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조정 대신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세자 저하, 어찌 세자빈을 품에 안고 조회에 나오신 겁니까?” 세자 윤세현은 이를 악물고 답했다. “내 부인은 세상에 하나뿐이다. 혹여 잃게 되면 네가 책임질 거냐?” 세자빈 이경은 본래 전장에서 이름을 떨치던 젊고 빼어난 지휘관이었다. 하지만 전생에는 믿었던 사내에게 배신당해 절벽 아래에서 비참하게 죽고 말았다. 다시 태어난 그녀는 이번 생에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세상을 쥐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다 어느새 이경은 윤세현이 누구보다 아끼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상선이 허둥지둥 달려와 황제 이중명께 아뢰었다. “폐하, 큰일 났사옵니다! 세자궁 사람들이 폐하의 후궁을 벌하였다 하옵니다!” 황제는 그 말을 듣자 용상 아래로 숨어버리며 중얼거렸다. “괜찮다. 저 세자빈은 짐이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니라...”
View More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구공주의 재주는 정말 대단했다. 마찬가지로, 일을 계획하고 운용하는 그녀의 능력도 정말 누구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남백훈은 오직 한 사람만이 그녀와 견줄 만한 지혜를 가졌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은 지금... 그는 소리 없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윤세현이, 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줄 아는 이경의 능력을 알게 된다면 더욱 그녀에게 미쳐버리지 않을까? 아름답고 지혜로운 데다가 냉혹하고 단호하기까지 하다니...정말 모든 사람을 애타게 만드는 여자였다. 이러다가 나조차도 갖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구공주는 탁서의에게 이상 징후가 있다고 말했고, 그날 오후 창랑 대군 쪽에서는 역시나 움직임이 있었다. "공주 마마, 세자 나리, 창랑 대군이 진영을 옮겨 다가오고 있는데 지금은 북란관에서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다가와있습니다." 정찰병이 보고할 무렵, 이경은 마침 짬을 내어 반찬을 들고 성벽으로 '출장' 나온 참이었다. 창랑 대군은 안 그래도 북란관에서 매우 가깝게 있었는데, 이젠 한 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진을 치고 멈추고 있다니, 대군으로 하여금 압박을 주게 됐다. 윤세현은 이경이 준 망원경을 들어 성벽 가장 높은 곳에 서서 한 번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움직이고 있었던 창랑 대군은, 지금은 멈춰 있었다. 하지만 그 거리는 기병대가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너무나도 가까이 다가왔기에, 일단 소식이 전해지면 북란성 백성들은 또 밥을 먹지 못하고 잠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이경은 여전히 반찬을 늘어놓고 있었고 얼굴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이미 예상했던 거야?" 그는 망원경을 내려놓고는 손을 흔들어 정찰병더러 먼저 물러나게 했다. 이경은 그에게 물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먼저 손 닦고 와. 배부터 채워야지." 윤세현은 그녀의 앞에서는 매우 순종적인 태도를 보였다. 말
이것이 바로 경노궁의 위력이었다. 한 번에 다섯 발의 화살이 발사되었고, 각각의 화살은 강력하게 나무에 박히게 됐다. 작디작은 화살은 아예 나무줄기에 깊숙이 박혀버렸다. 만약 적의 몸에 박혔다면, 분명 치명적인 일격이 됐을 것이다. "역시나 훌륭한 무기야!" 이경은 말 위에서 뛰어내려 경노궁을 남백훈에게 건넸다. "당장 사람들을 더 불러 대량으로 제작하게 해. 난 지금 청지를 찾아가 정예 부대를 편성하라고 할 거야. 내일 아침 일찍부터, 만들어진 경노궁을 가지고 고강도 훈련을 실시할 거야!" "이렇게까지 다급할 일이야?" 남백훈은 눈썹을 찌푸렸다. 내일 아침 일찍 훈련을 한다는 건, 즉 오늘 밤 반드시 적어도 수천 자루의 경노궁을 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노동 강도는 너무나도 컸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이경은 제작장의 한 가마 앞으로 다가가더니, 돌아서서는 남백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남은 닷새의 기한 중, 벌써 사흘이 지났어. 하지만 그 놈들이 반드시 닷새까지 기다려 주리라고는 장담할 수도 없어." "그 말은..." 남백훈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는 순간 움찔하였다. "정말로 탁서의가 협상을 거부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반드시 거부할 거야. 하지만 이미 창랑 쪽 소식도 알아봤어. 탁서의가 쥐고 있는 병권은 겨우 4할 정도밖에 안된다 하더라고. 거부한다 하더라도 당장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못할 거야." 나머지 약 6할의 병권은 탁서수와 탁서우의 손에 있었다. 사실 탁서수는 창랑의 대왕으로서 창랑 병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었다. 나머지 절반은 원래는 두 아들에게 넘겨주기로 했었다. 그러나 그는 사실 작은 아들을 더 좋아했다. 큰 아들은 너무 흉악하고 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권력자로서 후계자를 지명하기 전까진 누군가를 편애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처음에 두 아들에게 주어진 권력은 거의 같았다. 하지만 탁서수는 장자라는 이유로 신하들을 선동하여 궁중 쿠
"나도 알아." 무연의 병은 이미 서서히 나아지며, 상처도 회복되고 있었다. 함부로 움직이지만 않으면 무사히 회복될 수 있는 상태였다. 이경은 해야 할 일이 끝도 없이 많았다. 큰 적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고작 무연 때문에 군사 작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시간 나면... 아니야. 너도 별로 한가하지 않은 것 같으니 하던 일이나 마저 해." 이내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 오늘부터 이들은 본격적으로 경노궁을 대량으로 제작해야 했다. 남백훈은 지난밤부터 장인들을 소집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경노궁을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노궁에 사용할 화살촉을 만들고 있었다. 화살촉의 재료는 일반적인 장작과는 달라 모두 특별히 제작해야만 했다. 그만큼 이들은 바삐 움직여야 했다. 이내 이경은 임시로 세운 제작장에 도착하였고, 남백훈은 모두와 함께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설계자인 그녀가 여태 오지 않은 건 좀 너무했다. "어떻게 됐어?" 그녀는 남백훈의 앞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한번 쏴 볼래?" 남백훈은 손에 든 경노궁을 그녀 앞에 내밀며, 동시에 다섯 발의 화살도 건네주었다. "벌써 다 만들어진 거야?" 이경은 깜짝 놀라며 기뻐했다. 정말 이렇게나 빠를 줄은 몰랐다. "이건 가장 처음 만든 경노궁이야. 잘되는지 확인하려고 내가 먼저 시험 삼아 쏴 봤어. 지금 다들 한 번씩 시험해보고 있어." "나도 쏴 볼게!" 이경은 잔뜩 흥분하여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선 호위병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말 한 필을 끌고 오너라." 명을 받은 호위병은 곧 말을 끌고 나타났다. 이경은 노궁을 허리에 차고는 말에 올랐다. 제작장 밖은 넓은 공터였고, 멀지 않은 곳에는 숲의 입구가 있었다. 말을 몰던 이경은 갑자기 말의 배를 쓱 압박하더니 숲 방향으로 빠르게 질주하였다. 호위병들은 깜짝 놀랐다. 혹여 구공주가 여기서 무슨 사고라도 당
영은은 이미 이서영 앞에서 항상 우월한 위치에 선 채 모든 것을 장악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폐물 현주가, 언젠가 자신과 맞서는 담력을 가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서로 얼굴을 붉히는 건 영은 자신에게도 별로 이득이 없었다. "난 이 남자가 마음에 들어." 영은은 무연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일이 다 해결되고 나면, 나한테 넘겨." 이서영은 무연을 바라보았다. 반쪽 얼굴은 신선 같지만, 나머지 반쪽은 여전히 사람의 식욕을 떨어뜨리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다시금 영은을 바라보고는, 간신히 호흡을 가라앉힌 후에야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너랑 난, 단지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사이일 뿐이야. 내가 너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는 마!" 순간 영은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이서영은 이어 말했다. "네가 여전히 돌아가 황태후를 따르고 싶다면, 그딴 버릇들은 좀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 영은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사실 그녀는 이서영을 죽일 수 없었다. 방금은 그저 겁을 준 것뿐이었다. 이서영을 죽이면, 태후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 이내 영은은 몸을 굽혀 무연을 한 번에 안아 들어 올렸다. "내가 이 남자를 가둬둘 거야. 이틀 안에 세 번 약을 먹일 거고, 그러면 그동안 그 의식은 내가 조종할 수 있게 되겠지." 그러기 위해선, 이틀 동안 이서영은 무연을 만나려는 모든 사람들을 막아야만 했다. "무연이 일단 조종되고 나면, 그 두 늙은이는 쓸모가 없어지게 되니 어떻게든 처리해야겠지!" 영은은 이 말만을 남기고는, 무연을 안고 내당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 뒤편에는 밀실이 있었고, 영은이 평소에 거주하는 곳이었다. 그녀가 떠난 후에야 이서영은 비로소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방금 죽음의 위협을 받았으니,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방금 시험해 보았다.
이내 설 신의는 자신의 약상자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이 상자의 재질은 일반 나무 상자와는 달랐다. 매우 습하고 차가운 상자 안의 기운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설 신의가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는 온 몸이 하얀 무언가가 튀어나왔다.보기에는 개구리 같지만, 일반 개구리와는 전혀 달랐다.“이게 바로 지명 개구리인 건가?”연유월은 식견이 넓은 편이긴 하지만, 이런 지명 개구리는 아직 본 적이 없었다.“그렇습니다.”설 신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명 개구리를 들어 올렸다.“이 지명 개구리가 어떻게 누구의 피가 현주를 구해낼
한편 이경은 돌아간 뒤, 붕대로 상처를 잘 감싸고는 잠에 들었다. 그녀는 의사가 치료해 주는 건 원치 않았다. 그 상처는 초아가 보기에도 매우 끔찍했지만, 정작 이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픈 줄도 모르고 약만 먹고 대충 붕대로 싸맸다. 그렇게 말 한마디 없이 옷을 갈아입고는,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깊이 잠들었다. 연지는 원래 문밖을 지키려 했지만, 초아는 혹시나 공주가 너무 슬픔에 빠진 나머지 밤에 안 좋은 생각이라도 할까 봐 불안했다. 필경 세자는 지금 이서영의 곁에 남아 있으니까. 결국 연지는 초아의 말을 들을
초아는 그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공주마마께서 친히 황명을 받들어 출정하신 몸이시거늘, 어찌 세자 저하와 나란히 입성하지 못한단 말입니까!”만일 지금처럼 입성할 때조차 공주마마를 세자 곁에 세우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군의 장졸은 물론 멀리 변방 백성들까지 모두 공주마마를 업신여기게 될 터였다.문정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송구하오나, 소인은 세자 저하의 뜻을 전할 뿐이니 감히 거역할 수 없사옵니다. 그리고 공주마마, 이곳은 황명이라 하나, 군영 안에서는 세자 저하 말씀이 곧 법이니 소인이 전한 뜻을 받으시옵
사실 그들은 이경이 최선을 다하여 윤세현을 구해낼 거라고 믿지는 않았다. 필경 이경은 윤세현의 어머니를 모함하여 해쳤을뿐더러, 어머니의 다리를 불구까지 만들어 온갖 모욕을 당하게 했었다.심지어는 세자를 속이고 이용하기까지 했지만, 이경은 설명하고 싶지 않았고, 설명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이내 약상자를 침대 위에 올려놓고는, 가벼운 장풍을 날려 청지를 밀쳐냈다. "나를 방해하지 말거라." 청지는 감히 맞서지 못하였고, 장풍에 의해 방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그렇게 방 안에는 이경과 의식 없는 윤세현 두 사람만 남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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