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은 어려서부터 집안 형편이 좋아서 하는 일마다 귀염받고 자랐다.그래서 이런 굴욕을 당한 것은 난생처음이었다.신애가 단톡방에 올린 PPT도 이미 봤다.인정하기 싫어도, 윤경은 알고 있었다.서하가 정리한 자료가 자신이 찾아놓은 것들보다 훨씬 더 전문적이고, 훨씬 더 명확하다는 걸.분류도 깔끔하고, 흐름도 매끄럽고, 설명은 간단명료했다.그래도 윤경은 발표만 잘하면 교수님들이 자신을 새롭게 보게 될 거라고 자신했다.중간에 몇 개 계산 과정이 PPT에 간단히 넘어간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 정도로 교수들이 자신을 곤란하게 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다 마성재 교수가 윤경의 발표를 딱 끊고...“이 숫자 어떻게 나온 건지 설명해 봐.”이 질문을 한 순간, 윤경은 직감했다.‘망했다!’수업 시간에 교수에게 질문받아 대답 못 하는 건 부끄럽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지금은 윤경이 강단 위에 서서 발표자로 나선 자리였고, 뒤에는 다른 두 프로젝트의 대학원생들 열댓 명이 전부 모여 있었다.그 대학원생들 앞에서 윤경은 아주 크게, 대대적으로 망신당했다.다행이라면, 강민이 이 자리에 없다는 것 하나뿐이었다.하지만 윤경은 그 사실도 몰랐다.이미 동기 누군가가 영상을 찍어 강민에게 보내고 있었다는 걸.모두가 알고 있었다.마성재 교수는 연구자로서의 태도가 한 치도 틀어지면 용납하지 않고, 전공 관련해선 거의 집착 수준으로 까다롭고, 거기에 성질머리도 대단하다는 걸.윤경이 질문을 하나도 제대로 답 못 하자 그야말로 마성재 교수에게 정통으로 걸린 꼴이었다.마성재 교수는 상대가 누군지 따지지도 않았다.총장이 와도 똑같이 욕했을 사람이다.윤경은 지금 바라는 게 딱 하나였다.‘임서하도 발표 망쳐라.’‘그래서 똑같이 망신 좀 당해봐라.’윤경이 서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원망, 질투, 분한 마음이 가득했다.하지만 정작 서하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은 얼굴로, 천천히, 너무 태연하게 자신의 발표를 시작했다.윤경은 이를 악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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