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hapter 131 - Chapter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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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성유준은 확답을 피한 채 입을 열었다.“왜? 벌써 가려고?”“응. 볼 일이 있어서.”같은 업계를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온채아는 속일 수 있어도 성유준을 속이기는 어렵다.주율천은 차라리 솔직하게 말했다.“조카가 갑자기 고열이 나서 잠깐 들러보려고.”그러고는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혹시라도 채아 마주치면 그냥 모르는척해 줘. 괜히 쓸데없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성유준은 담배를 받아들며 알겠다는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래. 알았어.”온채아는 고서화를 현관 수납장 위에 대충 올려두고 엘리베이터 쪽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다가 아무런 인기척이 들려오지 않는 확신이 생겼을 때 집 문을 나서서 밖으로 나왔다.아파트 출입구 앞은 텅 비어 있었고 검은색 벤틀리는 아까 그 자리에 없었다.그럼에도 온채아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성유준은 원래도 인내심이 좋은 사람이 아니거니와 그녀가 갑자기 약속을 깨버렸으니 기다리지 않고 떠난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지금 성유준에게 밥 한 끼 하자고 줄 선 사람만 해도 진안로 한 블록은 넘을 텐데 굳이 여기서 온채아를 기다릴 이유도 없었다.고개를 푹 숙인 채 다시 집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익숙한 벤틀리 차량이 천천히 다가왔다.곧이어 성이가 내려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아가씨, 주차 자리에 마땅치 않아서 좀 멀리 세웠어요.”순간 멈칫한 온채아는 장난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성유준을 발견했다.“얼른 타. 배고프다.”온채아는 몸을 숙여 뒷좌석에 앉았다.그런데 어딘가 분위기가 묘했다.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언짢아 보이던 남자가 지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웃고 있었다.성유준이 말했다.“방금 주율천 만났어.”온채아는 별 반응이 없었다.“그래요?”감정 없는 담담한 말투에 실망도 화도 없었다.성유준은 주율천이 떠나기 전 했던 말을 떠올리며 눈빛을 거두었다.“형수 만나러 갔대.”운전 중이던 상이는 그 말을 듣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주 대표님이 아까 분명히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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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온채아는 성유준의 의도를 짐작하지 못하고 살짝 몸을 피했다.“왜요? 대표님이 소개해 주시려고요?”“못 해줄 것도 없지.”성유준은 어깨와 등이 넓어 몸을 조금만 숙이기만 해도 온채아를 온전히 감싸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어떤 스타일을 원하는데?”기세 넘치게 대답했던 터라 이제 와서 물러서면 또 비웃음을 살 게 뻔했기에 온채아는 차라리 진지하게 기준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예전 그녀의 이상형은 주율천 같은 사람이었다. 점잖고 온화하며 젠틀한 스타일.하지만 지금 제일 극혐하는 타입이다.당장 자신이 뭘 원하는지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싫어하는 건 분명했다.“일단 점잖고 온화한 스타일은 별로예요. 그 반대라면 딱이겠네요. 주씨 가문을 안 두려워하는 사람이면 더 좋고요.”“아가씨, 그 반대라면 단호하고 차가운 타입이네요?”성이가 웃으며 받아쳤다.“그럼 우리 대표님이네요. 경성에서 주씨 가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대표님밖에 없는데요?”온채아는 그 말에 머릿속이 하얘진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히 그녀가 말한 기준은 딱 성유준 그 자체였기에 성이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하지만 간이 부은 게 아닌 이상 성유준과의 그런 관계는 꿈꿔서도 안 된다.차는 일정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고 거리의 불빛이 깜빡이며 성유준의 얼굴 위로 스쳤다.그는 조금 더 가까이 온채아에게 다가가며 알 수 없는 눈빛을 보냈는데 마치 언제부터 그렇게 간 큰 생각을 하게 된 거냐고 묻는듯한 느낌이었다.순간 심장이 두근거린 온채아는 뭔가 해명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보다 먼저 성유준의 낮고 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픈 마이드가 아니라 금기의 관계를 원했던 거야?”9년간 남매로 지낸 그들은 가족으로 보는 게 맞다.어릴 때부터 맡아온 은은한 침향목 향기가 온채아를 감쌌고 그 향기는 마치 그녀의 생각이 얼마나 불순한지를 알려주는 듯했다.온채아는 얼굴뿐만 아니라 귀까지 뜨겁게 달아오른 걸 느끼며 눈앞의 성유준을 확 밀어냈다.“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아무리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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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티슈로 손을 닦던 온채아는 순간 흠칫했다.어쩌면 성유준이 이런 사소한 일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그 배려는 찌그러진 온채아의 가슴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대표님.”반쯤 열린 문밖에서 지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임지연이 조심스레 문을 밀고 들어오더니 온채아를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채아 씨도 있었네.”온채아는 당황했지만 애처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를 건넸다.“임 비서님, 안녕하세요.”임지연은 성유준 옆자리로 걸어가며 친근하게 말했다.“같이 식사해도 괜찮을까?”온채아는 미소 지었다.“괜찮아요.”사석에서도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두 사람의 모습에 온채아는 말문이 막혔다. 성유준은 솔로가 아니라며 말한 적 있고 임지연은 그의 취향을 캐묻기 바빴다.서로 마음은 있지만 고백할 용기가 없어 눈치만 보고 있는 소설 속 남녀 주인공 같았다.‘나 같은 외부인이 거절할 자격은 없지.’성유준은 깊고 그윽한 눈매로 온채아를 힐끗 쳐다봤다. 그러고선 무심한 얼굴로 돌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임지연을 바라보며 물었다.“여긴 왜 왔어?”온채아는 흠칫 놀랐다.‘대표님이 부른 게 아니었나?’“친구가 여기서 밥 먹고 있다가 대표님을 봤다고 해서요.”임지연은 웃으며 자리에 앉아 설명했다.“혹시 업무상 미팅 중일까 싶어서 대신 술이라도 받아주려고 왔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아닌 것 같네요.”성유준은 몸을 느긋이 뒤로 젖히며 감정 없는 눈빛으로 임지연을 바라봤다.“술 받아줄 필요 없으니까 이만 가줄래?”온채아는 민망함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하물며 임지연은 오죽했을까.아니나 다를까 얼굴에 걸린 웃음은 점차 굳어졌다.“저는...”“대표님.”이 상황이 너무 난처했던 온채아는 자신이 초대자인 입장에서 말했다.“어차피 음식도 많이 시켰잖아요. 같이 드셔도 될 것 같은데요?”성유준의 표정은 더 냉랭해졌고 무심하게 한 마디 던졌다.“배려심이 대단하네.”그 말은 어딘가 의미심장했다.온채아는 곱씹어볼 틈도 없이 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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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채아 씨랑 같이 왔으면 미리 말이라도 해주지.”성유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네가 입이 이렇게 가벼운 줄은 몰랐거든.”그 말을 끝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뿜어냈다.수년간 형제로 지내온 하지훈은 뭔가 알아챈 듯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식자 자리가 별로였나 봐?”성유준은 싸늘하게 대답했다.“임 비서가 왔어.”“왜?”“같이 먹으려고.”“그래서 채아 씨가 기분이 나빴다는 거야?”하지훈은 그와 온채아가 싸운 줄 알았으나 사실 그게 아니었다. 곧이어 성유준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기분 나빴다고? 아니. 채아는 당장이라도 임 비서를 새언니라고 부를 기세였어.”“그럴 리가 없지.”하지훈은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채아 씨는 너를 오빠라고 인정 안 하잖아.”성유준은 그를 힐끗 보며 물었다.“넌 도대체 누구 편이냐?”“당연히 네 편이지.”하지훈은 술 진열장을 열어 맥캘란 한 병을 꺼내더니 천천히 술을 따랐다.“솔직히 말하면 네 성격이 유별나잖아. 채아 씨가 재혼할 생각이 있어도 너랑은 안 할 거야.”“누가 걔랑 하고 싶대?”“그래, 그래. 마음대로 얘기해.”하지훈은 잔 하나를 밀어주더니 술을 따르며 일부러 성유준을 더 자극했다.“채아 씨가 주율천이랑 결혼하겠다고 난리 쳤을 때 위출혈이 생길 정도로 술 마시던 게 누구더라?”거실은 쥐 죽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성유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감정 섞인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일은...”“너는 잘못한 게 없어. 솔직히 그때는 너도 위험한 상황이었잖아. 채아 씨랑 관계를 끊는 게 맞았어.”하지훈은 잔을 집어 성유준과 맞대며 덧붙였다.“하지만 채아 씨가 주율천을 좋아한 것도 잘못은 아니지. 네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채아 씨와 점점 멀어질 거야.”...며칠 후, 하지원이 전화를 걸어와 온채아에게 옥 펜던트 복제품이 완성되었으니 가져가라고 했다.온채아는 한의원 진료 전에 먼저 하지원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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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심서정은 순간 멈칫하며 얼어붙더니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려 애썼다.“그게 무슨 뜻이죠?”‘X발. 도대체 또 뭘 알아낸 거야?’당시 고등학교를 자퇴한 심서정은 대학에 갈 가능성이 전혀 없자 양아치 무리들과 어울려 다니며 밥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살아갔다.그런 그녀를 주율천이 알아봤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목에 걸린 옥 펜던트를 알아본 것이다.그때부터 심서정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었고 공주 대접을 받았다.주율천은 늘 심서정에게 잘해줬고 그녀가 행여나 눈물을 흘리기라도 하면 금수저 집안을 이용해 기분을 달려주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썼다.그때부터 심서정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주율천이 다 받아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주율천의 형, 주석현과 결혼했다.주율천과 결혼하면 주씨 가문의 자원과 재산을 절반만 얻을 수 있지만 주석현과 결혼하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그녀는 주율천과 주석현이 갖고 있는 전부를 소유하려는 욕망이 있었다.하지만 그 욕망은 주석현의 죽음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고 심서정은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하필이면 주율천은 예전처럼 그녀를 대해주지 않았다.‘만약 저 X이 뭔가 알고 있다면...’경직된 몸으로 눈빛마저 불안하게 떨리는 심서정의 모습을 눈여겨보며 온채아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말로 그녀의 가식적인 가면을 찢어 놓았다.“내 말은, 이 옥 펜던트의 원래 주인이 심서정 씨가 맞냐는 거였어요.”예전에는 그저 의심이었다면 이제는 백퍼센트 확실했다.심서정은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온채아를 괴롭힌 사람이었다.“헛소리 좀 그만해요.”심서정은 목소리를 떨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건 어릴 때부터 제가 갖고 있던 옥 펜던트예요. 내 물건이 아니라는 증거 있어요?”“증거요?”온채아는 뒤로 기대어 앉았다. 건방지게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기세는 심서정보다 한참 위였다.“서정 씨가 이렇게 발악하는 게 증거인 것 같은데요?”“누가 발악을 했다는 거죠?”심서정은 애써 흥분을 억제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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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전혀 타격 없는 온채아의 모습에 심서정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내리친 듯한 기분이 들었고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짜증을 부렸다.하지만 고개를 숙여 가방에 던져놓은 옥 펜던트를 보는 순간 금세 침착해졌다.‘내가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것 같아?’이제는 옥 펜던트 외에, 반드시 다른 카드가 필요했다.그 시각 주차장으로 빠르게 걸어간 온채아는 손끝이 주머니에 있는 옥 펜던트에 닿자 서서히 마음이 안정되었다.심서정에게 주었던 것은 하지원을 통해 복제한 것이고 진짜 옥 펜던트는 그녀가 갖고 있었다. 드디어 주인에게 돌아갔다.부모님이 남긴 유일한 물건을 되찾은 온채아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차에 오르려는 찰나 한 손이 문을 잡더니 차에 타려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크고 가느다란 손은 마치 맑고 투명한 백옥같이 깔끔했다.온채아는 고개를 들지 않고도 그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짜증이 밀려온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옥 펜던트는 이미 심서정 씨에게 돌려줬어요. 됐죠?”주율천과 눈조차 마주치고 싶지 않은 듯 온채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얼굴에 웃음이 가득 담긴 채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던 과거의 온채아는 이제 없었다.두 사람의 관계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몰랐지만 온채아는 영원히 그의 아내일 것이라고 주율천은 확신했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인내심 있게 달래야만 한다.주율천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널 찾은 이유는 그게 아니야. 사실 방금 네가 서정이한테 한 얘기를 조금 들었어.”그는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옥 펜던트의 주인이 서정이가 아니라는 게 사실이야?”“네.”온채아는 드디어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어릴 적에 그 옥 펜던트를 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게 심서정 씨에게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린 주율천은 다급하게 온채아의 팔을 움켜잡았다.“확실해?”평소와 다른 힘은 그의 불안한 감정을 대변하는 듯했다.“지금 날 의심해요?”온채아는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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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온채아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주율천은 온몸으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냈다.그는 온채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확실해? 잘못 기억한 건 아니지?”주율천의 이런 눈빛이 처음이었던 온채아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차 문에 등을 기대었다.“네, 확실해요.”차 문을 꽉 잡고 있던 주율천의 손등엔 어느새 핏불이 가득 올라왔다.그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려 애썼다.“그 친구랑은 아직도 연락해?”사실 이 질문을 할 때 주율천은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온채아와 결혼한 지 3년, 알고 지낸 지는 더 오래였지만 그녀의 주위에서 정다슬 외에는 동년배 친구를 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정다슬은 경성 사람이니 가능성이 전혀 없다.의도를 전혀 알 수 없는 그 질문에 온채아는 생각이 많아졌다.“아니요.”곧이어 온채아는 차 문을 당기며 단호하게 말했다.“볼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손 좀 놔주세요.”“그래.”주율천은 천천히 손을 뗐다. 온채아의 차가 멀어지는 걸 바라보며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결아, 송산 고아원에서 지냈던 아이들 리스트 좀 구해줘.”“전부요?”담결이 의아해하며 묻자 주율천은 고민하다가 답했다.“서정이랑 한두 살 차이 나는 사람만.”“대표님, 안 그래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담결은 사실대로 말했다.“전부 다 살펴봤는데 심서정 씨랑 나이가 비슷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표님이 말씀하신 조건에 맞는 사람은 더 적고요. 한 명이 있긴 한데 해성 본토 사람이고 다섯 살 때 경찰에 의해 고아원에 보내졌다고 합니다. 월호 공원 근처에 살았다고 하는데...”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율천이 입을 열었다.“월호 공원?”“네.”담결은 덧붙였다.“상황이 좀 특이합니다. 수소문 끝에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마약 단속 경찰의 자제분이라고 합니다. 부모님은 업무 집행 중에 사망했고 고아원에 갈 때는 범죄 조직의 보복이 두려워 이름까지 바꿨다고 합니다. 본명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주율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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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응.”주율천이 고개를 돌릴 때 얼굴에 드리웠던 그늘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퇴근했어?”“응.”심서정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그의 팔을 끌어안았다.“너무 피곤해. 선생님 오늘 오전에 환자가 너무 많았어.”조현덕 밑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더 피곤했다.그래서 온채아가 어떻게 그 많은 환자들은 혼자서 감당하는지 몰랐다.‘고생하는 것도 그 X 운명이지 뭐.’심서정은 자신이 온채아와는 다른 급이라고 자부했다.주율천은 조용히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옥 펜던트는 채아한테서 가져왔어?”“응, 가져왔어.”심서정은 웃으며 주율천을 차에 태운 뒤 다시 중얼거렸다.“갑자기 왜 또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어. 아마 지난번 호텔 사건 때문에 나한테 앙심을 품고 있어서 그런가 봐. 옥 펜던트가 내 거 아니라고 난리야. 진짜 미친 것 같다니까? 안 그래?”심서정은 온채아가 언젠가 이 사건의 수상함을 눈치채고 주율천에게 이를 터놓을까 봐 걱정했다.그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심서정은 몰랐다. 온채아가 더 빠르게 한발 먼저 손을 썼다는 사실을.그 말을 들은 주율천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내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서정아, 예전에 우리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 기억나?”심서정은 잠깐 어리둥절했지만 금방 웃으며 말했다.“그때 입원한 건 어머니 아니었어?”심서정은 집에서 도우미들이 이야기했던 걸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다.주율천의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손톱이 손바닥에 박힐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며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썼다.“시간이 오래 지나서 어느 병원인지는 정말 기억이 안 나네.”...오후, 온채아는 평소처럼 시험실에 갔다.그런데 마침 희귀 약재의 재고가 떨어져 바쁘게 할 일만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가는 길에서 정다슬이 전화를 걸어왔다.“맞다. 얘기한다는 걸 깜빡할 뻔했네. 어제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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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코코?’온채아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고 성유준을 쳐다봤다.“방금 뭐라고 했어요? 코코라고 불렀어요?”성유준은 다가와서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강아지는 온채아 품에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고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배은망덕한 자식.’성유준은 입술을 움직이며 무심하게 말했다.“얘가 코코야.”“정말요?”따뜻하게 내리쬐는 겨울 햇살을 맞으며 바닥에 쪼그린 온채아는 마치 빛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아름다웠다.두 뺨에 깊은 보조개가 패어 있고 눈빛은 생기발랄했다.성유준은 장난치려는 짓꿎은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던 찰나 기대에 찬 온채아의 모습을 보고서는 그 생각을 접었다.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내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한 적이 있어?”성유준은 정말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온채아는 품에 안고 있던 강아지를 꽉 껴안고선 머리를 힘껏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코코야, 정말 코코 맞아?”“멍.”“코코?”“멍.”온채아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고개를 들고 성유준을 바라보는 두 눈은 초승달처럼 구부러져 있었고 그가 자신을 버린 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성유준, 코코가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어요.”정교한 이목구비와 밝고 환한 그 웃음은 너무나 아름다워 전에 겪어왔던 고통이 무색할 정도였다. 마치 귀하게 자란 공주님 같달까?성유준의 시선은 그녀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입술에 닿았다. 목이 불타는 느낌에 마른침만 꿀꺽 삼켰고 안경 너머의 눈 속에서 흔들림이 느껴졌으나 그 감정을 숨겼다.“뭐라고 불렀어?”온채아는 기쁨 속에서 헤매던 정신을 간신히 붙잡았다.“대표님...”그 답이 만족되지 않았던 성유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전에 온채아가 버릇없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성유준은 단호하게 지적했고 그러면 곧바로 ‘오빠’라고 부르곤 했다.코코에게 정신이 팔린 온채아는 그의 불편한 기색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말했다.“그때 집사님이 분명히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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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얘기해 봐요.”성유준은 잠시 침묵한 후 마치 망설이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자갈에 문질러진 듯 굵고 거칠었다.“너를 나한테...”“채아야, 나 왔어.”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갑자기 열리며 정다슬이 나타났다. 왼손엔 가방을 들고 오른손에는 포장한 음식을 들고 나타났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온채아는 깜짝 놀란 채로 몸을 확 일으키더니 성유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아무것도 아니야.”성유준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정다슬을 한 번 쳐다본 후 뒤로 한 발 물러서서 코코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다.정다슬은 입을 틀어막고 온채아에게 눈치 주며 나지막이 물었다.“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뭐가 무슨 상황?”온채아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가며 대답했다.집으로 들어선 정다슬은 성유준의 눈빛을 곱씹어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도 안 돼. 방금 그 눈빛에는 살기가 있었단 말이야. 도대체 너한테 뭐라고 했는데?”정다슬이 물었다.“몰라. 얘기하다가 네가 오는 바람에 멈췄어.”온채아는 정다슬의 손에서 포장된 음식을 받은 후 식탁으로 가서 하나씩 펼쳤다.솔직히 성유준의 목소리가 너무 낮아서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 좋은 얘기는 아닐 거란 확신이 있었다....다음 날은 주말이라 병원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시험실도 텅 비어 있었다.온채아는 아예 밤을 새서 연구 아이디어를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고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그렇게 점점 틀이 잡히며 정신이 맑아져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까지 일을 계속했다.마무리하고 의자에서 일어났을 땐 머리가 무겁고 몸이 둥둥 떠 있는 느낌이라 바로 침대에 쓰러져 잠을 잤다.깊은 잠에 빠져들려던 찰나 침대 옆에 놓인 휴대폰이 진동을 울리며 깨웠다.눈꺼풀이 무거웠던 온채아는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내가 정장은 언제 보상해 줄 거야?”휴대폰 너머에서 남자의 차갑고 무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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