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는 난감하다는 듯 푸념을 쏟아냈다.“네가 해놓은 짓 좀 봐봐.”그러자 박시온은 어깨를 으쓱이며 아무렇지 않게 받아쳤다.“괜찮아. 그날 하슬이는 내가 봐줄게. 넌 그냥 안심하고 임현욱 씨 만나러 가. 그 찌질이 고이한한테 너 얼마나 인기 많은지 확실히 보여줘야지.”말도 안 되는 소리에 어이가 없었지만 박시온이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해 준다는 걸 잘 아는 소예지는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토요일, 소예지는 딸과 함께 하루 종일 놀이공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신이 나서 하루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밤이 되자 동화책을 읽어달라는 말도 없이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주말 점심, 소예지는 박시온을 집으로 초대했다. 박시온은 몇 개의 작은 장난감을 챙겨왔고 친구가 마음 놓고 데이트에 나설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하슬을 돌봐주었다.오후 네 시 무렵, 임현욱에게서 레스토랑 주소와 함께 짧은 메시지가 도착했다.[제가 데리러 갈까요?]소예지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아니요. 괜찮습니다.]오후 다섯 시 반, 간단히 단장을 마친 소예지는 집을 나섰다. 그녀가 향한 곳은 도심 한가운데, 은밀하게 자리한 정원 레스토랑이었다.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하자, 직원의 안내를 따라 대나무 복도를 지나 걸음을 옮겼다. 귓가엔 점점 가까워지는 고전 악기의 고요한 선율이 은은하게 들려왔다.고풍스러운 수상 정자 안, 임현욱은 통화 중이었다. 단정하게 뻗은 자세와 군인 특유의 반듯한 인상이 마치 단단한 소나무처럼 느껴졌다.그는 소예지를 발견하자마자 전화를 끊고 다가왔다.“오셨군요.”그가 고운 눈빛으로 인사하며 말했다.그날 밤의 짧은 만남 이후, 그는 인터넷에서 그녀의 사진을 찾아봤고 내린 결론은 단 하나,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아름답다는 것이었다.그의 시선이 소예지를 천천히 훑었다. 오늘 그녀는 깔끔한 니트에 허리에 가느다란 진주 벨트를 매어 우아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이 레스토랑, 참 특별하네요.”소예지는 연못 너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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