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스포트라이트 아래, 시상대 위에 우뚝 선 아버지의 모습은 어린 소예지에게 있어 우상이자 동경 그 자체였다.그녀는 그렇게 과학자의 꿈을 품고 자라다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 고이한을 만났다. 열아홉에는 그를 보살폈고, 스무 살엔 그와 결혼했다. 그리고 결국, 그의 주위를 맴도는 연애에 푹 빠진, 그저 '그 사람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어버렸다.고이한이 무심히 던지는 눈길 하나에 가슴이 뛰었고 그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었다.그런 감정에 취해 그녀는 서서히 지식에 대한 갈증을 닫아버렸으며 학문보다도 그의 눈빛에 담긴 사랑이 몇 퍼센트인지 분석하는 일에 하루를 허비하기 시작했다.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말했다.“예지야, 누구도 네 날개를 꺾게 두지 마라.”하지만 그 말의 무게를 그녀는 그땐 몰랐다.그리고 지금, 다시 자신의 길 위에 선 지금에서야 소예지는 처음으로 깨닫고 있었다.삶이 이렇게 넓고도 깊다는걸.한편, 실험실의 근황을 보고하던 중 양정화는 무심히 말했다.“예지가 요즘 하슬이 데리고 실험실에 같이 나오더라.”그러자 고이한은 짧게 웃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저, 지금 출장이에요.”그 한마디에 양정화는 순간, 괜한 얘길 꺼냈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고이한은 더 이상 누구도 자신과 소예지를 다시 엮는 걸 원하지 않는 듯했다.요즘 들려오는 소문들도 있었다. 고이한의 새 연인은, 국제적인 피아노 천재 심유빈이라했다.양정화는 그녀를 지난번 파티에서 본 적이 있었고 외모, 기품, 몸매도 어느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여자였다.비록 소예지도 결코 뒤처지지 않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심유빈 같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던가.무엇보다, 고이한처럼 성공한 남자일수록 연인의 감정을 어루만지기보다는 자신의 공허함을 메워줄 상대를 찾는다.“알았어. 내가 하슬이 좀 더 챙길게.”양정화는 짧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3일 뒤, 양정화가 소예지를 찾아와 조심스럽게 말했다.“내일 밤 A 시에서 의학 연회가 있어. 연구소 대표로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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