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결혼 5년 동안 강루인은 완벽한 주씨 가문 사모님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단 한 번도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주영도의 첫사랑은 단지 애교만 부려도 주씨 가문 사모님이 누려야 할 모든 사랑과 관심을 손쉽게 차지했다. 교통사고의 순간, 조강지처를 외면한 채 첫사랑을 구한 주영도. 그 일로 강루인은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버린다. 더 이상 이 결혼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그녀는 대담한 결단을 내린다. 가짜 죽음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는데...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친 주영도는 늘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하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버려진 아이처럼 불안과 절박함에 휩싸여 붉어진 눈으로 애원한다. “여보, 나랑 집에 가자.”
Mehr anzeigen강루인의 분노가 차오르고 있다는 걸 알아챈 차성열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내가 가서 타일러 볼게.”차성열이 문을 연 그때 주영도의 손이 허공에 멈췄고 불쾌한 눈으로 차성열을 노려보았다. 주영도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차성열이 문을 막아섰다.“영도 씨, 부디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루인이한테서 멀리 떨어져 주세요. 자꾸 이렇게 나타나면 루인이의 심신에 좋지 않아요.”강루인의 정신 상태가 정말로 불안정했다.차성열이 차분할수록 주영도의 조급함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가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내가 루인이를 멀리한 틈에 차성열 씨가 비집고 들어오려고요?”차성열은 마음이 간파당해도 개의치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루인이는 독립적인 인격체예요. 어떤 선택을 하든 누구를 곁에 두든 그건 루인이의 자유지, 나랑 영도 씨가 끼어들 권리가 없다고요.”그의 훈수 따위 주영도에게 들릴 리가 없었다. 강루인의 선택은 오직 그여야만 했고 그들의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혼인신고서가 그들을 묶어두었지만 이혼 증명서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다. 주영도는 부부 관계에서 강루인을 밀어낼 생각이 추호도 없었고 지금까지 여전히 그들이 가족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강루인이 독립된 인격체일 수는 있으나 그 앞에 반드시 ‘주영도의 아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했다. 그 사실만큼은 누구도 지울 수 없었다.주영도가 앞을 막아선 차성열을 거칠게 밀치고 안으로 발을 들이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문 안쪽에 서 있는 강루인과 시선이 마주쳤고 이어 그의 눈길이 그녀가 들고 있는 칼로 향했다.주영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내려놔.”강루인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칼을 주영도에게 겨눈 채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쥐어짰다.“꺼져.”주영도가 은빛으로 번뜩이는 칼을 보고도 꿈쩍도 하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버티고 서 있었다.“그 칼로 뭐 하려고? 찌르기라도 하게?”강루인이 칼을 거두지 않고 같은
주영도가 바닥에 떨어진 케이크를 내려다보았다. 오후 내내 시간을 쏟아부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 완성해낸 그의 작품이었다.“내가 직접 만든 거야.”‘그래서?’강루인의 두 눈에 혐오감이 서렸다.“그 값싼 자기만족 그만 좀 집어치워.”주영도를 위해서라면 스스로를 짓밟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았던 강루인은 이미 그의 손에 죽었다.예전의 그녀라면 주영도가 이토록 공을 들인 모습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강루인은 과거의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스스로를 낮추고 비굴하게 굴었기에 무시당하는 건 당연했다. 이 모든 게 다 강루인이 자초한 일이었다.주영도의 눈동자에 침울한 기색이 스쳤다.“왜 나 때문에 너 자신을 깎아내려?”그의 오만한 질문에 강루인이 대놓고 비웃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야? 사람들이 치켜세우니까 본인 꼴이 어떤지 잊어버린 거야? 당신을 혐오하는 사람한테 당신은 쓰레기만도 못한 존재라는 걸 몰라? 쓰레기는 재활용이라도 되지, 당신 같은 건 수거해가는 사람도 없어.”강루인이 하던 말을 멈췄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비웃었다.“아, 아니지. 영도 씨가 아무도 안 찾는 쓰레기는 아니네. 구아정이랑 구연정 자매가 영도 씨를 좋아하잖아. 끼리끼리 잘 만났어. 쓰레기들끼리 쓰레기장에 모여 있는 꼴이라니, 아주 찰떡궁합이야.”이토록 모욕적인 말에도 주영도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철없는 아이의 생떼를 받아주는 것처럼 여유로웠다.“욕 다 했어? 부족하면 더 해.”강루인이 말을 잇지 못했다. 주영도의 낯가죽이 이토록 두꺼울 줄은 미처 몰랐다. 체면을 중시하고 남들 앞에서 망신당하는 걸 무엇보다 견디지 못하던 남자가 아니었던가.역시 사람이 작정하고 뻔뻔해지면 파렴치한 행동마저 얼마나 당당해질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루인아.”그때 뒤에서 차성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루인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얼굴에 서려 있던 차가움이 순식간에 걷히고 온화한 기색이 감돌았다.“선배?”그녀가 물었다.“이 늦은 시
이 말을 끝으로 주영도가 미련 없이 자리를 떴다.양동운이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어두운 눈빛으로 지켜봤다....강루인이 꽃 한 다발을 사 들고 할머니의 묘를 찾았다. 묘비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손수건을 꺼내 먼지를 정성스럽게 닦아낸 다음 제사상을 차리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사진 속 할머니가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미소와 눈이 마주치자 강루인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번졌다.“할머니, 저 왔어요. 손녀 보고 싶었어요?”강루인이 혼자서 질문을 던지고 또 알아서 답했다.“알아요. 할머니는 분명 절 보고 싶어 하셨을 거예요. 저도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요.”세상살이에 지치고 상처 입었을 때 할머니는 강루인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안식처였다. 할머니의 옆에만 있으면 강루인의 부서진 몸과 마음이 잠시나마 위안을 얻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곤 했다.하지만 그녀의 피난처가 주영도와 구아정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었다.강루인이 잔 두 개에 술을 가득 채웠다. 한 잔은 묘 앞에 뿌리고 남은 한 잔은 단숨에 들이켰다. 턱에 흘러내린 술을 닦아내며 그녀가 나직이 읊조렸다.“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한테 몹쓸 짓을 한 사람들 절대 가만 안 둬요.”그들 모두 할머니에게 속죄해야 할 것이다. 그녀도 포함해서 말이다.사진 속에서 인자하게 웃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코끝이 찡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을 참으려고 입술을 꾹 깨물었지만 속눈썹이 금세 젖어 들었고 목소리도 속절없이 떨렸다.“할머니, 보고 싶어요. 진짜 너무 보고 싶어요...”이젠 할머니가 꿈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강루인이 할머니를 지켜주지 못해서 손녀를 원망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원망하는 게 아니라면 왜 한 번도 꿈에 나타나 주지 않는 것일까?그때 미풍이 나뭇잎을 스쳤다가 강루인의 머리와 볼을 부드럽게 훑고 지나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길이 그녀를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온기 없는 바람이었지만 강루인은 따스함을 느꼈다.강루인의 몸이 살짝 굳
정곡을 찔린 탓인지 양동운의 두 눈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딱 잡아뗐다.“대체 날 어떤 놈으로 보는 거야?”수십 년 지기인 주영도가 양동운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예전에는 무심코 넘겼을지 몰라도 지금은 모르는 척하기가 더 힘들었다.양동운이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을 줄은 정말 몰랐다. 게다가 구아정조차 눈치챘다. 어쩐지 양동운을 이 자리에 불렀더라니...주영도가 입을 꾹 다물었다. 때로는 날 선 추궁보다 침묵이 더 견디기 힘든 법이다. 주영도의 시선에 양동운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그 시선에 굴복한 것인지, 아니면 이젠 말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양동운이 결국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털어놓았다.“그래. 나 연정이 좋아했어. 하지만 너한테 미안한 짓은 하지 않았어. 너희 둘이 사귀는 동안 선을 넘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연정이 같은 좋은 여자를 누가 안 좋아하겠어? 좋아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양동운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렸다. 친구의 여자를 마음에 품은 게 도덕적으로 옳지는 않지만 빼앗으려 한 적도 없었고 늘 본분을 지켰다. 구연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만약 구연정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구아정이 말하지 않았다면 이 마음이 그녀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그런데 구연정이 살아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갑작스러운 희소식에 당황해 숨기는 걸 잊은 바람에 결국 주영도에게 들키고 말았다.남자는 자신의 것이었던 물건에 대해선 설령 더 이상 쓰지 않더라도 남이 탐내는 꼴을 보면 불쾌감을 느꼈다.양동운이 주영도에게 미안한 짓을 하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안 그러면 지금까지 몰랐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게 다 뼛속 깊이 박힌 소유욕 때문이었다.이렇게 된 이상 양동운도 더는 숨기지 않고 그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무슨 일이 있어도 연정이를 반드시 구할 거야. 네가 강루인한테 손을 쓰지 못하겠다면 내가 대신
강루인은 나가고 싶지도 않았고 나갈 힘도 없었다.링거를 맞아 목숨이 붙어 있긴 했지만 밥을 먹지 않으니 여전히 몹시 허약했다.주영도가 침실 문을 열고 들어와 그녀의 앞에 섰다. 빛을 등지고 서 있어 모든 빛을 가려버렸다.강루인은 눈을 뜨고 그를 힐끗 쳐다봤다가 다시 덤덤하게 눈을 감았다. 그를 완전히 공기 취급했다.그는 양손으로 안락의자 팔걸이를 짚고 몸을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대체 뭐가 불만이라서 이러는 거야? 말해. 다 고칠게.”강루인이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주영도가 말을 이었다.“아정이 때문에 우리
주영도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새어 나왔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강루인의 아래턱을 꽉 잡고 억지로 입을 벌리게 했다.강루인의 턱에 힘이 빠지자 주영도도 그제야 벗어났다. 손을 뻗어 입술을 만져보니 피가 배어 나와 있었다.“다음에 또 피를 보게 하면 너도 똑같이 느끼게 하는 수가 있어.”‘저 날카로운 송곳니를 좀 갈아줘야겠군.’강루인이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흘려보낸 게 분명했다.차가 선샤인 빌리지 정문 앞에 멈췄다.주영도가 강루인을 끌어안고 차에서 내렸다.이
강루인과 눈빛이 마주친 순간 주영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색해졌다.강루인이 얇은 담요를 여미며 말했다.“오늘 밤은 침실에서 잘게.”그 뜻은 주영도와 각방을 쓰겠다는 말이었다.말을 마친 강루인은 주영도가 무슨 생각을 하든 말든 곧장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아래층에 남은 사람들은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주영도가 오용주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며 말했다.“어디서 왔으면 다시 거기로 돌아가요.”오용주가 울상을 지었다.“대표님...”그의 목소리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웠다.“지금 당장 나가요.”오용주는 더는 찍소리도
주영도가 대답했다.“선택권은 이미 줬어. 어떻게 할지는 네가 알아서 해.”강루인은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앞으로도 갈 수 없었고 뒤로도 물러날 수 없었다. 그리고 죽는 것도 두려웠다.“내가 잘못했어.”정말 잘못했다.강루인의 두 눈에 절망이 가득 고였다. 이젠 버둥거릴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주영도와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고 애초에 그녀의 것이 아닌 걸 탐하지 말았어야 했다.욕심이 모든 걸 망쳤다. 지금 이 고통은 온전히 그녀가 자초한 결과였다....선샤인 빌리지.몇 시간 전 떠났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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