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은 모른 척, 이혼에 왜 눈물?

유산은 모른 척, 이혼에 왜 눈물?

By:  보루비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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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3개월 됐을 무렵 진윤슬은 누군가에게 납치당한다. 하지만 편애가 심한 남편과 가족들은 진윤슬의 여동생인 진세린의 생일 파티에 정신이 팔려 그녀의 절박한 구조 요청 전화를 끊어버린다. 결국 진윤슬은 폭우 속에 차갑게 버려진 채 유산의 고통을 겪는다. 그 후 회사의 수석 조향사 자리를 죽마고우인 진세린에게 주는 남편 문강찬. 설상가상 향수 레시피를 팔아넘겼다는 누명까지 쓰게 되면서 그녀가 피땀 흘려 만든 향수 시리즈를 진세린에게 넘길 수밖에 없게 되는데... 마음이 식을 대로 식어버린 진윤슬은 결국 결혼의 마침표를 찍는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났을 때 진윤슬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오리엔탈 향수 마스터로 거듭났다. 수많은 찬사와 함께 그녀 곁에 여러 스타일의 남자들이 몰려든다. 편애가 심했던 가족들은 뒤늦게 후회하며 그녀에게 용서를 빌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문강찬은 진윤슬을 찾아와 눈물을 머금고 재결합을 원한다. “내 목숨이라도 줄게. 날 한 번만 더 속여줘.” 하지만 모든 증여 계약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린 진윤슬. “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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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다람시.

저녁 8시가 되자 번개가 칠흑 같은 하늘을 가르면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진윤슬은 얼음처럼 차가운 땅바닥에 웅크린 채 붉은 피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걸 지켜봤다.

빗물에 퉁퉁 불어 하얗게 변한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매만지며 연락처에 저장한 번호로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여자 기계음이 빗속에서 계속 울려 퍼졌다.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결국 거센 빗줄기 아래 휴대폰 화면이 꺼져버렸고 아무리 눌러도 켜지지 않았다.

...

밤 9시, 도성 병원.

의사의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밤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환자분 유산했어요. 보호자한테 알렸나요?”

“알렸습니다. 그런데...”

간호사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데요?”

의사의 목소리에 초조함이 가득했다.

“환자 보호자가 생일 파티 중이라 시간이 없다고...”

...

밤 11시 30분.

진윤슬은 하얀 조명 아래 투명한 링거액이 떨어지는 걸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병실 문이 열리더니 약간 피곤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윤슬.”

한 시간 전, 수술실에서 나온 진윤슬은 간호사의 연민 어린 시선을 받으며 휴대폰을 빌려 문강찬에게 문자를 보냈다. 시간 되면 와서 병원비 좀 내달라고.

그리고 그녀의 남편 문강찬이 드디어 나타났다.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잘생긴 이목구비가 뚜렷했고 두 눈에 피로가 묻어있었다.

진윤슬은 눈가에 눈물이 고여 고개를 돌렸다.

“어디 아파?”

문강찬은 침대 옆에 앉아 평소와 다름없는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문자를 보고 급히 달려오긴 했지만 진윤슬에게 어떤 끔찍한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진윤슬은 갑자기 심장을 칼로 도려내듯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문강찬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다정한지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빗속에서 죽을 뻔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원래 이런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문강찬에게서 풍겨오는 술 냄새에 진윤슬은 속이 울렁거렸다.

“휴대폰이 고장 났어. 미안한데 병원비 좀 내줘.”

진윤슬은 너무도 지친 나머지 목소리가 다 갈라졌다.

다른 일은 이 고통에서 벗어나면 그때 다시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강찬은 아내의 말투에 절제된 혐오감이 담겨 있다는 걸 느끼고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설명했다.

“오늘 세린이 생일이었어. 알잖아, 너도.”

진윤슬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이 진세린의 생일이라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고 진세린에게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어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의 가족과 남편은 거의 밤새 그곳에서 파티를 즐겼다. 그 때문에 진윤슬이 고통에 몸부림칠 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이었다.

“응. 알아.”

진윤슬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문강찬이 언짢은 표정을 짓더니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세린이 생일 파티에 너도 초대했는데 네가 오지 않고서는 왜 이제 와서 난리야?”

‘난리?’

그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진윤슬의 마음을 후벼팠다.

문강찬은 아무것도 몰랐다. 진윤슬이 납치당했다는 것도, 아이를 잃었다는 것도.

가슴 속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강찬 씨 말은 내가 일부러 입원했다는 거야?”

오랜 침묵에 숨이 턱턱 막혔다. 문강찬의 두 눈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지만 진윤슬은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쉽게 읽어냈다.

가슴이 너무 아픈 나머지 자신을 비웃듯 웃었다.

결혼한 지 3년이나 됐으나 문강찬은 진윤슬을 이런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더 얘기했다간 싸울 거라는 걸 알아차린 문강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서 병원비 낼 테니까 푹 쉬어. 김 닥터도 금방 올 거야.”

김해인은 산부인과 의사였다. 진윤슬이 임신한 후로 줄곧 김해인에게 진료를 받았다.

“강찬 씨, 혹시...”

진윤슬은 갑자기 아이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언니.”

그때 문이 열리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윤슬이 하던 말을 멈췄다.

진세린이 핑크 롱 원피스 차림에 검은 긴 머리를 틀어 올렸고 머리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왕관을 쓰고 있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언니, 괜찮아?”

진세린이 다가오자 진윤슬은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을 다시 삼켰다. 그녀를 본 순간 받지 않은 수많은 전화와 비가 내리는 추운 밤에 죽을 뻔했던 느낌이 다시금 떠올랐다.

원망과 증오가 저도 모르게 치솟았다.

“아직 안 죽었어.”

진윤슬의 목소리가 싸늘하기만 했다.

진세린이 눈물을 글썽거렸고 두 눈에 죄책감이 가득했다.

“미안해. 생일 파티에 강찬 오빠를 부르지 말았어야 했는데.”

진윤슬은 눈을 감았다. 몸이 아팠고 마음도 지쳤다.

“세린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문강찬은 눈살을 찌푸리며 진윤슬의 말투에 불만을 드러냈다. 진윤슬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확신했다.

사실 진윤슬은 원래 진씨 가문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고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진세린을 더욱 꺼렸다.

귀국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벌써 여러 번이나 싸웠다.

진세린이 겁먹은 얼굴로 계속 말했다.

“언니, 무엇보다 아이가 중요하잖아. 너무 속상해하지 마. 앞으로는 오빠랑 거리를 둘게.”

“내가 임신한 걸 알고 있었구나.”

진윤슬의 얼굴에 옅은 조롱이 맴돌았다.

진세린은 귀국 후 쩍하면 문강찬을 불러냈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입술을 깨문 채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세린아, 나가 있어. 윤슬이랑 얘기 좀 할게.”

문강찬이 진세린을 달래자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

“언니랑 싸우지 마. 아이를 가진 몸이잖아.”

그러고는 아쉬운 듯 여러 번이나 뒤돌아보고 나서야 나갔다.

남편을 올려다보는 진윤슬의 눈빛이 싸늘하고 슬펐다.

병상에 누워있는데도 남편의 태도는 냉랭하기만 했다. 진세린의 생일 파티를 망치려고 못된 생각을 했다고 단정 지었고 결국 다른 여자가 말리고 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혔다.

진세린에게는 부드럽던 문강찬의 눈빛이 점점 차갑게 변했다.

“진윤슬, 우리 일에 세린이를 끌어들이지 마. 세린이는 너한테 잘못한 게 없어.”

대놓고 진세린을 감싸자 진윤슬은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두 사람이 부부로 산 지 3년이었다. 처음에는 계약 결혼이었지만 나중에는 진심으로 마음을 주었다.

전에는 문강찬도 그녀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진세린이 귀국하고 나서야 문강찬이 3년 동안 그녀에게 마음을 조금도 주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모든 다정함을 진세린에게만 주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윤슬은 포기하지 않으면 행복한 날이 올 거라고 순진하게 믿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마음을 조금도 녹이지 못했다.

“강찬 씨, 우리 이혼해.”

진윤슬은 링거를 올려다보면서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마음만은 무척이나 굳건했다.

사실 진세린이 돌아왔을 때부터 이혼 생각이 들었지만 이 감정에 미련이 남아 망상을 품었다.

문강찬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냉랭했던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임산부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한다는 거 알아. 그런데 윤슬아, 세린이는 네 동생이야. 우리 아무 사이 아니야.”

진윤슬이 고개를 돌리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바닥으로 배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없어, 이제.”

진윤슬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강찬 씨, 우리 아이 이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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