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유산은 모른 척, 이혼에 왜 눈물?: Kabanata 51 - Kabanata 60

100 Kabanata

제51화

총 따귀 세 대를 날렸다.진세린이 결혼하지 않겠다고 도망쳐서 진윤슬의 인생을 완전히 망쳐놓았다는 죄목으로.문강찬이 이미 결혼한 걸 알면서도 귀국한 후에 계속 집적거리고 불분명한 관계를 유지한 죄목으로.그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인터넷에 모호한 발언을 퍼뜨려 또 한 번 진윤슬을 망가뜨린 죄목으로.“진윤슬, 미쳤어?”문강찬이 진윤슬의 손목을 잡아당기더니 거칠게 밀쳐냈다. 진세린의 한쪽 볼이 빨갛게 부어올랐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언니, 왜 때려?”진윤슬은 문강찬의 손을 뿌리치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두 눈에 조롱이 가득했다.“강찬 씨 혹시 세린이의 개야? 세린이가 시키는 대로 다 하게?”그녀는 줄곧 문강찬이 이혼하지 않는 이유를 짐작해왔다. 좋아하거나 이렇게 사는 게 익숙해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다.문강찬의 이마에 솟아오른 핏줄만 봐도 분노를 참고 있다는 뜻이었다. 진세린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억울해했다.“언니, 오해야. 강찬 오빠한테 이혼하지 말라고 한 건 날 위해서가 아니라 언니를 위해서야.”진윤슬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비웃었다.“그래?”진세린이 입술을 깨물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진윤슬의 눈빛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어쨌거나 언니는 강찬 오빠랑 결혼했잖아. 난 두 사람이 계속 행복하길 바라.”그녀의 붉어진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는데 누가 봐도 진심 어린 모습이었다.진윤슬이 낮게 읊조렸다.“행복?”그러고는 코웃음을 쳤다.“이 세상에 네가 없어야 행복할 수 있어, 난.”“언니.”진세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했다.“진윤슬, 그만해. 세린이는 네 동생이야.”문강찬이 호통치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이런 말은 진세린더러 죽으라고 저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안 그래도 무너져가던 감정이 진세린을 감싸는 문강찬의 말 한마디에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눈물을 글썽거린 채 고개를 들어 남편을 올려다보았다.“강찬 씨, 한 번 더 말하는데 당신 정말 역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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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진윤슬이 볼을 움켜쥐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다.여기서 소리 지르고 싸워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남편도, 오빠도 모두 진세린의 편인데.그녀는 말없이 돌아섰다.“진윤슬.”문강찬이 쫓아가면서 초조한 말투로 말했다.“내 말 좀 들어봐.”진윤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손을 천천히 떼어냈다. 그녀는 지금 무서울 정도로 차분했다.“이혼 합의서는 내가 다시 작성해서 줄게. 이번에는 통쾌하게 사인해줬으면 좋겠어.”문강찬이 막았던 그 따귀가 그들 사이에 남은 마지막 정마저 모두 태워버렸다. 진윤슬은 마음이 완전히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는 진윤슬이 그의 손을 떼어내는 걸 지켜봤다. 그녀더러 그만 때리라고 말렸던 것이었는데 진태호가 갑자기 손을 댈 줄은 몰랐다.순간 엄청난 후회가 그를 덮쳐왔다.“꺼지려면 빨리 꺼져.”진태호가 코웃음을 치더니 모진 말을 내뱉었다.“문씨 가문 사모님으로 3년을 살더니 네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알아? 문씨 가문과 진씨 가문 없이는 넌 그냥 쓰레기야. 그리고 강찬이는 세린이를 좋아해. 예전부터 세린이만 좋아했었어. 강찬이는 다른 맞선을 거절하려고 너랑 결혼한 거야. 이젠 세린이가 돌아왔으니까 얼른 꺼져.”“진태호.”“오빠.”문강찬과 진세린이 동시에 그를 말렸다.진윤슬은 칼로 도려내듯 가슴이 아팠지만 겉으로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런 거였구나.”‘난 처음부터 강찬 씨가 세린이를 위해 준비한 방패막이였어. 그것도 모르고 이 결혼 생활에 감정을 쏟고 강찬 씨랑 평생 행복하게 살기를 꿈꾸다니. 이런 바보가 다 있나.’더 이상 망설일 것도 없었다. 진윤슬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가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눈 속의 분노가 당황으로 바뀌었다.“할머니.”진윤슬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갈라졌다.‘할머니가 언제부터 저기에 서 계셨지? 다 들으셨나?’“윤슬아.”박순옥이 손을 떨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이리 오렴.”진윤슬은 재빨리 달려갔다.“할머니, 저...”“집으로 가자,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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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진세린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했고 문강찬을 설득하는 데도 성공했다.어울리지 않는 이 결혼 생활을 문강찬은 3년을 버텼다. 그런데 결국에는 진윤슬에게 마음이 생겨버렸다.진세린은 마음이 점점 복잡해졌다.응급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박순옥을 밀고 나왔다.“다행히 큰 고비는 넘겼습니다.”의사가 마스크를 벗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연세가 많으시니 가능한 한 충격받지 않게 하세요.”“감사합니다.”진윤슬은 의사 앞에 서서 최대한 공손한 태도로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했다.“할머니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의사는 황급히 몸을 피했다. 문씨 가문 사모님의 인사를 감당할 수 없어서.진윤슬은 병실까지 따라갔다.밤이 깊었는데도 그녀는 박순옥의 손을 꼭 잡고 한시도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문강찬이 야식을 사 와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먹으라고 달랬다.진윤슬의 신경이 온통 박순옥에게 쏠려 있어 문강찬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그와 말도 섞으려 하지 않았다.문강찬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윤슬아, 내가 일부러 막았던 건 아니었어. 난 네가...”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상처를 이미 준 이상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진윤슬의 얼굴이 아직도 약간 부어 있었다.“약 가져왔어. 내가 발라줄까?”문강찬이 약을 꺼내 손가락에 조금 짜서 그녀의 볼에 발라주려 하자 진윤슬이 고개를 돌려 피했다. 긴 머리카락이 얼굴의 반을 덮었다.“만지지 마.”그에 대한 혐오감이 극에 달했다.문강찬은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네가 날 싫어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약은 발라야지.”진윤슬이 무심하게 말했다.“그런 건 문 대표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이젠 입만 열면 문 대표라 부르면서 그와 선을 그으려 했다.“진윤슬.”“할머니 쉬셔야 하니까 좀 나가줄래?”진윤슬이 그의 말을 잘랐다.병상에 누워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한 할머니를 보던 문강찬은 더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알았어. 나갈게.”결국 타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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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진윤슬은 밤새도록 침대 옆에 엎드려 있었다. 다음 날 볼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박순옥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윤슬아.”진윤슬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모든 피로가 기쁨으로 바뀌었다.“할머니, 드디어 깨어나셨네요.”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할머니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걱정하게 해서 미안해.”박순옥의 흐릿한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문득 어젯밤 들었던 말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윤슬이한테 아이가 있었는데 아이를 잃었다고 했어... 할미가 돼서는 여태 아무것도 모르고.’진윤슬의 얼굴이 핏기없이 창백했다.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하여 아이에 대한 모든 걸 털어놓았다.임신 초기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의사가 특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기에 박순옥이 실망할까 봐 차마 말하지 못했다.나중에 진세린이 돌아온 후에 문강찬과 자주 다퉜는데 몇 번이나 배가 아파 더욱 말할 수 없었다. 일이 터진 후에는 말할 필요가 없어졌다.“어쩌다가 유산했어?”박순옥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진윤슬이 눈물을 글썽이더니 슬픔을 억누르며 말했다.“비 오는 날 길이 미끄러워서 실수로 넘어졌어요.”더러운 일들은 말해서 할머니를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박순옥은 마음 아파하며 손녀의 손등을 토닥였다.“할머니 때문에 네가 고생이 많구나. 할머니만 아니었어도 네가 강찬이랑 결혼하는 일이 없었을 텐데.”진태호가 했던 말을 모두 들었다.그녀는 진윤슬과 문강찬의 사이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문강찬이 여전히 진세린을 좋아하고 있었다니...이 끔찍한 인연 속에서 가장 억울한 건 진윤슬이었다.“할머니, 전 후회하지 않아요.”진윤슬은 할머니를 위로했다. 그런데 눈물이 점점 더 많이 쏟아졌고 도저히 멈추지 않았다.할머니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 재빨리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세수하고 올게요.”박순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진윤슬이 세수하던 그때 진성국네 부부가 진세린과 함께 왔다.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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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안 돼요.”주아란이 다급하게 말했다.“세린이는 안 돼요. 그런 고생 못 한단 말이에요.”박순옥이 이불을 내리치며 큰 소리로 말했다.“윤슬이는 나랑 20년을 같이 살았어. 윤슬이는 고생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세린이가 가면 왜 고생하는 건데? 윤슬이가 전생에 사람을 죽였나, 아니면 불이라도 질렀나? 이번 생에 어쩌다가 너희들 같은 양심 없는 부모를 만났는지, 참.”말할수록 점점 화가 났고 감정도 격해졌다.진세린은 주아란의 품에서 계속 울었고 진성국의 안색이 말이 아니게 어두워졌다.“어머니, 우린 가족이잖아요.”아무도 박순옥을 진정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결국 진윤슬이 나와 할머니의 등을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화내지 마세요. 이러다 몸 상해요.”그녀는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다.손녀의 효심에 박순옥은 다시 한번 진성국을 혼냈다.“그때 난 분명히 윤슬이랑 강찬이의 결혼을 반대했었는데 내가 화병으로 입원한 틈에 날 빌미로 윤슬이를 협박했으면서 무슨 낯짝으로 가족이라는 소리를 들먹여? 너 윤슬이를 가족으로 생각한 적이나 있어?”진성국은 켕기는 게 있는 듯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3년 전 그가 박순옥으로 진윤슬을 협박해서 결혼을 성사시킨 게 사실이었으니까.주아란이 못마땅해하며 말했다.“그래도 윤슬이가 어머님이랑 시골에 살 때 매달 꼬박꼬박 돈을 줬잖아요. 박대한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모질게 말씀하세요?”그러자 박순옥이 코웃음을 쳤다.“멍청한 것 같으니라고. 친자식 하나는 버리고 옆에 둔 자식은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고. 진씨 가문이 조만간 네 손에 망할 거다.”“전...”화가 난 주아란이 말대꾸하려 했다.“다 나가세요.”진윤슬이 똑바로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더니 가차 없이 그들을 내쫓았다. 존중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었다.주아란은 분통이 터져 소리를 질렀다.“진윤슬, 난 네 엄마야.”진윤슬이 비웃었다.“당장 나가지 않으면 세린이가 결혼하기 싫어서 도망쳤던 사실을 인터넷에 퍼뜨릴 거예요.”“진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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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문강찬이 직접 박순옥에게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었다. 진윤슬에게 말을 걸었지만 여전히 그를 무시했다.박순옥은 어느 한 죽집의 죽이 먹고 싶다면서 진윤슬을 밖으로 내보냈다.“할머니.”문강찬이 먼저 사과했다.“제가 윤슬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어요.”그는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만 감으면 절망에 빠진 진윤슬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박순옥이 말했다.“강찬아, 넌 남자라서 끊을 때 끊어야 뒤탈이 없다는 걸 알 거야. 윤슬이랑 이혼하려 하지 않으면서 항상 세린이만 감싸고 있어. 이러면 너랑 윤슬이의 부부 관계를 망칠 뿐만 아니라 자매 사이도 점점 나빠져.”사실 이런 말은 박순옥이 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손녀를 위해 어쩔 수가 없었다.문강찬이 고개를 숙이고 진지하게 잘못을 인정했지만 그의 말투에는 여전히 다소 의문이 섞여 있었다.“할머니, 윤슬이는 도대체 왜 세린이를 싫어하는 거죠?”‘자매면 일반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나?’박순옥이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며 문강찬에게 말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윤슬이랑 태호는 쌍둥이인데 태어나자마자 두 아이를 나한테 버렸었어. 세 살 때 우리 영감이 세상을 떠나니까 태호를 데려갔는데 그때 뱃속에 아이가 하나 더 있어서 윤슬이는 두고 간 거야. 부모라는 사람은 윤슬이를 데려가겠다는 말도 꺼내지 않았고 별로 보러 오지도 않았어. 그래서 윤슬이 어렸을 때 친구들한테 버림받은 아이라고 놀림을 많이 받았지. 그러다가 열두 살 때 윤슬이가 몰래 돈을 훔쳐서 다람시로 도망쳤어...”박순옥은 목이 메었다.“내가 다람에 왔을 때 윤슬이가 글쎄 길가에 서서 부모랑 오빠가 생전 처음 보는 여동생한테 집에서 생일을 축하해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더라고.”그 순간 진윤슬은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진짜로 받아들였다. 그 후로 다시는 진 씨 가문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문강찬은 그 장면을 거의 상상할 수 있었다. 열두 살 된 소녀는 비 내리는 밤에 비를 맞으며 밖에 서 있었고 따뜻하고 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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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문강찬은 진윤슬의 옆에 앉아 행복하게 뛰어노는 세 식구를 함께 바라봤다.“할머니는 우리가 잘 지내기를 바라셔.”“거짓말.”진윤슬은 그의 거짓말을 단번에 간파했다. 그런 일들을 안 후에도 이혼하지 말라고 권유할 분이 아니었다.문강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거짓말했는지 그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저 사실대로 말하면 진윤슬과 정말로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당분간 집에 안 가고 할머니랑 병원에 있을 거야.”진윤슬은 일어서서 문강찬을 내려다보았다. 마음은 이미 평온해진 지 오래였다.“간병인을 부를게.”문강찬은 그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그때 진윤슬이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세린이가 결혼하기 싫어서 도망쳤던 일이 폭로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날 막으려 하지 마.” 사실 휴대폰을 받자마자 진실을 밝히려 했지만 소식이 퍼져나가면 진씨 가문이 다시 시끄러워질 것이다.할머니의 건강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진윤슬은 억울함을 감수할 수 있지만 할머니는 충격을 받으면 안 되었다.문강찬이 아내의 손목을 잡더니 늘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던 그가 드물게 부드럽게 말했다.“진윤슬, 네가 믿든 안 믿든 내가 이혼하지 않으려는 건 세린이 때문이 아니야.”그는 진심으로 그녀를 아내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강찬 씨는 날 좋아하지 않아.”진윤슬이 사실을 말했다.“사랑이 없는 결혼은 오래가지 못해. 우리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그녀는 손을 빼내고 망설임 없이 떠나갔다. 하지만 아무리 싸늘하게 굴어도 돌아선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병실로 돌아와 보니 박순옥은 이미 아침 식사를 마쳤다.점심, 주치의가 진찰을 마치고 나서 박순옥에게 다른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퇴원해도 좋다고 말했다.진윤슬은 박순옥을 집에 데려다주려 했지만 박순옥은 기어코 진성국에게 전화하려 했다.“집으로 갈 필요 없어. 퇴원하면 바로 팔리읍으로 갈 거야. 내 아들인데 당연히 부려먹어야지.”박순옥은 진성국에게 전화했다. 그가 오자마자 퇴원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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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박순옥은 분노가 가슴에 맺혀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진성국을 무섭게 쏘아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진성국, 그 집을 팔았다간 오늘 당장 네 앞에서 죽어버릴 거다.”진윤슬은 할머니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진정시켰다.박순옥은 손녀의 손을 꽉 잡고 쳐다보았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진윤슬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할머니의 마음도 모두 이해했다. 그녀는 감정 없는 눈으로 진성국을 쳐다보았다.“내일 아침 신문 1면에 진 대표가 어머니를 몰아세워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기사가 실리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시키는 대로 하세요.”진성국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딸이 또다시 그를 협박했다.‘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어.’“진윤슬, 네가 해야 할 일은 할머니더러 이곳에 머무시라고 설득하는 거야. 어머니, 시골이 뭐가 좋다고 그래요? 교통도 불편하고 의료 시설도 열악한데 다시 돌아가서 뭐 하시게요?”진성국은 다시는 시골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세린이도 못 돌아가니까 아예 생각을 버리세요, 어머니.”진성국은 막내딸 얘기를 꺼내면서 자랑스러워했다.“세린이는 캐서린 마스터의 제자이고 문산 그룹의 연구 개발 본부장이에요. 장래가 유망한 애라고요.”중요한 건 문강찬과 사이가 좋고 또 말도 잘 듣는다는 것이었다. 제멋대로에다 협박이나 일삼는 진윤슬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훌륭했다.“어머니 혼자 보내는 건 마음이 안 놓이니까 그냥 이곳에서 지내세요.”진성국의 인내심이 슬슬 바닥났다.“시골로 돌아가겠단 생각은 아예 버리시고요.”“빌어먹을 자식 같으니라고...”박순옥은 분노가 치밀어 몸을 떨었다.진윤슬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로 비웃었다.“연구 개발 본부장 자리가 뭐 대단한 줄 알아요? 강찬 씨가 없었더라면 세린이는 그 자리에 앉지도 못했어요. 낙하산인데 뭐가 그리 자랑스럽다고.”진씨 가문은 진짜 재벌도 아닌데 진성국은 뭘 믿고 우월감을 뽐내는 걸까?“너, 너...”진성국이 이번에는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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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허종훈이 속으로 꿍얼거렸다.‘대표님 언제부터 그분한테 이렇게 신경을 쓰셨지? 전에는 웬만한 작은 일들은 신경도 안 쓰셨는데.’허종훈이 변명이라도 하려던 그때 문강찬은 이미 다른 비서를 불렀다.“오 비서, 이제부터 오 비서가 날 따라다녀.”비서 오창윤은 잽싸게 알겠다고 했다. 이건 하늘이 내려준 기회나 다름없었다.허종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강등이라니.’문강찬은 밖으로 걸어 나가면서 오창윤에게 제일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제일 예쁜 장미꽃을 준비하라고 했다. 오늘은 진윤슬과의 결혼기념일이라 제대로 축하할 생각이었다.오창윤이 바로 움직였다.“강찬 오빠.”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진세린은 문강찬이 외투를 입은 걸 보고 급하게 물었다.“나가려고?”문강찬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할머니 뵈러 병원에 가려고.”진세린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잠깐만 시간 내줄 수 있을까? 할 얘기 있어.”문강찬이 미간을 찌푸리자 진세린이 서둘러 말했다.“업무에 관한 거야. 30분이면 돼.”그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사무실로 돌아갔다.30분 후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났다. 진세린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 할머니한테 같이 가자.”“그래.”문강찬이 짧게 대답했고 두 사람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병실이 텅 비어 있었다.문강찬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할머니 퇴원하셨나?’진세린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할머니 퇴원하셨어? 언니는 왜 오빠한테 말도 안 하고.”그녀의 시선이 테이블로 향했다.“저건 뭐지?”문강찬은 성큼성큼 걸어가 테이블 위에 놓인 걸 확인했다. 다름 아닌 이혼 합의서 두 장이었다.진세린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이혼 합의서? 언니 설마...”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문강찬의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굳어버렸기 때문이었다.문강찬은 휴대폰을 꺼내 진윤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해오름에도 전화했으나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대답만 들었다.“어쩌면 우리 집에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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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새벽 2시.낡은 집 앞에 차가 멈춰 섰다.진윤슬은 박순옥을 부축해 차에서 내린 다음 짐을 꺼냈고 박순옥은 열쇠를 꺼내 집 문을 열었다.그런데 집 안을 본 순간 그대로 주저앉을 듯 몸이 휘청거렸고 입술도 파르르 떨었다. 곧이어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윤슬아...”진윤슬은 캐리어를 내팽개치고 재빨리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캐리어가 바닥에 털썩 떨어졌다.떠나기 전에 깔끔하게 정리했던 집이 텅 비어 있었고 바닥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진윤슬의 분노가 극에 달했고 이를 악물고 그 이름을 내뱉었다.“진성국.”어떻게 감히 이곳의 모든 것을 망가뜨릴 수 있단 말인가?가뜩이나 몸이 좋지 않았던 박순옥은 큰 충격을 받아 아무런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진윤슬의 손을 꼭 잡고 계속해서 그녀의 이름만 되뇌일 뿐이었다.엉망진창이 된 바닥을 보던 그녀는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그러다 문득 뭔가를 발견했다.박순옥이 손을 가볍게 두드리자 진윤슬은 그쪽으로 걸어가 누렇게 바랜 종이 밑에서 사진 한 장을 집어 들었다.사진 속 소녀는 열여덟, 열아홉 살쯤 돼 보였고 학사모를 쓴 채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진윤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사진에 묻은 먼지를 닦아낸 다음 조심스럽게 박순옥의 손에 쥐여주었다.“할머니.”박순옥은 떨리는 두 손으로 사진을 감싸 쥐고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윤슬아.”그리고 계속 끊임없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진윤슬은 할머니를 끌어안고 진정시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박순옥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진윤슬은 박순옥을 부축해 집 밖으로 나왔고 캐리어를 끌었다. 이곳에서 묵을 수 없어 오늘은 일단 읍내 모텔에서 묵고 내일 사람을 불러 청소할 생각이었다.문을 나서자마자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슬 씨? 진짜 윤슬 씨예요?”진윤슬이 놀라 고개를 돌렸는데 방유권이 옆집 문 앞에 서 있었다.“유권 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방유권이 다가왔다. 아직 슬픔에 잠겨 있는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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