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결혼 6년 동안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묵묵히 해온 소예지. 나중에서야 남편 고이한이 해외에서 첫사랑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리 차가운 심장이라도 정성을 다하면 언젠가는 따뜻하게 녹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고이한의 첫사랑이 국제적인 대상을 수상하고 축하파티를 열던 날, 소예지는 딸이 차가운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정신을 차렸다. 더 이상 의미 없는 사랑에 매달리지 않기로 한 소예지는 이혼 합의서를 건네고 딸과 함께 미련 없이 돌아선다. ... 과거의 전공을 되살린 후 한때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소예지는 의학계가 탐내는 인재로 거듭난다. 그녀의 논문은 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에 실렸고 연구 성과는 의학계의 각종 대상을 휩쓴다. 모두의 앞에서 눈부시게 빛나며 새로운 행복을 찾으려던 그때 줄곧 고고하고 오만하던 남자는 마침내 무너져 내린다. 미친 듯이 절규하며 소예지에게 무릎을 꿇은 고이한. “예지야, 제발 날 버리지 마...”
Lihat lebih banyak소예지는 이후 며칠 동안 새 실험 준비에 몰두했다.그 사이 딸을 데리고 고씨 저택에 들러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고 월말에는 M국으로 학술 교류를 떠날 예정이었다.그러던 중 진기태에게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그녀를 위해 어렵게 마련한 이번 기회를 꼭 놓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소예지 역시 이번 학술 교류를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딸의 유치원 졸업식에 참석한 뒤 짐을 챙겨 출국할 계획이었다.그날도 소예지는 스미스 박사의 내부 자료에 접속해 이번 교류회에서 참고할 수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러다 문득 예전부터 신경 쓰였던, 잠겨 있는 마지막 문서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잠시 망설이던 소예지는 입술을 살짝 깨문 뒤 다시 문서를 클릭했다.곧 비밀번호 입력창이 나타났다.그녀는 떠오르는 비밀번호를 하나씩 입력해 보기 시작했다.예전에 고이한과 함께했던 시간, 딸의 생일, 자신의 생일, 고이한의 생일, 결혼기념일까지 생각나는 중요한 날짜를 모두 넣어봤다.하지만 십여 번을 시도해도 문서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소예지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고이한은 대체 어떤 비밀번호를 설정해 둔 걸까.’스미스 박사조차 이 문서를 언급하는 것을 몹시 꺼릴 정도였으니 그 안에는 분명 중요한 자료가 들어 있을 터였다.결국 소예지는 필요한 자료만 모두 정리한 뒤 컴퓨터를 끄고 딸을 재우기 위해 일찍 방으로 들어갔다.다음 날 오전, 유치원에서는 아이들 간 교류 행사가 진행되었고 오후 두 시 반에는 문화회관에서 졸업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오후 두 시.고수경은 할머니와 어머니를 모시고 문화회관 주차장에 도착했다.오늘은 고하슬의 공연이 있는 날이라 가족 모두가 함께 보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이한한테 도착했는지 물어봐라. 이런 날은 절대 놓치면 안 되지.”최현숙이 손녀를 재촉했다.“오빠한테 물어봤어요. 오는 중이래요.”고수경은 할머니를 부축하며 문화회관 안으로 들어갔다.진가영이 뒤를 따랐고 그 뒤에는 이문혁이 부하들과 함께 들어왔다.
심유빈은 순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머리를 세게 맞은 듯 멍해졌다.‘총리라고?’‘소예지를 쫓아다녔던 그 젊은 군인이... 총리의 아들이었다고?’심유빈은 온몸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이 순간 흐려지고 머릿속에서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질투와 부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그녀는 줄곧 소예지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고이한과 결혼한 것도, 지금 고이한의 투자를 받아 최고의 과학자가 된 것도 단순히 좋은 기회를 잡은 결과라고 여겼다.하지만 심유빈은 몰랐다. 소예지의 뒤에 총리의 아들이라는 엄청난 배경을 가진 임현욱이 있었다.소예지가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만 했다면, 머지않아 총리 집안의 며느리가 되었을지도 몰랐다.심유빈은 속으로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지금 자신의 처지가 우스울 정도로 초라하게 느껴졌다.온갖 방법을 동원해 겨우 조병호 같은 사업가에게 기대고 있었고 그마저도 그의 눈에는 장난감에 불과했다.그런데 소예지는 총리의 아들에게 진심 어린 구애를 받고 있었다.그 순간 심유빈이 오랫동안 품어왔던 우월감과 억울함은 완전히 흔들렸다.하지만 곧 고이한이 떠올랐다.고이한이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졌다고 해도 결국은 사업가였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임현욱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만약 임현욱이 정말 소예지를 진심으로 마음에 두고 있다면 고이한이 아무리 소예지 곁을 지킨다 한들 결국 의미 없는 일이었다.이 생각은 심유빈에게 묘한 만족감을 안겨주었다.고이한은 아무리 돈과 영향력을 가진 사업가라 해도 진짜 권력 앞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윤하준이나 하종호조차 비교하기 어려운 존재였지만, 그런 고이한마저 임현욱 앞에서는 상대가 되지 못하는 듯했다.만약 소예지가 임현욱을 선택한다면, 고이한은 결국 버림받는 사람이 된다.그 사실에 심유빈의 마음은 복잡하게 뒤엉켰다.한편으로는 임현욱이 소예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고이한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느껴보길 바랐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임현욱이 결국 소예
조병호가 그녀의 마지막 남자가 될 리는 없었다.심유빈은 지금 그의 인맥을 이용해 경주 상류 사회에 발을 들이고 싶었다.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앞으로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찾아볼 생각이었다.그녀도 이제는 안정된 삶을 원했고 반드시 새로운 목표를 찾아야 했다.가능하다면 고이한이나 윤하준, 하종호 같은 남자가 좋았다.만약 그런 인품과 능력을 갖춘 남자를 만날 수 있다면 그녀는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얌전히 결혼할 생각이었다.그때 심유빈의 머릿속에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예전에 소예지를 쫓아다녔던 남자, 임현욱. 그 역시 경주 출신인 듯했다. 심유빈은 기회가 된다면 조병호에게 조용히 물어보기로 했다.대체 소예지를 따라다녔다는 그 남자가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인지 궁금했다.저녁이 되자 조병호는 또다시 심유빈을 술자리에 초대했다.차에 올라탄 심유빈은 자연스럽게 조병호의 품에 기대며 웃었다.“조 대표님, 인맥도 넓으시고 경주 상류층 사람들도 많이 아시잖아요. 혹시 군 쪽 사람들도 아세요?”조병호는 심유빈 앞에서 자신의 능력과 인맥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그는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내 친구들 중에도 군 쪽 사람들이 있어. 나를 너무 얕보면 안 돼.”“제가 어떻게 감히 조 대표님을 얕보겠어요. 그냥 제 친구 하나가 군인에게 관심을 받고 있어서요. 그 사람 신분을 좀 알아보고 싶어서요.”심유빈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조병호는 바로 물었다.“말해봐. 그 사람 이름이 뭔데?”“제 친구가 그러는데... 임현욱이라고 하더라고요.”심유빈은 또렷하게 이름을 말했다.“임현욱?”조병호는 순간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긴장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심유빈을 밀어내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누구라고? 그 임현욱?”심유빈은 그의 격한 반응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네. 제 친구가 그 사람 이름이 임현욱이라고 했어요. 왜 그러세요, 조 대표님? 그 사람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문제?”조병호
당장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심유빈은 끝내 참아냈다. 지금의 그녀에게는 자존심을 내세울 여유도 다른 선택을 할 기회도 남아 있지 않았다.“문제없어요, 조 대표님. 저도 그냥 신세만 질 수는 없죠.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경주에 갈게요.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심유빈은 최대한 자연스럽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남자를 대하는 데에는 그녀 나름의 방식이 있었다.“좋아요. 시원시원해서 좋네. 기다리고 있을게요.”전화가 끊겼다.심유빈은 알고 있었다. 조병호만 잘 설득한다면 인터넷에서 벌어진 문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그녀는 곧바로 가방을 챙겨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샤워를 마친 뒤 다시 단정하게 준비를 마친 그녀는 공항으로 향했다.인터넷상의 논란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박시온은 그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심유빈의 팬이었다가 안티로 돌아선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녀의 사적인 이야기들까지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폭로가 이어지면서 심유빈이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피아노 여신’이라는 이미지는 거의 산산이 부서졌다.그러던 중 박시온은 익명의 네티즌이 올린 글 하나를 발견했다.[너희들 정말 걔가 피아노 여신이라고 생각해? 실력은 딱 그 정도야. 그냥 뒤에 있는 큰손이 돈을 쏟아부어서 세계 무대에 세워준 거지.][그 큰손이 고이한인가요?][누군지는 몰라도 어쨌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라는 것도 과장된 부분이 많아. 업계 사람들은 다 걔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걸.][결국 자본으로 띄운 거잖아. 자기 이미지 포장 하나는 정말 잘하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진 이미지였네.]이후에도 비슷한 댓글들이 계속 이어졌다.박시온이 보기에는 분명 심유빈과 같은 스승 아래에서 배운 사람이 나서서 진실을 폭로하는 분위기였다.처음에는 인성 문제로 시작된 논란이 이제는 실력에 대한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었다.많은 전문가들도 하나둘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사흘 뒤, 심유빈을 둘러싼 화제성은 마침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새로운 톱
소예지는 돌아와서 조용히 고이한의 선물을 가방에 넣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케이크를 먹자며 옆에서 성화를 부리고 있었다.정교하게 쌓인 6단 케이크 위에는 반짝이는 촛불이 별빛처럼 아롱거렸고 부드럽게 퍼지는 빛이 케이크의 층층을 감싸며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그 순간, 박시온이 소예지를 꼭 껴안으며 속삭였다.“내 친구,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 네 모든 꿈이 이루어지고 웃음이 끊이지 않길 진심으로 기도할게.”그 말에 윤하준과 강준석도 절로 미소 지었다. 그들 곁에서 심주원은 장난기 가득한 박시온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러나 최현숙이 하도 주겠다고 고집한 탓에 계속 거절하면 어르신으로서 분명 화를 낼 것 같아 일단 받아두기로 했다. 이혼 후에 다시 최현숙에게 돌려주기로 마음먹었다.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고수경은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했다며 밖으로 나갔다. 진가영은 고하슬과 함께 영화를 보고 있었고 고이한은 옆에서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위층에서 내려온 소예지는 무슨 핑계를 대어 딸을 데려갈지 고민하고 있었다.“오늘 저녁에 하슬이는 여기에서 재우고 너희 둘은 집에 가!”진가영이 손녀를 안으며 말했다.시어머니가 딸을 여기에 재우려는 것을
고이한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시선을 곧게 둔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업무 이야기만 할 거야.”강준석은 지금 민간용 프로젝트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소예지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을 넘기면 다시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고 별도로 회의를 잡으려면 그녀 역시 일정을 따로 비워야 했다.잠시 머릿속으로 일정을 가늠한 소예지는 계산을 마친 뒤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 한마디가 떨어지자 고이한의 입꼬리가 눈에 띄게 올라갔다. 그는 짧게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말했다.“그럼 이동하시죠.
고이한은 휴대전화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답장을 보냈다.[네가 오늘은 곁에 있어 줘. 난 내일 가볼게.]곧이어 하종호에게서 짧은 답장이 도착했다.[그래.]이튿날 이른 아침, 양희순은 거실 창가에 앉아 고하슬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빗겨 주고 있었다. 그때 한쪽에서 엎드려 쉬고 있던 젤리가 갑자기 귀를 쫑긋 세우더니 문 쪽을 향해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낮고 들뜬 소리로 끙끙 울기 시작했다.그 소리에 고하슬이 번쩍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빠 온 거 아니에요?”젤리의 반응을 본 양희순 역시 문밖에 서 있을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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