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면 스테인리스 스틸 문이 뒤에서 천천히 닫히고 천장의 조명이 매끈한 대리석 바닥에 차가운 빛줄기를 드리웠다.빛줄기의 끝에 강선우의 길쭉한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는 차에서 막 내린 듯했다. 검은색 정장 외투에는 아직 밤바람의 한기가 남아 있었고, 넥타이는 반쯤 풀어헤친 상태였다. 평소 흠잡을 데 없이 단정했던 검은 머리가 지금 약간 흐트러진 걸 보니 급하게 달려온 게 틀림없었다.강선우는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단지 오늘 머릿속에 심하온이 그의 사무실을 떠나는 모습만 계속 떠올랐다.강다인과 밀회를 할 때조차도 그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방금 근처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지만 진태오가 심하온이 여기 있다고 하자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시간도 없이 즉시 차를 몰고 달려왔다.“하온아.”그는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며 눈가에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쳤다.“집에 가자.”심하온은 미간을 잔뜩 구기고 얼굴에 혐오감과 짜증이 역력했다.“강선우 씨, 우린 이미 헤어졌어.”그녀가 차갑게 말했다.강선우는 심호흡하고 몇 걸음 더 다가갔다. 심하온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으나 그녀가 망설임 없이 옆으로 물러서며 거리를 두었다.“아직도 화 안 풀렸어?”강선우가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하온아, 거의 한 달이야... 이제 그만하자, 응?”심하온이 말하기도 전에 그가 또다시 말을 이었다.“알아. 전에 줄곧 다인이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오늘 밤에 집에 돌아가는 대로 엄마한테 말해서 다인이 본가로 보낼 거야.”“강 대표님, 그건 너희 집안 사정이라 나한테 보고할 필요 없어. 너희 가족 누가 어디서 지내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심하온은 얼굴을 굳혔다.“우리는 이미 헤어졌고 나도 이제 대원 그룹에서 퇴사했어. 그러니까 이제 우리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거야. 알아듣겠니?”그녀가 떠나려 하자 강선우는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심하온은 즉시 뿌리치려 했지만 이 남자가 힘을 더 주었다.“강선우!”심하온은 아파서 얼굴을 찡그렸다.바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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