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결혼한 지 3년이 되는 어느 날, 온채아는 남편 주율천의 가슴속에 영원히 자리 잡은 그녀가 누구인지 마침내 알게 된다. 놀랍게도 바로 그의 형수였다. 큰 형이 세상을 떠난 그날 밤에도 주율천은 조강지처인 온채아는 안중에도 없는 듯 형수를 대신해 뺨을 맞는다. 온채아는 잘 알고 있었다. 주율천이 그녀와 결혼한 이유가 단지 그녀가 사리 분별을 잘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사리 분별을 하도 잘해서 이혼하는 순간까지도 주율천을 조금도 귀찮게 하지 않는다. 주율천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이미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곧 다른 남자와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한다는 사실도. 암 치료 신약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그날, 온 세상이 온채아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그 환호성 속에서 무릎을 꿇고 붉어진 눈으로 그녀에게 용서를 비는 주율천. “채아야, 내가 잘못했어. 제발 다시 나한테로 돌아와 줘.” 늘 신사적이던 그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온채아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가 온채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단호하게 말한다. “미안하지만 채아 곧 나랑 결혼해.”
view more온채아는 심서정이 가짜 딸이라는 사실을 안 뒤로 줄곧 안부를 물을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언급된 김에 자연스럽게 호기심 어린 얼굴로 풀었다.하도연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곧 찾을 수 있을 거예요.”온채아가 바로 막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삼켰다.온채아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했다.“꼭 찾게 될 거예요.”이 말을 들은 강미진은 눈시울이 촉촉해져 황급히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점심 식사가 끝난 뒤 온채아가 집을 나서려던 찰나 하도연이 참지 못하고 그녀를 불렀다.“채아 씨, 혹시... 친부모가 줄곧 채아 씨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온채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도연 언니,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요?”예전에는 부모가 그리워 언제쯤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고대했었지만 지금은 마음을 많이 놓은 상태였다. 자신이 마약 밀수자의 자식만 아니면 다른 건 더 이상 바라지 않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생각나서 물어본 거예요.”하도연은 웃으며 다시 물었다.“채아 씨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아요?”“예전에는 궁금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집착하지 않게 됐어요.”온채아는 불룩한 배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지금 아기랑 언니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해요.”하도연은 그 순간 누군가 심장을 꽉 움켜쥔 듯 가슴이 아팠다.“가죠. 내가 차까지 데려다줄게요.”그러더니 직접 온채아의 차 문도 열어줬다.온채아는 차에 앉은 뒤 손을 흔들었다.“도연 언니, 밖에 추우니 빨리 안으로 들어가요.”“네.”하도연은 대답했지만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차가 천천히 멀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채아 씨 친부모가 줄곧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차에 탄 온채아는 하도연의 이 말에 숨은 뜻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게 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하며 성
월강 레지던스.온채아는 뒷마당 휴식용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 발밑에 코코가 엎드려 꼬리를 느릿느릿 흔들고 있었다.겨울 해가 지기 전,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약간의 서늘함은 있지만 온몸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왜 또 마당에서 바람 쐬고 있어?”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더니 얇은 캐시미어 담요 한 장이 어깨에 걸쳐졌다.고개를 든 온채아는 성유준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 보며 살짝 웃었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오늘 성유준은 한의원 업무를 끝내고 피곤해서 연구소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왔다.자신과 태아의 건강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일찍 와서 너랑 같이 있으려고.”그녀 곁에 앉은 성유준은 자연스럽게 커다란 손을 불룩한 배 위에 얹었다.“오늘 얌전히 잘 있었어?”이건 두 가지 뜻을 담은 물음이기도 했다. 온채아가 잘 있었는지, 그리고 배 속 아기도 얌전히 잘 있었는지 동시에 묻는 말이었다.온채아가 웃으며 성유준의 손을 꼭 잡았다.“아주 얌전히 잘 있었어! 그런데 내일부터 그린 빌라로 가서 사모님 치료를 재개해야 해.”그동안 본인의 몸 상태와 강미진의 재활 훈련 때문에 침 치료가 사실상 중단됐었다.지금은 몸이 많이 회복됐고 강미진의 재활도 성과를 내서 치료를 좀 더 이어가면 보통 사람처럼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알았어, 성이더러 데려다주라고 할게.”성유준은 온채아를 부드럽게 품으로 당겼다.다음 날 아침, 아침 식사를 마친 온채아는 옷을 갈아입은 뒤 그린 빌라로 향했다.차가 마당으로 들어가자 유리창가에 앉은 하도연이 눈에 들어왔다.베이지색 캐시미어 니트를 입고 긴 머리를 뒤로 느슨하게 묶은 하도연은 서류를 보고 있는 얼굴 라인이 도도하면서도 차갑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풍겼다.같은 여자인 온채아마저도 자기도 모르게 여러 번 쳐다보게 됐다.“도연 언니.”온채아는 외투와 치료 도구를 가정부에게 맡긴 뒤 서둘러 다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오늘 왜 집에 있어요?”고개를
그의 이 한마디에 구진택만 격분한 게 아니었다.그의 할머니 안수안, 아버지 구강우, 엄마 금재은까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뭐라고?”구진택은 믿을 수 없다는 어조로 구정훈을 바라보며 멍청이를 보듯 말했다.“하씨 가문이 어떤 배경인지 몰라서 그래? 도연 할아버지가 어떤 인물인데? 정신이 나가서 다 까먹은 거야?”남들의 눈에는 구씨 가문도 해성에서 으뜸가는 명문가로 손꼽히지만 하씨 가문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애초에 하도연이 구정훈을 마음에 두지 않았더라면 그는 상속자 자리를 꿰차지 못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함부로 허풍까지 떨고 있었다.만약 집안 가정부 중 한 명이 입이 가벼워 소문을 내기라도 하면 하씨 가문과 완전히 적이 될 수도 있었다.한쪽에서 끊임없이 도와줬는데 등을 돌리고 외면하니 누가 다시 상대해 주겠는가...잠시 멍해졌던 구정훈은 이성을 되찾은 듯 곧 말을 이었다.“물론 하씨 가문의 재력이 우리보다 낫긴 하지만 지금 깊은 협력관계를 맺은 기업들과 진행한 사업 중 꽤 많은 프로젝트가 매번 수십억의 수익을 냅니다. 하씨 가문의 말 한두 마디 때문에 협력을 끊을 리 없습니다.”구정훈은 언제나 이익이 권력과 명예의 세계에서 진정한 매개체라고 믿었다.그렇지 않았다면 하씨 가문이 중개를 서준다 해도 다른 업체가 굳이 손잡을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그 누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하려 하겠는가?구진택이 입을 열기도 전에 구강우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너는 남들이 그 수익만 보고 협력한다고 생각해?”구정훈이 끝까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자 구강우는 화가 치밀었다.“사람의 정을 보고 그런 거야!”홱 자리에서 일어난 구강우는 구정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어디에 갖다 놔도 돈 버는 사업인데 굳이 너랑 손잡는 이유가 뭔데? 하씨 가문의 마음을 얻기 위함이지! 만약 도연이와 사이가 최악으로 틀어지면 하씨 가문이 직접 입을 열지 않아도 이 모든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될 거야!”세상에는 눈치 빠른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다.이런
적어도 주율천은 지금 주씨 가문의 외아들이자 유일한 상속자다.하지만 구정훈은 상황이 달랐다.이혼하는 동시에 구온 그룹을 컨트롤할 권한까지 잃은 셈이었다.온채아는 그들의 속사정은 잘 모르지만 이 말에 깊이 공감했다.세상 물정에 밝은 하도연은 삶을 꿰뚫어 보는 데 능했으며 집안 배경까지 말할 것도 없었다. 누구와 결혼하든 상대방은 복권에 당첨된 것이라고 생각했다.“도연 언니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온채아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하도연과 알고 지낸 기간이 길지 않지만 하도연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후회나 아쉬움을 품는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다....구씨 가문 본가.해성으로 돌아온 구정훈은 이튿날 아침부터 회사 일에 발이 묶였다.일을 마치고 오후가 되자 시계를 힐끗 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 캐시미어 코트를 움켜쥐고 밖으로 나갔다.서둘러 들어오는 강준태와 하마터면 부딪힐 뻔하자 눈살을 찌푸렸다.“뭐가 그리 급해?”“그게...”강준태는 서류 두 부를 들고 망설였다.황아림이 이때 없다는 게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구정훈과 황아림이 무슨 사이든 적어도 황아림 앞에서는 구정훈이 유독 화를 잘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구정훈이 입을 떼지 못하는 강준태를 보고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하늘이라도 무너진 거야?”“아닙니다.”강준태는 구정훈의 인내심이 바닥나는 걸 느끼고 용기를 내 서류를 건넸다.“사모님 측 변호사가 이혼협의서를 보냈습니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서명해 달라고 합니다.”강준태는 이미 협의서 내용을 훑어봤다.사모님 쪽에서 구씨 가문에 돈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이혼 자체가 구정훈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힐 거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이처럼 까다로운 일은 황아림이 처리하는 게 맞는데...강준태의 말을 듣자 구정훈의 눈가에 서서히 짜증이 감돌았다.아직 정식 답변도 내놓지 않았는데 하도연이 서둘러 이혼서류를 보내온 것이다.하도연이 냉정한 성격임을 알지 못했다면 밖에 다른 남자가 생긴 게 아닌지 의심할 지경이었다.그렇
민은하의 협박을 들은 온채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사실 그녀는 털이 복슬복슬한 동물들을 매우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강아지를 가장 좋아했다.하지만 성유준이 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어릴 적 강아지를 키울 수 없었다.그러다가 열여섯 번째 생일이 되던 날, 성유준은 작은 보더콜리 한 마리를 선물했고 이름을 코코라고 지어줬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온채아는 코코와 함께 잔인하게 버려졌다.그때부터 코코는 늘 온채아의 곁을 지켜주며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코코가 사
온채아는 두 걸음 물러서며 거리를 두더니 성윤혁의 손에서 옷깃을 잡아당겼다.식사를 준비하던 도우미들은 부엌으로 들어가 바쁘게 일에 몰두했고 레스토랑에는 온채아와 성윤혁만 남았다.온채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비웃으며 말했다.“뭐야? 또 해외로 도망가려고?”“온채아!”성윤혁은 갑자기 온채아의 목을 움켜잡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X발. 좋은 말로 할 때 알아들어야지. 너 같은 것 때문에 도망갈 것 같아?”“그렇게 대단하면 날 한번 죽여보던가.”온채아는 숨이 막혔지만 고개를 들고 성윤혁을 똑바로 노려보며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심서정뿐만 아니라 온채아도 당황했다.그녀는 눈을 들어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둘 중 하나를 선택해요. 저 사람들한테 먼저 해명하든지, 아니면 계속 심서정이랑 차를 가지러 가든지.”그녀는 그의 외도를 받아들였고 그들을 위해 해명하는 것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어정쩡한 건 싫었다.그가 이렇게 그녀를 따라가 버리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심서정이 주씨 가문의 사모님이 된다.그럼 그녀는 뭐가 되는 거지? 남의 가정을 파탄 내는 불륜녀가 되는 것이다.주율천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채아야...”“주 대표님, 나는 바빠서 이만 갈
심서정이 계속 캐물었다.“그럼 온채아랑 언제 이혼할 건데?”요즘 들어 주율천이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바로 이혼이었다.모두들 그가 당연히 이혼할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주율천은 가슴속에 뭔가가 꽉 막힌 듯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주율천은 그 이유를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 이혼하면 그룹 주가가 흔들릴 수도 있고 심서정의 명예가 손상될 수도 있었다.아무튼 그는 알고 있었다. 이혼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을.주율천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절대 안 해, 이혼.”다음 날 잠에서 깬 온채아는
Rebyu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