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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의 아내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225 챕터

제61화

‘선우가 설마 강다인 때문에 심하온 찬 걸까?’진태오가 생각했다.‘이 자식, 진짜 그런 거라면 넌 인간도 아니야.’진태오는 심하온이 좀 안쓰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 가십거리가 너무 흥미진진했다. 그는 구석으로 가서 휴대폰을 꺼내 강선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야, 너 하온 씨랑 헤어졌냐?]메시지를 보냈지만 강선우한테서 칼답장이 오지 않았다.이에 진태오는 슬쩍 심하온을 바라봤다.그녀는 한창 몇몇 여자애들과 얘기를 나누며 환한 미소를 지었는데 그야말로 눈부신 미모를 자랑했다.‘이렇게 예쁜 여자가 무려 5년이나 죽도록 헌신했는데 강선우 이 녀석은 제 양동생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네 머리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당최 이해가 안 되네, 강선우!’진태오가 생각했다.한참 후 강선우한테서 답장이 왔는데 문자만으로도 그의 짜증이 확 느껴졌다.[무슨 헛소리야?][아? 아니지?]진태오는 멍해졌다.[우리가 왜 헤어져? 누구한테 그런 헛소리 들은 건데?]진태오는 심하온을 흘끗 보더니 곧바로 답장했다.[하온 씨 본인한테...]강선우가 물었다.[너 지금 어디야?]진태오는 주소를 보내고 다시 물었다.[올 거야?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너희 진짜 안 헤어진 거 맞아?][안 헤어졌다니까. 하온이가 요즘 나한테 삐져서 그래.]진태오는 그제야 이해됐다.‘그럼 그렇지. 심하온이 어떻게 강선우랑 헤어지겠어? 그냥 좀 삐진 것뿐이네.’[그럼 얼른 와서 하온 씨 달래줘.][그러는 넌 어쩌다가 거기서 하온이 만났어? 걔 거기서 뭐 하는데?][오늘 친구 따라 모임에 나왔어. 사람들 좀 친해지려고. 마침 하온 씨도 아저씨랑 같이 왔더라. 야, 그러고 보니 넌 왜 하온 씨한테 이렇게 대단한 아저씨가 있다는 걸 얘기 안 했냐? 혹시 너도 몰랐던 거야?]그가 이 메시지를 보낸 후 강선우는 더 이상 답장하지 않았다. 아마 직접 차를 몰고 이쪽으로 오는 모양이다.그렇게 생각하며 진태오는 다시 한번 심하온을 슬쩍 쳐다봤다.때마침 심하온도 그를 보더니 미간을 확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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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경면 스테인리스 스틸 문이 뒤에서 천천히 닫히고 천장의 조명이 매끈한 대리석 바닥에 차가운 빛줄기를 드리웠다.빛줄기의 끝에 강선우의 길쭉한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는 차에서 막 내린 듯했다. 검은색 정장 외투에는 아직 밤바람의 한기가 남아 있었고, 넥타이는 반쯤 풀어헤친 상태였다. 평소 흠잡을 데 없이 단정했던 검은 머리가 지금 약간 흐트러진 걸 보니 급하게 달려온 게 틀림없었다.강선우는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단지 오늘 머릿속에 심하온이 그의 사무실을 떠나는 모습만 계속 떠올랐다.강다인과 밀회를 할 때조차도 그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방금 근처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지만 진태오가 심하온이 여기 있다고 하자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시간도 없이 즉시 차를 몰고 달려왔다.“하온아.”그는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며 눈가에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쳤다.“집에 가자.”심하온은 미간을 잔뜩 구기고 얼굴에 혐오감과 짜증이 역력했다.“강선우 씨, 우린 이미 헤어졌어.”그녀가 차갑게 말했다.강선우는 심호흡하고 몇 걸음 더 다가갔다. 심하온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으나 그녀가 망설임 없이 옆으로 물러서며 거리를 두었다.“아직도 화 안 풀렸어?”강선우가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하온아, 거의 한 달이야... 이제 그만하자, 응?”심하온이 말하기도 전에 그가 또다시 말을 이었다.“알아. 전에 줄곧 다인이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오늘 밤에 집에 돌아가는 대로 엄마한테 말해서 다인이 본가로 보낼 거야.”“강 대표님, 그건 너희 집안 사정이라 나한테 보고할 필요 없어. 너희 가족 누가 어디서 지내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심하온은 얼굴을 굳혔다.“우리는 이미 헤어졌고 나도 이제 대원 그룹에서 퇴사했어. 그러니까 이제 우리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거야. 알아듣겠니?”그녀가 떠나려 하자 강선우는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심하온은 즉시 뿌리치려 했지만 이 남자가 힘을 더 주었다.“강선우!”심하온은 아파서 얼굴을 찡그렸다.바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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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하지만 정윤재는 이번에 술잔을 들지 않았다.심지어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요즘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술을 못 마셔요.”그 여자는 온몸이 경직돼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차 대표를 바라봤다.정윤재가 자신을 거절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있을까.차 대표도 얼굴에 띈 미소가 굳었다. 그는 은근슬쩍 떠보듯이 말을 꺼냈다.“정 대표님, 제가 소개하는 걸 깜빡했네요. 이 아이는 제 딸입니다. 올해 대학을 막 졸업했고 항상 대표님을 동경했습니다. 오늘 대표님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는 소식을 듣고 계속 따라와서 한 번만 뵙게 해달라고 조르더라고요.”정윤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여자아이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초조하게 차 대표를 바라보았다.차 대표는 꿈에서라도 정윤재를 사위로 삼고 싶어 한번 내기한다 생각하고 이를 악물었다.“정 대표님은 여자친구가 없다고 들었는데 혹시 제 딸이 마음이 드신다면...”“차 대표님.”정윤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저는 현재 싱글이 아니에요.”차 대표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했다.그것참 이상했다. 분명 정윤재가 연애한 적도 없고 어떤 여자와도 썸 탄 적이 없다고 들었는데 싱글이 아니라니?하지만 어찌 됐든 정윤재가 이렇게 말한 이상 차 대표도 제 딸을 억지로 그에게 소개해줄 수는 없었다.차 대표는 아쉬움에 가득 찼다.이때 정윤재의 어머니한테서 카톡이 하나 도착했다.대화창을 열자 인스타그램의 캡처 사진이었다.그 사진을 본 정윤재는 눈빛이 어두워졌다.연미정이 또다시 메시지를 보냈다.[하온이가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 같은데 빨리 가서 도와줘!]정윤재는 휴대폰을 넣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차 대표님,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네? 이렇게 갑자기요? 제가 배웅해...”하지만 차 대표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정윤재는 바람처럼 사라졌다.쫓아가고 싶었지만 옆에서 딸의 흐느낌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한숨을 쉬며 위로했다.“울지 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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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정윤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몸을 돌려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심하온에게 물었다.“괜찮아?”그의 목소리에는 마치 어떤 힘이 실린 것처럼 묘하게 심하온의 긴장된 신경을 풀어주었다.강선우는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친밀감을 느끼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정윤재 씨, 지금 이게 무슨 뜻이죠?”“아무 뜻 없어요.”정윤재는 싸늘한 눈길로 그를 째려봤다.“난 그냥 하온 씨 데리러 왔어요.”“하온이는 그쪽이 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강선우가 목을 앞으로 빼고 말했다.한편 정윤재는 심하온의 손목에 난 붉은 자국을 발견하고 분노가 들끓어 올라서 강선우를 죽일 듯이 째려봤다.강선우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정윤재는 갑자기 긴 다리를 들어 그를 발로 힘껏 차버렸다.무방비 상태였던 강선우는 바닥에 넘어져서 등이 대리석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가슴에서 답답한 통증이 밀려왔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정윤재가 감히...따지고 싶었지만 정윤재의 눈을 마주치자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평소 늘 차분했던 그 눈동자에는 거의 광포할 정도의 분노가 휘몰아치고 있었다.“헐, 대박! 선우야, 괜찮아?”계속 숨어서 엿보고 있던 진태오는 이 광경을 보자 뭔가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서둘러 뛰쳐나와 강선우를 일으켜 세웠다.그리고 분노에 찬 눈빛으로 정윤재를 쏘아봤다.“대체 누구시죠? 누군데 감히 우리 선우한테 손을 대요? 죽고 싶어 환장했어?”정윤재는 진태오를 전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단지 강선우를 노려보며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강선우,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뭐라고?”강선우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따져 물었지만 그의 분노는 지금 정윤재 앞에서 무색해질 따름이었다.정윤재는 갑자기 헛웃음을 터뜨렸다.강선우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몰랐다.그와 입씨름하는 것은 단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마음속의 분노는 점차 가라앉고 그 대신 심하온에 대한 안타까움이 급격히 밀려왔다.그녀가 고작 이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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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심하온과 정윤재가 클럽을 나선 후, 곧 차 한 대가 그들 앞에 멈춰 섰다.정윤재가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타라는 뜻이 분명했다.“고마워...”심하온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차에 올라탔다.어쨌든 정윤재가 방금 그녀를 도와주었으니 이제 와서 그의 차를 타는 것까지 거절하는 것은 너무 냉정하고 무정한 일이다.이 남자에게 또 한 번 빚을 졌다.지금 당장 갚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감사를 표해야 했다.두 사람은 뒷좌석에 함께 앉았다. 운전기사가 앞에서 조용히 운전했고 심하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윤재 씨, 아까 일은 정말 고마웠어.”“별거 아니야.”정윤재가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이때 심하온은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그런데 윤재 씨가 왜 거기 있었어?”혹시 오늘 밤 정윤재도 그 클럽에 갔던 것일까?하지만 그녀는 호철 아저씨에게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정윤재의 얼굴에 순간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스쳤다.다만 그 순간뿐이라 심하온은 눈치채지 못했다.“나도 오늘 밤, 거기 있었거든.”정윤재가 자연스럽게 말했다.“친구가 불러서.”“그랬구나.”심하온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김호철도 정윤재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다. 하긴, 정윤재가 어딜 가든 김호철에게 일일이 보고할 필요는 없으니까.‘나도 제정신 아니라니까.’생각을 마친 심하온은 더 의심하지 않았고 이에 정윤재도 은근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그의 휴대폰이 진동했는데 엄마한테서 온 메시지였다.[어떻게 됐어? 하온이 구했니?]정윤재가 답장했다.[아무 일 없어요. 하온이 지금 제 옆에 있어요.]문자를 보낸 후 정윤재는 고개를 들어 심하온을 바라보았다.그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심하온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의 사생활을 엿보지 않으려던 것이다.[다행이네. 대체 어떤 놈이 감히 우리 며느리를 괴롭히는 거야?]이어서 연미정이 또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설마 그... 5년 사귀었다던 전남친 아니야?]정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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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정윤재는 차 문을 열고 내렸고 기사도 서둘러 따라 내렸다.“정 대표님, 뭐 사시게요? 제가 갈게요.”“괜찮아.”정윤재는 곧장 약국으로 향했다.잠시 후 그가 연고를 하나 들고 나왔다.심하온은 그의 손에 든 연고를 보며 문득 무언가 생각났는지 고개를 숙여 아직 붉은 자국이 가시지 않은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정윤재가 차에 올라타서 그녀에게 연고를 건넸다.“고마워.”심하온은 순순히 건네받았다.사실 그리 심각한 것도 아닌데 이건 정윤재의 호의이니 거절할 수 없었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었고 기사도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차는 심하온이 현재 사는 한옥 앞에 멈춰 섰다.오늘 밤 강선우에게 시달린 탓인지 심하온은 약간 멀미가 났다.정윤재가 먼저 차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돌아가 그녀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밤바람이 벚꽃 향기를 몰고 스며들었다. 심하온이 차에서 내릴 때 실수로 발을 헛디뎠고 이때 정윤재가 그녀의 허리를 잡아주었다.“조심.”그의 손바닥이 얇은 셔츠를 통해 따뜻한 온기를 전해왔다. 심하온은 마치 뜨거운 것에 덴 것처럼 몸을 움츠리며 연거푸 감사 인사를 했다.정윤재의 손은 허공에 멈췄다가 곧 아무렇지 않은 듯 거둬들였다. 손가락 끝에는 아직도 그녀 허리를 감쌌던 부드러운 감촉이 남아 있었다.“연고 꼭 발라.”그는 심하온의 손목에 난 붉은 자국을 보며 의심의 여지 없이 단호한 어조로 당부했다.“그래, 알았어.”심하온은 손에 든 연고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봤다.“윤재 씨, 오늘 밤엔 정말... 너무 고마웠어.”“뭘 새삼스럽게.”정윤재는 손을 살짝 들었다가 곧 아무렇지 않은 듯 내렸다.“먼저 들어가. 너 들어가는 거 보고 갈게.”“그래...”심하온은 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한옥 안으로 들어갔다.대문이 닫히기 직전, 그녀는 뒤돌아보고 싶었지만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강선우는 줄곧 몸이 불편해서 진태오에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다행히 의사는 단순 외상이라며 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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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진태오는 덜컥 겁먹고 온몸을 벌벌 떨었다.“선우야, 나 좀 살려줘...”강선우는 코웃음을 쳤다. 그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문득 진태오가 전에 보낸 메시지를 찾아냈다.“아, 그러고 보니 너 왜 하온 씨한테 그렇게 대단한 아저씨가 있다는 걸 우리한테 말 안 했어? 혹시 너도 몰랐던 거야?”강선우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진태오에게 물었다.“하온이한테 대단한 아저씨가 있다고?”진태오는 정윤재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강선우의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강선우가 그를 발로 차자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으, 응?”“내가 묻잖아. 하온이한테 대단한 아저씨가 있다고?”“김호철 씨 말이야!”진태오가 말했다.“서강 그룹 운정 지사의 현 대표님! 엄청 대단한 분인데. 오늘도 친구 따라 나오지 않았으면 내가 어떻게 그런 분이 오는 파티에 참석할 수 있었겠어?”강선우는 안색이 확 굳었다가 문득 전에 심하온이 뇌진탕으로 입원했을 때, 병실에 나타났던 그 중년 남자가 생각났다.그때는 그저 심하온의 여느 가난한 친척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서강 그룹의 임원이었다니?예전 같았으면 고작 지사 대표라 성에 차지도 않았겠지만 지금 강선우는 서강 그룹과 협력할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 보니 김호철이 연결고리가 되어준다면 협력의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그런데 심하온은 왜 자신의 친척이 서강 그룹 임원이라는 것을 한번도 말하지 않았을까?강선우는 곧장 인터넷에서 김호철을 검색했다.검색한 정보에 따르면 김호철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수십 년 전부터 서강 그룹 회장 밑에서 일해왔고 심 회장의 깊은 신임을 얻었다. 이번에 운정으로 파견된 것도 운정 지사에 큰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그는 심 회장 앞에서 말도 통하는 사람이었다.강선우는 눈썹을 잔뜩 찡그렸다.며칠 전 병실에서 김호철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못하게 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심하온에게 한번 부탁해볼까?하지만 그녀는 지금 강선우에게 삐져있는 상태였다.괜히 도움을 청했다가 거절하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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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강선우는 곧장 진태오를 노려보았다.“저기, 선우야, 나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나서 먼저 갈게!”진태오는 재빨리 도망치려 했다.이에 강선우가 분노하며 외쳤다.“당장 돌아와!”강선우가 정말 화났다는 것을 알아차린 진태오는 감히 도망가지 못했다. 계속 반항했다가 그에게 맞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으니까.“선우야... 그게 내가... 도저히 참지 못해서 그랬어. 야, 차라리 한 대 치고 화 풀어.”“아니.”강선우가 차갑게 말했다.“때리는 건 됐고 너한테 공을 세울 기회를 줄게.”“응?”진태오가 멍해졌다.“무슨 기회?”“방법을 찾아서 하온이를 약속 장소로 나오게 해.”강선우는 지금 자신이 심하온을 부르면 그녀가 분명히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선우 오빠!”강다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아직도 걔 만날 생각이야?”“넌 좀 가만히 있어!”강선우가 그녀를 꾸짖고 다시 진태오를 보며 말했다.“할 수 있겠어?”“아마도?”진태오가 머리를 긁적였다.“방법을 생각해내면 될 거 아니야.”“그래. 빨리 생각해. 빠를수록 좋아.”“알았어. 그럼 먼저 갈게!”강선우가 반대하지 않자 진태오는 강다인을 힐끗 쳐다본 후 뒤돌아 병실을 뛰쳐나갔다.강다인의 표정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했지만 진태오는 더 이상 이곳에서 구경할 용기가 없었다.한편 강다인은 불만이 한가득하지만 잠시 생각한 후 모든 걸 꾹 참고 속상한 얼굴로 물었다.“좀 괜찮아? 많이 아파?”그녀는 쪼그려 앉아 머리를 강선우의 가슴에 기댔다.다정하게 배려하는 태도에 강선우의 안색도 조금 밝아졌다.“응, 괜찮아.”강선우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내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해? 심하온이 그렇게까지 했는데 오빠는 아직도 걔한테 연락하려는 거야?”“하온이 친척 한 분이 서강 그룹 임원이야.”강선우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뭐?”순간 강다인은 안색이 돌변했다.“말도 안 돼!”심하온은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진태오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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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전에는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윤재는 단지 강선우가 정씨 가문의 정략결혼 상대를 귀찮게 해서 화가 난 줄로만 여겼다.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정윤재는 그녀를 위해 특별히 연고를 사주는데... 이 일이 결코 그리 간단하지 않겠다는 직감이 들었다.그렇다면 정윤재가...심하온은 마음이 심란했다.그녀는 자신이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란 걸 잘 안다. 하지만 요즘 정윤재가 이토록 잘해주고 있으니 아무리 무딘 사람이라 해도 이상한 낌새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정민재의 정략결혼 상대라서 이렇게까지 챙겨주고 선뜻 나서주는 걸까?만약 정윤재랑 정략결혼을 한다면 좋을 텐데.갑자기 뇌리에 떠오른 생각에 심하온은 놀라서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빨리 이 터무니없는 생각을 떨쳐버려야 했다.마음속 깊이 무언가가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를 억지로 눌렀다.이럴 순 없으니까.이렇게 되면 진짜 결혼 상대인 정민재에게 너무 불공평하다.별안간 절친 소유영한테서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통화를 연결하자 전화기 건너편에서 소유영의 귀엽고 예쁜 얼굴이 나타났다.“와, 하온아, 몇 년 만에 보는데 왜 이렇게 수척해 보여?”소유영의 과장된 말투도 그녀의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어디가? 나 방금 샤워 마쳐서 한창 예쁘고 여리여리할 때거든.”소유영은 곧장 화제를 돌렸다.“너 모레 강운시로 돌아오지? 네 환영식 다 준비해놨어. 이제 주인공만 돌아오면 돼!”“정말? 환영식 성대하지 않으면 용서 안 할 거야.”“알았어. 날 엄청 아낀다고 해 그냥.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소유영은 한참 동안 웃고 나서 신비로운 표정으로 말했다.“하온아, 나 방금 이상한 소문 들었다.”“무슨 소문?”심하온은 마스크 팩을 준비하며 넌지시 물었다.“정씨 가문의 황태자 알지? 정민재의 사촌 형 정윤재.”심하온은 마스크 팩을 들고 있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물론 알지, 왜?”“그 사람, 여자친구 생긴 것 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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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너 좀 수상해.”영상 통화 속 소유영이 그녀를 뚫어지라 보며 말했다.“무슨 일 있지?”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설마 아직도 강선우 그 자식 생각하는 거야? 하온아, 그 인간은 그럴 가치가 없어.”“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심하온이 웃으며 말했다.“강선우 그 인간은 지금 내게 쓰레기랑 다를 바 없어.”잔혹한 진실을 알게 된 후, 강선우에게 깊이 빠져 있던 심하온은 이제 철저히 사라졌다.한때 어리석게 굴었지만 진실을 알면서까지 계속 어리석은 짓을 한다면 본인조차 자신을 업신여길 것이다.“그럼 다행이고. 그런 인간은 싹 다 잊고 돌아와서 멋진 화가랑 신나게 연애해!”심하온이 무심코 말했다.“헛소리하지 마.”“헛소리라니? 너희 곧 정략결혼 하잖아. 그럼 연애하는 거나 마찬가지지.”소유영의 말에 뜻밖에도 심하온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되는대로 하지 뭐.”“알았어. 나 게임하러 간다. 너도 일찍 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 쪽!”그렇게 말하고 소유영은 영상 통화를 끊었다.심하온은 다시 마스크 팩을 꺼내 붙였다.지금 그녀의 마음은 지극히 차분했고 머릿속도 한결 맑아졌다.스스로 승낙한 정략결혼이니 내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했다.어쩌면 가끔 예기치 않게 마음속에 훅 들어온 누군가 때문에 미세한 물결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결국 평온을 되찾아야만 했다....15일 아침, 심하온은 제시간에 공항에 도착했다.정윤재는 이미 공항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를 보자 심하온은 태연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좋은 아침이야, 윤재 씨.”“그래, 하온아.”정윤재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왠지 모르게 심하온이 뭔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그녀의 미소에는 깍듯한 예의와 태연함이 묻어났고 그리고 또 약간의... 해탈함까지 담겨 있는 듯했다.아마 곧 운정을 떠나기에 그녀가 과거의 모든 것에서 해탈하려는 것으로 생각했다.두 사람은 함께 비행기에 올라탔다.정윤재의 전용기에는 독립된 작은 방이 있었다. 비행기에 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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