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린은 말이 끝내자마자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주민혁의 일 처리 속도는 언제나처럼 빠르고 치밀했다.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운교가의 고급 식사가 천공 연구원 기술부로 배달되었다.부서 사람들 전원 몫이었다.운교가.은산시에서 이름만 들어도 아는 최고급 사설 주방.돈이 있어도 쉽게 예약할 수 없는 곳이라 순간 부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와, 이거 운교가 음식 맞죠? 대박!”“박하린 씨, 이거 남자 친구가 챙겨준 거죠? 진짜 잘해주네요.”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박하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친구예요.”“친구라고요? 에이, 저희 다 알죠. 애매한 단계 어디쯤 있는 친구예요?”“그런데 친구가 혹시 주 대표님인가요? 저번에 같이 있는 거 본 적 있는 것 같은데요?”박하린은 민망한 듯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네, 맞아요. 민혁 오빠가 프로젝트 잘되라고 다 같이 먹으라고 한 거예요.”“어머.”“역시 주 대표님은 클래스가 다르네요.”농담 섞인 추임새와 웃음소리가 쏟아졌고 순식간에 박하린은 팀 분위기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주민혁은 어디서든 사람을 매끄럽게 챙기고 필요한 자리를 만들어주는 데 능했다.비록 지금 이 자리에 없더라도 그의 배려는 여전히 박하린을 감싸고 있었다.운교가의 한 끼 식사로 박하린은 첫날부터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쌓았다.송미연은 최수빈 옆에서 그녀를 비웃듯 중얼거렸다.“하, 진짜 인정해야겠어. 네 전남편, 저 여자한텐 아주 살뜰하네.”최수빈은 고개를 숙인 채 도면에 선을 그으며 담담히 말했다.“사랑이 있는 곳에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하지.”우습게도 주민혁과 함께한 6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이렇게 세심하게 챙겨준 적이 없었다.자신이 회사에서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어떤 하루를 버텼는지를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그런데도 뻔히 자신이 천공 연구원에 있다는 걸 알면서 이렇게 대놓고 대비를 만들어내는 건 의도적인 모욕이었다.최수빈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평온함이 오히려 서늘하게 느껴졌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