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결혼 5년 동안 강루인은 완벽한 주씨 가문 사모님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단 한 번도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주영도의 첫사랑은 단지 애교만 부려도 주씨 가문 사모님이 누려야 할 모든 사랑과 관심을 손쉽게 차지했다. 교통사고의 순간, 조강지처를 외면한 채 첫사랑을 구한 주영도. 그 일로 강루인은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버린다. 더 이상 이 결혼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그녀는 대담한 결단을 내린다. 가짜 죽음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는데...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친 주영도는 늘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하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버려진 아이처럼 불안과 절박함에 휩싸여 붉어진 눈으로 애원한다. “여보, 나랑 집에 가자.”
Lihat lebih banyak노윤환의 말을 듣고도 주영도는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누가 봐도 몹시 불쾌한 상태였다.노윤환이 백미러로 입술이 터진 상사의 얼굴을 살피며 속으로 생각했다.‘강루인 씨를 만나러 와서 상처 하나 안 남기면 섭섭하지. 이것도 일종의 방문 인증이라고 할 수 있겠어.’그가 미리 준비해둔 구급상자를 뒤로 건넸다. 이런 상황이 올 줄 알고 미리 챙겨둔 자신을 감탄하면서....구아정과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던 주영도는 다음 날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그런데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경호원으로부터 구아정이 투신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주영도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노윤환에게 더 빨리 달리라고 했다.병원에 도착한 그때 창가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당장이라도 뛰어내릴 듯한 구아정의 모습이 보였다.노윤환의 시선이 잘려나간 구아정의 다리로 향했다. 몸은 망가졌어도 독기는 여전했다.‘저 지경이 됐는데도 가만히 있지 않다니.’주영도가 험악한 얼굴로 입원 병동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양동운과 마주쳤다.“영도야.”양동운을 본 순간 주영도가 흠칫 놀랐다. 하지만 대꾸하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병실.경호원들이 기회를 엿보며 대기 중이었고 채정화가 친어머니라도 죽은 것처럼 대성통곡하고 있었다.“아정아, 제발 내려와. 엄마 놀라게 하지 말고.”그 광경을 본 양동운 역시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채정화와 함께 구아정을 달래기 시작했다.주영도는 눈앞의 소란을 덤덤하게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들어온 순간부터 구아정의 시선이 오로지 그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부딪혔다. 구아정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던 주영도가 천천히 물었다.“어떻게 협상하고 싶은데?”구아정의 두 눈에 광기가 서려 있었다. 몸이 채 회복되기도 전에 무리를 한 탓에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붕대 위로 피가 배어 나왔다.그 모습에 노윤환이 혀를 내둘렀다.‘정말 독한 여자야. 남한테 잔인한 건 그렇다 쳐도 본인한테
주영도가 말했다.“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해?”강루인이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당연히 알지. 두 사람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살라고 축복하는 거잖아.”‘이번 생은 물론이고 다음 생, 그다음 생까지 딱 붙어 지내길 빌어줄게. 진심으로.’주영도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솟구치는 짜증을 억눌렀다.“제발 그놈의 억지 좀 그만 부려. 연정이와의 일은 이미 다 끝난 과거야. 다시 함께할 일 절대 없어. 내가 연정이를 구하려는 건 어디까지나 지난 정을 생각해서야.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엮으면서 사람 몰아세우지 마.”“그래서?”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그래서라니? 뭐가?”강루인의 목소리가 서릿발처럼 차갑게 내려앉았다.“당신의 그 구질구질한 과거에 대한 대가를 내가 목숨으로 치러야 한다는 거야? 구아정이 범인이긴 하지만 영도 씨랑 구연정이 결백하다고 장담할 수 있어?”강루인이 주영도의 치부를 가차 없이 들춰냈다.“구연정이 아니었으면 구아정이 당신한테 달라붙었을까? 구연정의 심장이 아니었더라면 당신이 구아정을 그렇게 오냐오냐 봐줬겠냐고. 영도 씨가 계속 용납한 바람에 우리 할머니가 처참하게 죽었어. 그런데 이제 와서 구연정을 안 좋아한다고? 그저 옛정일 뿐이라고?”마음 같아서는 주영도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영도 씨가 상스럽다고 한 게 오히려 과분한 칭찬이었네. 당신은 곱게 죽는 것도 사치야.”천 번을 베어 죽여도 이 증오가 풀리지 않을 것이다.강루인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 때문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그녀가 떨고 있다는 걸 알아챈 주영도가 다가가 안아주려 했지만 강루인이 가차 없이 거절했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가방으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꺼져!”주영도가 고개를 뒤로 젖혀 간신히 공격을 피한 뒤 호흡을 가다듬으며 애써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많이 힘든 거 알아. 이해해. 내 마음도 편치 않아. 하지만 제발 애먼 데 화풀이하지 마. 잘못한 건
“역겨워.”주영도가 강루인에게 얻어맞아 돌아갔던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눈빛이 흔들리더니 이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럼 누가 안 역겨운데? 차성열?”주영도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혹시 그놈이랑 잤어? 그놈이 잘해주든?”주영도가 강루인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대답해!”강루인이 그의 손을 쳐내려 팔을 올린 그때 주영도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 차 지붕 위로 눌러버렸다.“묻잖아. 그놈이랑 잤냐고.”싸늘한 한기를 내뿜는 그의 얼굴이 어둡기 그지없었다. 강루인이 물러서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맞받아쳤다.“당신이 뭔데? 내가 누구랑 자든 무슨 상관이야? 다른 남자랑 자도 당신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주영도가 먹구름이 낀 얼굴로 말했다.“너 원래 이렇게 상스러운 여자였어?”강루인이 억지로 고개를 뒤로 젖히긴 했지만 눈빛만큼은 경멸과 비웃음으로 가득했다.“상스러운 거로 치면 영도 씨를 따라올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가장 상스러운 건 영도 씨야. 우린 이미 이혼했어. 난 더 이상 당신 사람이 아니고 당신도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할 자격 없다고.”“지금 나한테 배신이라도 당한 표정을 짓는 건 무슨 뜻인데? 내가 떠나니까 이제야 아쉬워? 아니면 영도 씨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던 장난감이 제멋대로 구니까 불쾌한 거야?”한때는 죽고 못 살 만큼 사랑했지만 이제는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싶은 남자의 얼굴을 응시하며 강루인이 또박또박 말했다.“추태 부릴 거면 혼자 부려. 날 끌어들이지 말고.”강루인은 이미 겪을 만큼 겪고 정신을 차렸으니 다시는 늪에 빠질 생각이 없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단호하게 선을 긋는 강루인의 모습에 주영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팽팽하게 긴장했던 근육이 풀리며 그녀의 턱을 쥐고 있던 손에도 힘이 빠져나갔다.주영도가 허리를 살짝 굽힌 채 마른침을 삼켰다. 목소리도 무척이나 무기력했고 그녀에게 달리 방법이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우리 예전처럼 제대로 대화 좀 하면
주영도가 눈치 없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강루인의 남편인 척 그녀의 옆에 섰다.하지만 강루인은 주영도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고원겸만 쳐다봤다. 고원겸도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기꺼이 맞장구를 쳐주었다.인사를 마친 강루인이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영도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고원겸이 보란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만간 다시 뵙죠.”강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러죠.”고원겸은 제자리에서 그녀를 배웅하다가 그를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는 주영도를 힐끗 쳐다봤다. 그러고는 여유롭고 예의 바르게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한 뒤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주영도의 얼굴에 먹구름이 가득했고 이를 악물어 얼굴 근육까지 떨렸다. 그러다가 강루인이 차 문을 열고 올라타기 전에 손으로 차 문을 가로막았다. 열렸던 문이 다시 닫혔다.강루인이 시선을 늘어뜨렸다. 뒤에서 익숙한 냄새가 풍겼다. 하지만 이제 더는 이 냄새를 그리워하지 않았다.주영도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강제로 돌려세웠다. 그러고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강루인의 예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가장 친밀해야 할 사람이 이젠 원수를 대하듯 차갑게 대하고 있었다.강루인의 눈동자에 스친 노골적인 혐오감을 본 순간 주영도는 심장이 베인 것처럼 아팠고 불쾌함이 온몸에 퍼져나갔다.“날 투명인간 취급을 해?”그의 음울한 분위기가 사라지기는커녕 되레 분노가 거세게 타올랐다.강루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자 주영도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고원겸이랑 호텔에서 뭐 했어?”그녀가 거침없이 내뱉었다.“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 신경 꺼.”주영도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강루인이 그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가 그녀의 어깨를 꽉 잡고 분노를 터뜨렸다.“사람이 어쩜 이렇게 뻔뻔해? 고 변호사님한테 여자친구가 있다고. 선을 지켜야 한다는 거 몰라?”강루인은 미친 게 그녀가 아니라 주영도인 것 같았다.그녀가 어깨를 비틀어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러고는 진저리가 난다는 얼굴로 차
다음 날 주영도가 잠에서 깼을 때 그는 바닥에 누워있었다.멍한 상태로 일어나 약간 욱신거리는 뒷머리를 만졌다. 어쩌다가 바닥에서 잤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옷에서 나는 술 냄새를 맡은 주영도는 눈살을 찌푸렸다. 바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진경자가 아직 구아정네 집에 있어 오용주가 집안일을 맡았다.주영도가 물었다.“루인이 언제 나갔어요?”오용주가 어리둥절해 하며 되물었다.“사모님 위층에 안 계세요?”강루인이 어젯밤에 이미 집을 나간 걸 그녀도 모르고 있었다.주영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학교 행사가 끝이 났다.강루인이 옛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는 이홍섭을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서 들려오는 대화가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주영도는 여전히 뛰어나네.”“당연하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라 우리랑 출발점부터 달라.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우리하고는 비교도 안 돼.”“주영도 벌써 결혼했대.”“그 나이에 결혼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옛날에 가을 선배랑 잘 만나더니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줄은 몰랐어.”“주씨 가문 정도면 집안 형편이 비슷한 가문과 사돈을 맺으려고 하겠지.”강루인이
강루인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안 된다고 하면?”주영도가 대답했다.“집에 용주 아주머니가 있잖아.”‘그 말은 꼭 내 사람을 빼앗겠다는 뜻이야?’강루인이 말했다.“그럼 용주 아주머니더러 아정 씨를 보살펴달라고 하면 되잖아.”주영도는 끝까지 지지 않았다.“용주 아주머니는 널 돌봐주러 왔어.”강루인은 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내 건강까지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강루인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어젯밤에는 왜 안 들어왔어?”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늦게까지 일했어.”‘
이젠 박정금도 최미리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엄을 드러냈다.사람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던 박정금인지라 강루인의 약점을 제대로 잡고 있었다.강루인은 속으로 원망이 솟아올랐다.‘할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걸 뻔히 알면서.’하지만 원망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할머니의 건강을 가지고 함부로 할 수 없었으니까.결국 앞으로 나아가 차를 따랐다. 찻잔을 들고 최미리에게 건넸지만 최미리는 받지 않았다.“나한테 할 말 없어요?”강루인은 찻잔을 꽉 움켜쥐고 침을 꿀꺽 삼켰다. 몇 초 후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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