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의 손에 작은 상자 하나가 놓였다. 외할머니가 보관함에서 꺼내온 것이었다.“이건 네 엄마가 남긴 거란다. 정확히 말하자면 네 아버지가 너희 엄마에게 준 거야. 벌써 이십년도 넘었지...”외할머니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젊은 나이에 남편과 딸을 모두 잃은 여자에게 이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주제였다.작은 상자는 생각보다 묵직했고, 시아는 도무지 열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걸 지켜보던 외할머니가 다정하게 등을 떠밀었다.“열어보렴.”외할머니의 표정이 너무 아파 보여서, 시아는 손을 꼭 모아버렸다.“외할머니, 저 사실 알고 싶지 않아요.”외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바보야. 자기 출생을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니. 어릴 땐 안 알려준다고 울기까지 해놓고선. 괜찮다. 이젠 나도 다 내려놨고, 언젠가는 네가 알아야 할 일이다. 내가 이걸 무덤까지 가져갈 순 없잖아.”“외할머니...”외할머니는 시아의 손을 펴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심호흡을 한 뒤, 시아는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붉은 천이 곱게 싸여 있었고, 천을 펼치자 네 잎 클로버 모양의 금실 목걸이가 나왔다. 아래엔 둥근 조각의 에메랄드 펜던트가 달려 있었다.조각은 어딘가 독특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일반적인 디자인은 아니었다.“예쁘구나.”외할머니가 감탄했다.시아 역시 인정했다. 아무 데서나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잘 보면 안쪽에 네 엄마 이름이 새겨져 있을 거야.”외할머니의 말에 시아는 조심스럽게 펜던트를 집어 들었다. 겉을 아무리 봐도 아무 글자도 없었는데, 펜던트를 눌러보니 뚜껑처럼 열렸다. 안쪽에 작게 새겨진 ‘연’이라는 글자 하나가 있었다.시아의 어머니의 이름은 강이연이고, 외할머니는 엄마를 늘 ‘이연'이라고 불렀다.“그 목걸이를 준 사람은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이었단다. 네 엄마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곳에서 만났고, 집에도 몇 번 도와주러 온 적 있어. 겉보기엔 성실하고 괜찮은 사람 같았는데 결국 너희 엄마를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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