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결혼한 지 3년, 배은혁이 가장 잘하는 건 언제나 임서하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일이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서하를 탐탁지 않아 하고, 지도교수는 결혼을 선택한 그녀에게 실망했지만, 서하는 여전히 자신의 진심으로 남편의 마음을 데우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야 알게 되었다. 남편의 첫사랑이 다름 아닌 도련님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서하는 아이를 갖고 싶었다. 적어도 은혁과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하에게 돌아온 대답은 ‘자격이 없다’라는 말이었다. 그보다 더 비참하고 우스운 말이 있을까? 결혼기념일 당일, 서하는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연구에 몰두하고, 대회에 출전하여 상도 타고, 나라에 공헌하기로. 빛나기 시작한 서하 주위엔 뛰어난 남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3년 후, 서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병원에서 나오다가, 미친 듯한 얼굴로 자신을 막아선 은혁을 마주했다. “당신... 임신했어?” 서하는 비웃듯 미소 지으며, 내려다보는 눈빛으로 은혁을 바라봤다. “내 아이를 낳는 게, 전남편인 당신과 무슨 상관인데?”
Lihat lebih banyak“그래.”천후가 말했다.“난 그냥 서하 씨한테 말해주고 싶었어. 세상에 남자가 배은혁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고. 그 인간 때문에 연애고 사랑이고 다 끊을 필요 없다는 거.”“응응.”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완전 대충 듣네.”천후는 못마땅한 얼굴이었다.“내 말은...”“지 대표님.”서하가 갑자기 천후의 말을 끊었다.“연애 쪽으로는 우리 지 대표님 꽤 경험 많아 보이던데. 실례지만, 여자친구 몇 명 사귀어보셨나?”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연애를 못 해본 모태 솔로인 천후는 바로 말문이 막혔다. 심지어 살짝 화가 난 것 같았다.‘분명 본인 위해서 말해준 건데, 고마워하긴커녕 이렇게 받아친다고?’천후는 씩씩대며 말했다.“밥이나 먹어!”다행히 쓸데없는 화제는 지나갔고, 서하는 속으로 꽤 기뻤다.서하는 공용 젓가락으로 천후의 접시에 반찬을 하나 올렸다.“이거 먹어봐. 맛있어.”이건 서하가 직접 고른 메뉴였지만, 천후는 한 입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천후는 자기 접시에 놓인 음식을 보며 턱에 힘을 잔뜩 주면서 서하를 올려다봤다.“일부러 그러는 거지?”“뭐가?”“나 당근 안 먹어.”“이렇게 다 큰 어른이 아직도 편식해? 당근은 베타카로틴이 많아서 몸에 좋은데.”서하가 태연하게 말했다.“안 먹어도 몸 좋아.”천후는 서하가 올린 반찬에 손도 대지 않았다.“내가 이만큼 컸으면 뭘 먹을지 정도는 내가 결정할 수 있지 않냐?”“네, 네. 지 대표님 어련히 알아서 잘하시겠어요.”서하는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하지만 천후는 서하만큼 먹지 못했다.“다 먹었어?”천후가 물었고, 서하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응, 완전 배불러.”“좀 걸을래?”천후는 시계를 힐끗 보며 말했다.“집에 너무 일찍 들어가도 재미없잖아.”“나 할 일 있는데...”서하가 답했다.“정리해야 할 자료가 좀 있어.”“밤늦게까지 일해? 지도교수는 초과근무 수당 얼마 주길래 그래?”“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내 전공 지식을 좀 더 탄
서하의 대답은, 그저 말 없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물을 넘기는 것이었다.“역시... 서하 씨가 받아들일 리 없지.”천후가 말했다.“서하 씨가 방금 말한 그 온갖 대의명분들, 난 동의 못 해. 내 생각엔 말이야, 혼인 관계도 아닌 남자의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 이유는 사랑 말고는 없어.”서하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이렇게 말하면 이유가 되나? 난 앞으로 감정 같은 거 안 생각하려고. 결혼에는 더더욱 발도 안 들일 거고. 그래도... 아이 하나는 갖고 싶어. 이런 이유면 돼?”“배은혁 때문에 앞으로 연애도 사랑도 다 끊겠다는 거야?”서하는 어이없어하며 몇 초간 침묵했다가 겨우 말했다.“왜 내가 하는 모든 게, 다 배은혁 때문이라고 생각해?”“너무 티 나잖아.”천후가 단정하듯 말했다.“배은혁 때문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 말해봐.”서하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설명할 건 다 했는데, 대체 더 뭘 말하라는 거야?’천후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배은혁 때문에 앞으로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서하 씨 나이가 몇 살인데 인생을 벌써 그렇게 확정해?”서하가 말했다.“일단 밥부터 먹자. 나 배고파.”둘이 그렇게 한참을 떠들어 놓고, 정작 메뉴 주문도 하지 않았었다.천후가 서하를 흘깃 보며 말했다.“참 못난 티 내고 있네.”“나 임신한 거 알고 있지?”서하는 메뉴판을 집어 들며 말했다.“배고프면 안 돼.”“근데 말이야, 네 뱃속에 들어있는 그 새끼가 배은혁 자식이라는 사실만 떠올리면, 너 굶겨 죽이는 것도 괜찮은 선택 같거든?”“진짜로 배은혁의 애를 굶겨 죽일 수만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대단한 능력이지.”서하는 두 개만 주문하고 메뉴판을 천후에게 건넸다.“골라. 오늘 내가 쏠게.”“여자가 내는 게 어디 있어.”천후가 찡그리며 메뉴판을 확인했다.“두 개만?”서하가 말했다.“많이 시키면 또 포장해야 하잖아. 지금 기숙사 살고 있어서 데워먹기도 불편하고, 버
천후가 말했다.“그건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서하 씨는 다른 여자들이랑 달라. 이혼도 할 거잖아!”“이혼하면 어때서? 이혼한다고 내가 애 못 낳아? 아이는 분명 배은혁의 아이지만, 동시에 내 아이이기도 해. 지금 내 뱃속에 있고, 내 피가 흐르는 애인데...”“그렇게 멋있게 말하지 마라.”천후는 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입만 살아서 말은 참 잘해.”“사실이니까.”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이혼할 거고, 임신도 했고... 그렇다고 해서 이 아이를 지우고 싶진 않아. 천후 씨가 보기엔, 이건 내가 애초에 이혼할 생각이 없는 줄 알았다는 뜻이지?”“진짜 은혁이랑 이혼할 생각 있었으면, 과감하게 수술부터 했겠지. 배은혁이 자기 애까지 지운 여자를 계속 붙잡을 거 같아? 근데 서하 씨는 애를 지키겠다 했지. 그럼 누가 봐도, 애 아빠한테 미련이 있단 뜻이지.”“말은 맞아. 그렇게 의심하는 사람도 많겠지. 부정하긴 어려워.”서하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그래도 난 진짜로 이혼할 거야. 앞으로 배은혁하고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기 싫어.”천후는 비웃듯 고개를 저었다.“애 생기면 끝이야. 이혼해도 뭐 어쩔 건데. 둘이 애로 묶여버리는 건데? 배은혁은 너랑 계속 접점이 생길 수밖에 없지.”“거기까지는 아직 생각 못 했어.”“그럼 내가 대신 생각해 줄게.”천후는 단단하게 말했다.“친구니까 말해주는 거다.”“고마워.”“그 태도 뭐냐, 진짜.”천후의 표정이 굳었다.“내가 서하 씨랑 친구 하자고 한 말, 장난인 줄 알았어?”서하는 천후의 얼굴을 본다.오늘, 이 남자 얼굴에는 늘 있던 조롱도, 가벼움도, 무심도 없었다.진짜 서하를 걱정하고 있었다.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서하는 마음이 살짝 울렁였다.‘지천후가 나를... 진짜 친구로 생각한다고?’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사실이었다.서하는 갑자기 미소가 나왔다.“왜 웃어!”천후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 진짜 답답하다니까.”서하는 웃음
룸 안은 은근히 따뜻했다.서하는 들어오자마자 패딩을 벗었다.그때 천후의 시선이 핸드폰에서 서하 쪽으로 천천히 옮겨왔다.서하는 천후 맞은편에 앉았다.‘며칠 못 봤다고... 왜 또 잘생겨졌어? 이 남자.’그러다 의아해서 물었다.“왜 그렇게 봐?”천후의 눈빛은 서하가 아는 그 천후의 평소 시선과 달랐다.뭔가 읽히지 않는... 묘하게 눌린 감정이 섞여 있었다.그러더니 천후는 갑자기 비웃음 같은 소리를 내며 핸드폰을 ‘탁’하고 테이블 위에 던졌다.서하는 순간 직감했다.‘지천후... 오늘 컨디션 좋지 않아.’천후는 원래도 감정 기복 심하고, 기분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편이었다.그래서 서하는 이런 사람과 친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어쩐지 항상 찜찜하고 불안했다.그날 ‘친구 하자’고 했지만, 지금 다시 무르자고 하면...‘지천후 성격에... 날 진짜 죽여버리려나?’그런 생각도 들었다.오늘 천후 표정은 딱 봐도 뭔가 터지기 직전이었다.‘누가 또 지천후 건드렸냐?’서하는 조심스레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친구라면 서로 챙겨야 한다는 최소한의 의리로.그런데 돌아온 말은... “임서하 씨. 진짜 생각이란 걸 하고 살아?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녀?”갑자기 욕을 먹은 서하는 어이가 없어졌다.“뭐야? 왜 갑자기 사람한테 욕해?”“욕하는 것도 아까워. 내가 소진 씨면 진작 서하 씨 한 대 때렸지.”천후는 계속해서 불을 붙였다.“참고로 난 ‘여자 못 때린다’라는 원칙도 없어.”“맞네, 맞아. 지 대표님은 여자도 때리시고! 대단하시네!”서하는 비꼬며 말했다.“뭐야? 날 때릴 거야?”“안 때려.”천후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눈이 멀었지. 서하 씨랑 친구 하겠다고 한 게 제일 큰 실수야.”“지금이라도 취소할래?”서하는 태연하게 말했다.“우리 절교할까?”“임서하!”천후가 책상을 쾅 치고 일어섰다.“진짜... 바보 맞지?”“내가 뭘? 무슨 일인지 말을 똑바로 해!”서하도 소리쳤다.그러고 보니, 서하는 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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