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찬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다.“오늘은 너무 늦었어. 내일 다시 해.”고개를 돌린 심기찬이 책상 위에 놓인 사진을 쳐다보았다.사진 속에는 예쁜 여자가 웃고 있었다.심하온의 엄마였다.고인이 된 아내의 사진을 보는 심기찬의 눈에는 사랑, 그리움, 슬픔이 담겨 있었다.두 사람은 너무... 너무 짧은 시간을 함께했다.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심기찬은 병실 침대 옆에 꿇어앉아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울 기운마저 잃고 말았다.심하온이 심기찬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엄마의 사진을 본 심하온의 입가에도 그리운 미소가 걸렸다.“엄마가 계셨으면 아직도 바둑을 두는 우리에게 또 뭐라고 하셨을 거예요.”한동안 바둑에 푹 빠져 있던 그 당시의 부녀는 밥도 잠도 뒤로한 채 하루 종일 바둑판 앞에 앉아 바둑을 뒀었다.결국 심하온의 엄마가 한 손에 귀를 하나씩 잡고 식탁 앞에 데려가고는 했었다.“그러게.”심기찬 역시 심하온을 따라 웃었다.“그렇게 다정하던 네 엄마도 그럴 때는 또 무서웠지.”말을 마친 심기찬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서서히 옅어지며 눈빛도 조금 어두워졌다.할 수만 있다면 매일 아내의 잔소리를 듣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아내는 영원히 사진 속에만 머무르고 있었다.속상한 기분이 심하온에게도 옮겨갈까, 심기찬이 애써 텐션을 올리며 화제를 돌렸다.“운정에 갔던 일은 잘 됐어?”대원 그룹 신제품 출시회의 일을 심기찬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심하온에게서 직접 들어야 안심할 수 있었다.“네. 잘 해결된 것 같아요.”심하온이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아쉽게도 강선우는 곧 풀려날 것 같았다.하지만 상관없었다.어차피 이번 일로 강선우는 충분히 괴로운 시간을 겪었을 테니.게다가 이 뒤에는 그보다 더 큰 일이 강선우와 강다인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럼 다행이네.”심기찬이 갑자기 손을 뻗어 심하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온아, 아빠는 네가 매일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아빠, 머리 다 헝클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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