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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돌이킬 수 없는: Chapter 101 - Chapter 110

180 Chapters

제101화

맑고 청아한 여자 목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다.한민주는 눈을 깜빡이며 작은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의아하게 물었다.“무슨 뜻이에요? 태하는 손목을 그어 과다 출혈로 죽은 거 아니었어요?”강시연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네가 전에 말했던 약 바꿔치기 말이야, 그거 기억해?”한민주는 눈을 크게 뜨며 머릿속에 갑자기 스치는 놀라운 생각에 사로잡혔다.“그게 꿈이 아니었다는 거예요?”그녀는 그동안 정신이 온전치 못해서 꿈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특히 육태하가 죽은 날, 한민주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기억을 닫아버린 탓에 희미한 조각들만 남아있었다.강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동안 알아낸 것들을 전부 털어놓았다.“아직 누가 배후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육태하는 분명 이 일에 휘말려서 죽은 것 같아.”한민주는 충격에 휩싸여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내가 태하를 죽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동안 죄책감에 너무 힘들었어요.”그녀는 읊조리듯 말했다. 눈빛은 복잡하게 흔들렸지만 마음을 짓누르던 큰 짐을 내려놓은 듯 한결 편안해 보였다.잠시후, 한민주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강시연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그녀의 작은 얼굴에는 조금이나마 핏기가 돌아 있었다.“언니, 도대체 누가 태하를 죽이고 강성 그룹까지 노렸을까요?”강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다소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건 없어. 하지만...”그녀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한민주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물었다.“육태하와 주이정은 어떤 관계야?”한민주는 별다른 의심 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태하는 주이정의 이복동생이에요. 주이정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어머니의 성을 따서 이름을 바꿨고 집안과는 사이가 썩 좋지 않은 것 같아요.”‘어쩐지 성이 다르더라니.’강시연은 생각에 잠겨 그간의 일들을 되짚어보다 문득 스치는 생각에 눈빛이 흔들렸다.“설마 아니겠지.”그녀는 나지막이 읊조리며 눈빛에 놀라움이 스쳤다.한민주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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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그녀는 비행기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했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익숙한 도시에 돌아와 있었다.“시연아, 오랜만이야!”멀리서 서아름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꽃다발을 들고 입국장에서 신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강시연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그녀를 힘껏 안아주었다.“정말 오랜만이네.”두 사람은 지난 1년간 겪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시연아, 한씨 가문 도련님이 그렇게 괜찮다던데, 정말로 생각해 볼 마음 없어?”서아름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갑자기 말을 걸었다.강시연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요즘 무슨 일로 얼마나 바쁜지 잘 알잖아. 그런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어.”그 말에 서아름은 들떠 있던 기색을 거두고 한숨을 쉬었다. “아저씨를 누가 모함했는지 제대로 알아내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강시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네 탓이 아니야. 시간이 너무 오래 흘러서 많은 단서들이 의도적으로 지워졌을 거야.”분위기가 순간 무거워졌다.서아름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맞다, 아까 강성대 개교 기념 행사에 참석하러 왔다고 했지?”강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서아름은 이어서 말했다.“그럼 잘됐네. 확실한 정보에 따르면 장문호가 의학과 우수 졸업생 대표로 참석한다고 하더라.”강시연의 눈이 번뜩였다. 그녀가 이곳에 온 것은 장문호의 소식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마침 졸리던 차에 누군가 베개를 내민 격이었다.그녀가 당장 강성대로 가려고 하자 서아름이 그녀를 붙잡았다.“뭘 그렇게 서둘러. 개교 기념 행사는 이틀 뒤에 시작하잖아. 너 오랜만에 왔으니까 내가 여기저기 구경시켜 줄게.”강시연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최근 여러 일들을 조사하느라 바빴던 그녀는 정말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이틀 후, 강시연은 이른 아침 강성대에 도착하여 익숙하면서도 낯선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복잡한 심경에 잠겼다.그녀의 청춘은 온통 진수혁을 중심으로 흘러갔기에 자신만의 기억은 거의 없었다.눈앞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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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강시연의 심각한 표정을 보자 진 교수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진지하게 물었다.“누군데?”“05학번 의학과 졸업생 장문호입니다.”강시연은 조용히 대답했다.진 교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저었다.“미안한데 장문호는 아마 옆 약학과 학생이었던 것 같아, 나는 잘 모르니까 그쪽 교수님이나 학생들한테 물어보는 게 좋을 거야.”강시연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어서 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그러다가 진 교수가 회의에 늦을까 봐 서둘러 자리를 떴다.강시연은 캠퍼스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개교기념 행사는 저녁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낮부터 벌써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학교는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저녁 행사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그때, 갑자기 눈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시연아? 너 돌아왔어!”강시연이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성규민이 기쁨에 찬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진짜 오랜만이다. 네가 강성에는 다시 안 올 줄 알았는데 말이지.”진씨 가문을 떠난 후, 강시연은 더욱 아름다워진 듯했다. 오늘따라 젊어 보이는 옷차림까지 더해지니, 마치 대학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성규민은 시선을 반짝이며 그녀가 혼자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예전에 한 번 놓쳤던 그녀를 이제는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강시연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규민 선배도 돌아왔어?”성규민은 눈빛이 깊어지며 갑자기 물었다.“시연아, 나랑 동창회에 갈래? 우리 과 동기들도 나오고 옆 약학과 학생들도 몇 명 온다고 하던데.”강시연은 거절하려다 뒷부분을 듣고는 이내 말을 바꾸었다.“그래. 한번 가보지 뭐.”성규민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곧 두 사람은 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노래방에 도착했고 곧장 최상층에 있는 가장 큰 룸으로 향했다.룸 안은 조명이 어둑했다.문이 열리는 순간, 이미 많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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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나중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예전 동창들이었고 강시연을 보자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진수혁, 저기 네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던 후배 아니야?”“그러고 보니, 저 친구 예전에 꽤나 용감한 짓을 많이 했었지. 아쉽게도 수혁 형은 쟤한테 관심이 없었지만.”“인사라도 하러 가볼까?”진수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몇몇 오지랖 넓은 동기들이 먼저 다가갔다.“시연아,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결혼은 했어?”강시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예전에 그에게 진수혁에게 연애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그냥저냥. 이혼했어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순식간에 주변은 정적에 휩싸였다.강시연이 누구인가?당시 강성대 심리학과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으로 성격과 집안 모두 흠잡을 데 없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녀의 눈에는 진수혁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의 서랍은 연애편지로 가득 찼을 것이다.“세상에! 도대체 어떤 놈이 강시연처럼 예쁜 여자를 함부로 대한 거야?”“맞아, 나라면 당장 집에 데려와서 끔찍이 아껴줬을 텐데.”“쯧, 완전 남자 망신이지.”...순식간에 분노에 찬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곽지훈은 온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고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는 듯했다.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바로 다음 순간,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강시연, 나는 아직 도장 안 찍었으니 이혼 아니야.”왁자지껄하던 분위기는 다시금 조용해졌다.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룸 중앙에 서 있는 키 크고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았다.“진수혁, 너 방금 뭐라고 한 거야? 너랑 강시연이랑...”사람들의 시선은 강시연과 진수혁에게 번갈아 향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들이 결혼했다니? 언제 일어난 일이지?’진수혁은 예전에 강시연이 자신을 꾀어 결혼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기에 조용히 결혼하는 것을 요구했고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다.그래서 주변의 가장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그의 아내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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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룸 안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진수혁은 구석 자리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탁자에 놓인 술병을 집어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그는 온몸에서 짙은 압박감을 뿜어내고 있었고 그 기세에 오랜 친구인 곽지훈조차 감히 다가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진수혁은 깊어진 눈빛으로 룸 반대편에 있는 강시연에게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그러나 잠시 훑어보더니 곧 시선을 거두고 다시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그때, 그의 귓가에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수혁 선배, 오랜만이에요. 저 기억하세요?”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가 다가와 샴페인 두 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전 학생회 홍보부에서 활동했던 장유리예요. 예전에 같이 밥도 먹었었는데...”장유리는 말을 하면서 진수혁에게 다가가 그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봤다.그 시절 진수혁은 강성대의 넘볼 수 없는 존재였다. 잘생긴 외모에 든든한 배경, 거기에 돈까지 있었으니 그를 좇는 여학생들은 줄을 섰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강시연이 결국 그를 얻을 줄이야.‘만약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이 효과가 있다면 나도 진한 그룹의 안주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장유리의 눈빛은 계산적으로 번뜩였다. 어차피 두 사람은 이혼 절차를 밟고 있으니 지금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갈 절호의 기회였다.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그녀의 귓가에 남자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박혔다.“꺼져.”진수혁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내뱉었다.장유리는 당황했다. 원래는 계속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남자의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눈빛에 겁을 먹고 말았다.그녀는 얼굴이 약간 굳어진 채 입술을 살짝 깨물고 황급히 룸을 나섰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여학생들은 은근히 품고 있던 마음을 바로 접어버렸다.강시연은 진수혁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까맣게 모른 채, 오로지 장문호에 대한 정보를 캐낼 궁리에만 몰두하고 있었다.그녀는 눈앞에 앉아 있는 진호천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입을 열었다.“오늘 약학과에서 개교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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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원래 소란스러웠던 룸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곧이어 다들 나지막하게 수군대기 시작했다.“전에 시연이가 자주 재경과에 가서 수혁 선배에게 도시락을 줬는데 수혁 선배는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어.”“그게 다 뭐야. 난 시연이가 수혁 선배를 위해 다른 학교 망나니들과 싸워서 팔에 멍이 든 걸 본 적도 있어.”“강시연이 전엔 그렇게 수혁 선배를 좋아하더니 먼저 이혼을 제기할 줄이야!”...모두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얼굴에는 탄식이 가득했다.날이 점점 어두워졌고 동창 모임도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강시연이 몇몇 약학과 학생들에게 장문호를 물었더니 대부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강시연은 더욱 궁금해졌다.성규민은 원래 그녀를 학교로 데려다주고 싶었지만 집에서 급한 일이 있다고 전화가 왔다.“선배 얼른 가봐. 나 혼자 가면 돼.”강시연이 웃으며 말했다.성규민은 조금 아쉬웠지만 집안일이 급해서 어쩔 수 없었다.“그래. 다음에 같이 밥 먹어.”어둠이 조용히 내리고 거리 양쪽의 가로등도 서서히 켜졌다.강시연이 룸을 나서자 찬 바람이 불어 귀가의 머리카락을 흩트려 놓았다.그녀가 막 학교 방향으로 가려는데 한 사람의 그림자가 길을 막았다.“강시연, 너 정말 대단해!”진수혁의 얼굴은 어둡고 양미간에 뚜렷한 노기를 띠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 앞에서 외간 남자와 아주 신나게 얘기하고 있더라? 내가 이혼서류에 서명하지 않는 한 넌 여전히 나 진수혁의 아내야.”남자의 나지막한 쉰 목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이렇게 비이성적인 진수혁을 강시연은 처음 보았다. 그녀는 잠시 멍해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진수혁 씨,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고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 거예요. 안 그래요?”강시연은 입꼬리를 올렸다.아이러니하게도, 이 도리는 눈앞의 사람이 자신에게 가르쳐준 것이었다.진수혁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공기가 굳은 듯했다.그의 시선은 강시연에게로 향했고 그 정교하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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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강시연이 학교에 도착했을 때 학술실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연단.검은색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말을 하고 있었다. 서른이 조금 넘은 나이로 보이는 그 남자는 몸매가 꼿꼿하고 깊은 두 눈은 온화했으며 아주 집중하고 있었다.그는 사람들을 향해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행동에는 여유가 넘쳤고 때때로 시원한 웃음소리를 내며 온몸에는 밝은 에너지와 활기가 가득했다.‘저 사람이 바로 모두가 칭찬하는 장문호?’강시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연단의 남자를 열심히 살폈다.바로 그때,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시연아, 이쪽이야.”서아름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를 데리고 예약된 빈자리로 가서 앉히고 목소리를 낮추었다.“왜 이제야 왔어?”강시연은 입술을 오므렸다.“오다가 일이 좀 생겼어. 내가 뭐 놓친 건 없지?”서아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개교기념일 행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지금은 우수 졸업생 대표가 발언하고 있어.”강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장문호의 발언을 진지하게 들었다.갑자기 귓가에 서아름의 목소리가 들렸다.“시연아, 저 선배 누구랑 닮은 것 같지 않아?”강시연이 얼굴을 찌푸리고 마음속으로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서아름이 자신의 허벅지를 세게 두드렸다.“나 알았어! 그 진씨 성을 가진 쓰레기처럼 생겼네!”연단의 불빛이 장문호에게 쏟아졌고 볼록한 이마와 각진 이목구비가 확실히 진수혁을 닮았다.강시연은 멍해졌다.결혼한 지 7년, 그녀는 진씨 집안 사람들을 모두 만났고 그중에 장문호가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아마 잘생긴 남자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나 봐.”강시연은 입가를 씰룩거렸다. 그녀는 처음에 진수혁의 얼굴에 반해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서아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 문제를 계속 생각하지 않았다.곧이어 학술실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장문호는 발표를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왔다.그가 떠나려 하자 강시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즉시 걸음을 옮겨 쫓아갔다.하지만 그녀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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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물론 제 추측이에요.”순간 카페 전체가 조용해졌다.강시연은 눈앞의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가 이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만약 한민주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녀조차도 당시 강성 그룹이 모함을 당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오히려 장문호는 그녀 아버지의 결백을 굳게 믿고 있었다.강시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눈 밑에 의문이 스쳤다.“실례지만 제 아버지와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아버지께서 선배님을 언급하는 건 못 들은 것 같아서요.”장문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고 낮은 목소리는 추억에 잠긴 듯했다.“저는 아빠 없이 엄마가 혼자 저를 키웠어요. 어릴 때 집안이 매우 가난했고 병약한 엄마는 나가 일을 할 수 없었어요. 그때 강 선생님께서 제가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셨죠.”여기까지 말하자 장문호의 눈빛에는 그리움이 가득했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선생님께서 지원하는 학생이 많았으니 시연 씨가 나에 대해 듣지 못한 것도 당연하죠.”강시연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고 테이블 위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쌉쌀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그녀는 잠시 생각한 후, 눈앞의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선배님, 아빠가 누명을 썼다고 생각하신다면 누가 그런 일을 했을 것 같으세요?”장문호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입을 벌렸지만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 난감한 듯했다.강시연이 말을 이었다.“그냥 생각나는 대로 편하게 말씀해주세요.”“7년 전 강성 그룹의 일이 터졌을 때 난 외지로 출장을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장문호의 눈 밑에 어두운 빛이 스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마 그건 강성 그룹을 겨냥한 아주 오래된 계획일 거예요. 선생님은 가짜 약을 파는 걸 경멸하지만 아랫사람을 통제할 수는 없죠. 시연 씨가 내부 조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말을 마치자마자 장문호는 일어나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전 일이 있어 먼저 가볼게요. 오늘 시연 씨와 얘기를 나눠서 즐거웠고 앞으로 기회가 되면 다시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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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강원천은 다정한 성격이라 책장에는 다른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들이 담긴 액자가 많이 놓여 있었다.그 중의 한 사진이 강시연의 시선을 끌었다.사진 속 어린이들은 초라하고 평범한 기와집 앞에 서 있었고, 강원천의 옆에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소년의 이목구비를 보면 소년 시절의 장문호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이 사진을 바라보면 강시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소년 시절의 장문호는 진수혁과 더 많이 닮은 것 같았지만 풍기는 기품이 완전히 달랐다.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서아름의 말에 괜히 휘둘렸다는 생각에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이렇게 보면 어제 장문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확실히 경제적으로 그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강시연은 서재를 다시 둘러보았지만 별다른 단서는 없었다.서재에서 나가려고 할 때, 갑자기 길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나와서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떨어뜨렸다.강시연이 서류를 주우려고 할 때 시선이 한 서류에 꽂혔다.‘의약기술 조정 계획?’강시연은 깜짝 놀라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즉시 서류를 들고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서류의 내용을 읽을수록 그녀의 눈이 점점 커져갔다. ‘이 조정 계획은 단가를 줄이고 부실한 자재를 증가해서 수입을 올리려는 거잖아. 그렇다면 아버지가 억울한 것이 아니라 강성 그룹이 확실히 가짜 약을 팔았다는 거네?’강시연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고 주저 없이 마지막 페이지로 넘겼다.[심사 결과: 거부] 아버지의 친필 사인을 본 순간, 강시연의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거부하셔서 다행이야.’곧이어 강시연은 신청자 칸을 바라보니 아는 사람이었다.“병철 아저씨?”강시연은 놀라서 소리쳤다.도병철은 아버지의 친구였고 처음부터 아버지를 따라 창업하고 같이 강성 그룹을 세웠다.어렸을 때, 도병철이 자주 집에 놀러 와서 아버지와 차를 마셨는데, 점차 연락이 뜸해졌던 일이 떠올랐다.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강시연의 눈빛에 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고 그 서류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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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여기까지 생각한 강시연은 지체할 수 없어서 즉시 가장 이른 용성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몇 시간 후에 강시연이 상담소에 도착했을 때, 하늘이 이미 어두워졌다.“엉엉, 내 딸이 아직 응급실에 누워있는데 진정하라고? 어떻게 진정할 수 있어?!”응접실에서 한 중년 여성이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대성통곡하고 있었다.강시연이 문을 열자 울음소리가 뚝 그쳤다.공아린의 어머니 조희숙은 고개를 들고 강시연이 들어온 것을 보자, 바로 달려왔다. 지금 조희숙의 정서는 매우 격앙되어 있었다.“강 선생님을 믿고 아린이를 맡겼어요. 아린이가 점차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이제 며칠도 안 가서 병세가 점점 심해졌잖아요. 돌팔이 의사야, 너 때문에 우리 아린이가 죽을 뻔했어!”이다혜는 이를 보고 즉시 달려와서 조희숙을 끌어당겼다.강시연은 조희숙의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한편으로, 조희숙의 낭패한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러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조 여사님, 저도 아이를 가진 어머니입니다. 지금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강시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어갔다.“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아린이가 아닌가요?”조희숙의 정서가 점점 진정되었으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무슨 말을 하고 싶어요?” “최근 아린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어요? 감정 기복이 심하게 한 일이 있어요?”강시연은 다급히 물었다. 조희숙은 잠시 망설이다가 찔린 구석이 있는지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가로젓고 부정했다.“예전과 비슷했어요. 학교에 가기 싫은데. 무슨 일이 있겠어요.”강시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중한 말투로 말했다.“조 여사님, 솔직하게 말씀하기 싫으면 아린이의 병세가 더 악화할 수도 있어요.”이번에 자살미수로 그쳤지만 매번 이렇게 운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조희숙은 머뭇거리다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아린이가 계속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해서 과외 선생님을 구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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