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본왕이 안쪽에서 자면 부딪힐 일은 없을 것이다.”신수빈은 더 말하고 싶었으나 괜히 이도현이 의심할까 두려워, 그저 조용히 침상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극도로 찾아오는 졸음을 꾹 참으며 몸을 뒤집지 않으려 애썼다.아까 이도현에게 약을 발라주며 몰래 숨겨둔 약병 두 개는, 윤수혁과 그 남자의 상처는 어떤지 알 수 없으니 이도현이 깊이 잠든 뒤 가져다줘야 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도현도 피로가 누적된 듯, 뒤쪽에서 고른 숨결이 들려왔다.신수빈은 잠시 더 누워 있다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깨울까 두려워 숨소리조차 죽이고 움직였다. 그런데 막 몸을 일으킨 순간, 그의 낮고 흐릿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찌… 아직도 자지 않는 것이냐?”신수빈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여전히 졸음에 젖은 듯 부드럽고 평온한 척을 했다.“아이를 가진 뒤로 밤에 자주 깨곤 합니다. 왕야께서 쉬시는 데 방해가 된다면 제가 바깥방에서 자도 괜찮습니다.”이도현은 눈을 뜨지도 않은 채 미간만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얼른 다녀오거라.”신수빈은 조용히 답하고 옷을 걸쳐 내실로 향했다.내실에 도착하자 윤수혁 곁에 누워 있던 그 남자가 잠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신수빈은 조용히 입술에 손을 대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소매에 숨겨 둔 약 두 병을 꺼내 윤수혁에게 건넸다.그의 시선은 신수빈에게 머물렀는데, 그 눈동자 안에서 출렁이는 감정들은 그녀가 가늠할 수 없는 깊이로 드리워져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자신과 이도현의 관계라면 윤수혁도 이미 또렷하게 들었겠지. 부끄럽고, 더럽고, 감출 수밖에 없는 관계. 누가 그녀를 칭송해 줄 수 있겠는가?윤수혁이 약을 받는 순간, 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놀란 눈으로 돌아보니 윤수혁의 눈동자 한 자락에 묵직한 그늘이 스쳤다.그는 아주 미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고개를 저었다. 가지 말라는 뜻이었다.그 순간, 그가 생각한 것이 무엇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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