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Chapter 811 - Chapter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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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1화

“나...”임서율은 지금 정말이지 임유나를 다시 불러들인 걸 깊이 후회하고 있었다.입만 열면 떠벌리는 게 버릇인 사람을 왜 불렀을까. 그녀가 아니었다면 하도원이 이렇게 일찍 알 일도 없었다.원래라면 이 일은 끝까지 숨길 생각이었다.진승윤도 말했었다. 하도원은 그 계약서들에 사인할 때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모든 게 계획대로 순조롭게 굴러가고 있었지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바보 같은 팀원이었다.하도원은 담배를 피우려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다가 임서율의 창백한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잠시 멈칫했다.그는 천천히 손을 꺼냈다.“이렇게 큰일을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서율아. 전에 내가 나 먹여 살리라고 했더니 정말 그럴 생각이었어? 이제는 나뿐만이 아니라 내 회사까지 떠안겠다는 거야?”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분노가 섞여 있었다.임서율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신경 쓸 걸 알기에 일부러 숨겼던 일이다. 하지만 오늘 그 모든 걸 임유나가 터뜨려 버렸다.입을 열까 망설이는 사이, 하도원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발소리는 마치 그녀의 신경을 밟고 지나가는 듯 아찔하게 울렸다.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정원등이 흔들렸다. 따뜻한 불빛이 그의 턱선을 스치자, 피부 아래로 푸른 핏줄이 희미하게 드러났다.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셔츠 소매를 걷었다.“저번엔 내 사인을 흉내 냈고 이번엔 아예 해성 그룹 프로젝트 전부를 우리 회사로 넘겼더라. 임서율, 넌 지금 한 구덩이에서 빠져나와서 다른 구덩이로 뛰어든 거야.”“해성 그룹은 지금 간신히 버티고 있는 수준이야. 그런데 그 핵심 프로젝트를 우리 쪽으로 넘기면 남는 건 껍데기뿐이야. 그 회사,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임서율은 미간을 찌푸렸다.“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에요. 해성 그룹엔 제대로 이끌 사람이 없어요. 이대로 가면 어차피 끝장이에요. 그래도 재호 그룹을 살릴 수 있다면 이건 손해 보는 거래가 아니에요.”그녀는 말을 잠시 멈췄다가 하도원의 셔츠 자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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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그건 해성 그룹에게 치명적인 일이었다.지금쯤 주주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를 테지만 만약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난리를 칠 것이다.임서율은 그 부분까진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도원의 말을 듣고 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런 건 나중에 얘기해요. 당신 회사 홍보팀이 이미 상황 수습은 한 것 같던데, 이 프로젝트들까지 더해지면 재호 그룹은 일단 위기는 넘길 수 있겠죠?”“그래, 난 넘겼지. 근데 넌?”하도원이 두 팔을 가슴 앞에 걸고 여유롭게 그녀를 내려다봤다.임서율은 잠시 멍해졌다가 곧 아무렇지 않은 척 내뱉었다.“그건 나중에 생각할게요. 방법은 찾을 수 있을 거예요.”그의 눈빛에 깃들었던 냉기가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 부드럽게 풀렸다.하도원은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았다.“예전엔 뭐든 신중하더니 요즘은 왜 이렇게 성급해졌어? 이젠 착한 일까지 나서서 하고. 봉사정신이라도 생긴 거야?”임서율은 단호하게 대답했다.“당신을 믿으니까요. 언젠가 내가 당신처럼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신도 주저하지 않고 나를 도왔을 거예요. 설령 그것 때문에 재호 그룹이 위험해진다 해도 마찬가지예요.”왜 그런 확신이 드는지는 몰랐지만 하도원이라면 틀림없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하도원은 피식 웃으며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 위에 짧고도 뜨거운 키스를 남겼다.“재호 그룹은 물론이고 내 목숨까지도 내줄 수 있어.”임서율은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삐죽였다.“그건 필요 없고 내가 나중에 망하면 그때 좀 먹여 살려줘요.”하도원은 처음엔 그저 농담이라 생각했다.그런데 그 순간, 후원 쪽에서 양지우가 다가왔는데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서율아, 나 방해하고 싶진 않았는데 차주헌이랑 강수진이 왔어. 그리고 차진만 회장님도 같이.”임서율이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들이 여긴 왜?”양지우는 들은 말을 그대로 전했다.“차 회장님이 아무리 그래도 예전엔 두 집안이 사돈지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장례식에 조문 오는 게 당연하다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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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임서율이 밖으로 나섰다.정말 오랜만에 강수진을 만났다.그녀는 예전보다 확실히 성숙해졌지만 눈동자에 담긴 계산된 기색만큼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특히 그녀는 아직도 임서율을 연적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차주헌을 두고 다투던 그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어떤 여자들은 평생 한 남자의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강수진은 능력으로 보나 머리로 보나, 임유나랑 그리 다르지 않으니 둘이 한패가 돼도 이상할 게 없었다.임서율은 먼저 걸음을 옮겼다.“차 회장님.”차진만은 예전보다 한결 늙어 있었다.그는 대청마루 쪽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는 듯했다. 그 시선만 봐도 하도원을 찾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참 알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마음속으로는 걱정하면서도 입으로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조차 못 꺼내며 끝내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그 어리석음이 때로는 답답하기도 했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차진만은 짧게 그렇게 말하곤 고개를 살짝 숙였다.임서율은 그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차진만은 그녀가 차씨 가문에 시집왔을 때부터 변함없이 엄숙한 태도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차씨 가문이 오늘날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그의 철두철미함 덕분이었다. 그런 사람에게서 위압감이 느껴지는 건 당연했다.차주헌이 다가와 국화를 내밀었는데 그는 전과 달리 한결 부드러운 표정이었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고마워. 안으로 들어가서 앉아.”임서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안으로 들였다.차주헌과 차진만은 별말 없이 안으로 향했지만 강수진만은 그대로 남았다. 그녀는 얌전한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서율 씨, 정말 오랜만이에요. 정말 생각도 못 했어요. 서율 씨가 진짜 하 대표님이랑 만날 줄은요.”임서율은 예전부터 강수진의 이런 나긋나긋한 말투가 정말 싫었다.그때는 같은 부류가 되기 싫어 꾹 참았으나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누구의 체면도 봐줄 이유가 없었다.임서율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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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아니면 차 회장님께서 왜 우리 아빠 장례식에 오셨겠어요?”임서율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가족 모임에 안 불렀다고요? 차 회장님이 도원 씨한테 직접 전화하는 거 본 적 없죠? 그러면서 무슨 근거로 안 불렀다고 하는 거예요? 도원 씨가 가기 싫어서 안 가는 거면요?”그 한마디에 강수진은 말문이 막혔고 억지로 만들어낸 억울한 표정마저 굳어버렸다.한참 동안 강수진이 들어오지 않자 차주헌이 그녀를 찾으러 나왔다. 그리고 마당 한복판에서 이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그는 곧장 다가와 강수진의 손목을 낚아챘다.“뭐 하는 거야?”강수진은 그를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방금까지만 해도 맺혀 있던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주헌아, 난 그냥 서율 씨랑 오해를 풀고 싶었을 뿐이야. 좋은 마음으로 임 회장님 장례식에 온 건데, 그냥 삼촌 얘기 조금 물었다고 갑자기 나한테 막 화를 내고 설교를 하는 거 있지.”임서율은 강수진의 그 익숙한 연기를 보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쯤 되면 놀랍지도 않았고 그저 피곤했다.그녀는 팔짱을 낀 채 강수진을 내려다봤다.“강수진 씨, 그 수법 아직도 써먹는 거예요? 그 쇼 대체 몇 년째예요? 차주헌은 아직도 모르고 속아주는 거예요? 정말 바보네.”강수진은 눈가를 훔치며 흐느꼈다.“서율 씨, 진짜 오해예요. 그때 서율 씨랑 주헌이가 오해로 헤어지게 된 건 제 잘못 맞아요. 끼어들면 안 됐는데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주헌이는 처음부터 절 좋아했어요.”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서율 씨도 알잖아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주헌이는 아직 절 잊지 못했어요. 만약 지금도 제가 원망스럽다면 화 풀릴 때까지 절 욕해도 좋고 때려도 괜찮아요. 그냥 더이상 과거에 갇혀 살지 말아요. 서율 씨도 본인 인생을 찾아야죠.”임서율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방금 뭐라 그랬어요? 내가 화 풀릴 때까지 때려도 된다고요?”강수진은 그 말이 농담인 줄 알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마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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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차주헌의 얼굴빛이 잔뜩 굳어 있었다.사람들 눈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지금 강수진을 두둔하지 않으면 또 무슨 소문이 돌지 몰랐다.그는 미간을 좁히며 임서율을 노려봤다.“임서율,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손찌검은 좀 심한 거 아니야?”임서율은 어이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그게 왜? 아까 다 들었잖아. 강수진 씨가 직접 말했어. 예전에 우리 사이를 갈라놓은 게 미안하다고, 내가 화가 풀릴 수 있다면 때리든 욕하든 다 받아들이겠다고.”그녀는 코웃음을 쳤다.“그런데 이제 와서 내가 잘못했다고 하는 거야?”그녀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피식 웃었다.강수진은 그 틈을 타 차주헌의 팔을 꼭 붙잡으며 눈시울을 붉혔다.“주헌아, 서율 씨 탓하지 마. 아까 내가 그랬잖아. 나 정말 괜찮아. 서율 씨가 성격이 좀 급한 건 원래 알고 있었어.”“서율 씨, 오늘 화가 좀 풀렸다면 다행이에요. 앞으로 주헌이한테 더 이상 신경 안 쓴다면 두 대든 세 대든 더 맞아도 상관없어요.”임서율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내가 차주헌을 붙잡고 늘어지는 사람처럼 들리는데, 강수진 씨, 혹시 아까 맞으면서 머리까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말도 제대로 못하네.”임서율은 차주헌이 다가오는 걸 보는 순간, 한 대 갈겨서 날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강수진은 그 기세에 눌린 듯 입을 꾹 다물었다.“그래요, 서율 씨 말이 다 맞아요. 누가 옳고 그른지는 여기 계신 분들이 다 보고 계시잖아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에서 다시 웅성거렸다.“참, 이 두 집안도 희한하네. 이미 이혼했으면서 왜 또 엮여?”“그러니까, 차씨 가문은 오늘 아예 안 오는 게 나았지. 결국 미움만 샀잖아.”“그래도 서율이가 손찌검한 건 잘못이야. 아무리 그래도 오늘은 아버지 장례식 날이잖아.”“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직도 차주헌한테 미련 남은 줄 알겠다. 아니라면 왜 손찌검했겠어.”“차 대표 부인은 되게 얌전해 보이는데 서율이랑은 도저히 상대가 안 되지.”“하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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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하지만 이미 말은 내뱉은 뒤였다. 지금 물러서면 오히려 임서율에게 약점을 잡히는 꼴이 될 터였다.강수진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꼭 쥐었다.그런데 예상했던 따가운 통증은 오지 않았다.조심스레 눈을 뜨자 차주헌이 임서율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하지만 그 다음 순간, 임서율의 다른 손이 번개처럼 움직이더니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강수진의 왼쪽 뺨을 정통으로 때렸다.그녀는 뺨을 감싸며 눈을 크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임서율을 바라봤다.“서율 씨...!”임서율은 그 눈빛에 피식 웃었다.“왜 그래요? 당신이 원해서 맞은 거잖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날 쳐다봐요?”임서율의 행동이 선을 넘었다고 느낀 차주헌은 반사적으로 그녀의 팔을 뿌리쳤다.순간 임서율은 몸을 휘청이며 뒤로 밀려났다.그때 따뜻한 손이 그녀의 등을 받쳐주었다. 임서율이 놀라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하도원이 서 있었다.“도원 씨? 여긴 왜 왔어요?”“내 여자 친구가 모욕당하고 있는데, 나더러 못본 척 하라고?”강수진은 어이가 없어 입술을 달싹였다. 잠시 후,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삼촌, 삼촌이 서율 씨를 사랑하신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서율 씨가 사람을 때린 건 사실이에요. 다들 봤잖아요. 그런데도 그렇게 감싸실 거예요?”하도원은 임서율을 부축한 후 서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강수진 씨, 여기 있던 사람들 다 들었죠? 아까 당신이 직접 말했잖아요. 서율이가 당신을 용서해준다면 때리든 욕하든 상관없다고.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책임을 서율이한테 돌리죠?”차주헌이 앞으로 나서며 강수진의 편을 들었다.“그렇다 해도 사람을 때리면 안 되죠. 수진이는 그냥 예의상 한 말이었어요. 하지만 임서율은 실제로 손을 올렸어요. 제가 막으려 했는데, 오히려 또 한 대를 더 때렸다고요.”하도원의 눈빛이 가늘게 좁혀졌다.“그래서? 맞은 건 강수진 씨가 스스로 원한 일이잖아. 이제 와서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 차주헌, 너희 부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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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차주헌이 앞으로 나서며 강수진을 두둔했다.“삼촌,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수진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에요?”하도원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입꼬리를 올렸다.“차주헌, 아직도 이 여자가 그렇게 괜찮아 보여? 아직도 착하다고 생각해?”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몰랐지만 차주헌은 끝내 솔직하게 답했다.“수진이도 단점은 있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래도 좋은 사람이에요.”“그래?”하도원은 마치 우스운 얘기를 들은 듯 피식 웃었다.옆에 서 있던 강수진은 괜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울며불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녀는 금세 눈물을 거두고 침착한 얼굴로 차주헌 앞으로 걸어갔다.“주헌아, 이건 다 내 문제야. 서율 씨나 삼촌이랑은 상관없어. 됐어, 우리 그냥 돌아가자.”임서율은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익숙한 연기를 보는 순간, 굳이 물을 필요도 없이 강수진이 또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아까까지만 해도 억울하다며 차주헌에게 하소연하던 사람이 지금 와서 고개를 숙이다니.임서율은 그전까진 강수진에 대해 굳이 따로 알아보려 하지 않았었다.어차피 차주헌을 두고 한바탕 얽혔던 일을 빼면 그녀의 인생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도 않았으니까.그녀는 다른 사람이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굳이 상대하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강수진은 사람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함정을 팠다. 이 상황에 또다시 참는다면 그건 정말 바보가 따로 없었다.강수진이 차주헌의 팔을 잡고 돌아가려는 순간, 임서율은 앞으로 나서 그 길을 막았다.“수진 씨, 왜 그렇게 서둘러요. 우리 아빠 장례식에 왔으니 밥이라도 먹고 가요. 그렇게 그냥 가버리면 여기 계신 친척분들이 우리 임씨 가문이 손님 대접도 못 한다고 하겠어요.”강수진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아니에요. 때릴 만큼 때렸으니 제발 이쯤에서 그만둬요. 혹시 아직도 주헌이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 다시 돌려드릴게요.”그 말에 차주헌이 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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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온갖 수작을 부려도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절대 넘어가지 않았다. 하물며 이번엔 그 얄미운 여자가 임서율을 건드렸으니 하도원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그때 진승윤이 앞으로 나서더니 서류 한 장을 하도원에게 내밀었다. 특히 강수진을 본 순간, 그의 눈빛엔 하도원을 향한 경외가 스쳤다.‘대표님은 역시 사람 속을 귀신 같이 알아채셔.’강수진이 이 자리에 나타나서 임서율에게 시비를 걸 거라는 걸 어떻게 미리 알았을까.하도원은 일찌감치 진승윤에게 연락해 관련 자료를 준비해두라고 했었다.이제야 이 서류가 제대로 쓰일 때가 온 모양이었다.굳이 누굴 탓하자면 이 시점에 제 발로 찾아온 강수진이 잘못이었다.하도원은 서류를 들고 차주헌 앞에 서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예전에 강수진 씨 아이 가진 적 있었지? 결국 유산됐고.”“그걸 어떻게 아세요?”차주헌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교통사고 때문에 아이를 잃었지. 그 일 직전에 두 사람은 원래 이혼하려고 했었지만 유산 문제로 이혼은 없던 일이 됐고.”차주헌은 하도원이 헛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가 이 말을 꺼냈다는 건 분명 이유가 있다는 뜻이었다.“대체 뭘 알고 계세요.”하도원은 서류를 차주헌 앞으로 내밀었다.“이걸 보면 대충 알 거야.”차주헌이 손을 뻗으려는 순간, 강수진이 불쑥 앞으로 나서며 그 서류를 빼앗으려 했다.하지만 하도원은 이미 그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손을 들어 서류를 높이 들어 올렸다.그 행동 하나로 오히려 그녀의 다급함이 더 드러났다.하도원은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강수진 씨,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합니까? 아직 내용도 말 안 했는데, 이렇게 급히 빼앗으려 하다니.”강수진은 시선을 피하며 허둥지둥 차주헌을 바라봤다.“저, 저는...”그러다 그녀는 마치 큰 상처를 받은 사람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왜 우리 사이를 이렇게 갈라놓으려 하세요? 서율 씨를 좋아하신다면서요. 지금 얼마나 좋아요. 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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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강수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주헌아, 그건 오해야. 나 진짜 아무 짓도 안 했어. 이건 전부 조작된 거야.”차주헌의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그는 이를 악물고 강수진을 노려봤다.“아무 짓도 안 했다고? 그럼 이 김수철은 뭐야? 강수진, 너 대체 나 몰래 무슨 짓을 한 거야!”그는 참지 못하고 손에 든 서류를 그대로 그녀에게 내던졌다.종이 모서리가 강수진의 볼을 스치며 살갗이 벗겨졌고 화끈한 통증이 번졌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주헌아, 제발 그 사람들 말 믿지 마. 이건 다 거짓이야.”강수진은 다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다.“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배신하겠어. 김수철? 난 그런 사람 몰라.”차주헌은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동안의 온기도, 애정도, 그 순간 싸늘하게 끊어졌다.“강수진, 이 상황에서도 거짓말이야? 그래서 내가 이혼하자고 했을 때 그렇게 버텼구나. 차 사고도 일부러 낸 거지? 내가 너랑 애한테 죄책감 느끼게 만들려고.”“근데 그 애, 애초에 내 핏줄도 아니었잖아. 그리고 너 그 애 낳을 생각도 없었지. 유산도 네가 병원에 미리 예약해둔 거잖아. 다만 내가 이혼하겠다고 할 줄은 몰랐던 거고.”말이 쏟아질수록 그동안 의심만 해왔던 일들이 하나씩 퍼즐처럼 머릿속에서 맞춰졌다.옆에서 임서율은 그냥 입을 다물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세상에, 강수진 미쳤나. 그렇게 차주헌한테 목매더니, 결국 이런 꼴이라니.’그때 그녀를 밀어내고 차주헌과 엮이기 위해 별짓 다 하던 사람인데, 이제 와서 저러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게다가 방금 이혼 얘기까지 나왔다.그렇게 사랑 타령하지 않았었나?강수진은 더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그게 내 탓이야? 그럼 넌? 임서율 떠나고 나서 네 꼴이 어땠는지 기억 안 나? 사람 꼴도 아니었잖아. 하루 종일 멍하니, 영혼 빠진 사람처럼 살았지. 차주헌, 너 진짜 찌질해.”그 말에 임서율도 깜짝 놀랐다.평소엔 항상 웃는 얼굴로 뒤통수치던 강수진이 이렇게 폭발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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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너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화를 내? 애가 안 생기는 게 다 내 잘못이야? 그럴 거면 너 자신부터 탓해야지.”“무슨 소리야?”차주헌은 잠시 멍해졌다.지금 강수진의 말이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는 걸 그는 어렴풋이 느꼈다. 뭔가 숨겨는 내막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강수진이 고개를 젖히더니 피식 웃었다.“아직도 모르겠어? 차주헌, 생각 좀 해봐. 임서율이랑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왜 둘 사이에 애가 한 번도 없었을 것 같아?”임서율은 사람들이 시선이 쏠리자 당황한 듯 손을 내저었다.“난 아이를 원했어요. 그때는 아직 차주헌이 당신이랑 엮인 걸 몰랐을 때였고 나도 당연히 아이 가질 생각 있었죠. 그런데 차주헌이 이렇게 말했어요. 지금은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애 때문에 커리어 망치고 싶지 않다고.”나중에 차주헌이 먼저 아이 얘길 꺼냈는데 그땐 이미 다 알아버린 뒤였다. 그런 상황에서 더더욱 아이를 가질 리가 없었다. 그 인간이 다가오는 것조차 역겨웠으니까.차주헌이 더는 참지 못하고 강수진 쪽으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거칠게 잡았다.“지금 도대체 무슨 말 하려는 거야!”강수진은 미친 듯 웃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문제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야.”그 한마디에 차주헌은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한참 후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 없다고! 강수진, 아직도 네 불륜에 변명거리를 찾는 거야?”강수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럴 줄 알았어. 넌 죽어도 인정 안 하겠지. 넌 네가 완벽하다고 믿잖아.”“이거 네 검사 결과야. 원래 지난번에 주려고 했는데, 네가 워낙 자만하니까 굳이 보여줄 필요 없겠다 싶었거든. 직접 봐.”그녀는 가방 속에서 한 장의 서류를 꺼냈다.“믿기 싫으면 네 발로 병원 가서 다시 검사해. 결과는 똑같을 거야.”차주헌은 혹시 저게 조작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쳤지만 그녀가 이렇게 대놓고 직접 확인하라는 걸 보고는 직감했다.그건 진짜였다.차주헌은 말문이 막힌 채 멍하니 서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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