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Bab 181 - Bab 190

504 Bab

제181화

낯선 감각이 온몸을 감싸자, 긴장으로 잔뜩 굳어 있던 온채아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순순히 입을 열었다.“오, 오빠...”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그의 거친 키스에 눌려 부드럽고도 나긋나긋했다.그 순간, 성유준의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이 들어갔다.“아야!”예상치 못한 강한 움직임에 그녀는 놀라 짧은 비명을 질렀다. 분명 순순히 받아들였을 뿐인데 오히려 성유준은 더 깊고 거세게 그녀를 끌어안았다.그 순간, 잠시 이성이 돌아온 듯 그는 움켜쥐고 있던 힘을 풀고 그녀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며 거칠게 숨을 토해냈다.“미안, 아프게 했어?”그러나 그 말과 동시에, 그녀의 젖은 속눈썹과 흐릿하게 풀린 눈동자에 시선이 닿자, 방금 눌러냈던 욕망이 다시금 고개를 들 뻔했다.“씻어.”짧고 한마디를 내뱉고는 그는 그대로 게스트 욕실로 사라졌다.성큼성큼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온채아는 얼어붙은 듯 가만히 서 있었다.‘지금 씻고 침대로 오라는 뜻인가?’욕조 안의 물은 어느새 넘칠 기세였다. 그녀는 허둥지둥 물을 잠그고 그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조심스레 욕실 문을 닫았다.세면도구는 여전히 그녀가 두었던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목욕을 마치고 나서야, 수건걸이에 걸린 건 새하얀 목욕 타월 단 한 장뿐이라는 걸 알아챘다.성유준은 깔끔함에 예민한 사람이었고 괜히 그의 물건을 건드렸다간 분위기를 그르칠 수도 있었다.문가에 다가선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조금 열고 도움을 청했다.“오빠, 여분의 수건 있어? 없으면 우리 집에서 좀 가져다줄래?”“내 거 써.”그의 무심한 대답이 문틈 너머에서 들려왔고 곧 잠옷 한 벌이 쓱 문 사이로 들어왔다.“이거 입어.”“응, 알겠어.”다시 문을 닫고 수건으로 몸을 닦던 그녀는 문득 그 수건에서 익숙한 향을 맡고 손을 멈췄다.성유준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향이었다.고개를 숙여 손에 쥔 새하얀 타월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기억이 자꾸만 그녀의 생각을 파고들었다.이 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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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그녀가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성유준은 잠시 말을 잃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막 무언가 말하려던 그 순간, 침묵을 가르며 그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침대 위에 놓인 휴대폰 화면엔 발신자 이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정다슬.이 늦은 밤, 그냥 전화할 사람이 아니었다.온채아는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무슨 일 있어?”“방금 집에 왔어.”정다슬의 목소리는 평소답지 않게 맹맹했고 어딘가 기운이 빠져 있었다.“근데 너 집에 왜 없어?”온채아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나, 나 지금 성유준 집이야. 당장 갈게!”그 순간, 성유준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나랑 정다슬, 누가 더 중요해?”초등학생 같은 유치한 말투에 온채아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되물었다.“진심으로 말해도 돼?”그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말해.”“지금은 정다슬이야.”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어깨를 누르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그녀는 더 말을 섞지 않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다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마음이 급했다.성유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동자엔 짙은 자조가 스쳤다.“지금은 정다슬.”‘그렇다면, 예전에는?’그땐 그가 그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온채아는 서둘러 집에 돌아와 슬리퍼를 갈아 신고 거실로 향했다.그곳엔 카펫 위에 쪼그려 앉아 있는 정다슬이 있었고 그녀가 다가가자, 인기척에 정다슬이 고개를 들었다.눈가는 벌겋게 부어 있었고 평소의 씩씩함은 온데간데없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특유의 호기심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너랑 너 그 오빠, 뭐 있는 거 아니지?”온채아는 순간 움찔했지만 이번만큼은 피하지 않기로 했다.“나, 그 사람이랑 사귀고 있어.”다만 ‘애인’라는 사실까진 말하지 않았다. 그걸 꺼냈다간 정다슬은 지난번 일을 떠올릴 것이고 그녀와 성유준 사이가 애매했던 진짜 이유를 눈치챌 수도 있었다.그러면 또 미안해하고 자책할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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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뭐라고? 네 전부 네 남동생 집 사는 데 보태겠다는 거야?”“응.”정다슬은 눈을 홱 굴리더니 짜증이 난 듯 맥주병을 따 벌컥벌컥 마셨다. 차가운 액체가 목을 타고 들어가면서도 화는 전혀 가라앉지 않는 듯했다.“생각도 하지 말라 그래야지. 하긴, 뭐라는 줄 알아? 내가 삼사 년 동안 일했잖아. 그것도 연봉 높은 ‘변호사’니까, 당연히 손에 돈 좀 모였을 거라고. 그래서 그 돈으로 동생 집을 사는 데 보태는 건 ‘당연’하대. 당연?”온채아는 조용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너라는 사람도, 네 돈도 네가 원하지 않으면 누구도 빼앗을 수 없어.”하고 싶은 말은 더 많았지만 거기서 멈췄다.아무리 가족이 선을 넘는다 해도 결국은 피가 이어진 사람들이었고 인연을 끊는다는 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정다슬은 고개를 들어 온채아를 바라봤다. 평소엔 도도하고 똑 부러지는 그녀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약하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물었다.“근데 만약 진짜 억지로 시키면 어떡하지?”온채아은 피식 웃었다.“그럼 내가 있잖아. 내가 널 지켜줄게.”어차피 그녀에겐 돈도 힘도 있었다.필요하다면 경호원 열 명쯤 붙이는 것도 문제 아니었다.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부지런히 일어나 집 안을 청소했고 손정원과 이미숙이 보내온 전을 꺼내 다시 튀겨냈다. 기름 냄새가 퍼지고 집 안에 명절 분위기가 물씬 스며들 무렵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정다슬이 후다닥 뛰어가 문을 열더니 곧장 주방으로 달려와 온채아의 어깨를 툭툭 쳤다.“전남편 왔어. 너 찾는다.”온채아는 눈썹을 찌푸리며 대꾸했다.“그럼 네가 냄비 좀 봐줘.”국자 하나를 그녀 손에 쥐여주고는 곧장 현관으로 향했다.현관 앞엔 주율천이 서 있었다.“본가에 같이 다녀오자.”그 말에 온채아는 잠시 멍해졌다.잊고 있었다.주씨 가문의 설날은 매년 본가에서 보내는 게 불문율이었다. 평소엔 가족이 제각각이어도 명절만큼은 꼭 ‘화목한 가족’인 척하는 게 전통처럼 이어져 왔으니까.“그럼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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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주씨 가문에 도착하고서야, 온채아는 마음 한구석에 맴돌던 의문 하나에 대한 답을 얻게 되었다.설마 했지만 설날인데도 심서정은 돌아오지 않았다.대신 주시윤만이 집에 와 있었고 아이는 노부인의 곁에서 보기 드물게 얌전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들이 도착한 시각은 딱 식사 시간과 맞물려 있었고 자리에 앉기도 전에 집사로부터 식사 준비가 됐다는 안내가 들어왔다.식탁에 둘러앉자, 어김없이 민은하의 표정이 먼저 구겨졌다.“어쩌다 겨우 오는 주제에, 식사시간 딱 맞춰 들어와? 누가 보면 네가 이 집 어른인 줄 알겠네.”굳이 누구를 지목하지 않아도 그 ‘너’가 누구인지 뻔했다.온채아는 못 들은 척 숟가락만 바라봤지만 옆에 앉은 주율천은 더는 참지 못하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엄마, 시간 맞춘 건 제 불찰이에요. 뭐라고 하시려면 저한테 하세요.”“주율천!”민은하가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다.“정신 좀 차려! 내가 네 엄마야! 넌 도대체 하루 종일 누구 편만 드는 거니?!”그 말에 온채아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지금 말씀하신 ‘누구’가 절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큰며느님인가요?”만약 자신이라면 억울한 일이었고 심서정을 말한 거라면 굳이 자기 앞에서 꺼낼 이유가 없었다.민은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으며 이를 악무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율천이가 형수 챙기는 건 당연한 거야. 그저 형 대신 서정이랑 아이 좀 보살피는 것뿐인데 넌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말은 그렇게 하면서, 밤낮으로 주율천이 심서정을 데리고 들어올까 노심초사하던 사람도, 지금 와서 체면 때문에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바로 민은하 자신이었다.온채아도 가볍게 웃으며 받아쳤다.“그럼 제가 챙김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닌가요? 왜 그렇게 화내세요?”“온채아!”민은하는 예전부터 그녀의 말솜씨가 남다르단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속이 뒤집혔다.“너, 정말!”“그만해라.”그 순간, 최해경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고 냉랭했다.“애들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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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그녀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휴지를 뽑아 젖은 소매를 꾹꾹 눌러 닦았다.그러고는 문을 열자, 주율천이 서 있었고 그의 손엔 옷 한 벌이 들려 있었다.“어떻게 알았어요?”주율천은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뺨을 손끝으로 살짝 집었다.“네 남편 아직 눈 안 멀었어. 옷에 뭐 묻은 거 보이더라. 빨리 갈아입어.”그는 말끝에 옷을 그녀 손에 쥐여줬다. 말투엔 장난기 어린 농담이 섞여 있었고 ‘남편’이라는 말은 그가 지금껏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 없는 표현이었다.온채아는 어색한 표정으로 문을 닫으며 생각했다.‘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저런 말을...’옷을 갈아입고 식탁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병풍 너머에서 들려오는 말다툼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민은하와 주율천의 목소리였다.“내가 제일 후회하는 게 너랑 걔 결혼 허락한 거야. 그런 출신이 너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 너만 마음먹으면 집안 잘 맞는 여자랑 금방이라도 결혼할 수 있어. 그게 훨씬 낫지 않아?”“엄마, 출신은 본인이 고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주율천의 목소리는 싸늘했다.“저번에도 말씀드렸잖아요. 걔 말고는 전 누구랑도 결혼할 생각 없다고요.”식당과 뒷마당 사이엔 고풍스러운 병풍 하나가 가림막처럼 세워져 있었다. 덕분에 그들은 병풍 옆에 조용히 서 있는 온채아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민은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예전엔 네가 온통 심서정만 감쌌지 온채아 편 든 적은 없잖아. 지금은 왜 그래? 꼭 걔여야만 해?”그 말에 온채아는 피식 웃고 말았다.그래, 그랬다. 과거 주율천이 심서정을 얼마나 노골적으로 감쌌는지는 주위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자신이라는 ‘아내’는 그에 비하면 그저 그림자에 불과했다.그때, 주율천이 짧은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그땐 제가... 아무튼, 심서정은 이제 다시는 우리 집에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그는 어쩌면, 온채아를 좋아하게 된 걸지도 몰랐다. 아니, 사실은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가 그 감정을 처음 자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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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민은하는 자기 아들이 온 마음을 다해 온채아에게 빠져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더구나 자신이 빈틈없이 짜놓은 계획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줄은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그건 온채아도 마찬가지였다.‘주율천이 정말로 심서정과 완전히 관계를 끊고 이혼은 절대 못 하겠다며 버틸 줄은...’그래도 결국은 이혼했다.그것이면 된 거였다.생각을 정리한 온채아는 민은하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저, 보름까지만 비밀로 할게요.”남은 시간은 고작 보름.“너...”민은하는 아들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겉보기엔 온화하고 유순하지만 한 번 결심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고집스러운 성미였고 그런 아들이 만약 자신이 몰래 손을 써 이혼을 성사시켰다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친엄마인 자신조차 등질 것이다.속으로는 여전히 온채아가 못마땅했지만 민은하는 일단 태도를 누그러뜨렸다.“이번 일은 내가 너한테 신세 진 걸로 하자. 어때?”온채아는 가볍게 웃었다.“며칠 전 제가 전화로 부탁드릴 땐 그런 말투 아니셨잖아요.”이제는 그녀도 민은하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있었다.바로 소원희와 같은 부류였다.오늘 잠깐 고개를 숙였다고 해서 그걸 ‘신세졌다’고 여길 리 없는 사람들이었다.게다가 지금은 민은하 역시 주율천의 체면을 생각해서 함부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물론, 며칠 전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온채아에게 얼마나 거만하게 굴었는지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내가 고개 한번 숙여주면 알아서 물러서겠지.’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세상일이란 늘 그리 만만치 않다.아무렇지 않게 맞받아치는 온채아의 태도에 민은하의 인내심은 끝내 바닥났다.참았던 화가 폭발하며 그녀는 탁자를 쾅 내려쳤다.“온채아, 넌 아직도 네 처지를 몰라? 지난번 일로도 너 따위가 나한테 반항할 자격 있다고 생각해?”온채아의 목소리는 느긋했지만 단단했다.“하지만 이번 일은 아줌마가 제게 부탁하신 거잖아요.”그녀는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하루라도 빨리 주율천에게 이혼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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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한편, 저택 안.한 노인과 한 청년 사이에 오랜만에 따스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성유준은 이미숙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웃었다.“내년 설엔 꼭 사람 데리고 와서 보여드릴게요. 됐죠?”“일단 밥부터 먹어. 밥 다 먹고 성씨 가문에도 가야 하는데 넌 왜 맨날 소 여사랑 부딪히려고 해? 그 여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아.”소원희는 성씨 가문의 어른이었고 곧 성유준의 호적상 ‘할머니’였다.성유준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할머니, 할아버지를 미워하신 적 있어요?”그 질문에 이미숙의 손이 멈칫했다.그녀는 한때 속아서 누군가의 ‘그림자’로 살아야 했고 자신이 낳은 아들조차 성씨 가문으로 보내져 소원희를 ‘어머니’라 부르며 자라야 했다.그리고 지금, 그녀의 친손자조차도 여전히 명목상 ‘소 여사’를 할머니라 부르고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웃었다.“미워했지. 근데 지금은 아무 감정도 없어. 그저 네가 하루빨리 가정을 이루길 바랄 뿐이야.”그녀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손자가 좋은 사람을 만나 남은 인생만큼은 평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다.성씨 가문 별장.온채아와 주율천이 도착했을 땐, 응접실 안이 제법 북적였다.고모들도 모두 귀향한 상태였고 정원에선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설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있었다.이번에 주율천이 함께 온 걸 보고 성탁수는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맞았다.“주 대표님, 정말 오래간만에 뵙네요.”주율천은 능숙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동안 일이 많아서 채아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어요. 아마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말은 부드러웠지만 뜻은 분명했다.온채아가 겪었던 서운함의 일부는 자신의 책임이지만 나머지는 성씨 가문 쪽에서도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의미였다.성탁수는 눈치 빠른 사람이었고 그 속뜻을 금세 알아채고는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을 얼버무렸다.“이따가 어르신께서 아시면 무척 기뻐하시겠네요.”응접실 입구에 다다랐을 때, 안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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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온채아의 얼굴이 그 말에 잠시 굳었다.아주 짧은 침묵 끝에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그랬군요.”알고 보니, 자신과 성유준의 관계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감춰져야 할 관계였고다.처음부터 끝까지, 그들 사이에서 혼자만 바보처럼 진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니 설날임에도 임지연이 이 집에 와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임지연이 아직 입을 떼기도 전, 소원희가 계단을 내려왔다.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노인은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지연아, 언제 왔니? 왜 날 부르지도 않았어?”마치 손자며느리를 대하듯 따뜻한 목소리였다.임지연은 기품 있게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께서 낮잠 주무신다고 하시길래, 괜히 방해할까 봐요.”소원희는 거실 안쪽 주석으로 걸어가며 다시 물었다.“오늘 여기 와도 너희 집에서 뭐라고 안 하겠니?”임지연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팔을 붙잡아 부축하며 다정히 답했다.“말씀도 마세요. 오히려 부모님께서 할머니께 인사도 드리고 오래 이야기 나누고 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유준 씨랑도 잘 지내보라고 하셨고요.”온채아는 생전 처음으로, 또래 여자의 입에서 ‘유준 씨’라는 호칭을 들었다.소원희는 만족스럽다는 듯 임지연의 손등을 토닥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는 비로소 온채아 쪽을 바라봤다. 그녀 곁에 서 있는 주율천이 눈에 들어오자, 드물게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율천아, 채아가 워낙 성격이 좀 까칠해서 말이지. 요즘 너희 집에서 불편한 일은 없었니?”손녀를 걱정하는 척하면서도 말속에는 은근히 온채아를 깎아내리는 기색이 묻어 있었다.그러나 온채아는 익숙했다.소원희의 이런 말투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들어왔던 것이었다.주율천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숙여 얌전히 서 있는 아내를 바라봤다.그리고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채아는 우리 집에 민폐를 끼친 적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 가족 누구도 채아가 성격이 안 좋다고 생각한 적 없고요.”“저희 할머니와 어머니도 채아를 무척 좋아하십니다.”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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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두 사람의 얼굴에는 어색한 기색이 잠시 떠올랐지만 역시 세월을 견뎌온 노련함은 무시할 수 없었다.소원희는 상석에서 체면을 잃지 않은 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짓하며 온채아를 불렀다.“자, 채아야. 네가 말해 봐라. 우리가 너한테 잘해줬는지 아닌지.”그녀는 주위의 누구도 곤란하게 만들 수 없었다. 주율천은 물론이고 성유준은 더더욱 그랬다.가장 만만한 사람이 온채아였고 그래서 이 판에서 늘 희생양이 되는 쪽도 그녀였다.온채아가 막 입을 떼려던 찰나, 성유준이 먼저 비꼬듯 나섰다.“됐습니다. 사람을 때려놓고 아프다고 말도 못 하게 하시다니. 다섯 살 때부터 그렇게 가지고 노시더니 아직도 안 질리셨어요?”그 말은 대놓고 뺨을 때리는 듯한 일격이었다. 체면 같은 건 아예 내다 버렸고 동시에 온채아가 지난 이십 년간 겪어온 시간을 고스란히 요약하는 말이기도 했다.실로 반항할 수도 아프다고 소리칠 수도 없었던 시간들이었고 무조건 순종해야만 겨우 벌을 면할 수 있었던 나날들이었다임지연의 얼굴엔 잠깐 이해할 수 없다는 빛이 스쳤다.그녀는 성유준과 소원희 사이가 이렇게 물과 기름처럼 안 맞을 줄은 몰랐다.“할머니도, 분명히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시는 거예요...”그러나 성유준은 성가시다는 듯 혀를 찼다.“그건 그렇고. 임 비서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그의 말은 한 치의 여지도 없이 날카로웠고 누구든 예외는 없었다.단 한마디로 임지연과의 관계에도 단단한 선이 그어졌다.소원희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역력했고 모두가 말을 잃은 순간 어디선가 아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와아아!”다행히 위기는 지나갔고 그 후로 성유준 곁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촌 남동생들과 여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그는 성윤혁이나 소원희에게는 날을 세웠지만 다른 친척 동생들에게는 그나마 온화한 태도를 유지했다.늦은 시간, 연말 만찬이 시작되었다.세 개의 테이블이 가득 찼지만 식탁은 넓어서 비좁게 느껴지진 않았다.아까 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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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주율천이 자신의 어깨를 감싸는 걸 허락했다.그래서 성유준도 똑같이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에게 입을 맞춘 것이었다.그 순간, 아래층 어딘가에서 거대한 불꽃이 터졌다.하지만 온채아는 그 화려한 폭음 속에서도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가 귀를 찢을 듯 더 크게 울리는 걸 느꼈다.심장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지만 그 남자는 물러날 기색 없이 그녀를 벽 쪽으로 몰아붙였다.“말했지. 그 자식이 널 건드리게 두지 말라고.”목소리는 낮고 억눌려 있었지만 마치 사탕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아이처럼 집요했다.온채아는 그의 입술에 말이 다 녹아내릴 만큼 힘이 빠져, 기운 없이 대답했다.“옷 위로 스친 건 건드린 게 아니잖아.”“상관없어.”성유준은 짧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그때, 아래층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터졌다.“우와!”깜짝 놀란 온채아는 본능적으로 성유준을 끌어안은 채 그의 품에 머리를 파묻었다.“얘들아, 저 불꽃놀이 진짜 예쁘다!”그제야, 그저 불꽃놀이에 터져 나온 환호였다는 걸 알았다.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끼며 온채아는 숨을 고르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이내 성유준과 눈이 마주쳤다.“앞으로 나한테만 이렇게 안겨야 해. 알겠어?”온채아는 작게 대답했다.“응...”하지만 성유준은 못 들은 척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여유롭게 물었다.“잘 안 들려. 뭐라고?”아래층 사람들이 혹시라도 들을까 두려웠다.온채아는 이를 악물고 발끝을 들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그리고 입술을 그의 귀 가까이 가져가 숨결이 닿을 만큼 낮게 속삭였다.“알았다고. 구아는 오빠한테만 이렇게 안겼었고 앞으로도 오빠한테만 이렇게 안길 거야.”그 말에 성유준의 몸이 굳었다.그 순간을 틈타 온채아는 그의 품을 벗어나 황급히 도망쳤다.성유준은 그녀가 재빠르게 달아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슬쩍 입술을 핥았다.그의 눈가엔 묘한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사실, 그녀는 예전부터 그가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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