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미쳤구나...’이경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윤세현이 두 번째 칼날을 또다시 자신의 어깨에서 무표정하게 뽑아내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멈추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몸도 목소리도 전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곧이어 세 번째 칼날이 깊게 박혔다. 이미 피와 살점이 뒤엉킨 어깨가 그야말로 참혹했지만 윤세현은 신음 한 번 내지 않고 심지어 미간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그는 마치 쇠로 빚은 사내처럼 대지 위에 꿋꿋이 우뚝 서 있었고 강인한 기백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그때, 이경의 목을 조이던 힘이 갑자기 풀어졌다. 검은 옷의 남자가 손을 거두었던 것이다.이경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녀는 바닥에 버려진 칼과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 자리를 바라보며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저 사람, 정말 아프지도 않은 건가... 이런 강인한 사람은 21세기에서도 본 적이 없었는데.’힘이 겨우 돌아온 이경은 본능적으로 윤세현 쪽으로 다가가려 했으나 겨우 한 걸음 옮기는 순간 손목이 휙 잡혀 다시 뒤로 끌려 나왔다.“왜 약속을 어겨?”이경은 검은 옷의 남자를 향해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분명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 사내만큼은 마지막까지 신의를 지키는 이일 거라 믿고 싶었다.검은 옷의 남자는 더 이상 웃음기 없는 눈으로 피로 물든 윤세현을 바라보다가 이전보다 훨씬 냉담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는 네 목숨을 놓아준다고 했지 어떻게 놓아줄지는 말한 적 없는데.”그러고는 차가운 시선으로 윤세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세자 저하, 그 용맹함은 진정 남다르십니다. 구공주는 풀어드리겠으나, 살려내실 수 있을지는 오로지 세자 저하의 뜻에 달려 있겠지요.”말을 끝내자 검은 옷의 남자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이경은 온몸이 엄청난 내공에 밀려 절벽 아래로 순식간에 내던져졌다.‘이런... 내가 이대로 또다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운명인가.’순간, 온몸이 허공을 갈랐고 차가운 바람과 죽음의 그림자가 이경을 감쌌다.‘설마, 또다시 다른 세상으로 가게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