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채아가 차 문을 열고 막 타려고 하는데 심서정의 목소리가 차 앞쪽에서 들려왔다.“채아 씨, 어떻게 여기도 있어요? 설마 율천 씨가 저한테 차 선물하는 거 알고 일부러 따라온 건 아니죠?”온채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그녀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고 옆에는 주율천이 서 있었다.남자는 차콜색 정장 스리피스를 입고 침착하고 품격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약간의 의아함이 묻어 있었다.“여긴 어쩐 일이야?”온채아는 기가 막혔다.그녀는 좀처럼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없었는데 바로 지금 이 순간은 달랐다.밖으로 나올 때 날짜를 확인하지 않은 탓인지, 차를 사러 왔는데 스토커 취급을 받다니 말이다.그녀는 가냘픈 손가락을 구부려 엔진 덮개를 톡톡 두드렸다.“차 사러 온 거, 안 보여요?”“집에 있는 차들이 질렸어?”주율천은 다시 예전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미리 말하지 그랬어. 원하는 차가 있으면 담결이 알아서 집으로 보내줬을 텐데.”담결은 그의 비서였다.지난 3년간, 그녀의 옷방에 있는 고급 가방이나 보석들은 대부분 담결이 그녀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맞춰 그녀에게 전달해 준 것들이었다.심지어 대부분을 담결이 골랐을 것이다.어떤 면에서는 담결이 주율천보다 더 그녀의 남편 같았고 오히려 주율천은 심서정의 남편 같았다.“주 대표님, 오셨습니까!”판매 총괄이 전시장에서 나와 심서정을 바라보며 아첨하는 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차는 전시장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특별히 주문하신 대로 출고 이벤트를 완벽하게 준비해 놓았으니 마음에 드실 겁니다!”‘사모님...’온채아는 아무렇지 않게 눈길을 거두며 차에 올라타려 했다.“온채아.”주율천은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차 문을 붙잡고 떠나려는 그녀를 막았다.“저 사람들이 나하고 서정이 관계를 오해한 거야. 오해하지 마.”온채아는 가끔 주율천이란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저렇게까지 위선적일 수 있을까. 아니, 위선은 남자에게 주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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