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결혼 6년 동안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묵묵히 해온 소예지. 나중에서야 남편 고이한이 해외에서 첫사랑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리 차가운 심장이라도 정성을 다하면 언젠가는 따뜻하게 녹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고이한의 첫사랑이 국제적인 대상을 수상하고 축하파티를 열던 날, 소예지는 딸이 차가운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정신을 차렸다. 더 이상 의미 없는 사랑에 매달리지 않기로 한 소예지는 이혼 합의서를 건네고 딸과 함께 미련 없이 돌아선다. ... 과거의 전공을 되살린 후 한때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소예지는 의학계가 탐내는 인재로 거듭난다. 그녀의 논문은 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에 실렸고 연구 성과는 의학계의 각종 대상을 휩쓴다. 모두의 앞에서 눈부시게 빛나며 새로운 행복을 찾으려던 그때 줄곧 고고하고 오만하던 남자는 마침내 무너져 내린다. 미친 듯이 절규하며 소예지에게 무릎을 꿇은 고이한. “예지야, 제발 날 버리지 마...”
View More소예지와 고이한은 동시에 멈칫했다.“엄마랑 아빠, 싸운 게 아니야.”고이한은 딸을 안심시키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그냥 얘기를 좀 나눴을 뿐이야.”“그럼... 그럼 내일 우리 같이 바다에 가도 돼요?”고하슬은 눈물 자국이 남은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소예지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고하슬은 갑자기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나... 나 엄청 오랫동안 아빠랑 엄마랑 같이 바다에 간 적이 없단 말이에요. 다른 애들은 다 부모님이랑 가는데 나만 없어...”아까 한 번 울고 난 뒤라서인지 이번에는 울음이 더 서러워져 숨을 헐떡이며 흐느끼기까지 했다.옆에서 지켜보던 양희순마저 마음이 아파 눈시울을 붉혔다.소예지는 그런 딸의 모습에 끝내 단단히 다잡고 있던 마음이 무너졌다.“좋아.”고하슬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작은 손가락을 내밀었다.“새끼손가락 걸어요. 아빠랑 엄마, 거짓말하면 안 돼요.”고이한이 먼저 딸의 손가락을 걸었다.“그래, 약속.”그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소예지를 바라보았다.소예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지못해 손가락을 내밀어 딸의 다른 새끼손가락과 맞물렸다.“야호!”고하슬은 금세 울음을 그치고 환하게 웃었다.“나 드디어 바다에 갈 수 있다!”딸이 기분 좋게 자리를 뜨자, 소예지의 얼굴은 다시 차갑게 굳었다.“하슬을 위해서야. 이번 한 번뿐이야.”고이한은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내일 아침 여덟 시에 데리러 올게.”더는 머무르지 않고 그는 딸에게 손을 흔들었다.“아빠는 먼저 가볼게. 내일 아침에 보자.”“네! 아빠!”고하슬은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대답했다.고이한은 마당 문을 열고 나섰고 뒤를 따라오는 젤리를 발견하자 걸음을 멈췄다.“젤리, 이리 와.”젤리는 반가운 듯 그의 발치에 엎드렸고 고이한은 녀석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뒤에야 자리를 떠났다.차에 막 올라탄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여보세요.”“대표님, 정 박사 실험실 관련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고이한은 언짢은 표정의 소예지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딸을 안아 들며 말했다.“우리 아래층에 가서 머리 묶을까?”“좋아요!”고하슬은 발랄하게 대답하며 엄마를 보자 반가운 얼굴로 외쳤다.“엄마, 봐요. 아빠가 돌아왔어요!”소예지는 딸이 보는 앞이라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어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는 욕실 쪽을 향해 얼굴을 씻으러 들어갔다.고이한은 딸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그녀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묶어주었고 발치에는 젤리가 느긋하게 엎드려 있었다.그 사이 양희순이 위층으로 올라와 안방 앞에서 소예지에게 조심스레 물었다.“이제 저녁 식사 준비할 시간이 됐는데요, 어떻게 할까요?”소예지는 그녀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급하지 않아요. 좀 늦게 해요.”딱 반 시간,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것까진 괜찮다. 하지만 저녁까지 챙겨줄 생각은 없었다.“알겠습니다.”양희순은 눈치를 챘다. 부인은 생각보다 훨씬 더 남편을 미워하고 있었고 이 두 사람이 다시 합칠 일은 평생 없을지도 몰랐다.소예지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고하슬은 이미 머리를 곱게 묶고 새로운 장난감을 들고 고이한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아빠, 이건 현욱 아저씨가 새로 사준 공룡 장난감이에요!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거예요!”고하슬은 신나서 아빠에게 장난감을 자랑하며 시연까지 해 보였다.고이한은 딸의 밝고 의욕 넘치는 모습에 미소를 머금었지만 정작 그 장난감 공룡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기운이 조용히 깃들었다.“아빠, 내일 엄마가 나랑 바다에 가기로 했는데 아빠도 같이 갈 수 있어요?”고이한은 순간 멍하니 소예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소예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슬아, 엄마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내일 바다에 못 데려갈 것 같아...”“근데 나 바다 가고 싶은데...”고하슬은 작게 입술을 삐죽이며 엄마를 올려다보다가 이내 그녀 곁으로 달려가 옷자락을 붙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엄마, 나 진짜 바다 가고 싶단 말이에요...”소예지는
소예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 메시지를 한참 바라보았다.사실 답장을 보낼 생각조차 없었지만 그가 불쑥 들이닥치는 걸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메시지를 입력했다.[하슬이 자고 있어. 오지 마.]하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되돌아온 답장은 단호했다.[조금 있다가 갈게.]소예지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한 번 오겠다고 마음먹은 그를 몇 마디로 돌려세울 수 없다는 건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이 짧은 휴식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세수를 마치고 나온 그녀는 서재 소파에 몸을 기대었고 곧이어 밀려든 나른한 피로에 이끌려 이내 눈을 감았다.저녁 다섯 시.정원 한쪽에서 젤리가 갑자기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뭔가를 감지한 듯 코끝을 실룩이며 대문 쪽을 주시했고 이내 기다렸다는 듯 낮고 흥분한 소리를 냈다.“젤리야, 왜 그래?”양희순이 이상함을 느끼고 밖으로 나섰다.녀석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곧장 대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문 앞에 멈춰 섰다.바로 그 순간,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양희순은 인터폰을 확인하고 깜짝 놀라 외쳤다.“어머, 하슬이 아버님!”서둘러 대문을 열자 문 앞에는 고이한이 정장을 한 손에 걸친 채 서 있었다.얼굴엔 피로가 엷게 배어 있었고 눈가에는 밤샘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하슬이 깼나요?”그가 묻자 양희순은 고개를 저었다.“아직 자고 있어요. 사모님은 서재에서 쉬고 계시고요.”고이한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혼자 계신가요?”“네. 임 선생님은 모셔다드리고 곧장 가셨어요.”양희순이 담담히 사실을 전하자 고이한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거실로 들어섰다.“앉으시겠어요? 제가 하슬이 깼는지 볼게요.”양희순이 조심스레 묻자 고이한은 가볍게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직접 볼게요.”그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는 이미 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2층.서재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고이한은 조용히 걸음을 멈추고 문틈
두 여자는 서로 눈을 마주친 채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르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아, 죄송해요. 저희가 오해했네요.”임현욱은 예의 있게 고개를 끄덕였고 시선을 조용히 창밖으로 돌렸다. 창가에 앉아 있던 여자 중 한 명은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가 친구에게 몸을 기울이더니 조심스레 속삭였다.“어머, 싱글맘을 좋아하고 있는 거네...”둘은 이미 식사를 마친 상태였고 민망함을 감추지 못한 채 조용히 자리를 정리하고는 식당을 빠져나갔다.잠시 후, 소예지가 고하슬과 함께 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두 여자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다가 방금 전 상황을 놓친 것이 왠지 아쉽기도 했고 혹시 임현욱이 연락처를 건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스치기도 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어? 아까 그 아가씨들은 어디 갔어요?”고하슬이 궁금한 듯 물었고 임현욱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대답했다.“다 먹고 일어났나 봐요.”그러곤 소예지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근데 외부 사람 눈에는 제가 소예지 씨 시동생처럼 보이나 봐요?”소예지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글쎄요, 뭐... 그럴 수도 있죠.”임현욱도 따라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그 미소 너머로는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이 스쳐 지나갔다.그가 되고 싶은 건, 결코 그녀의 ‘시동생’ 따위가 아니었다.식사를 마친 후, 임현욱은 소예지와 고하슬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차 안에서 고하슬은 곧 깊은 잠에 빠졌다. 하루 종일 신나게 뛰어놀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집 앞에 도착하자 소예지는 조심스럽게 잠든 딸을 안아 들며 말했다.“오늘 하루 정말 감사했어요. 조심해서 가세요.”현관문이 열리자 양희순이 기다리고 있다가 고하슬을 받아 안으며 물었다.“사모님, 임 선생님 안에 들어오셔서 좀 쉬었다 가시게 할까요?”뜻밖의 제안에 소예지는 당황해 얼굴이 붉게 물들었고 쑥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들어오셔서 차 한 잔 드시고 가세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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