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31 - Chapter 40

104 Chapters

제31화

강루인이 힘껏 몸부림쳤다.“이거 놔. 안 해.”그녀가 저항하자 주영도는 더 거칠게 밀어붙였다.“안 하면 아이가 어떻게 생겨?”차분한 말투와 달리 두 눈에는 욕망이 끓어올랐다. 그의 눈에 비친 강루인은 아이를 낳는 도구에 불과한 듯했다.침대 위에서의 주영도는 무척이나 거칠었다. 오늘 밤 유독 더 거칠었고 그녀의 기분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어떠한 즐거움도 느껴지지 않았고 고통만 끊임없이 이어질 뿐이었다.강루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이거 놔. 너무 아파...”남자의 연민은 오직 좋아하는 여자에게만 향했고 다른 여자는 얻을 수 없었다. 강루인이 바로 그 생생한 예였다.또다시 연거푸 이어지는 충격에 강루인의 얼굴이 핏기없이 하얘졌고 목소리에도 힘이 하나도 없었다.“영도 씨, 제발 놔줘. 정말 너무 아파.”주영도도 그제야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숙였다. 침대 시트에 얼룩덜룩한 흔적이 찍혀 있었는데 피였다.그리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본 순간 주영도도 크게 놀란 듯했다.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은 다음 강루인을 안고 밖으로 향했다.아직 잠들지 않은 구아정이 두 사람을 보고 달려왔다.“오빠, 어디 가?”주영도는 긴장한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오빠...”구아정이 그의 뒤를 따랐다. 주영도는 강루인을 조수석에 태우고 구아정을 밀쳤다.“비켜. 길 막지 말고.”자동차는 화살처럼 쏜살같이 달려나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멀어져가는 차를 지켜보던 구아정은 입술을 깨문 채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빌어먹을 년! 이 밤에 일부러 영도 오빠를 불러낸 거지?’...병원으로 가는 길, 강루인은 이미 고통으로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병실 침대에 누워 수액을 맞고 있었다.주영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한 의사가 들어왔다.“환자분이 유산하신 거 남편분도 알고 계세요?”강루인이 입을 열었다.“이 일 남편한테 말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 이미 일어난 일이고 남편이 자책할까 봐요.”그녀가
Read more

제32화

구아정은 혼자 온 게 아니라 오용주와 함께 왔다.주영도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야?”“어젯밤에 두 사람이 나가는 걸 보고 걱정돼서 왔어.”구아정이 말을 이었다.“루인 언니, 대체 얼마나 아프길래 밤늦게 영도 오빠가 병원에 데려다줘야 할 정도예요? 몸이 많이 안 좋아요?”강루인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주영도를 돌아봤다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우리 부부가 침대 위에서 너무 격렬하게 놀았나 봐요.”그 말에 병실 안이 순식간에 침묵에 잠겼다. 구아정의 눈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강루인은 이 상황이 우습기만 했다.‘물어보니까 대답해줬을 뿐인데, 참.’주영도가 능숙하게 화제를 돌렸다.“그나저나 여긴 왜 왔어?”하지만 그의 회피는 강루인에게 있어 마음속의 죄책감을 감추려는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구아정이 주영도의 질문에 대답했다.“아침 식사도 못 했을 것 같아서 아주머니한테 맛있는 것 좀 해달라고 했어. 얼른 와서 따뜻할 때 먹어.”그녀는 주영도를 부르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지시했다.“루인 언니는 아주머니가 좀 돌봐주세요.”병실에 네 명밖에 없었지만 두 팀으로 갈라졌다.구아정이 말했다.“오빠, 이건 내가 아주머니한테 오빠 입맛에 맞게 해달라고 한 거야.”가뜩이나 입맛이 없었던 강루인은 이젠 더 넘어가지 않아 몇 입만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주영도가 그녀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물었다.“안 먹어?”구아정의 시선도 강루인에게로 향했고 강루인이 말했다.“배불러. 집에 가고 싶어.”그 말에 주영도도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구아정은 만두를 집은 손을 허공에 멈춘 채 입술을 깨물었다.주영도는 강루인에게 ‘통쾌하게’ 휴가를 준 다음 구아정과 함께 출근했다.차에 타기 전 구아정은 우쭐거리면서도 도발적인 눈빛으로 강루인을 쳐다봤다.‘당연히 의기양양하겠지. 집까지 드나드는데 우쭐거리지 않을 리가 있겠어?’강루인은 후원의 흔들의자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평화로운 시간을 오래 즐기기도 전에 전서연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왜
Read more

제33화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비서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짜증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당장 나가요. 여기서 귀찮게 하지 말고.”비서가 강루인을 내쫓던 그때 주영도가 마침 사무실에서 나왔다.“대표님.”주영도의 시선이 강루인에게 향하더니 얼굴을 찌푸렸다.“여긴 어쩐 일이에요?”강루인이 답했다.“대표님께서 사인하셔야 할 서류가 있어서요.”“홍보팀에는 다른 직원이 없어요?”‘내가 귀찮다는 뜻이야?’옆에 있던 구아정이 말했다.“대표님, 다들 회의실에서 대표님을 기다리고 계세요.”주영도가 말했다.“여긴 강루인 씨가 필요 없어요.”그러고는 구아정과 함께 가버렸다.비서는 강루인이 아쉬워하는 표정을 보고는 코웃음을 쳤다.“예쁜 얼굴만 믿고 팔자 좀 고쳐볼 생각이었어요? 자기 주제도 모르고 감히 남의 것을 탐내요? 대표님이 루인 씨가 넘볼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요?”‘내가 주영도를 넘봤다고?’비서가 왜 강루인에게 이토록 적대적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구아정이 뒤에서 헛소문을 퍼뜨린 모양이었다.강루인은 웃기만 할 뿐 뭐라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해도 사람들이 믿어줘야 말이지.홍보팀으로 돌아와 전서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주영도가 강루인이 필요 없다고 해서 오히려 더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전서연은 불만이 많았지만 주영도가 이렇게까지 얘기한 이상 더는 강루인을 보낼 수가 없었다....귀찮던 일이 사라졌고 강루인의 퇴사 절차도 마침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인사팀에 가서 마지막 절차를 진행하던 그때 뒤에서 누군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바로 저 여자예요. 저 여자가 대표님한테 꼬리 치고 다닌대요.”“쯧쯧. 여우처럼 생긴 게 딱 봐도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그러게 말이에요. 유부남한테 꼬리 치는 여자가 좋은 사람일 리가 없죠. 마음이 올바르지 못하니까 결국 이렇게 쫓겨나는 거 아니겠어요.”강루인은 처음에는 그녀 얘기인 줄 몰랐지만 들을수록 그녀 얘기라는 걸 확신했다.잠시 후 누군가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퉤. 뻔뻔한
Read more

제34화

회사에서 황급히 도망쳐 집으로 돌아온 강루인은 몸이 어딘가 불편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그러다 오용주가 그녀를 흔들어 깨우고 나서야 왜 몸이 좋지 않았는지 알았다.오용주가 말했다.“사모님 열이 나요.”강루인은 오한 때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우선 해열제부터 드세요.”오용주가 약을 가져와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대표님께 전화드릴게요.”전화는 연결되었으나 전화를 받은 사람은 주영도 본인이 아니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열이 나는데 지금...”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아정이 가로챘다.“영도 오빠 지금 바빠요. 아프면 병원에 데려갈 것이지, 전화한다고 무슨 소용이에요?”오용주가 전화를 걸기 전 강루인은 막을 수 있었지만 가만히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 기대가 조금이나마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녀를 빠르게 자각하게 만들었다.주영도의 개인 전화를 아내인 강루인조차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지만 구아정은 가능했다.강루인은 눈물을 감추려고 눈을 감았다. 오용주 역시 이런 결과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구아정 때문에 병을 키울 수 없었던 터라 강루인은 바로 구급차를 불렀다.오용주가 평소에는 까칠하게 굴어도 아픈 그녀를 내버려 두지는 않았다. 주사를 다 맞을 때까지 옆에 있어 줬다.주사를 다 맞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오용주가 영양죽을 끓여줬고 강루인이 식사하는 사이 주영도가 들어왔다.그의 몸에 술 냄새와 여자 향기가 섞여 있었다. 그녀의 코에 문제가 없다면 이 익숙한 향기는 구아정의 것임이 분명했다.“아정이한테서 들었는데 열이 났다며? 지금은 좀 괜찮아?”마음에도 없는 걱정이라 강루인은 전혀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았다.예전이었더라면 구아정이 몰래 주영도의 전화를 받았다고 자기기만 했을 테지만 지금 보니 모두 그가 허락한 것이었다.강루인이 열이 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만약 구아정이 아프다면 홍수가 나더라도 그녀에게로 헤엄쳐
Read more

제35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주영도는 출근 준비를 했다. 팔을 벌려 강루인이 옷을 입혀주기를 기다렸지만 익숙한 절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강루인은 엉덩이가 의자에 박힌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도우미들도 문제가 생겼음을 알아차리고 모두 주방을 돌아보았다. 강루인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알아챈 듯 고개를 들었다.“왜?”강루인이 말을 이었다.“몸이 안 좋아서 휴가 냈어. 오늘은 혼자 가. 운전 조심하고. 난 이만 들어가서 쉴게.”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강루인은 주영도의 뜻을 모를 리 없었다. 예전에는 도우미처럼 그의 의식주를 챙겨줬고 그의 요구라면 뭐든지 다 들어줬었다.하지만 더는 엄마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주영도는 생각에 잠겼다.요즘 강루인이 예전과 좀 달라진 것 같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냐면 전보다 말을 잘 듣지 않았다.하지만 주영도는 이러한 변화를 깊이 파고들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시선을 거두고 바로 집을 나섰다.출근하지 않은 동안 강루인도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고 설계도를 그렸다.몇 년 동안 그리지 않아 처음에는 손이 굳었지만 몸이 감각을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익숙해졌다.몸이 겨우 회복되자마자 박정금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주영도와 함께 밥을 먹으러 오라고 했다.본가의 주방.박정금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영도야, 네 옆에 젊은 여자가 따라다닌다던데?”주영도는 가장 먼저 강루인을 쳐다봤다. 그의 시선에 강루인은 국물을 마시다가 멈칫했다.뜻밖에도 박정금이 오해를 풀어줬다.“루인이가 말한 건 아니야.”‘지금 내가 고자질했다고 의심하는 거야? 영도 씨 마음속에서 난 이런 사람이었어?’박정금이 말했다.“네 할머니는 사생활이 문란한 사람을 가장 싫어하셔. 할머니가 아시지 않게 조심해.”주영도가 답했다.“우린 그런 관계가 아니에요.”박정금의 말에 의미심장함이 깃들었다.“네가 왜 걔를 계속 곁에 두는지 알아. 하지만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갔어. 두
Read more

제36화

좋아하지 않는데 왜 이혼하지 않는 걸까?구아정에게 내연녀라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다면 이혼하고 재혼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까?혹시...주영도의 표정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그동안 너한테 돈을 펑펑 쓰니까 착각이라도 생긴 거야?”강루인은 그의 표정에서 조금의 흔들림이라도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스스로 부풀렸던 기대를 꾹 눌러 담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역시 내가 괜한 생각 했어.’강루인이 계속 말했다.“그럼 왜 이혼하지 않는 건데?”주영도가 답했다.“난 사업가야.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해. 그리고 와이프인 너한테 아직 불만이 없어. 할머니도 널 예뻐하시고.”그 말에 강루인은 가슴이 시큰거렸다.‘마지막 이유가 이혼하지 않는 진짜 이유겠지.’할머니에게 효성이 지극한 손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었다.강루인이 손톱을 뜯으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영도 씨랑 아정 씨 사이를 눈감아줄 수는 있어. 하지만 나랑 먼저 이혼해야 해.”더는 바보 같은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주영도가 입꼬리를 올리면서 비웃었다.“너희 집안에서 널 어떻게 팔아넘겼는지 잊었어?”강루인의 두 눈에 난감한 기색이 스쳤다.그때 강규덕은 주씨 가문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터무니없는 액수의 예물을 뜯어갔다.결국 그녀는 액땜 신부로 주씨 가문에 비싼 값에 팔려갔다.강씨 가문의 탐욕 때문에 주씨 가문은 그들을 경멸했고 강루인 또한 그동안 수많은 무시를 당했다.주영도가 말을 이었다.“내가 말했었지? 받은 만큼 토해내면 이혼해준다고.”강루인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그동안 내가 가진 게 한 푼도 없는데 토해내긴 뭘 토해내? 그리고 그만한 돈도 없어.’부자일수록 깍쟁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결국 이혼 얘기는 또 이렇게 흐지부지 끝났다. 불쾌한 대화로 갈라선 뒤 두 사람은 며칠 동안 얼굴도 마주치지 않았다.주선 그룹에서의 퇴사 절차도 완전히 마무리되었고 이제 더는 주영도의 직원이 아니었다.강루인은 쉬지 않고 곧바로 차성열의 회사로 출근했다.출근
Read more

제37화

조명 아래 두 사람이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강루인의 눈빛이 급격히 흔들렸고 숨결도 거칠어졌다. 차성열도 두 사람을 발견하고 강루인을 돌아보았다.밤바람도 걷어내지 못한 뜨거운 열기가 강루인의 온몸을 감쌌고 창피함이 그녀를 집어삼키는 듯했다.뜨거운 시선에 주영도 역시 이상함을 감지하고 뒤돌아보았는데 강루인과 눈이 딱 마주쳤다. 주영도가 무심코 물었다.“여기서 뭐 해?”강루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눈빛 사이로 조롱이 스쳤다.“내가 두 사람을 방해한 건 아니지?”주영도가 대답하기 전에 구아정은 외도 현장을 들킨 것처럼 황급히 변명했다.“언니, 오해예요. 언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난 그냥... 오빠를 일부러 안은 게 아니라 이유가 있었어요... 내 말 좀 들어봐요. 아무튼 영도 오빠를 오해하지 말아요. 오빠랑은 아무 상관 없고 전부 내 잘못이에요.”그녀의 어설픈 변명에 강루인은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변명하고 싶으면 일단 영도 씨한테서 떨어지는 게 순서 아닌가? 기본적인 건 그래도 지켜야지.’하지만 구아정은 그러지 않았고 주영도도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누가 보면 그녀가 그들을 방해한 줄 알겠다.주영도가 물었다.“여긴 어쩐 일로 왔어?”“호텔에 밥 먹으러 왔지, 뭘 하러 왔겠어?”강루인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했다.“두 사람처럼 방이라도 잡았을까 봐?”주영도가 얼굴을 찌푸리더니 불쾌한 기색이 역력해졌다.강루인은 이내 흥미를 잃었다.“그만 가요.”이 말은 차성열에게 한 것이었다.룸으로 돌아가는 길에 강루인이 먼저 침묵을 깼다.“궁금하지 않아요?”차성열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그때 네가 해외로 가지 않은 이유가 혹시 저 사람 때문이야?”강루인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려 애썼지만 힘이 없었다.“웃기죠?”차성열이 동문서답했다.“지금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아.”그는 주영도를 알고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의 신분 차이가 너무나 컸다. 강루인의 배우자가 주영도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강루인이 고개를
Read more

제38화

눈 깜짝할 사이 김옥순의 생일잔치가 다가왔다.강혜미는 오늘의 주인공이 그녀인 것처럼 아주 화려하게 치장했다.“뭘 그렇게 쳐다봐? 내가 너보다 예쁜 거 이제 알았어?”강혜미가 허리를 살랑이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모습에 강루인은 말문이 막혔다.‘그동안 강씨 가문에서 얘한테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왜 이 모양이야? 졸부도 이렇게 싸구려 티가 나지 않을 텐데.’“여긴 강씨 가문이 아니니까 절대 사고 쳐선 안 돼. 사고 치면 나도 널 지켜주지 못해.”강혜미가 눈을 흘기며 코웃음을 쳤다.“내가 뭘 하든 너한테 잔소리 들을 이유 없어. 진짜 언니 행세라도 하려는 모양인데 네 주제나 알고 좀 나대. 우리가 아니었으면 고아 주제에 주영도 같은 남자랑 결혼할 수 있었을 것 같아? 널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고집불통인 사람에게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이 없었다....김옥순의 생일잔치에 안북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두 모여 아주 시끌벅적했다.김옥순이 아끼는 장손 며느리라 주영도는 강루인과 함께 손님들을 맞이했다.박정금의 친구들이 강루인의 칭찬을 늘어놓았다.“정금아, 네 며느리 너무 예쁘게 생겼어. 영도랑 아주 천생연분이야. 선남선녀가 따로 없다니까. 우리 집 그 망나니 녀석은 영 마음에 안 드는 애를 데려왔지 뭐야. 하도 똘똘한 손자를 둘이나 낳아줬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우리 집 문턱도 못 넘게 했을 거야. 손자들이 장난이 너무 심해서 얼굴에 주름도 늘었어. 몇 년은 더 늙은 것 같아.”그러고는 눈가의 주름을 가리켰다.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말에 담긴 뜻을 모를 리 없었다. 강루인은 속이 쓰렸다.‘뭐야? 이러다 불똥이 나한테 튀겠는데?’상대는 박정금의 아픈 곳을 정확히 찔렀다. 그리고 강루인은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손님맞이가 끝난 후 박정금의 분노의 화살이 강루인에게로 향했다.“쓸모없는 것.”집안도 보잘것없고 아이도 낳지 못했다. 예쁜 얼굴 하나 빼고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박정금은 강루인이 점점 마음에 들지
Read more

제39화

“영도 오빠.”구아정이 주영도가 집지 않은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들이켰다.“목말라 죽겠네.”“저기...”갑작스러운 상황에 강루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잔을 뺏을 틈도 없이 술잔을 비워버렸다.강루인은 말을 잇지 못했고 구아정은 눈을 깜빡이며 천연덕스럽게 물었다.“왜 그래요? 설마 내가 술 한 잔 마셨다고 뭐라고 할 건 아니죠? 설마 이 술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그 말에 주영도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강루인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아무 문제 없어요.”강혜미의 얄팍한 수작쯤은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술에 뭘 탔을지 뻔했다. 이참에 주영도를 덮치고 들러붙을 생각이었다.하지만 강혜미는 막았으나 구아정까지는 미처 막지 못했다.강혜미가 어디서 구해온 약인지 약효가 아주 빨랐다. 구아정이 이마를 짚으며 비틀거렸다.“오빠, 머리가 어지러워...”그의 품으로 쓰러지려 하자 주영도가 부축했다.“괜찮아?”구아정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목소리도 살짝 떨렸다.“나 휴게실로 데려다줘...”그들이 떠난 후 강루인은 곧장 강혜미를 찾아갔다.노크 소리에 강혜미는 일이 잘 풀린 줄 알고 섹시한 잠옷 차림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다가 문 앞에 선 사람이 강루인인 걸 본 순간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여긴 왜 왔어?”‘내 일을 망치려고?’강혜미의 옷차림을 본 강루인은 할 말을 잃었다.“당장 집에 가자.”강혜미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더 이상 말다툼할 시간이 없었던 강루인은 다시 그녀를 끌어내려 했다. 그러자 강혜미가 발버둥 쳤다.“어차피 주영도도 널 좋아하지 않고 주영도를 붙잡아둘 능력도 없잖아. 난 널 도와주려고 이러는 거라고.”‘대체 머리에 뭐가 차면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똥만 찼나?’설령 강혜미가 주영도를 유혹한다 한들 그녀의 보잘것없는 배경으로 뭘 어쩌겠다는 걸까? 주영도는 이런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다. 강씨 가문에 두 번 당할 리도 없고.
Read more

제40화

병원.강루인도 주영도를 따라갔다. 할머니가 그녀의 유일한 약점이라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구아정은 이미 수술실로 들어간 뒤였다.밝게 빛나는 수술실 조명을 본 강루인은 망연자실했다. 강혜미가 넣은 약이 대체 얼마나 강했기에 사람을 수술실로 실려 가게 만든 걸까?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녀는 더욱 당황했다.시간이 흐를수록 주영도의 분노는 점점 더 극에 달했다. 강루인을 본 순간 폭발해버린 그는 그녀의 목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너무 세게 밀쳐진 탓에 강루인은 등이 아파 그의 손가락을 두드리면서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주... 영... 도...”“평소에 내가 너희한테 너무 잘해줬지?”주영도의 눈빛이 얼음처럼 차가웠다.“감히 나한테 장난질을 하려 했어?”강루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내가 한 게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야?”주영도가 코웃음을 쳤다.“내가 바보로 보여?”결국 그녀를 믿지 않았다.강루인은 목이 조이는 고통뿐 아니라 가슴 깊은 곳이 쿡쿡 쑤시는 것 같았다.그때 철컥 소리와 함께 수술실 문이 열렸고 구아정이 실려 나왔다.주영도는 바로 강루인을 놓고 구아정에게 다가갔다.강루인이 벽을 타고 주저앉았다. 거친 숨과 기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정신을 차렸을 때 주영도는 이미 그녀를 버려둔 채 구아정을 데리고 병실로 갔다.그녀는 이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목을 졸라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그가 봐준 거라고 생각했다.의사에게서 구아정이 몇 년 전에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자극적인 약물은 자칫 그녀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다.그래서 수술실로 급히 실려 갔던 거고 주영도도 그토록 긴장했던 것이었다.강혜미가 이번에 정말 큰 사고를 쳤다.강루인은 바로 떠나지 않고 구아정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남았다.구아정은 다음 날 점심이 돼서야 깨어났다. 생명의 위험이 없다는 소식을 확인한 뒤에야 강루인은 병원을 나섰다.사건이 터진 지 하룻밤이나 지났지만 강규덕에게선 아무런 연
Read more
PREV
123456
...
1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