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결혼 5년 동안 강루인은 완벽한 주씨 가문 사모님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단 한 번도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주영도의 첫사랑은 단지 애교만 부려도 주씨 가문 사모님이 누려야 할 모든 사랑과 관심을 손쉽게 차지했다. 교통사고의 순간, 조강지처를 외면한 채 첫사랑을 구한 주영도. 그 일로 강루인은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버린다. 더 이상 이 결혼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그녀는 대담한 결단을 내린다. 가짜 죽음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는데...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친 주영도는 늘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하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버려진 아이처럼 불안과 절박함에 휩싸여 붉어진 눈으로 애원한다. “여보, 나랑 집에 가자.”
view more구아정의 자줏빛 안색이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목에 남은 선명한 손자국이 방금 그녀가 주영도의 손에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원한과 두려움이 그녀를 휘감았다.“연정이 어디에 숨겼어?”주영도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사이의 거래는 아직 유효해. 말하면 놓아줄게.”만약 강루인이 보낸 녹음 파일을 듣지 않았더라면 조금 전 저승에 갈 뻔한 두려움 때문에 구연정의 위치를 불었을 것이다. 죽는 게 진심으로 무서웠으니까.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입을 여는 순간 그녀에게 남은 결말이 죽음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여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야만 실낱같은 생명이 연장될 것이다.죽음과 한 줄기 생존의 기로에서 구아정이 후자를 선택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주영도가 계속 몰아붙이자 구아정은 궁여지책으로 눈을 뒤집으며 정신을 잃은 척 쓰러졌다. 살길을 도모할 시간이 필요했다.구아정은 똑똑히 보았다. 주영도가 그녀를 진심으로 죽이려 한다는 것을. 고작 강루인의 다리를 탐냈다는 이유만으로 구아정을 없애려 했다.구아정의 마음속에 분노가 들끓었다. 주영도가 대체 무슨 권리로 구아정에게 베풀던 호의를 한순간에 거둬간단 말인가?그리고 주영도의 마음을 얻어낸 강루인 역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다. 모든 걸 잃은 구아정과 달리 강루인은 다 얻었다.‘강루인, 너도 나 같은 처지가 돼야지. 주영도의 마음을 얻지 못한 실패자가 되어야만 한다고.’구아정이 쓰러졌는데도 주영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고 오히려 안색이 더욱 굳어졌다. 양동운이 사색이 된 얼굴로 의사를 부르러 뛰쳐나갔다.구아정의 상태가 연기가 아니었다. 주영도에게 목이 졸리고 내팽개쳐지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처음엔 기절한 척이었으나 밀려오는 고통 때문에 정말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응급 처치를 마친 의사가 신신당부했다.“겨우 고비를 넘긴 환자입니다. 자극해서는 절대 안 돼요. 환자분의 생존 본능이 워낙 강해서 이 정도지, 아니면 정말 위험했을 겁니다.”의사의 당부에 양동운이 구아정을
양동운의 태도가 무척이나 당당했고 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강루인은 고작 다리 두 개를 잃는 것이지만 구연정은 목숨을 잃을 처지 아니냐는 식의 태도였다.사람은 죽으면 모든 게 끝이지만 다리가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했으니 다리가 없어도 얼마든지 정상인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구아정은 양동운의 그런 태도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양동운은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구연정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구아정은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다.그가 그녀에게 잘해준 이유 또한 구연정의 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구연정이 죽은 뒤에 갈 곳 잃은 사랑이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그녀에게 옮겨졌다.양동운에게 있어 구아정은 그저 다른 방식의 감정적 안식처일 뿐이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구아정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구연정 그년은 참 복도 많아. 이렇게나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다니. 난 그년을 이용해서야만 사랑을 받을 수 있는데.’구아정은 구연정을 증오했고 여기 있는 모두를 증오했다.‘다들 눈이 삐었어? 내 장점은 하나도 안 보여? 구연정이 뭐가 좋다고 다들 이렇게 그리워하는 건데.’살아있는 구아정이 그들 앞에 버젓이 있는데도 구연정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했다.구아정이 계속해서 양동운을 홀렸다.“맞아. 언니 목숨이 지금 강루인의 손에 달렸어. 강루인이 나랑 똑같은 꼴이 되면 그때 언니가 어디 있는지 알려줄게. 동운 오빠, 언니 보고 싶지 않아? 둘이 예전에 친했잖아. 구하고 싶지 않아?”양동운의 머릿속에 오로지 구연정이 살아있다는 말만 맴돌았다. 이미 사고 능력을 상실하여 구연정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에 사로잡혔다.구아정에게 홀린 양동운과 달리 주영도는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눈빛이 이미 살기로 번뜩였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보였다.구아정은 주영도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알아챘을 땐 목을 죄어오는 질식감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주영도가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상체를 창밖으로 밀어냈다.구아정의 눈에 경악과
노윤환의 말을 듣고도 주영도는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누가 봐도 몹시 불쾌한 상태였다.노윤환이 백미러로 입술이 터진 상사의 얼굴을 살피며 속으로 생각했다.‘강루인 씨를 만나러 와서 상처 하나 안 남기면 섭섭하지. 이것도 일종의 방문 인증이라고 할 수 있겠어.’그가 미리 준비해둔 구급상자를 뒤로 건넸다. 이런 상황이 올 줄 알고 미리 챙겨둔 자신을 감탄하면서....구아정과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던 주영도는 다음 날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그런데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경호원으로부터 구아정이 투신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주영도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노윤환에게 더 빨리 달리라고 했다.병원에 도착한 그때 창가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당장이라도 뛰어내릴 듯한 구아정의 모습이 보였다.노윤환의 시선이 잘려나간 구아정의 다리로 향했다. 몸은 망가졌어도 독기는 여전했다.‘저 지경이 됐는데도 가만히 있지 않다니.’주영도가 험악한 얼굴로 입원 병동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양동운과 마주쳤다.“영도야.”양동운을 본 순간 주영도가 흠칫 놀랐다. 하지만 대꾸하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병실.경호원들이 기회를 엿보며 대기 중이었고 채정화가 친어머니라도 죽은 것처럼 대성통곡하고 있었다.“아정아, 제발 내려와. 엄마 놀라게 하지 말고.”그 광경을 본 양동운 역시 안색이 창백해진 채로 채정화와 함께 구아정을 달래기 시작했다.주영도는 눈앞의 소란을 덤덤하게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들어온 순간부터 구아정의 시선이 오로지 그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부딪혔다. 구아정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던 주영도가 천천히 물었다.“어떻게 협상하고 싶은데?”구아정의 두 눈에 광기가 서려 있었다. 몸이 채 회복되기도 전에 무리를 한 탓에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붕대 위로 피가 배어 나왔다.그 모습에 노윤환이 혀를 내둘렀다.‘정말 독한 여자야. 남한테 잔인한 건 그렇다 쳐도 본인한테
주영도가 말했다.“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해?”강루인이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당연히 알지. 두 사람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살라고 축복하는 거잖아.”‘이번 생은 물론이고 다음 생, 그다음 생까지 딱 붙어 지내길 빌어줄게. 진심으로.’주영도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솟구치는 짜증을 억눌렀다.“제발 그놈의 억지 좀 그만 부려. 연정이와의 일은 이미 다 끝난 과거야. 다시 함께할 일 절대 없어. 내가 연정이를 구하려는 건 어디까지나 지난 정을 생각해서야.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엮으면서 사람 몰아세우지 마.”“그래서?”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그래서라니? 뭐가?”강루인의 목소리가 서릿발처럼 차갑게 내려앉았다.“당신의 그 구질구질한 과거에 대한 대가를 내가 목숨으로 치러야 한다는 거야? 구아정이 범인이긴 하지만 영도 씨랑 구연정이 결백하다고 장담할 수 있어?”강루인이 주영도의 치부를 가차 없이 들춰냈다.“구연정이 아니었으면 구아정이 당신한테 달라붙었을까? 구연정의 심장이 아니었더라면 당신이 구아정을 그렇게 오냐오냐 봐줬겠냐고. 영도 씨가 계속 용납한 바람에 우리 할머니가 처참하게 죽었어. 그런데 이제 와서 구연정을 안 좋아한다고? 그저 옛정일 뿐이라고?”마음 같아서는 주영도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영도 씨가 상스럽다고 한 게 오히려 과분한 칭찬이었네. 당신은 곱게 죽는 것도 사치야.”천 번을 베어 죽여도 이 증오가 풀리지 않을 것이다.강루인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 때문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그녀가 떨고 있다는 걸 알아챈 주영도가 다가가 안아주려 했지만 강루인이 가차 없이 거절했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가방으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꺼져!”주영도가 고개를 뒤로 젖혀 간신히 공격을 피한 뒤 호흡을 가다듬으며 애써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많이 힘든 거 알아. 이해해. 내 마음도 편치 않아. 하지만 제발 애먼 데 화풀이하지 마. 잘못한 건
소리를 듣고 달려 나온 진경자가 말리려던 그때 주영도의 살벌한 눈빛에 겁을 먹고 결국 물러섰다.주영도는 비틀거리며 걷는 강루인을 침실까지 끌고 간 다음 침대 위에 내동댕이쳤다.침대에 엎드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강루인을 본 주영도가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그 자식이 그렇게 걱정돼?”그 자식이 누구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강루인은 그를 노려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그냥 무시하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 모습에 주영도는 그녀의 팔을 잡고 확 끌어당겼다.“내가 묻고 있잖아!”화가 치밀어 오른 강루인이 따
그 말에 강루인이 멈칫했다.“저 처음 와보는데요?”직원의 미소가 굳어지더니 당황해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매니저가 재빨리 상황을 수습했다.“죄송합니다. 새로 온 직원이라 사람을 잘못 봤어요.”강루인은 여전히 차분하기만 했다. 주영도가 이 식당에 자주 데리고 올 정도의 여자라면 구아정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주영도의 표정도 매우 덤덤했다.“메뉴판 여기 두고 다들 나가세요.”매니저는 알겠다고 대답한 후 직원과 함께 재빨리 나갔다.주영도가 메뉴판을 강루인의 앞에 내려놓았다.“먹고 싶은 게 있는
주영도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더니 또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듯한 눈빛으로 강루인을 쳐다봤다.“우린 방금 밥만 먹었어.”강루인은 모든 감정을 감추려고 시선을 늘어뜨렸다. 그녀도 지금 이러는 자신이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주제도 모르고 영도 씨의 첫사랑이랑 비교하다니. 비교가 된다고 생각한 거야? 내가 뭔데?’두 사람은 식당을 나와 차에 올라탔다.주영도는 선샤인 빌리지로 가지 않고 그녀가 일하는 작업실로 향했다.익숙한 작업실을 본 강루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해졌다.그는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이따금 두드리면서 느긋하
화들짝 놀란 노윤환은 황급히 시선을 거두면서 가림막을 올렸다. 더는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주영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날 때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게다가 이건 두 번째 따귀였다.강루인은 그를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유리창 밖을 내다봤다.다른 사람이 냉랭하게 구는 걸 싫어했던 주영도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 그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그러고는 그녀의 허리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내일 동운이 생일이야. 너도 같이 가자.”강루인이 말없이 저항하자 주영도는 허리를 꼬집었다.“대답해.”“안 가.”“예전에는 이런 자리에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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