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아가 원하지 않더라도, 궁에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백진아는 차라리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움직이기로 다짐했다.그녀는 소매와 치마 끝에 푸른 참대 자수를 놓은 새하얀 치마를 입었고, 청초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이 몸의 주인의 옷 취향이 꽤 좋은 편인 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는 하얀 비단으로 얼굴을 가려, 흉하고 추한 상처를 숨기고,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큰 눈만 드러냈다. 그리고 청초와 함께 여러 개의 아치문을 지나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전각 대문에 도착했다.마차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지만, 연천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백진아는 착잡한 마음으로 마차에 올라탔다. 공간 안의 남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그리고 궁에서 상황이 어찌 될지 걱정되었다.그녀는 다급히 공간에 들어가, 연천능에게 받은 약초로 방어용과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액체 가루를 만들었다.백진아는 원래 주인처럼 억지로 버티고, 화만 내며, 수작을 부리지 않는 사람과 다르다. 이 몸의 주인은 겉으로는 까칠하고 사나워 보였지만, 사실은 착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억울함을 많이 당하고도, 사람을 해치려는 마음이 없었다.하지만 백진아는 상대가 조금만 건드려도, 배로 갚아주는 사람이었다.그들은 금세 궁 앞에 도착했는데, 모든 마차와 가마는 이곳에서 멈추고, 궁 안에는 걸어서 들어가야 했다.백진아는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웅장한 궁문을 보았다. 빨간 벽과 초록 지붕은 꽤 장관이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큰 압박감을 느꼈다. 거대한 빨간 대문은 마치 괴물의 입처럼 보였다.궁으로 들어가자, 백진아는 원래 주인의 기억을 따라 궁 안에서 걷기 시작했다. 곧 어떤 처지가 될지 알고 있기에, 그녀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그때, 뒤에서 발소리와 함께, 장신구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백진아는 누군가 오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그때 갑자기,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백진아는 깜짝 놀라며 돌아섰는데, 검은 고양이 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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