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 허둥지둥 옷매무새를 바로잡고서야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방금 전, 윤세현에게 온몸이 물리고 씹힌 듯 욱신거리는 가슴을 조심스레 쓸며 속으로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였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른 채, 제대로 가다듬지도 못한 옷을 붙잡고 머리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은 모습으로, 이경은 결국 동굴 밖으로 나왔다.마침내 이경이 무사히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의 모든 시선이 단번에 그녀에게 꽂혔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옷은 겉으로는 단정해 보이나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방금 전까지 흐트러져 있던 게 분명했다.게다가 풀어진 머리카락과 머리끝에 붙은 흙먼지까지, 땅바닥에서 한참이나 몸을 구르지 않고서야 생길 수 없는 꼴이었다. 방금 전까지 아무도 동굴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던 윤세현의 행동까지 더해져, 병사들 사이에서는 알 수 없는 기류가 스며들었다.‘설마, 세자 저하과 공주마마가 동굴 안에서...’아무도 입 밖에 내지 못하지만 모두가 속으로 떠올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그 시선을 느낀 윤세현은 더욱 얼굴을 굳히며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이 여인, 어찌하여 나를 이토록 곤란하게 만드는가...’더는 쳐다보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완전히 돌려버렸다.그때, 문정수가 말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했다.“세자 저하, 대군이 아직 저하께서 돌아오시길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어서 진군하셔야 하옵니다.”윤세현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 말 없이 말에 올랐다.아까의 고열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병이 이리도 순식간에 나은 연유를 곱씹을 겨를도 없이, 그는 말머리를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이경에게도 연지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공주마마, 손등을 다치셨네요!”연지가 놀란 얼굴로 손을 살피자 윤세현이 한 번 뒤돌아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그까짓 상처가 무슨 대수라고 호들갑이냐.”긴 세월 전장을 누빈 사람에겐, 이런 상처쯤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듯했다.이경은 그 말에 노려보듯 대꾸했다.“언제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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