에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뭐 자료야 다시 만들면 되지.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게 어디야.’그럼에도 마음 한쪽엔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이번엔 무사히 구했지만, 또다시 자살 시도를 한다면 어찌한단 말인가. 그 누구도 줄곧 그녀의 연극에 놀아나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녀는 하도원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잠깐 기다려요. 가서 몇 마디만 하고 올게요.”하도원은 걱정되는 마음에 그녀를 붙잡았다.“지금은 너무 흥분한 상태라 안 돼. 괜히 자극하면 더 큰 사달이 날 수도 있어.”“괜찮아요. 아까 영상 통화할 때 보니까, 울면서도 딸 말은 제대로 듣더라고요.”그녀는 그를 안심시키고 난 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이제 딸이랑 통화도 했으니, 조금은 마음이 풀렸겠죠. 저 원망할 필요 없어요. 아까 도원 씨도 말했잖아요. 애초에 박지안을 좋아한 적 없었다고요. 그러니까 제가 당신 딸의 행복을 빼앗은 것도 아니에요.”“또한... 이번엔 운 좋게 가볍게 끝났지만 다음에도 이런 행운이 있을 거란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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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그녀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짓눌렀다. 하도원이 직접 끓인 따뜻한 차를 그녀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이거 마시고 목 좀 축여. 기온이 너무 높아. 어디 불편한 데라도 있어? 이마에 식은땀 좀 봐.”하도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임서율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그녀는 그의 손길을 밀어내며 고개를 들고 그를 올려다보았다.“나보다 당신 휴대폰이나 봐요. 언론이 그 일을 마음대로 부풀리고 난리예요. 간신히 좀 평온해졌는데 또 시끄러워졌네요.”“괜찮아. 우린 이미 상의 끝냈잖아? 난 네가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같이 갈 거야. 회사는 필요 없어.”그의 말투는 너무도 담담했다. 거창한 결심이라기보다 오늘 점심 메뉴를 고르는 듯 가벼웠다.임서율은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다. 그저 말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했었다. 누가 봐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이니 말이다.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그를 바라봤다.“하도원 씨, 지금 그 말... 진심이에요?”그는 미소를 띠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내가 장난하는 것 같아?”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뻗어 그의 이마에 가져갔다.“열나는 것 같진 않은데...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회사를 포기하겠다니... 하도원 씨, 정신 차려요. 우리 둘 다 일을 포기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하도원은 조용히 그녀를 끌어안았다.그의 품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난 이제 너랑 떨어지고 싶지 않아. 사업은 다른 곳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 하지만 넌 달라. 이 세상에 임서율은 단 한 명뿐이잖아.”“회사는 다시 세울 수 있지만, 널 잃으면 평생 다시 찾아올 수 없어.”임서율은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저항 없이 그의 고백을 듣고 말았다. 평소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그 울림은 배가 되어 가슴을 때렸다.그녀는 가끔 하도원의 말이 진심인지 의심했었다.필경 하도원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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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하도원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짓누르며 애써 웃음을 참아내며 임서율을 바라보았다.“왜 그래, 임서율. 이런 자신 없는 표정은 처음 보네.”임서율은 고개를 저었다.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자신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좀 의외라서요. 도원 씨랑 제가 이런 사이로까지 발전할 거라고는 정말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하도원과 사귄다는 사실도 이미 충분히 현실성 없는 일인데, 이젠 그가 오랫동안 그녀를 짝사랑해왔다고 한다.바람둥이였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지고지순한 순정남으로 바뀌는 드라마 속 반전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하도원의 따뜻한 손끝이 그녀의 뺨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졌다.“너는 아주 좋은 사람이야. 내가 널 좋아하는 데엔 나만의 이유가 있어. 넌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그냥 지금처럼 너답게 있으면 돼.”그 말을 들은 순간 임서율의 입꼬리는 자신도 모르게 위로 호선을 그렸다.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진승윤이었다.하도원은 임서율에게서 손을 거두고 주먹을 입가로 가져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무슨 일이야?”“그쪽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고모님은 이미 많이 차분해지셨다고 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도 하셨답니다. 그리고 성이안 씨도 피해자였습니다. 박지안의 계획 일부는 성이안 씨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곧 해외로 송환 조치될 것 같습니다.”하도원이 예상했던 일이었다. 성이안의 호적은 이미 해외로 옮겨져 있었으니, 큰일이 아닌 이상 국내에 구금될 이유도 없다.“그래. 그럼 박지안은?”“고모님께서 최고의 변호사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박지안 씨는 송두식에게 임서율 씨의 목숨을 해치라고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송두식이 실수로 임서율 씨를 다치게 했기 때문에 주요 책임은 송두식에게 있습니다. 그러니 박지안의 형량은 그리 무겁지 않을 겁니다.”“좋아. 박지안이 출소하면 해외로 내보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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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성이안의 프로젝트 하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성이안 사건 자체가 다시 퍼지면 그녀가 맡은 프로젝트의 진행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그녀는 반드시 두 가지 준비를 해두어야 했다.임서율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본가에 들를 시간이 남아 있었다.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하도원에게 양지우를 만나러 간다는 핑계를 댔다.하도원은 처음엔 반신반의한 눈빛을 보이다가 손목시계를 힐끗 쳐다보고 물었다.“이 시간에 양지우가 널 부른다고? 지금쯤 집에서 아이들 보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임서율은 예상치 못한 디테일한 질문에 당황했지만 곧바로 다른 핑계를 떠올렸다.“아, 그 집 애들이 너무 오래 날 못 봐서 보고 싶다고 떼를 쓴대요. 당신도 알잖아요, 아버지가 없어서 지우 혼자 키우고 있다는 걸요. 오늘은 시어머니도 고향으로 내려가셨대요. 잠깐 들러서 뭐 좀 사다 주려고요.”하도원은 아무 말 없이 책상 위 차 키를 집어 들었다.“내가 데려다줄게.”“아니에요, 괜찮아요. 가까운 쇼핑몰에서 보자고 했어요. 당신 바쁘잖아요. 얼른 온라인 여론부터 정리해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이 아니에요. 힘들게 키운 회사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되잖아요.”“그 많은 직원들이 당신만 믿고 있잖아요. 다들 정말 열심히 일하던데 그런 사람들 실망시키면 안 되죠.”하도원은 그녀 앞으로 걸어와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네가 가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임서율은 이번엔 바로 거절하지 않았다. 잠시 멈칫한 뒤 대답했다.“생각해볼게요.”그녀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 사무실 문을 열고는 하도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문이 닫히고서야 하도원은 정신을 차리고 조금 전 그녀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이곳에 머무는 걸 생각해보겠다고 했나?그가 천천히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리고 차가운 얼굴 위에 처음으로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임서율은 곧장 택시를 타고 본가로 향했다. 혹시 하도원에게 들킬까 봐 미리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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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양지우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서율과 그녀는 수년간 함께 일해온 동료이자 둘도 없는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그래서 그 짧은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임서율은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양지우, 말 좀 해봐. 별일 아니지? 나 좀 놀라게 하지 마.”양지우는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간암이래. 중기에서 말기 사이쯤 된다고 하더라고. 얼마 전부터 얼굴에 노란 기가 돌긴 했는데 그저 피곤해서 그런 줄만 알았거든. 근데 이틀 전부터 계속 복통이 있길래 불안해서 검사를 받아봤는데, 그게...”임서율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가슴 한가운데가 꽉 막힌 듯 답답해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는 게 아니라 친구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것이었다.임서율은 급히 마음을 다잡고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괜찮아, 괜찮을 거야. 요즘 의학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우리 돈도 있잖아.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알아볼게.”“나 예전에 외국에 있을 때 아주 유명한 의사 알던 사람 있어. 그 사람한테 연락해볼게. 그러니까 넌 지금 하던 일 다 내려놓고 치료에만 집중해.”양지우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치 잔잔했다. 하지만 그 평온함이 오히려 임서율의 가슴을 더 세차게 옥죄었다.“서율아, 사실 난 죽는 게 무섭진 않아. 죽는 건 세상에서 제일 간단한 일이잖아. 근데 애들이 너무 걱정돼. 그 아이들한텐 나밖에 없는데 나까지 없으면 어떻게 해.”양지우의 목소리는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임서율은 애써 그녀를 다독였다.“그런 생각 하지 마. 의사가 치료 불가능하단 말도 안 했잖아. 이렇게 빨리 스스로 단정 짓지 마.”양지우는 혹시라도 자신의 어두운 감정이 친구에게 전이될까 두려워 씩씩한 척 말했다.“괜찮아. 정말이야. 이런 일쯤은 감당할 수 있어. 그리고... 우리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다행히 네 덕분에 집 문제도 해결됐잖아. 그거 아니었으면 지금 이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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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임규한은 병상에 누워 있었다. 산소마스크가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어 밖으로는 두 눈만이 힘겹게 드러나 있었다. 깊숙이 꺼진 눈두덩이는 생기를 잃고 푸르스름한 검은빛으로 덮여 있었으며, 눈동자는 마치 하얀 안개라도 드리운 듯 탁하게 흐려 보였다.임규한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지 그제야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임서율을 발견하는 순간, 그의 얼굴 표정은 그대로 굳어졌고 혹시 병세가 너무 깊어 환각을 보는 것은 아닌가 의심했다.“서... 서율아, 정말 너니? 내가 잘못 본건 아니지?”임서율의 단단했던 마음은 임규한의 이토록 허약하고 무력한 모습을 보자 다시금 흔들렸다. 특히 최근 어쩌다 이 정도로 수척해졌는지, 거의 뼈만 앙상하게 남은 듯했다.임서율이 앞으로 다가섰다. “아버지, 저예요.”“서율이가 돌아왔구나. 언제 온 거니. 나는 네가 평생 나를 보러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임서율을 바라보는 임규한의 눈시울이 미세하게 젖어 들었다.사실 임서율은 지난 일들로 인해 여전히 적잖이 화가 나 있었다. 그들이 그녀에게 입힌 상처는 뼛속 깊이 새겨진 것이라, 몇 마디 말로 잊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어떤 이야기들은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되풀이해봤자 의미도 없을뿐더러, 그들은 결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결국 그녀는 망설임 없이 본론부터 꺼냈다.“아버지, 오늘 온 건 상의할 일이 있어서예요. 전에 하셨던 그 제안, 제가 받아들이기로 했어요.”임규한은 그 말에 놀라움이 역력한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너... 정말로 승낙한 거니? 유나를 풀어주겠다는 거야?”“앞으로 임유나가 저에게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보장해주시면, 저는 소송을 취하하고 지난 일은 없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만약 유나가 다시 시비를 건다면, 그때는 제가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다음번에는, 그 누구도 감싸줄 수 없을 거예요!”임서율은 속으로 임규한의 지금 몸 상태로는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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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임서율은 문을 잡아당기려다 멈칫하더니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아버지, 지금 아버지께서 가장 믿고 있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임유나일 거예요. 결국 아버지께서 가장 사랑하는 딸은 유나일 테니까요.”“그게 아니야, 서율아...”임규한은 다급하게 임서율에게 설명하려 했지만, 임서율은 이미 이 가족에게 완전히 실망한 상태였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고 병실을 나섰다.그녀가 노력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설령 그들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다정하게 대해주기만 했어도 그녀는 그 작은 온기에도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임유나가 없을 때는 그들은 그녀에게 참 다정했다. 하지만 임유나와 관련된 일만 터지면 언제나 한결같이 임유나의 편에 섰다. 이제는 그녀도 완전히 포기한 상태였다.임규한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심장 또한 함께 멎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결국 그는 임서율에게 용서를 구하지 못했다.임서율은 서류를 손에 넣자마자 망설임 없이 곧장 회사로 향했고, 회사의 여러 프로젝트를 하도원의 회사로 전부 넘겼다.진승윤은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곧바로 임서율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율 씨, 방금 저희 회사로 여러 프로젝트의 협력 제안이 들어왔는데, 서율 씨가 하신 건가요?”“네, 제가 그 프로젝트들을 모두 넘겼어요. 이건 하도원 대표님께 정정당당하게 보여드려도 돼요. 절대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이전의 해외 프로젝트들은 하도원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문제가 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하지만 이번 협력사들은 모두 국내 업체이고, 하도원 역시 잘 아는 곳들이었다. 게다가 이 협력사들 중 대부분이 하도원과 이미 협력했던 곳이라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진승윤은 다소 당황했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요. 서율 씨. 지금 이 프로젝트를 저희 회사에 양보하시면 서율 씨 회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해성 그룹이 최근 몇 년간 순탄치 않았다는 건 알고 있어요. 이건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안겨주는 거 아닌가요?”“괜찮아요. 제 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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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말해 봐, 어떻게 된 일이야?”진승윤은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한 후 대답했다.“임 회장님이 이 프로젝트를 저희에게 넘긴 겁니다. 회장님께서 저희를 돕지 않더라도 임서율 씨가 어떻게든 저희를 도울 거라는 걸 알고 계시더라고요. 게다가 임씨 가문이 전에 임서율 씨에게 잘못한 것도 있으니, 아마도 그 미안함 때문이겠죠.”“또 임 회장님은 하 대표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임서율 씨도 힘들어진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 임 회장님도 속이 편치 않을 거예요.”하도원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어두운 눈으로 눈앞의 계약서를 한참 동안 더 응시하더니 진승윤에게 말했다.“가서 임규한 회장님의 전화번호를 알아봐.”진승윤은 당황한 듯 물었다. “아니, 대표님, 저희는 일단 계약서부터 서명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전화로 확인하는 일은 나중에 하시죠.”하도원은 진승윤을 차갑게 쏘아보았다.“여기 대표는 나 아니야? 내가 네 말을 들어야 해?”진승윤은 즉시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그는 재빨리 임규한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하도원에게 건넸다. 하도원이 임규한 회장에게 전화를 걸자 진승윤은 급히 임서율에게 문자를 보내 이 상황을 알렸다.임서율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와 이미 다 이야기된 겁니다.]진승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말로 식겁했다. 그는 하 대표가 임서율의 소행임을 알아채고 계약을 거부할까 봐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지금 회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하도원이 임규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가 직접 받지는 않았다. 임규한은 이미 말을 하는 것조차 힘든 상태였기에 집사가 대신 전화를 받아 내용을 전달했다.“하 대표님, 저희 회장님께서 프로젝트는 자진해서 넘긴 것이며, 다른 요구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한 가지, 따님에게 잘해주시고 고생시키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서율이를 고생시키지 않겠습니다.”하도원은 임규한의 행동에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하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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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임서율은 그 문자를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도원은 워낙 영특해서 혹시라도 엉뚱한 일을 벌일까 걱정했다. 때로는 사람이 지나치게 똑똑하고 민감한 것도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다.그녀는 서류를 정리하고 아파트로 돌아가려던 참에, 정면에서 차주헌과 마주쳤다.임서율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 남자에게는 눈길조차 주고 싶지 않아 본능적으로 그를 피해 돌아가려 했다.그러나 차주헌은 임서율의 앞을 가로막았다.임서율은 짜증스럽게 그를 흘겨보았다.“차주헌, 우리 이미 이혼했어. 넌 강수진과 다시 만나는 중이고. 나는 깔끔하게 정리해 줬는데, 왜 또 날 붙잡고 늘어지려는 거야?”차주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임서율의 가늘고 하얀 손목을 덥석 붙잡고 다그치듯 물었다.“임서율, 너 미쳤어? 우리 삼촌을 위해서라면 정말 전 재산을 털어 넣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거야?”임서율은 그 말에 놀라 차주헌을 쏘아보았다.“너 나 미행했어?”“이런 걸로 미행까지 할 필요가 있나? 대충 조사만 해봐도 알 수 있는 일이야! 임씨 가문과 그렇게까지 틀어져 놓고, 임유나가 예전 널 죽이려고 사람까지 샀던 일까지 다 용서하고, 이제는 네 목숨을 노렸던 그 여자를 풀어주려고 한다고?”“임서율, 너 제정신이야?”차주헌은 가슴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분노가 끓어올랐는지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가 예전에 자신과 함께일 때 생사를 넘나들며 프로젝트를 따고 고객을 유치하던 모습을 보며, 그는 그녀가 자신을 향한 사랑이 더없이 크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녀가 자신을 그토록 사랑했으니, 다시는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차주헌은 왜 임서율이 하도원과 오랜 시간 함께하는 동안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그녀를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기에 분명 자신에게 복수하려고, 자신을 자극하기 위해 하도원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믿었다.하지만 그녀가 하도원에게 해성 그룹 전체를 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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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임서율은 차주헌을 밀쳐내고는 등줄기를 곧추세운 채 그를 돌아보지도 않았다.임서율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차주현의 눈 속에는 분노로 가득 찼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그저 임서율이 떠나는 것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쫓아가도 소용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임서율은 두 걸음 정도 걷다가 멈춰 서서 몸을 돌려 차주헌에게 말했다.“차주헌, 나한테 미움받고 싶지 않다면 이 일은 입 밖에 내지 말고 혼자 묻어둬.”임서율이 아파트에 돌아왔을 때, 김정란은 마침 율이의 털을 닦아주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끼자 율이는 김정란의 손에서 재빨리 벗어나 임서율에게 쏜살같이 달려갔다.임서율은 반사적으로 몸을 낮춰 율이를 받아 안았다.“진정해, 천천히 와. 하마터면 널 놓칠 뻔했잖아.”임서율은 웃으며 율이를 피했지만 율이가 종아리에 부딪히는 힘에 몸이 휘청거렸다. 율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발을 그녀의 무릎에 올리고는 젖은 코끝을 그녀의 손등에 비벼댔다.허푸허푸 숨을 몰아쉬는 율이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임서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얼른 이모한테 돌아가서 몸의 물기부터 다 닦고 내 옆으로 와.”율이는 다시 신이 난 듯 몸을 돌려 김정란에게로 달려갔고 김정란은 웃으며 율이의 마르지 않은 털을 계속 닦아주었다.“이 녀석 참 신기해요. 대표님이 꽤 오랫동안 이 녀석을 키웠는데 누구에게 이렇게까지 살갑게 구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따지고 보면 임서율 씨가 여기 계신 지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닌데, 율이는 유독 임서율 씨를 좋아하네요.”임서율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마 제가 이 아이와 인연이 있나 봐요. 때로는 반려동물과도 인연이 필요하죠. 저도 예전에 해외에 있을 때 개 한 마리를 키웠는데, 그 아이도 아주 착했어요. 아직도 거기 있는데 제가 데려올 시간이 없네요.”김정란은 그 말을 듣자마자 말했다.“사람을 써서 데려와야죠. 요즘은 비행기로도 항공 운송이 되잖아요? 어차피 한 마리 키우는 거나 두 마리 키우는 거나 똑같은데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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