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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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성일이 성유준에게 업무를 보고할 때마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온채아는 집 문을 열고 들어가서 신발을 벗었다.“남들이 쓸데없는 말 하는 거 싫다고 하지 않았어?”“지금은 듣고 싶어.”성유준은 자연스레 따라 들어오며 두 손으로 온채아의 허리를 감싸고 살짝 힘을 주어 그녀를 현관 서랍장 위로 올렸다. 곧이어 한 손을 그녀의 다리 옆에 놓고선 깊고 검은 눈동자로 바라보며 말했다.“나한테 말해봐.”성유준의 향수와 바디워시의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자 온채아는 귀가 화끈 달아올라 이미 다른 사람에게 보고된 쓸데없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했다.“그냥 전에 성 비서님한테 부탁해서 설치한 CCTV가 좀 도움이 됐어.”“그게 다야?”성유준은 그녀가 이렇게 간결하게 말하는 것에 놀랐다. 예전에는 작은 일에도 한참 떠들어댔던 아이가 이제는 전문 비서처럼 짧고 간결하게 말하니 놀라웠다.“응, 그게 다야.”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품을 했다.“나 너무 졸려.”하루 종일 잠을 못 자고 오후에는 실험실에서 머리를 많이 쥐어짰기에 이제는 정말 잠이 절실했다.성유준은 너무 졸려 눈가에 눈물까지 맺힌 온채아를 보더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기다려.”“뭘?”온채아가 물어보자 그는 긴 다리로 몇 걸음 걸어가더니 바로 맞은편 집으로 들어갔다.코코는 멀리서 온채아를 보고 달려가려고 했지만 성유준은 다리를 툭 잡아 제지하며 진지하게 말했다.“엄마 오늘 많이 피곤해. 내일 다시 가서 괴롭혀.”코코는 똑똑해서 금방 이해하고는 두어 번 짖더니 자기 집으로 가서 혼자 뒹굴기 시작했다.성유준이 식탁 위에 놓인 보온통을 들고 온채아 쪽으로 나가는 걸 보고선 갑자기 벌떡 일어났지만 그럼에도 뒤쫓지 않았다. 그저 문이 닫히기 전에 멍멍 두번 짖는 게 전부였다.보온통을 들고나온 성유준은 그대로 온채아의 집으로 걸어갔다.“나 밥 안 먹어, 그냥 자고 싶어.”온채아는 의사지만 건강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어 자주 굶어서 배가 아프기도 하다.그러자 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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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그냥 키스하고 안고 자더라도 더 이상 온채아에게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젊은 나이에 일에 모든 걸 쏟아부은 온채아는 감정도, 욕망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성유준은 그녀를 흘끗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빨리 샤워하러 가야지. 아니면 내가 자장가 불러줄까?”예전에 정말 자장가를 불러주며 재워줬던 적이 있었다.부모님이 사고를 당한 그날은 해성시에서 흔히 있던 비 오는 날이었고, 그 이후로 비 오는 날에는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종종 악몽을 꾸곤 했다.그럴 때마다 성유준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자장가를 불러서 잠을 재웠다.온채아는 감정을 다잡고 그의 말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먼저 샤워하고 올게. 편히 쉬고 있어.”온채아는 성유준이 뭘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그럼에도 샤워를 마치고 나온 순간 침대에 누운 그 남자를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편히 쉬고 있으라는 말을 정말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집에 한 번 다녀왔는지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고 왼쪽 자리에서 옆으로 누워있었다.온채아는 오른쪽에서 자는 것이 습관이었다.어릴 때부터 항상 오른쪽에서 자는 습관이 있었지만 자다 보면 어느새 이리저리 굴러가는 경우가 많았다.침대 옆에 선 온채아는 성유준의 얼굴에 드리운 다크서클이 하루 종일 잠을 못 잔 자신보다 더 심각하다는 걸 발견했다.마치 M국에 갔다가 바로 다시 경성으로 돌아온 것처럼 지금까지 한숨도 잠을 자지 않은 것 같았다.온채아는 조용히 침대 옆에 서서 생각을 정리하다가 아주 가볍게 웃었다.그때 침대에서 잠들어 있던 성유준이 팔을 뻗어 온채아의 손목을 붙잡고 힘껏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그리고 그녀의 목덜미에 살짝 턱을 비비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뭐가 웃겨?”“아무것도 아니야.”예전에 성유준이 자고 있을 때 온채아가 대뜸 얼굴에 거북이를 그린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지만 방금 밥 먹을 때 이미 실수를 한번 했으니 더는 그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성유준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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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괜찮아요.”온채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람 마음은 알 수 없죠.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어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물었다.“혹시 누가 시킨 일인지 말하던가요?”심서정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측했지만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긴 했다.심서정은 조용히 이득을 보기만을 기다리는 스타일이기에 누군가를 동원하여 데이터를 망치게 한다는 게 앞뒤가 안 맞았다.“아니요.”말을 마친 장현택은 설명이 부족했다는 걸 생각하여 한 마디 덧붙였다.“누가 시킨 건 아니에요.”말을 이어가던 장현택은 점점 더 창피해졌다.“채아 씨가 어린 나이에 잘나는 게 그냥 못마땅한 거예요. 원래 양준은 한재혁과 한통속이 될 생각이 없었는데 채아 씨에게 아부를 한 후에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니까...”물론 원래 말은 이보다 훨씬 더 듣기 안 좋았다.그들은 심지어 온채아라는 여자가 자신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못마땅한 상태였다.온채아가 미간을 찌푸리자 장현택은 뭔가 떠오른 듯 웃으며 말했다.“아참, 심서정 씨가 성과를 나누는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왜요? 정부가 주도하는 공동 연구 프로젝트가 아니었나요?”장현택은 손을 위로 올리며 말했다.“대표님이 심기가 불편하셨나 봐요. 앞으로 이런 공동 연구는 하지 말라고 직접 지시하셨거든요. 우리 팀은 자체적으로 이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대요.”장현택은 이 소식이 매우 반가웠다. 심서정은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사람이자 속셈만 가득해서 그저 이득만 챙길 생각이었으니까.그들은 연구하는 사람들로서 이런 사람과는 일하고 싶지 않았다.이미 실험으로 지친 몸인데 누가 배신하지는 않을까 신경 쓰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게 너무 싫었다.성유준이 그렇게 바쁜 중에도 이 일을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온채아는 잠시 멈칫했다.그녀가 말을 하려는 순간 장현택은 또 다른 소식을 낮은 목소리로 전했다.“총괄님은 이 일 때문에 직위에서 해임되었어요. 이제는 분기별로 나오는 배당금만 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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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본가로 돌아가는 길. 온채아는 머릿속으로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이 프로젝트만 끝내면 성씨 가문은 더 이상 그녀를 지금처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모든 게 성공한다면 정다슬과 함께 멀리 떠날 생각이었다. 국내가 안 되면 해외로 나가면 그만이니 더 이상 성씨 가문 사람들이 정다슬에게 손을 대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왜 권력과 계급은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지 온채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평범한 사람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만 온 힘을 다 써야 한다.퇴근 시간대에 차가 막혀 온채아는 한 시간 넘게 차를 세운 뒤에야 본가에 도착했다.가방을 들고 거실에 들어가자 소원희 옆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임지연을 보았다.오늘 밤 손님은 임지연이었다.소원희는 보기 드문 미소를 지으며 임지연에게 만족감을 드러냈다.온채아가 다가가며 말했다.“할머니.”임지연 앞에서 온채아를 보자 소원희는 약간의 온화함을 보였다.임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채아야, 차 많이 막혔지?”“네, 임 비서님. 퇴근 시간이라서 그런지 조금 막혔어요.”온채아가 말을 마치자마자 소원희가 그녀를 한 번 쏘아보며 말했다.“임 비서님이 뭐니? 앞으로 네 새언니 될 사람이다.”“호칭은 대표님이랑 결혼하고 나서 정리하는 게 맞아요.”임지연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뭐라도 챙기고 왔어야 하는데 오늘은 빈손으로 와서 괜히 민망하네요.”소원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성탁수가 다가와 저녁 식사 시작을 알렸다.저녁은 풍성하게 준비되었다. 물론 소원희는 평소 혼자서도 여섯 가지 이상의 요리를 준비하는 사람이다. 음식이 남아도 지위가 드러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온채아는 오늘 소원희가 왜 자신을 불렀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식사 중에도 그저 눈으로만 상황을 파악했다.소원희가 말하지 않으면 묻지 않기로 마음먹고 침묵을 지켰다.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진 못했다.식사가 절반 정도 진행되었을 때 소원희는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녀를 살짝 쳐다보며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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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온채아만큼이나 임지연도 놀랐다.소원희가 성유준에게 결혼을 설득하라고 시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온채아는 일부러 이해하지 못하는 척하며 말했다.“결혼 같은 큰 일은 할머니가 신경 쓰셔야죠. 저는 아직 어려서 이런 말을 꺼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서요.”성유준의 성격을 생각하면 결혼하고 싶지 않은 상대는 아무리 누가 말해도 강제로 결혼시키는 건 불가능했다.게다가 온채아는 소원희가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걸 알았다. 그 말은 성유준이 이미 완전히 거절했다는 의미였다.그렇기에 더더욱 이 문제를 쉽게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소원희는 흐릿한 눈으로 온채아를 쏘아보며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으니 이제 아주 막 나가는구나.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할머니.”온채아는 지금 당장 소원희와 감정싸움을 벌여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냥 자신에게 불필요한 문제를 더하지 않으려는 마음에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추며 마치 진지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물론 관계가 예전보다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대표님이 어떤 성격인지 할머니가 잘 아시잖아요. 어렸을 때 저를 버렸던 그 사람이 어떻게 예전처럼 모든 걸 다 들어줄 수 있겠어요? 그냥 고양이한테 간식 주는 정도에 불과한 관심이에요. 전 당연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할머니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이제 막 성씨 가문 본가에 들어선 성유준은 우연히 그 말을 듣고선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온채아는 말하는 중에 인기척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봤고 그곳에는 소원희가 키우는 고양이가 뛰어가고 있었다.소원희는 그 말에 귀를 기울였지만 사람들이 다 모였으니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어쨌든 기회가 있으면 한 번 얘기해 봐.”소원희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기세였다. 행여나 온채아의 말을 한두 마디는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온채아는 눈을 살짝 내리깔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기회가 생기면 얘기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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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그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후 집에 돌아온 임지연이 성씨 가문과 결혼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다 차단하고 침실로 들어가 온종일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임지연은 주제 파악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완벽하게 구별해왔던 사람이다.실제로 성유준을 좋아했고 그에게 끌리는 건 참을 수 없지만 성유준과의 결혼은 어떤 면에서나 개인보다 부모님의 의지가 더 컸다.예전에는 성유준 옆에 여자가 없으니까 언젠가는 자신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클럽에서 성유준이 온채아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그때 임지연은 성유준이 온채아에게 느끼는 감정이 너무나도 진지하고 강렬하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임지연의 마음을 접기 위한 하늘의 계시인지 절대로 지갑을 떨어뜨리지 않는 성유준이 오늘 점심 외출할 때 사무실 테이블에 지갑을 놓고 나갔다.너무 적나라하게 테이블에 놓여 있어 한쪽으로 치우려고 했다.그런데 그 안에서 항상 잘 보관되어 있던 사진 한 장이 떨어졌다.사진 속의 소녀는 밝고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생일 케이크를 들고 있었고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에게 신뢰 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그 소녀는 바로 온채아였다.그리고 케이크 위의 촛불 숫자는 ‘16’이었다.임지연은 성씨 가문에 가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듣고 성유준이 온채아의 16번째 생일이 지나고 얼마 후에 그녀를 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그때 사람들은 성유준이 얼마나 냉정하게 행동했는지, 그의 마음이 얼마나 바뀌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그런데 의외로 성유준은 온채아와 함께 마지막으로 생일을 보낸 사진을 이렇게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다.그 순간 임지연은 마음을 접었다.그들 사이에는 무려 9년 동안의 시간과 함께한 추억, 그리고 8년 동안 서로를 그리워한 시간들이 있었지만 임지연의 시간도 소중했기에 모든 시간을 한 남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소비하고 싶지는 않았다.어릴 때부터의 바른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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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옆에 있는 남자의 불쾌함이 그대로 느껴졌다.온채아는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봤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그대로 온채아를 움켜잡았다.순간 온채아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고 방금 본가에서 들은 인기척이 고양이가 아니라 성유준이었다는 걸 알아챘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온채아가 먼저 조용히 입을 열었다.“난 그냥 겉으로만 할머니 말씀에 응한 거야. 오빠랑 임 비서님 사이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어.”압박에 못 이겨서 대답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성유준과 소원희의 관계가 아무리 엇갈려도 소원희는 결국 그의 할머니였다.그리고 온채아는 그저 남의 집 사람이나 다름없다.그런데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성유준이 차갑게 그녀의 말을 끊어버리더니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 말도 맞지. 나처럼 무정한 놈한테 네가 무슨 간섭을 하겠어?”온채아는 몸이 굳었지만 주눅 들지는 않았다.그녀는 성유준의 검은 눈동자를 그대로 마주하며 조용히 물었다.“내가 틀린 말 했어?”성유준의 그 냉정한 말들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온채아의 머릿속에 생생했다.그러니 자연스레 성유준을 무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작심삼일처럼 금방 가라앉는 열정이라 한순간도 그의 태도를 진심으로 믿지 못했다.그런데 이렇게 다시 그 문제를 꺼내놓으니 생각보다 마음이 울컥해졌다.콧등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막 차오를 듯하더니 억울함이 가슴속에 밀려들어 더는 참을 수 없었다.성유준은 분명 화가 잔뜩 나 있었으나 온채아가 눈시울을 붉히자 불쾌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마치 예전처럼 고집을 부리며 대답을 기다리는 그 두 눈을 마주하니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틀린 말은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데?”온채아는 그의 말이 진심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았다.마치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자비를 베푸는 듯한 태도였다.온채아는 억지로 눈물을 참았다. 그럼에도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지자 이를 악물며 말했다.“내가 뭘 원하든 다 들어줄 거야?”그 순간, 성유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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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성유준은 온채아를 끝까지 붙잡아두고 싶었다.온채아는 성유준이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품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건 본가에서 했던 말들이 그에게 깊이 새겨졌다는 점이었다.그는 분명히 복수심을 가지고 있었다.온채아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담담히 말했다.“좋아. 그렇게 자신 있으면 평생 결혼도 하지 말고 좋아하는 여자랑도 안 만나면 되겠네.”성유준은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꼬았다.“내가 좋아하는 여자?”“응.”온채아는 말을 하며 자연스럽게 그의 바지 주머니를 흘깃 봤다.본가를 떠나기 직전 임지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번 레스토랑에서 성유준 지갑 속 사진을 물었던 일까지 생각나 그 모든것이 하나로 연결된다고 느꼈다.이 두 가지 사건은 분명 같은 여자를 가리키고 있었다.그러니 성유준은 차갑긴 해도 바람둥이가 아닌 건 분명했다.그 시각 막 차에서 내린 성유준은 멀리서 멈춘 벤틀리에서 두 사람이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아마 또 싸운 모양이었다. 온채아는 앞서 빠르게 걸었고 뒤에선 성유준이 그리 불편한 기색 없이 따라왔다.이런 장면은 주율천에게도 낯설지 않았다.온채아는 성유준 앞에서 언제나 그렇게 성격이 고집불통이었다.성유준과 온채아는 눈만 마주치면 싸울 정도로 잘 안 맞았고 한 마디에 싸움이 터지기 시작하면 주율천과 김현우가 나서서 그들을 화해시키기도 했다.온채아가 먼저 아파트 건물로 들어갔을 때 주율천은 몇 걸음 빠르게 따라가며 웃으며 물었다.“또 싸운 거야?”성유준은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그 정도까지는 아니야.”“어제는 급한 일이 있어서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말할 시간이 없었어.”주율천은 성유준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예전에 채아에게 한 행동에 대해 네가 마음이 불편하다는 건 알고 있어. 이제는 채아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 채아가 마음을 풀 때까지 기다릴 거야. 그게 힘들다면 여기서 살면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야.”성유준은 전혀 변함없는 표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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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엘리베이터를 나서던 주율천은 성유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말한 일은 부탁 좀 할게. 신경 써줘.”성유준이 가볍게 끄덕이자 주율천은 그제야 발걸음을 내디뎠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온채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뭘 신경 써달라고 한 거야?”온채아는 본능적으로 그 일이 자신과 관련이 있음을 알아챘다.“율천이가 그랬어.”성유준은 온채아를 쓱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만약 사람을 잘못 알아보지 않았다면 벌써 너랑 이혼을 800번은 했을 거라고.”성유준의 스타일이 가득 담긴 그 말을 온채아는 믿을 수 없었다.그런데 만약 주율천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축배를 들어도 모자랄 일이다.그녀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성유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서운한 거야?”“내가? 뭘?”온채아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며 되받았다.“적어도 나는 결혼 한 번 했잖아. 좋아하는 사람 사진을 지갑에만 넣어두고 다니는 누군가와는 다르지. 감정을 억누르는 스타일인 줄은 전혀 몰랐는데 의외야.”말이 끝나자마자 성유준은 갑자기 손을 들어 온채아의 양 볼을 꼬집었다.온채아가 반항할 새도 없이 한 손으로 카메라 렌즈를 가리고는 입술을 맞춰 그녀의 말을 완전히 삼켰다.엘리베이터라는 공공장소에서 이럴 줄 몰랐던 온채아는 깜짝 놀라며 간신히 몸을 비틀며 몸부림쳤다.“웁...”다행히 엘리베이터는 곧바로 도착했다.성유준은 온채아의 허벅지를 한 손으로 받쳐 들더니 단 두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와 문을 열자마자 그녀를 벽에 가볍게 밀어붙였다.다시 격렬한 키스가 이어졌고 입술과 치아가 밀착되어 빈틈 하나 없이 맞닿았다.온채아가 방금 말한 억누르는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거칠고 강렬한 입맞춤이었다.그는 마치 먹이를 발견한 짐승처럼 온채아의 모든 숨결을 삼켜가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온채아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귀에 들려오는 건 입술과 치아가 부딪히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뿐이었다.엉켜있는 숨결조차도 흐트러지며 묘하게 애틋한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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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온채아가 집 문을 열자 그 곳엔 두 손을 모은 채 흐뭇한 표정으로 서 있는 정다슬이 있었다.“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렸어. 네가 돌아온 거 알고 이렇게 직접 맞이하고 싶어서 기다렸어.”정다슬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면서도 한쪽 입꼬리엔 웃음을 머금고 궁금한 듯 물었다.“너랑 성 대표님은 어떻게 됐어?”온채아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해했다.“네가 지금 생각하는 그런 관계야.”정다슬은 그저 어리둥절했다.“응?”성유준이 이렇게 순수한 사람이었다니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온채아를 잡아먹을 줄 알았는데 그들은 학창 시절의 풋풋한 연애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온채아는 재빨리 신발을 벗고 냉장고에 가서 물 한 잔을 따른 후 벌컥벌컥 마시며 화제를 돌리기 시작했다.“내일 아침에야 도착한다고 했잖아. 왜 오늘 돌아왔어?”온채아는 오늘 밤 일찍 자고 내일 공항에 가려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그러자 정다슬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피식 웃었다.“오늘이 며칠인지 몰라?”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온채아는 의아해하며 물었다.“며칠인데?”“2월 8일.”정다슬은 온채아의 머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오늘 자정이 네 생일이잖아. 당연히 내가 있어야지.”성유준은 바쁜 사람이라 온채아의 생일을 기억 못 할지도 모르지만 정다슬은 온채아가 혼자 생일을 맞이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녀는 늘 온채아를 꼭 지켜줄 거라고 결심했다.“내일 아침에 도착해도 여전히 내 생일이잖아.”온채아는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 고개를 갸웃했다.“그거랑 그게 같아?”정다슬은 그녀를 쳐다보며 말없이 냉장고에서 맥주 한 병을 꺼내 들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정말 피곤했다. 일정을 하루 앞당기기 위해 어젯밤에 밤을 새웠고 오늘은 하루 종일 재판을 했다.그녀의 피곤함을 알아챈 온채아는 재빨리 다가가 어깨와 다리를 마사지해 주며 말했다.“고생했어. 배고프지 않아? 배달 시켜줄까?”정다슬은 그녀의 다정한 태도가 만족스러운지 흐뭇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배 안 고파. 밥 먹고 왔어.”온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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