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결혼한 지 3년이 되는 어느 날, 온채아는 남편 주율천의 가슴속에 영원히 자리 잡은 그녀가 누구인지 마침내 알게 된다. 놀랍게도 바로 그의 형수였다. 큰 형이 세상을 떠난 그날 밤에도 주율천은 조강지처인 온채아는 안중에도 없는 듯 형수를 대신해 뺨을 맞는다. 온채아는 잘 알고 있었다. 주율천이 그녀와 결혼한 이유가 단지 그녀가 사리 분별을 잘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사리 분별을 하도 잘해서 이혼하는 순간까지도 주율천을 조금도 귀찮게 하지 않는다. 주율천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이미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곧 다른 남자와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한다는 사실도. 암 치료 신약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그날, 온 세상이 온채아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그 환호성 속에서 무릎을 꿇고 붉어진 눈으로 그녀에게 용서를 비는 주율천. “채아야, 내가 잘못했어. 제발 다시 나한테로 돌아와 줘.” 늘 신사적이던 그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온채아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가 온채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단호하게 말한다. “미안하지만 채아 곧 나랑 결혼해.”
View More기분 좋아 보이는 성유준의 표정에 온채아는 그가 농담하는 줄 알고 덩달아 거들었다.“그래, 희민 오빠가 대표 자리를 나한테 넘겨준대?”“...”성유준은 피식 웃으며 샤워하는 동안 뜨거운 열기에 붉게 물든 여자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네가 말하면 진짜로 줄지도 몰라.”하씨 가문에서 대뜸 지분 5%를 주는 건 확실히 예상 밖이었지만 그들이 온채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온채아는 성유준을 흘겨보며 더 이상 농담을 주고받고 싶지 않았다. “빨리 머리나 말려 줘.”한동안 성유준이 워낙 세심하게 챙겨준 덕분에 보살핌받는 것에 익숙해진 모양이었다.직접 머리를 말린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였다.성유준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네, 아가씨.”말하며 온채아를 소파로 데려가 앉힌 뒤 드라이기를 가져와 능숙하게 머리를 말려주었다.머리를 말리고 난 후 온채아는 성유준과 특효약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요즘 연구소에 갈 시간은 없어도 강태무와 줄곧 기획안을 조정하고 있었다.온채아는 기획을, 강태무는 실험을 담당했다.직접 참여할 때보다 진도가 느리긴 해도 제법 나쁘지 않은 진전이 보였다.성유준은 못 말린다는 듯 그녀를 침대에 눕히며 말했다. “일 얘기는 출근 시간에 하고 지금은 쉬는 시간이니까 자야지.”온채아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더니 이렇게 대꾸했다. “한밤중에 나를 붙잡고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보고하던 사람이 누군데?”추운 겨울 강태무를 차에 태워 보낸 뒤 곧장 악랄한 자본가에게 끌려가 차에서 일 얘기를 나눠야 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한다니.예전 같으면 성유준은 절대 인정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당당하게 말했다.“그때 일 말고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기는 했어?”‘업무’ 핑계를 대야만 온채아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그제야 온채아는 정신을 차리고 귓불이 붉어지며 투덜거렸다.“그렇게 업무 핑계로 사리사욕 채우는 사람일 줄 몰
사실이었다.하씨 가문의 누구도 오랜 세월 동안 막내를 되찾는 것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하선호조차도 말이다.하용건이 지분 문제로 몇 번이나 망설였던 것도 단지 네 남매가 훗날 이 지분 때문에 사이가 틀어질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그들이 마음을 굳게 먹은 것을 보고 차경희는 남편을 흘끗 쳐다본 뒤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막내에게 미안한 건 너희들뿐만이 아니야. 나랑 너희 할아버지도 언젠가 막내를 데려오면 내 명의로 된 호텔을 전부 넘겨주기로 진작 결정했어.”그건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차경희가 정당하게 상속받은 사업이었다.지금 벌어들이는 엄청난 수익이 전부 차경희 본인 재산으로 되어 있었다.강미진은 두 어르신이 진심으로 막내에게 보상해 주려는 마음은 느낄 수 있었지만 다른 세 자식의 마음도 생각해 줘야 했다.“너희 생각은 어때? 채아는 이런 거에 관심 없을 거야. 돌아오기로 해도 그건 아마 가족들 때문일 거라 이런 걸로 사이가 틀어지는 걸 원치 않을 거야. 그러니까 마음 불편한 거 있으면 그냥 얘기해. 너희 모두 똑같게 나눠줄 수 있어.”말하다가 차경희의 눈치를 살피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 뒤야 다시 입을 열었다.“적은 금액이 아니니까 생각이 달라도 나와 너희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해하실 거야.”솔직하게 얘기하면 막내에게 더 마음이 가는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하도연이나 다른 자식들에게도 너그럽게 베풀면서 막내에게만 양보하고 막내만 아껴주라고 할 수는 없었다.하도연은 별말 없이 두 남동생에게 물었다. “그럼 난 그린 빌라 별장 하나 보탤게.”“그럼 난 그린 빌라 별장 하나 보탤게.”하지훈과 하희민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말이 떨어지자마자 두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특히나 하지훈을 향해 놀라운 시선을 보냈지만 그가 먼저 하희민에게 말했다.“내가 막내에게 주는 선물인데 왜 이래? 왜 말도 없이 같은 걸 준비해.”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하희민이 드물게 웃음을 터뜨렸다.“너처럼 아직 연차도
한화 그룹 지분은 일부가 차경희 명의로 되어 있고 하선호, 하희민, 하지훈이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었다.강미진이 30%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중 20%는 하도연과 막내 대신 갖고 있는 하용건은 미간을 찌푸렸다.“막내 지분은 신경 쓸 필요 없어. 줄곧 네 엄마 명의로 되어 있으니 나중에 넘겨주면 그만이야.”회사와 가정의 균형을 깨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아무리 그래도 하선호는 그의 친아들이니까.어떤 가정이든 부족함보다 불공평이 문제였기에 줄곧 재산과 관련해서는 공개적으로 공정하고 공평하게 처리해 왔다.“할아버지, 언제부터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수법을 쓰셨어요?”하지훈은 하용건의 의도를 모르는 척 웃으며 말했다.“엄마 명의로 되어있는 건 애초에 막내 몫이었고 우리 남매 모두 있잖아요. 전과 똑같은 걸 보상이라고 줘요?”...‘이 녀석이...’아들도 손주도 다 핏줄인데 하필 제일 아끼는 놈이 말을 꺼내자 하용건이 눈을 부릅뜨며 호통쳤다.“지분 5%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 잘 생각하고 말해. 나중에 내가 차별한다고 원망이나 하지 마.”그 말은 맞았다.한화 그룹의 시가총액을 생각하면 5%가 아니라 1%에 못 미치는 재산이어도 다른 재벌가에선 피를 흘리며 싸우고 형제끼리 등 돌릴 정도였다.온채아에게 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나중에 남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게 싫었다.“알아요.”하지훈은 드물게 진지한 모습을 보이며 분명한 눈빛과 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 아무리 나보다 많이 가져도 불만 없어요. 게다가 저는 30년 넘게 하씨 가문 덕분에 잘 먹고 잘살면서 특혜를 누렸는데, 막내는 남들의 괴롭힘을 견디면서 혼자 외롭게 자랐잖아요.”시선을 내린 채 암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빠인 제가 빚진 게 많죠.”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마지막 한 마디엔 더더욱.온채아가 막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수없이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친동생조차 알아보지 못했는지.어
그 둘이 가장 가까운 가족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사실을 온채아는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성유준의 시선이 그녀가 손에 쥔 서류를 스치더니 붉게 물든 눈가에 머물렀다.“그럴 거야.”주저함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소원희가 예전에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이미 성일을 시켜 증거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경찰이 사용하기 어려운 수단과 방법도 성일은 능숙하게 이용했다.다만 오래전 일이라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온채아는 소리 없이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서류를 원래대로 봉투에 넣었다.“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바람이 스쳐도 흔적이 남는데 하물며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그린 빌라.하도연은 전화를 끊자마자 곁에 있던 몇몇 사람의 뜨거운 시선을 느꼈다.강미진, 하희민, 하지훈, 심지어 하용건과 차경희까지 모두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온채아의 반응이 궁금한 것이다.다들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온채아를 데려오기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비록 남들은 높은 자리에 군림한 하씨 가문에 어떻게든 들러붙고 싶어 안달이었지만 온채아에게 하씨 가문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가장 힘든 시기를 혼자 견디고 유명한 연구개발 전문가가 됐으며 곁에 성유준까지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씨 가문은 아마... 대기표라도 뽑아야 할 듯싶었다.차경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막내가 뭐래? 그러게 네 아빠가 저지른 멍청한 짓은 말할 필요 없다니까, 괜히 애가 안 좋은 생각이라도 하면...”그래도 부녀인데 이 일을 알게 되면 앞으로 하선호를 자기 아버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았다.하용건은 말하지 않았지만 같은 생각이었다.두 어르신은 하선호가 딴생각을 품었든 말든 결과만 달라지지 않으면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처음에는 하용건도 노발대발했지만 나중에는 조심스럽게 넘기길 원했다.강미진과 세 남매는 두말없이 온채아에게 숨기는 게 있어서는 안 된다고 고집했다.어쩔 수 없이 하용건은 손녀에게 사리구별 못한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
그 일이라면 민은하야말로 평생 잊을 수 없었다.그 끔찍한 교통사고에서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그날 이후로 다시는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고 재혼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그 이야기를 꺼내자 민은하의 눈동자에 잠시 깊은 상처의 그림자가 스쳤다.“그 얘길 지금 왜 꺼내는 거야?”심서정이 낮게 물었다.“그래도 기억은 나시죠?”“당연히 기억나지.”“그럼 그때 당신과 율천을 구해준 경찰관과 그 경찰의 딸아이, 기억하세요?”“기억나.”민은하는 잠시 그때를 떠올렸다.그 소녀는 활기차고 밝았으며 마치
온채아는 비록 한의학을 전공했지만 피임 도구 같은 건 의사라면 누구나 익숙하게 다루는 물건이었다.그리고 지금 이들의 관계를 감안하면 성유준이 ‘씻고 오라’고 했을 때 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도 당연히 그것이었다.어차피 먼저 다가간 건 그녀였다.‘연인’이 되자고 제안한 것도 그녀였고 이 상황에서 새삼 내숭을 떨 이유도 없었다. 오히려 빨리 관계를 맺어서 그가 어느 날 지겨워질 때가 오면 그녀도 미련 없이 빠져나오면 그만이었다.하지만 성유준은 갑자기 피식 웃더니, 그녀를 안아 욕실 세면대 위에 앉히고는 한 손으로는 그녀의 다
그녀가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성유준은 잠시 말을 잃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막 무언가 말하려던 그 순간, 침묵을 가르며 그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침대 위에 놓인 휴대폰 화면엔 발신자 이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정다슬.이 늦은 밤, 그냥 전화할 사람이 아니었다.온채아는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무슨 일 있어?”“방금 집에 왔어.”정다슬의 목소리는 평소답지 않게 맹맹했고 어딘가 기운이 빠져 있었다.“근데 너 집에 왜 없어?”온채아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나, 나 지금
주율천은 억지로 웃음을 띠며 말했다.“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냥 채아를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서 그런 건데...”그러자 성유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얘가, 따라가겠다고 했어?”공적으로 은성 그룹과 한빛 그룹은 오랜 파트너 관계였고 사적으로도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며 형제처럼 지낸 사이다.지금은 성유준과 온채아가 다시 가까워진 상황이라 따지고 보면 그에게 처남이나 다름없었다.주율천도 그런 관계를 의식한 듯, 감정을 꾹 눌러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잖아. 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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