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애의 얼굴에 어색한 기색이 스쳤지만 사실대로 대답했다.“없어요. 도련님 며칠째 집에 안 들어오셨어요.”그러면서 주율천을 변호하듯 덧붙였다.“도련님 늘 바쁘잖아요. 그러니 괜히 이상한 생각 하지 마세요.”온채아가 덤덤하게 답했다.“네, 걱정하지 마세요.”그녀는 곧 이혼할 남편의 행방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터라 샤워를 마치고 익숙한 침대에 누웠다. 대낮까지 푹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았다.이곳은 더 이상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같은 방, 같은 침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으나 모든 것이 변한 것 같았다.온채아는 손을 뻗어 침대 옆 서랍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따분한 마음에 SNS를 훑기 시작했다.정다슬: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또 열일하는 중.]온채아는 씩 웃으면서 좋아요를 눌렀다. 계속 밑으로 내려오다 갑자기 손이 멈췄다.심서정: [넌 정말 약속을 지켰어. 영원히 날 지켜주고 내가 필요할 때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사진 속에서 심서정은 병상에 누워 있었고 누군가가 그녀에게 과일을 먹여주고 있었다.손만 나왔지만 길고 곧은 손가락, 선명한 관절, 그리고 손목뼈 근처에 있는 작은 붉은 점을 본 순간 온채아는 이 게시물의 남자가 주율천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봤다.그녀는 화면을 캡처해 주율천에게 보냈다.[아직 병원이죠?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데 내일 병원으로 갈까요?]주율천이 집에 오지 않는다면 먼저 찾아갈 의향도 있었다. 이혼하면 모두가 자유로워질 테니까.경성 공항.비행기에서 내린 주율천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좌석에 몸을 기댔다. 밀려오는 피로에 미간을 꾹꾹 문질렀다.늦은 밤이라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았다. 검은색 마이바흐가 부드럽게 도로 위를 달렸고 흐릿한 가로등 불빛이 주율천의 날렵한 옆모습을 비췄다. 늘 점잖고 온화했던 그였는데 지금은 약간 싸늘한 기운을 풍겼다.비서가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회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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