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강찬은 진윤슬이 고통스럽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이불을 덮어주었다.“푹 쉬어. 이따가 또 올게.”그는 쓸데없는 생각만 하는 아내와 더는 언쟁하고 싶지 않았다.“진윤슬, 너 또 세린이 괴롭혔지?”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벽에 부딪혔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훤칠한 남자가 성큼성큼 들어왔는데 진윤슬과 닮은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시선이 진윤슬의 창백한 얼굴에 닿은 순간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거센 질책이 이어졌다.“오늘 세린이 생일인 거 뻔히 알면서 이 밤에 난리를 피워? 우리 기분 잡치게 하려고 작정했어?”진태호는 침대에 누워있는 진윤슬을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불같이 화를 냈다.“온 집안이 시끄러워야 속이 시원해?”그는 진윤슬이 진세린의 생일 파티를 망치려고 일부러 아픈 척한다고 확신했다.진윤슬이 주먹을 꽉 쥐었다. 병상에 누워있는 그녀를 보면서도 친오빠라는 사람은 왜 아프냐는 둥 병원에 왜 왔냐는 둥 쏘아붙였다.마음속에 씁쓸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아픈 것도 날을 골라가면서 아플 수 있어?”진윤슬이 싸늘하게 받아쳤고 갈라진 목소리에 조롱이 가득했다.진태호가 경멸과 짜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됐어. 아픈 건 아픈 거고 세린이 좋은 마음으로 보러 왔는데 왜 울렸어?”조금 전 밖에서 진세린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굳이 묻지 않아도 진윤슬이 울린 게 틀림없었다.‘넌 늘 이런 식이지. 말마다 가시가 돋쳐 있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한테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진윤슬의 시선이 진태호의 뒤에 있는 진세린에게로 향했다. 두 눈이 붉어진 채 가여운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오빠, 언니 때문이 아니야. 내... 내 눈에 모래가 들어갔나 봐.”이런 설명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진태호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진윤슬, 파렴치한 생각 따위 집어치워. 우리 진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고 세린이도 너한테 빚진 거 없다는 걸 명심해.”“오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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