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Bab 291 - Bab 300

334 Bab

제291화

“소 선배님, 이번에 또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셨다면서요? 정말 대단하세요.”“저는 지난번 국제 학술지에서 선배님 논문을 읽었는데 정말 감탄했어요.”연이어 들려오는 칭찬 속에, 안채린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소예지가 있는 자리에서는 늘 자신이 투명 인간처럼 느껴졌다.강준석의 시선은 줄곧 소예지를 향했고 최근 연구 상황도 아무 거리낌 없이 그녀와 공유했다.그때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채린이 불쑥 끼어들었다.“강 선배, 그런 기밀 사항을 외부인에게 함부로 얘기해도 되는 거야?”강준석은 잠시 당황한 얼굴로 안채린을 바라봤다.“소예지는 외부인이 아니잖아.”“누가 알아? 어쩌면...”안채린은 말끝을 흐리다 헛기침 한 번으로 얼버무렸다.“그냥 그렇다고. 다른 의미는 없어.”그러자 소예지가 입을 열었다.“강 선배, 그런 얘기는 주 대표님이랑 따로 얘기해.”“그래, 일단 밥부터 먹자.”강준석은 상황을 정리하려 했지만 안채린의 눈가에는 얕은 웃음이 떠올랐다.그녀는 불과 며칠 전, 소예지의 사무실에서 마주친 ‘지유선 연구소’ 관련 문서를 떠올리고 있었다.그 연구소 역시 유사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만약 MD의 연구가 유출되는 일이 생긴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분명했다.햇살 아래 반짝이는 MD 그룹의 유리 외벽은 특유의 기술적 세련미를 뽐냈다.소예지는 주현우와 인사를 나눈 뒤, 그와 함께 실험실로 향했다.실내에서는 AI 로봇의 시뮬레이션 연습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소예지는 조용히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지금 여기서 막히고 있어요.”주현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이론에서 제시된 연습 효율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옆에 있던 안채린이 나섰다.“주 대표님, 이 문제는 아직 분석 중입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여러분의 노력은 잘 알고 있어요.”주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하지만 소예지 씨는 이 이론을 처음 제시한 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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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고이한은 본래 프로젝트 세부 사항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직접 진행 상황을 묻는 일은, 없었다.그래서였을까.주현우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한숨을 내쉬고 조심스레 말했다.“네, 현재 AI 시뮬레이션 훈련 효율성이 돌파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네요.”“소예지 씨도 실험실에 있나요?”예상치 못한 질문에 주현우는 흠칫 놀랐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금 데이터를 직접 확인 중입니다.”고이한은 말없이 회의 테이블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프로젝트 진행 보고서를 보여주세요.”주현우는 급히 비서를 호출해 관련 자료를 준비하게 했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의문이 맴돌았다.‘고 대표님이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는 건 처음인데... 왜지?’10분 뒤, 고이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실험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실험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안채린은 고이한의 모습을 보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드디어 왔다. 이제 소예지도 끝이야.’그녀의 눈빛은 희미한 승리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이 프로젝트에 고 대표가 쏟은 자금이 얼만데... 거의 1조 원이지. 그런데도 아직 성과 하나 못 냈다고? 이건 누가 봐도 소예지 책임이야.’“고 대표님.”안채린은 밝은 얼굴로 인사했고 고이한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바로 들어가 보시겠어요?”주현우가 물었고, 고이한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들어가시죠.”실험실 안, 소예지는 액정 앞에 선 채 가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고 있었다.핵심 파라미터들을 불러오며 무언가를 계산 중이었다.그때, 문이 열리고 고이한과 주현우가 들어왔다.그 순간, 소예지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결국 책임 추궁하러 온 거야?’주현우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급히 중재했다.“소예지 씨, 걱정 마세요. 고 대표님은 단지 현황만 보시려는 겁니다.”“고생이 많아요.”고이한이 낮은 목소리로 건넸다.소예지는 말없이 팔짱을 낀 채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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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주현우의 흥분에 찬 웃음소리가 복도 너머로 들려오자, 안채린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다.‘그럴 리가 없어... 겨우 몇 분 만에?’그들의 팀은 거의 2주 가까이 이 문제에 묶여 있었고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원하는 수치를 끝내 얻지 못했다.그런데 소예지는 단 몇 분 만에 그걸 해결했다.입술을 질끈 깨문 채 실험실 안으로 들어선 안채린은 멈춰 있던 액정 화면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진짜, 해결되어 있었다.“소예지 씨, 정말 대단하세요. 수고 많으셨어요.”주현우는 존경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인사했다.“별말씀을요.”소예지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겸손하게 답했다.뒤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안채린은 속으로 냉소를 삼켰다.‘흥, 겨우 하나 해결한 걸 가지고 호들갑은...’이 프로젝트는 이제까지 이미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혔고 앞으로도 갈 길이 멀었다. 그녀는 소예지가 마지막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하지만, 손해만 본 건 아니었다.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그녀의 박사 학위 논문에도 결정적인 이정표가 될 수 있었다.그녀는 현재 양정화 교수의 박사과정생이었고 소예지는 단지 ‘협력자’일 뿐이었다.소예지가 실험실을 나서자, 주현우는 곧장 사무실로 돌아가 고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래서 문제는 해결된 건가요?”운전 중이던 고이한은 한 손으로 핸들을 조용히 두드리며 물었다.“네, 덕분에 잘 해결됐습니다. 소예지 씨가 문제를 정확히 짚어냈어요.”주현우는 흥분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고이한은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역시, 소예지 씨의 능력은 탁월하군요.”그의 눈빛은 짧은 여운을 남기며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소예지가 실험실을 빠져나오는 길에 임세진의 비서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다음 주 수요일, 회의 일정을 조율하자는 내용이었다.소예지는 곧바로 회신을 보냈다.한편, MD 본사 옥상.안채린은 손에 든 종이컵을 쥐고 있었다.커피는 이미 식었지만 그녀의 손은 그걸 부수기라도 할 듯 굳게 조여 있었다.“여기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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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도윤재는 잠시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조심할 필요는 있어. 하지만 우리가 움직이려면 증거가 필요해.”“그 증거는 어떻게 찾아?”안채린은 한숨을 쉬며 그를 바라보았다.도윤재는 짧게 웃으며 말했다.“증거란 건 언젠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어 있어.”그 말에 안채린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수요일.소예지는 임세진의 회사에 도착해 대기실에서 잠시 대기 중이었다.곧, 비서가 다가와 정중히 말했다.“소예지 씨, 임 대표님께서 회의를 마치셨습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따랐고 회의실 문이 열리자 그녀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회의실 한가운데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임세진뿐 아니라 고이한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예상치 못한 그의 등장에 순간 얼굴이 굳었지만 이내 표정을 다잡고 자연스럽게 인사했다.“임 대표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소예지 씨,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쪽에 앉으시죠.”임세진은 밝은 미소로 그녀를 맞이했다.소예지가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고이한이 조용히 일어섰다.“임 대표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임세진은 붙잡듯 말했다.“고 대표님,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건 어떻습니까?”하지만 고이한은 손목시계를 흘긋 보고는 그녀를 향해 짧게 말했다.“하슬은 내가 데리러 갈게. 당신은 일 마저 봐.”“그래.”소예지는 어색함을 숨긴 채 조용히 답했다.임세진은 두 사람의 미묘한 분위기를 눈치챘다. 이미 그들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소예지에게는 더욱 공손하고 배려 깊게 대했다.“오 비서, 고 대표님 배웅 좀 부탁드립니다.”비서가 고개를 숙이고 고이한과 함께 자리를 나섰다.임세진은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 뭉치를 그녀 앞으로 밀며 말했다.“이건 저희 쪽에서 준비한 자료입니다. 한번 검토해 보시죠.”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펼쳤다.그 안에는 세인 제약 그룹의 세포 재생 분야 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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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임세진의 지원 덕분에 소예지의 실험은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었고 많은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다.오늘 오후 세 시, 해당 연구소에서 새로운 연구 성과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고 양정화는 ‘지유선 연구소’로부터 정식 초청을 받았다.그리고 그녀는 이 발표회에 소예지, 안채린, 강준석—세 사람을 모두 데려가기로 했다.한편, 안채린과 강준석은 MD에서 곧장 돌아와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고 안채린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역력했다.“역시 지 여사 밑엔 인재들이 줄을 서나 봐. 들었지? 이번에 AI 세포 쪽에서 중대한 성과를 발표한다더라?”말을 하면서도 안채린은 슬쩍 소예지를 흘겨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오후 세 시, 지유선 연구소의 발표회는 정확히 시작되었다.단상 위에는 연구소의 바이오 기술 총책임자가 올랐다. 그는 연구 방향을 간략히 소개한 뒤 프로젝터를 작동시켜, AI 세포 관련 핵심 기술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러다 기술 시연 영상이 화면에 투영되는 순간, 소예지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얘졌다.‘저건... MD에서 개발한 핵심 알고리즘과 똑같아.’“말도 안 돼...”소예지는 낮게 중얼거렸고 옆에 있던 강준석도 충격에 찬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이건...”한쪽에 서 있던 안채린은 속으로 냉소를 터뜨리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놀란 척 연기를 했다.“이럴 수가? 저건 우리 연구 아니야?”소예지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워졌다. 강준석 역시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누가 봐도, 발표된 기술은 그들이 현재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와 지나칠 만큼 유사했다.안채린의 눈빛에는 만족감이 스쳤다.‘이번엔 소예지를 반드시 끌어 내릴 수 있겠어. 게다가 지유선 연구소랑 가장 친하게 지내던 게 소예지였으니 이번 일, 그 애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거야.’소예지가 아직도 무대 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강준석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양 교수님이 일단 나가자고 하셨어.”복도로 빠져나오자, 양정화의 표정은 이미 단단히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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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회의실 안은 숨이 턱 막힐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탁자 위를 일정하게 두드리는 손가락의 주인은 차디찬 눈빛으로 회의실을 훑고 있는 고이한이었다.그 주위를 둘러싼 주현우 팀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고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 무겁게 내려앉았다.조금 전 지유선 연구소에서 공개한 연구 결과는 그들이 수개월간 전력을 다해 개발해 온 핵심 기밀과 거의 완벽히 일치하고 있었다.고이한의 목소리가 조용히, 그러나 서늘하게 터져 나왔다.“누가 설명 좀 해보시죠.”그의 말은 칼날처럼 차가웠고 감정 없이 뱉어진 음성에는 날카로운 분노가 숨어 있었다.“우리의 핵심 알고리즘이 왜 남의 발표회에서 쓰이고 있는 겁니까?”소예지는 고이한이 진짜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가 분노를 억누르고 있다는 걸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회의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몇 초간 무거운 침묵 속에 잠겼다.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안채린이었다.그녀는 적당한 망설임을 섞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고 대표님, 이번 일 정말 이상합니다. 저희 팀이 이 프로젝트에만 석 달을 매달렸는데...”말끝을 흐리며 뭔가 더 하고 싶은 듯하면서도 스스로 삼키는 표정을 지었다.그 순간, 강준석이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안채린, 증거도 없이 함부로 말하지 마!”그러자 안채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의미심장한 말투로 받아쳤다.“증거? 증거가 있었다 해도 벌써 지워졌겠지. 하지만 말이야 우리 팀 중에 지유선 연구소랑 가까운 사람이 있다는 건 알고 있거든.”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회의실 안의 시선은 자연스레 소예지에게로 쏠렸다.곧, 낮게 웅성이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설마... 그래도 소예지 씨는 우리 팀이잖아.”“우리 핵심 이론도 소예지 씨가 처음 제안했던 거고.”“근데 지난 학회 때 보니까, 지유선 쪽이랑 꽤 친해 보이던데?”“윤 대표랑은 친구라던데?”소예지는 그 모든 수군거림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억울함도 당황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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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누가 내린 명령이에요?”잠시 당황한 듯, 소예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고 대표님께서 직접 지시하신 겁니다.”역시, 고이한은 그녀를 믿지 않았다.“됐어. 일단 실험실로 돌아가서 강 팀장 쪽 소식 기다려보자.”양정화가 담담하게 말했다.소예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실험실로 돌아온 그녀는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휴대폰에서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보낸 이는 윤하준이었다.[소예지 씨, 괜찮아요? 지금 우리 쪽에서 실험실 데이터 자체 점검 중이에요. 결과 나오면 바로 알려줄게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소예지는 짧지만 확신을 담아 답장을 보냈다.[네. 알겠어요.]오후, 소예지는 딸을 데리러 갔다.하지만 이안을 데리러 온 건 윤하준이 아닌, 그의 보모였다.윤하준은 직접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이었다.잠시 후, 지유선에게서도 전화가 걸려왔고 그녀는 연구소 차원에서 끝까지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윤하준과 지유선 모두, 이번 사건의 여파가 소예지에게까지 번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 책임이 그녀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강준석에게서도 전화가 왔다.“누군가 MD 실험실 데이터를 훔쳐서 지유선 연구소의 엔지니어에게 넘긴 게 확인됐어.”“뭐라고?”소예지는 숨을 삼켰다.“근데 그쪽에서는 그게 MD의 핵심 개발 자료인 줄 몰랐대. 자기네 연구진이 만든 줄 알고 발표해 버린 거지. 지금 그쪽도 프로젝트 전면 중단하고 조사 들어간 상태야.”소예지는 핸드폰을 꽉 움켜쥔 채 물었다.“강 선배, 그쪽에서 누가 유출했는지는 밝혀졌어?”“아직 조사 중이야. 그런데...”강준석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 파일, 암호화된 이메일로 전송됐더라. 지금 그 이메일의 발신 IP 추적 중이야.”그가 누군가와 짧게 말을 주고받더니 다시 전화를 받았다.“소예지? 듣고 있어?”조금 거칠어진 목소리에 그녀는 정신을 다잡았다.“응, 듣고 있어.”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강준석이 조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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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소예지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이번 사건의 전말을 곱씹으며 정리하던 중,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여보세요, 강 선배.”“결과 나왔어.”“누구야?”“도윤재야. 방금 우리 앞에서 직접 인정했어.”“정말 혼자 한 일이야? 공범은 없었고?”소예지가 다그치듯 다시 물었다.“자백했어. 모든 범행을 혼자 저질렀다고.”“주 대표님은... 어떻게 처리하기로 했는데?”“처음엔 법적 조치까지 검토했는데 그간의 연구 기여를 감안해서 기소는 하지 않기로 했대. 대신 학교에 공식 보고해서 학적을 말소하고 실험실에서도 퇴출시키기로 했어.”몇 마디를 더 나눈 뒤, 소예지는 전화를 끊었다. 어느덧 시계는 밤 아홉 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막 잠들 준비를 하려던 찰나,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발신자는 고이한이었다.[미안해. 오늘 내가 좀 심했던 것 같아.]소예지는 그 문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아무런 반응 없이 화면을 꺼버렸다. 답장할 생각은 없었다.잠시 후, 또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하슬은 자?]역시나 묵묵부답이었다.조용한 정적이 흐른 뒤,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했다.[귀찮게 하지 않을게. 잘 자.]그 말을 끝으로 고이한은 더 이상 어떤 말도 보내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지유선 연구소의 공식 발표 내용을 확인했다. 데이터 유출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가 발표되었고 그 내용은 상상 이상으로 과감했다.윤하준은 문제의 실험 프로젝트를 아예 전면 취소해 버렸다. 더불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엔지니어와 연구원 전원을 해고한 것이다.그의 단호한 대응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더 놀라운 건, 윤하준이 직접 녹화한 성명 영상도 함께 공개되었다는 점이었다.영상 속 그는 늘 보이던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이 아닌, 차갑고 단호한 얼굴로 처분 결과를 고지했다.그리고 영상 말미, 그는 사과의 의미로 향후 3년간 지유선 연구소의 AI 세포 관련 연구 데이터를 전부 MD 그룹에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누구나 자유롭게 대조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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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MD의 실험 데이터가 유출된 사건이 벌어진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그 사이 실험실에서 몇 번 마주친 안채린은 자꾸만 소예지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불안과 양심의 가책은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 눈빛 하나로 충분히 느껴졌다.결국 도윤재는 자신의 학업 인생 전체를 걸고 그녀를 위해 모든 책임을 뒤집어썼다.사실 이 사건은 그렇게 단순하게 끝날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도윤재는 지유선 연구소와 어떤 이해관계도 없었고 애초에 두 실험실 간엔 협업이 진행 중이었기에 이번 사건은 ‘핵심 기술의 실수로 인한 유출’이라는 선에서 축소되었다.학교 측은 사건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후, 도윤재에게 퇴학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다만 MD 측은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향후라도 물을 수 있는 권리는 남겨두었다.그 일주일 동안, 소예지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다. 특히 자신을 위해 그 막대한 대가를 감수한 윤하준에게 꼭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지만 그는 출장 중이었다.그 사이 실험실은 다시 제 리듬을 찾아갔고 어느새 새해가 성큼 다가와 있었다.사흘 전, 소예지는 지유선으로부터 연말 자선 만찬 초대장을 받았다.그녀가 운영하는 자선 재단은 새해 첫날 저녁 만찬을 주최할 예정이었고 소예지 역시 초청받은 인물 중 하나였다.그리고 어젯밤, 고이한에게 연락이 왔었다. 오늘 딸을 데리고 고시 가문에 돌아가 점심을 먹자는 요청이었다.양육권에 따라 한 달 여덟 번의 면접 권리를 가진 그였기에 소예지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이른 아침, 젤리가 갑자기 한 번 짖더니 대문 앞에서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들뜬 듯한 낮은 소리를 냈다.“아빠다!”고하슬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소리쳤다.곧이어 초인종이 울렸고 양희순이 문을 열기 위해 나갔다.문밖에는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걸친 고이한이 서 있었고 그의 마이바흐는 여느 때처럼 당당하게 마당 앞 진입로에 서 있었다.“하슬이 데리러 왔어.”그가 담담하게 소예지를 향해 말했다.“아빠, 오늘 정말 멋져요!”고하슬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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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윤하준은 통화 중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발견하자 곧바로 전화를 끊고 다가왔다.“오셨군요.”지유선은 조카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고 이내 시선을 소예지에게 옮기며 부드럽게 말했다.“같이 올라가죠.”소예지는 윤하준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출장은 잘 다녀오셨어요?”윤하준은 잔잔한 미소로 답했다.“덕분에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세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 연회장으로 향했다. 연회장 입구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지유선은 걸음을 잠시 멈추고 왼손으로는 윤하준의 손을, 오른손으로는 소예지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았다.소예지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고 윤하준 역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연회장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찬란한 샹들리에 불빛 아래, 향긋한 꽃향기와 고급 드레스가 어우러진 세련된 공간이 펼쳐졌다. 와인이 부딪히는 소리, 웃음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주최자인 지유선이 입장하자 수많은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우아하고 기품 넘치는 그녀는 손님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고 그녀 곁을 지키는 소예지와 윤하준 역시 자연스레 주목받았다.그들 사이엔 자선 행사 홍보대사 자격으로 참석한 심유빈도 있었다. 그녀는 자연스레 고이한의 곁에 서 있었고 세 사람이 나란히 등장하는 모습을 보자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소예지가... 언제부터 지유선 여사에게 이렇게 특별한 대접을 받게 된 거지?’게다가 지유선이 양손으로 소예지와 윤하준의 손을 각각 잡고 입장하는 모습은 마치 한 쌍의 연인을 대동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줬다.심유빈은 슬그머니 고이한의 얼굴을 살폈다.그의 시선은 여전히 지유선 쪽을 향하고 있었다.잘생긴 얼굴은 냉담하게 굳어 있었고 그 눈빛은 마치 심연처럼 깊고 차가웠다.그러나 곧 그녀는 알아차렸다.고이한이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이유는 소예지라는 ‘전처'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니었다.오히려 그 반대였다.이혼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소예지는 이미 다른 남자와 나란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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