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람은 전화를 끊고 시계를 봤다. 오전 11시.점심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중요한 업무는 대부분 마무리한 상태였다.‘살짝 바람 좀 쐬고 와도 괜찮겠지.’그녀는 휴가 신청은 하지 않고, 단지 임지영에게만 살짝 귀띔한 뒤, 조용히 회사를 나섰다.목적지는 H시 중심에 있는 ‘글로벌 파이낸셜 센터’ 빌딩.하지만 이람이 건물을 빠져나간 바로 그때, 우세진이 비서실로 들어왔다.“재무팀 김 부장한테 전달해 주세요. 이 보고서 출력해서 대표실로 곧바로 올리라고 전해주시고요.”말은 지영에게 했지만, 명백히 이람에게 내릴 업무였다.지영이 순간 긴장하며 나섰다.“우 비서님, 이람 씨가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 갔어요. 제가 대신할게요.”세진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그건 이람 씨 업무죠. 돌아오면 전해주세요.”지영이 한숨을 삼키며 말했다.“이람 씨 금방 갔어요. 서 대표님 업무인데 지체되면 곤란하잖아요. 제가 할게요.”세진은 지영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 눈빛에 뭐가 숨어 있는지 금세 간파했다.“이람 씨, 어디 갔는지 말해줄래요?”지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이람 씨, 제가 배신당한 게 아니라...’‘오늘 이람 씨가 운이 나빴어. 그리고 우 비서님이 너무 예리하다고.’“솔직히 말하면, 지금 회사에 없어요. 평소엔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지각도 안 하잖아요. 오늘은 진짜 특별한 날인가 봐요.”세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우리 회사는 규정에 엄격한 편이라서요.”지영은 그 말에 대꾸하듯, 손에 든 테이크아웃 커피를 내밀며 눈을 반짝였다.“아이스 아메리카노 좋아하신다던데요, 우 비서님.”비서실에서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눈치가 생명이다.지영의 표정은 누가 봐도 ‘이 정도는 윙크’였다.세진의 미소는 여전히 단정했지만, 말은 달랐다.“사내 규정 중 하나, 금품 수수 금지 알고 계시죠?”지영이 재빨리 응수했다.“2,0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금품이면, 전 직원 다 징계감이겠네요.”“이람 씨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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