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От :  금붕어Updated just now
Язык: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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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 6년 동안 그들 사이에 사랑은 없었다. 주민혁을 사랑했던 최수빈은 한때 그를 위해 기꺼이 헌신했다. 최수빈의 친딸은 주민혁을 아빠라고 부를 수 없었으나 주민혁의 첫사랑인 박하린의 아들은 주민혁의 다리 위에 앉아 그에게 안긴 채로 그를 아빠라고 불렀다. 주씨 가문 사람들은 양아들 주시후를 귀한 후계자로 여기며 그를 끔찍이 아끼면서 정작 주민혁의 친딸인 주예린은 냉대했다. 그러다 최수빈과 주예린은 죽게 되었고 주민혁은 딸과 아내의 화장 동의서에 직접 사인한 뒤 아들을 데리고 박하린의 귀국 축하 파티에 참석했다. 최수빈은 그제야 본인이 아무리 헌신해도 주민혁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매정한 주민혁에게는 마음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새로운 삶을 얻게 된 최수빈은 굴욕과 수모만이 존재하는 결혼 생활을 끝내려고 했다. 지난 생에 최수빈은 한심하게도 학업을 포기하고 가정주부가 되어 가정을 위해 헌신했다. 이번 생에 그녀는 주민혁에게 주저 없이 이혼 합의서를 건넨 뒤 딸을 데리고 진흙탕 같은 삶을 벗어나 커리어를 쌓으며 새로운 삶을 꾸려가려고 했다. 최수빈이 떠난 지 일주일째, 주민혁은 최수빈이 심술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최수빈이 떠난 지 한 달째, 주민혁은 그녀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최수빈이 떠나고 한참이 지난 뒤, 주민혁은 업계 최정상 엘리트 모임에서 그녀를 보았다. 최수빈은 커리어에만 집중했고 주예린은 새로운 아빠를 찾는 데 열중했다. 최수빈과 주예린이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에 주민혁은 결국 이성을 잃고 말았다. 늘 냉정하고 오만하던 그가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모녀를 붙잡고 애원했다. “수빈아, 내가 이렇게 무릎 꿇을게. 그러니까 다시 날 사랑해 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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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최수빈 씨, 죄송합니다. 최수빈 씨 따님은 2월 15일 새벽 1시 13분에 사망하셨습니다.”

최수빈은 토끼 인형을 손에 쥔 채 무감한 표정으로 수술실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딸을 보내줘야 했다.

최수빈은 수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딸의 작은 손을 그러쥐었다.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손이었다.

딸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던 최수빈은 응급실로 실려 가기 전 딸이 힘없는 목소리로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엄마, 아저씨 아직도 안 왔어요?”

주예린이 말한 아저씨는 주예린의 생부 주민혁이었다. 주민혁은 주예린에게 아빠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으면서 정작 그의 첫사랑인 박하린의 아들에게는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게 했다.

주예린의 생일 소원은 아빠와 함께 생일을 보내는 것, 그리고 주민혁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면역력이 약한 주예린은 지난해 겨울 찬바람 속에서 주민혁이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기를 기다리다가 독감에 걸려 폐렴까지 앓게 되었다. 그러다 올해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해 있었다.

오늘도 혹독히 추운 날이었다. 주예린은 또다시 최수빈 몰래 밖으로 나가 주민혁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최수빈은 주예린이 정신을 잃은 걸 뒤늦게 발견하고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을 때 최수빈은 주민혁에게 연락해 딸의 생일날만이라도 함께 있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주민혁은 또 한 번 약속을 저버렸다.

최수빈은 딸의 작고 야윈 몸을 끌어안은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딸... 이젠 아프지 않겠네.”

이제 더는 병마에 시달릴 필요도 없고, 아빠에게 미움받거나 영원히 받지 못할 아빠의 사랑을 갈망할 필요도 없었다.

“엄마, 아저씨는 왜 아빠라고 부르게 못 하는 거예요? 저랑 다르게 오빠는 아빠라고 부를 수 있잖아요...”

“엄마, 하린 이모가 오빠를 좋아해서 아빠도 오빠를 좋아하는 거예요?”

딸의 천진난만한 질문이 아직도 최수빈의 귓가를 맴돌았다.

너무 어렸던 주예린은 아빠가 왜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지, 왜 아빠를 아빠라고 부를 수 없는지 몰랐다. 단순했던 주예린은 본인이 오빠만큼 잘나지 않아서 아빠가 자신을 싫어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6년 전, 최수빈은 주민혁과 얼떨결에 관계를 가졌다가 임신하게 되어 그와 결혼하게 되었다.

주예린을 낳을 때 최수빈은 난산으로 인해 과다 출혈까지 했지만 주민혁은 그녀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날 주민혁은 그녀와 똑같은 날 출산하는 박하린의 곁을 지켰다. 그 점만 보아도 주민혁이 누구를 더 소중히 여기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박하린은 아들을 낳은 뒤 주민혁에게 아이를 맡기고 해외로 출국하여 자취를 감추었다.

주민혁을 오랫동안 짝사랑한 최수빈은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박하린의 아이를 데려와 친아들처럼 살뜰히 키웠다.

주민혁은 딸은 아빠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했으면서 박하린의 아들은 끔찍이 여겼다. 차별 대우였다.

난산이었을 때 깨달아야 했다. 주민혁은 평생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말이다.

심지어 주예린이 오전에 먼저 태어났는데도 주민혁은 아들을 첫째로 정해서 주씨 가문의 장손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다들 주예린을 사생아라고 생각했다.

의사는 최수빈의 뒤에 서서 애처롭게 떨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아이 아빠는 아직 안 왔나요?”

주예린이 입원하고 나서 지금까지 의사는 단 한 번도 주예린의 아빠를 본 적이 없었다.

최수빈은 차가운 눈빛을 해 보이며 자조하듯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 아빠는 본인의 사생아와 함께 아이 엄마를 보러 갔어요. 그 아이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 주겠다면서요.”

매년 그랬다.

그런데 최수빈은 멍청하게도 4년 동안 남의 아이를 정성을 다해 키웠다.

두 아이는 생일이 같은데 오직 주예린만이 냉대를 받았다.

의사는 당황했다. 그는 눈앞의 가련한 여자를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할지 몰랐다.

...

주예린이 세상을 떠난 날, 최수빈은 주예린을 위해 모든 걸 정리했다.

은산시에서 화장을 하기 위해서는 부모 양쪽의 사인이 필요했고, 최수빈은 해운 별장으로 돌아가 주예린의 유품들을 정리했다.

이때 아래층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언제 엄마를 버리고 하린 이모랑 결혼할 거예요? 저는 하린 이모가 제 엄마가 됐으면 좋겠어요!”

주민혁은 겉옷을 팔뚝에 걸치더니 허리를 숙이며 아이의 뺨을 꼬집었다.

“시후야, 너는 하린 이모를 엄마라고 불러도 돼.”

위층에 있던 최수빈은 그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그녀는 가슴이 저려 눈을 감으면서 심호흡했다.

“가서 엄마한테 씻겨달라고 해. 그리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에 하린 이모 마중 나가자.”

주시후는 기뻐서 방방 뛰었다.

“좋아요!”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주시후는 울상을 하며 말했다.

“하지만... 만약 엄마가 이 사실을 알고 가지 못하게 하면 어떡해요? 엄마 진짜 싫어요. 바깥 음식들을 못 먹게 하잖아요!”

주민혁은 주시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

“걱정하지 마. 아빠가 뭐라고 하면 엄마는 아무 말도 못 해.”

시선을 드는 순간, 주민혁은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최수빈과 눈이 마주쳤다.

주시후는 달려가서 최수빈의 손을 잡아당겼다.

“엄마, 저 씻겨주세요. 저 이따가 나갈 거예요.”

최수빈은 손을 빼낸 뒤 주민혁을 바라보았다.

“주민혁 씨, 뭐 잊은 것 없어요?”

주민혁은 덤덤한 눈길로 최수빈을 힐끗 보았다.

“뭐?”

그동안 주민혁은 늘 최수빈과 주예린에게 쌀쌀맞게 굴었다.

최수빈은 자조하듯 피식 웃었다.

주민혁이 주예린과 주시후의 생일이 같다는 걸 기억할 리가 없었다.

매년 주시후의 생일 때마다 그는 주시후를 데리고 박하린을 만나러 가서 주시후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반대로 주예린은 매년 생일 때마다 찬바람 속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주민혁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나 할 말 있어요.”

주민혁은 코웃음을 쳤다.

“오늘 시간 없어.”

“얼마 걸리지 않을 거예요.”

최수빈이 말했다.

“여기 두 서류에 사인만 해주면 돼요.”

최수빈은 서류를 들고 사인해야 할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민혁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 있는 매 순간이 짜증 난다는 듯이 말이다.

주민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대충 사인한 뒤 그녀에게 서류를 건넸다.

“오늘 나랑 시후는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야. 내일 아침에 예린이에게 시후 대신 선생님께 얘기 전하라고 해. 시후는 오전 수업을 듣지 못한다고 말이야.”

최수빈은 이를 악물고 서류를 꽉 쥐었다. 힘을 너무 많이 주어서 관절 쪽이 창백해질 정도였다.

주민혁이 조금이라도 서류 내용에 신경을 썼다면 그 서류 중 하나는 이혼 합의서이고 다른 하나는 주예린의 화장 동의서라는 걸 발견했을 것이다.

주민혁은 서류에 사인할 때마저 무심했다.

“그리고 예린이에게 나한테 전화하지 말라고 해.”

최수빈은 차갑게 웃었다.

주예린은 그에게 전화하지 않을 것이다.

이젠 그럴 수가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주민혁은 평소와 다른 주예린의 모습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시간이 넉넉지 않은 것인지 박하린 쪽에서 그들에게 연락하여 언제 오냐고 물었다.

주시후는 샤워도 못하고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주민혁을 따라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저 오늘 밤에는 새엄마한테 씻겨달라고 할 거예요.”

주민혁은 애정 가득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래.”

최수빈은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그녀는 집에 있던 자신과 주예린의 소지품들을 전부 정리해서 불태웠다.

그리고 주예린의 시신을 화장하러 화장터로 향했다.

유골을 받았을 때 최수빈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예린아, 조금만 기다려. 엄마도 곧 갈게...”

...

다른 한편, 주민혁은 주시후를 데리고 박하린의 귀국 축하 파티에 참석했다.

세 사람은 마치 진짜 가족처럼 화기애애했다. 다들 그들의 사이가 좋아 보인다면서 최수빈이 염치없이 주민혁의 아내 자리를 꿰차고 있으면서 방해꾼 노릇을 한다고 나무랐다.

이때 누군가 사람들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주민혁의 앞에 섰다.

“대표님, 사모님과 따님이 오늘 화장될 겁니다. 화장터로 가서 유골을 챙기셔야 합니다.”

주민혁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질투 때문에 이런 유치한 짓을 벌여?”

“하지만 화장 동의서에 사인한 것은 대표님이십니다. 그리고 이혼 합의서에도 사인을 하셨으니...”

주민혁은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뭐라고?”

주민혁은 미친 듯이 달려 화장터에 도착했고 아내와 딸이 화장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짧은 순간이었으나 주민혁은 심장 한 군데가 찢기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화장터 직원은 털썩 소리를 내며 주저앉은 주민혁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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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최수빈 씨, 죄송합니다. 최수빈 씨 따님은 2월 15일 새벽 1시 13분에 사망하셨습니다.”최수빈은 토끼 인형을 손에 쥔 채 무감한 표정으로 수술실을 바라보았다.이제 그만 딸을 보내줘야 했다.최수빈은 수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딸의 작은 손을 그러쥐었다.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손이었다.딸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던 최수빈은 응급실로 실려 가기 전 딸이 힘없는 목소리로 했던 말을 떠올렸다.“엄마, 아저씨 아직도 안 왔어요?”주예린이 말한 아저씨는 주예린의 생부 주민혁이었다. 주민혁은 주예린에게 아빠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으면서 정작 그의 첫사랑인 박하린의 아들에게는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게 했다.주예린의 생일 소원은 아빠와 함께 생일을 보내는 것, 그리고 주민혁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었다.면역력이 약한 주예린은 지난해 겨울 찬바람 속에서 주민혁이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기를 기다리다가 독감에 걸려 폐렴까지 앓게 되었다. 그러다 올해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해 있었다.오늘도 혹독히 추운 날이었다. 주예린은 또다시 최수빈 몰래 밖으로 나가 주민혁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최수빈은 주예린이 정신을 잃은 걸 뒤늦게 발견하고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의사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을 때 최수빈은 주민혁에게 연락해 딸의 생일날만이라도 함께 있어달라고 애원했다.그러나 주민혁은 또 한 번 약속을 저버렸다.최수빈은 딸의 작고 야윈 몸을 끌어안은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딸... 이젠 아프지 않겠네.”이제 더는 병마에 시달릴 필요도 없고, 아빠에게 미움받거나 영원히 받지 못할 아빠의 사랑을 갈망할 필요도 없었다.“엄마, 아저씨는 왜 아빠라고 부르게 못 하는 거예요? 저랑 다르게 오빠는 아빠라고 부를 수 있잖아요...”“엄마, 하린 이모가 오빠를 좋아해서 아빠도 오빠를 좋아하는 거예요?”딸의 천진난만한 질문이 아직도 최수빈의 귓가를 맴돌았다.너무 어렸던 주예린은 아빠가 왜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지, 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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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박하린은 웃었다.“이모가 시후 엄마가 되려면 시후 아빠의 아내가 되어야 해. 시후는 시후 아빠가 이모랑 결혼했으면 좋겠어?”주시후가 말했다.“잠시 뒤에 아빠한테 엄마랑 이혼하고 이모랑 결혼하라고 할게요!”최수빈은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주시후는 박하린이 그의 친모라는 걸 몰랐다. 박하린은 당시 출산한 뒤 아이를 주민혁에게 맡기고 떠나버렸다.그러고 보면 박하린은 상당히 교활한 여자였다. 자신의 학업과 커리어를 지키면서 자신이 원하는 남자까지 얻었으니 말이다.“난 네가 정말로 병원에 오지 않을 줄 알았어.”등 뒤에서 남자의 무심하면서도 약간의 조롱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린 최수빈은 검은색 정장을 입은 주민혁을 보았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우아하고 고고해 보였다.예전이었다면 최수빈은 주민혁의 환심을 사려고 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의 최수빈은 주민혁을 발견하고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주민혁이 오랫동안 주예린을 외면하지 않았더라면 지난 생에 주예린이 찬바람 속에서 오도카니 그만을 기다리는 일이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폐렴을 앓다가 세상을 뜨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오늘 어린이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민혁은 또 한 번 고열을 앓고 있는 딸을 내버려두고 주시후만 데리고 떠났다. 그가 주예린이 고열을 앓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만약 그가 정말로 딸에게 관심이 있었다면 딸이 고열을 앓는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주민혁은 온몸이 젖은 최수빈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주씨 집안을 떠나더니 꼴이 아주 말이 아니네. 시후 안에 있으니까 들어가 봐도 좋아.”최수빈은 심호흡을 한 뒤 주민혁을 향해 차갑게 웃었다.“시후가 내 아들도 아닌데 내가 왜 안으로 들어가서 시후를 봐야 하죠?”말을 마친 뒤 최수빈은 주민혁의 안색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자리를 떴다.이번 생에 최수빈은 주민혁이 딸에게 관심을 주는 걸 더 이상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갑자기 달라져서 그들 모녀를 챙기는 날도 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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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주민혁의 무심한 목소리가 유독 귀에 거슬렸다.고개를 돌린 최수빈은 그의 새까만 눈동자를 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감각한 눈빛이었다.주민혁은 늘 그랬듯이 모든 것을 그녀와 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무턱대고 박하린과 주시후의 편을 들었다.주민혁은 최수빈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박하린을 바라보며 조금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안으로 들어가서 아침 먹자.”그는 심지어 주예린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두 사람과 함께 병실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최수빈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주먹을 힘껏 움켜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말이다.주민혁의 냉담한 태도에 최수빈의 눈빛이 한없이 어두워졌다.이렇게 사람을 무시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 이런 모욕을 견뎌왔다니.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스운 일이었다.최수빈이 주민혁의 사랑을 받겠다고 고집을 부리지만 않았다면, 일찌감치 딸을 데리고 떠났다면 지난 생에 주예린이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엄마, 저 많이 좋아졌으니까 저희 오늘 퇴원해요.”시선을 내려뜨린 최수빈은 철이 든 딸의 모습에 가슴이 찢기는 것만 같았다.“앞으로 누가 괴롭히면 절대 참지 마. 알겠지?”주예린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네.”...최수빈은 주예린을 위해 퇴원 절차를 밟은 뒤 엄마를 만나러 갔다.최수빈의 엄마는 교외에 있는 별장에 살고 있었다. 도심과는 꽤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공기가 맑고 풍경이 아름다워서 좋았다.최수빈의 엄마는 최수빈의 아빠와 이혼하고 싶어 했으나 최수빈의 아빠가 줄곧 동의하지 않아 혼자 이곳으로 와서 살고 있었다.최수빈은 딸을 데리고 엄마를 찾아와 대화를 나누는 걸 좋아했다.주예린은 외할머니를 보자 신나서 곧장 그녀에게 달려가 안겨서 애교를 부렸다.이혜정은 웃으며 주예린을 안아 들었다.“어머, 우리 예린이 키가 또 컸네. 오늘은 뭐 먹고 싶어? 외할머니가 다 해줄게.”“갈비찜 먹고 싶어요!”“그래. 외할머니가 갈비찜 해줄게.”이혜정은 주예린과 잠깐 시간을 보내다가 주예린에게 위층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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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박하린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최수빈은 곧장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났다.결국 말할 기회를 놓친 박하린은 주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민혁 오빠, 언니 성격 진짜 불같으시다. 그러니까 시후가 언니를 무서워하지. 언니 화난 것 같은데 안 달래줘도 되겠어?”주민혁은 덤덤히 시선을 거둔 뒤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시간이 흐르면 알아서 풀릴 테니까 신경 안 써도 돼.”박하린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언니가 도망가는 게 두렵지도 않아?”저녁이 되어 주민혁은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은 조명이 켜져 있지 않아 깜깜했다.주시후가 집에 없어 할 일이 없었던 장수미는 일찍 잠을 자러 갔다.조명을 켜니 원래도 큰 방이 텅 비어서 유독 넓고 쓸쓸해 보였다.안방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가 보니 그곳도 텅 비어 있었다.주민혁은 사실 이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그는 최수빈이 돌아오든지 말든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욕실로 가서 샤워하고 나온 뒤 최수빈의 화장대 앞을 지나칠 때도 그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만약 시선을 줬더라면 그 위에 서류가 놓여 있다는 걸 발견했을 것이다....주말. 항공전은 매우 붐볐다. 티켓을 예매하지 못한 사람들까지도 밖에 몰려들어서 구경하고 있었고 수많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취재에 열중하고 있었다.최수빈은 일찌감치 주예린을 데리고 전시회 입구에서 육민성을 기다리고 있었다.주예린은 온순하게 최수빈의 곁에 서서 떠들썩한 주위를 둘러보았다. 곳곳에 항공기 포스터와 소개 자료들이 가득했다.예전에 최수빈은 딸을 데리고 이런 곳에 와본 적이 없었고 놀이공원도 거의 간 적이 없었다.딸의 기분을 눈치챈 최수빈은 허리를 숙이고 주예린의 볼을 꼬집었다.“이런 곳은 어때? 재미없으면 외할머니에게 연락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게.”“좋아요. 마음에 들어요.”주예린이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는 엄마가 이런 곳에 저를 데려온 적이 없었잖아요.”딸의 말에 최수빈은 마음이 아팠다.지난 생에 그녀는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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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진승우는 최수빈을 빤히 바라보면서 경멸의 눈빛을 해 보였다.“진짜 여기는 뭐 하러 왔대요? 설마 형 눈에 띄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주민혁은 무심한 눈길로 최수빈을 힐끗 본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최수빈은 비록 아주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누구보다도 눈부시게 빛나는 박하린과 비교하면 초라할 수밖에 없었다.“형이 왜 집에 돌아가기 싫어하는지 알겠어요. 나였어도 하린 씨가 더 낫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학벌 좋고 능력도 있고 항상 열심히 하잖아요. 최수빈 씨는 하린 씨보다 나은 점이 하나도 없어요.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형 돈만 펑펑 쓰잖아요.”진승우와 주민혁은 같은 계층의 사람이었고 주민혁이 최수빈과 결혼했을 때부터 그는 최수빈을 진심으로 경멸했다.주민혁을 함정에 빠뜨려 그와 잠자리를 가진 사람이 괜찮은 사람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뻔뻔하게 이곳까지 쫓아온 걸 보니 기가 막혔다.“왜 저기 서서 인터뷰까지 보는 거죠? 알아들을 수는 있대요?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최수빈 씨도 항공우주 산업계 사람인 줄 알겠네요.”주민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승우를 바라보았다.“시끄러워.”진승우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주시후는 박하린이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걸 보자 자기도 우쭐해졌다.박하린이 그의 엄마라면 얼마나 좋을까?아니어도 괜찮았다. 박하린이 그를 가장 좋아하면 되니 말이다.최수빈은 박하린이 사람들을 향해 비행기를 소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고 항공우주 산업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최수빈은 심호흡하며 시선을 거두어들였다.주민혁이 박하린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아무것도 모르는 가정주부와 능력이 출중한 커리어 우먼 중 한 명을 고르라면 당연히 후자를 고를 것이다.이렇게 간단한 것을 지난 생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주예린은 동그란 눈으로 박하린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이 비행기를 설계한 사람이 하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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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주민혁의 섬뜩한 기운을 느낀 주예린은 저도 모르게 겁을 먹고 움츠러들어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고마워요. 아저씨...”주예린은 속상한 마음에 눈시울이 빨개졌지만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주예린은 아빠가 자신을 받아주려는 건 줄 알았다.최수빈은 조금 전 상황에 깜짝 놀랐다. 주예린은 그녀의 반대 방향으로 넘어졌고 주예린을 받아주고 싶었으나 거리가 멀어서 그러지 못했다.그래도 다행히 주예린은 다치지 않았다.최수빈은 주예린을 주민혁의 품에서 건네받은 뒤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우리 예린이 많이 놀랐지? 다치지는 않았어?”주예린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지금 말을 하면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옆에 있던 주시후는 그 모습을 보자 불쾌해졌다.최수빈은 오랫동안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를 안아주지도 않았다.주시후는 어쩐지 엄마가 조금 보고 싶었다.게다가 조금 전 최수빈이 그에게 너는 엄마가 없다고 했을 때 주시후는 살짝 슬펐다.그러나 엄마가 없으면 하린 이모가 옆에 있어 줄 테니 그걸 생각하면 손해는 아닌 것 같았다.어차피 엄마가 그를 진짜로 버리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조금 전에 한 말도 다 홧김에 한 말일 것이다.최수빈은 주민혁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주예린을 안고 떠나려고 했고, 주민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최수빈의 태도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으니 아무리 주민혁이라고 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최수빈은 대체 언제까지 심술을 부릴 생각인 걸까?“아이도 감사하다고 할 줄 아는데 최수빈 너는 왜 아무 말도 안 해?”최수빈은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리며 차갑게 웃어 보였다.“주민혁 씨가 예린이한테 빚진 거 이딴 걸로는 절대 못 갚아요.”말을 마친 뒤 최수빈은 주민혁의 표정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주예린을 안고 떠났다.주민혁은 최수빈이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기에 미간을 찌푸리면서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었다.그의 착각이 아니라면 조금 전 최수빈의 눈동자에서 보였던 것은 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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