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Chapter 211 - Chapter 220

220 Chapters

제211화

하지만 화가 난다고 둘 사이의 일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매번 그런 분위기로 유도하려고 해도 박도윤이 단호하게 밀어냈다는 것 또한 말이다.그래서 강지유는 화살을 문채아 쪽으로 돌려버렸다.“그렇게 보였니? 하지만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라 아이는 결혼하고 난 뒤에 갖기로 했어. 도윤이도 내 의견을 존중해 줬고. 그런데 너희는 뭐야? 결혼한 지 한 달이나 넘었는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어? 설마 너 몸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 아니야?”문채아는 일말의 타격도 받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머리가 돌아가면 생각이라는 걸 좀 해. 결혼한 지 이제 막 한 달 좀 넘은 신혼부부인데 너 같으면 임신하고 싶겠니? 눈만 마주쳐도 뜨거울 때인데? 그리고 남 신혼 생활에 신경 쓸 여력이 있으면 네 결혼이나 신경 써. 아니지, 약혼인가? 몸이 많이 달아 보이는데 그냥 속도위반해 버리는 건 어때? 그럼 결혼도 빨리할 거 아니야.”“...”강지유는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임신도 그렇고, 결혼도 그렇고, 어느 하나 그녀의 아픈 곳이 아닌 게 없었으니까.게다가 바로 며칠 전에 약혼을 미루자는 얘기를 들었던지라 화가 더 크게 치밀어 올랐다.한편 박도윤은 여전히 강지유 쪽으로는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채 문채아만 바라보고 있었다.눈만 마주쳐도 뜨거울 때라는 문채아의 말에 아주 잠깐 얼굴이 일그러지긴 했지만 강지유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한 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금방 다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강재혁과 문채아는 어디까지나 협력 관계일 뿐이었기에 진심으로 서로 마음이 통하거나 친밀한 부부 생활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하지만 또 지난번에 문채아가 강재혁을 끌어안은 채 고백했던 말을 떠올리면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이제는 정말 시간이 얼마 없어. 상황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기 전에 최대한 빨리 모든 걸 끝내야 해.’박도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안경을 위로 밀어 올렸다.“채아야, 너무 애쓰지 마.”“그래, 도윤이 말이 맞아. 애를 못 낳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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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지금 보니까 아무리 몸조리를 해도 쓸모가 없었네. 어차피 얇아질 때로 다 얇아졌는데. 안 그래?”강재혁은 매우 평온 얼굴로 엄청난 말을 늘어놓았다.문채아는 그 말에 입을 떡하고 벌렸다. 강지유가 제멋대로에 하고 싶은 건 꼭 해야만 하는 성미의 여자인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아이를 지우는 짓까지 했을 줄은 몰랐으니까.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간호사도 병원에서 일하면서 신기한 일을 많이 접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박도윤은 음산한 눈으로 강재혁을 노려보았다.강지유는 지금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문채아에게 몇 마디 좀 했다고 자신의 추악한 과거가 들춰질 줄은 몰랐으니까.“무, 무슨 헛소리야!”강지유가 몸을 일으키며 강재혁에게 삿대질했다.“내가 무슨 애를 지워! 도윤이 앞에서 날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지 마!”“헛소리?”강재혁은 태연한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가 이내 박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강지유가 애를 지운 얘기까지는 안 해줬나 보네. 그럼 못 들은 거로 해.”‘강재혁 이 미친 새끼!’강지유는 기가 막힌 말에 머리가 다 지끈해 났다. 당장이라도 강재혁의 멱살을 잡고 방금 한 말을 취소하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움직이자마자 아랫배가 찌릿하며 아파 왔다.강재혁은 그런 그녀를 한번 보고는 별다른 말 없이 문채아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돌렸다.문채아는 얼떨떨한 얼굴로 강재혁을 따라 걸어가다가 언뜻 뒤편에서 강지유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어떤 상황인지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강재혁은 문채아가 고개를 돌린 그 순간,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 지금처럼 먼저 자리를 벗어났을 때 그녀가 박도윤 쪽을 돌아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으니까....문채아는 박도윤과 강지유가 언쟁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까지만 보고 금방 다시 고개를 돌렸다. 강재혁이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으니까.강지유가 있는 병원에서 나온 후 두 사람은 곧장 재호 그룹 산하의 병원으로 향했다. 문채아는 강재혁의 요구대로 정밀검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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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가, 갑자기요? 나는 딱히 급할 거 없는데...”문채아는 강재혁이 이렇게도 갑작스럽게 그때의 얘기를 꺼낼 줄 몰랐다. 줄곧 잘 피해 왔는데 오늘 딱 걸려버리고 말았다.문채아는 본능적으로 겁을 먹고는 조금 더 그 대답을 뒤로 미루기 위해 시선을 피하며 강재혁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하지만 강재혁은 큰 결심이라도 한 사람처럼 좀처럼 그녀를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갑자기는 아니지. 네가 나한테 고백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으니까.”즉, 오늘 무슨 수를 써서든 꼭 그 일을 마무리 짓겠다는 소리였다.문채아는 침을 꼴깍 삼키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박도윤이었다.문채아는 이 상황을 벗어날 좋은 방법을 찾아낸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박도윤이에요.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할지도 모르니까 일단 나가서 통화 좀 하고 올...”“오늘은 안 돼. 오늘은 그 누구의 방해도 허락하지 않을 거야.”강재혁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휴대폰을 집어 들어 아예 전원을 꺼버리고는 멀리 있는 소파에 던져버렸다.방해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문채아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그의 행동에 입을 떡 벌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휴대폰도 멀리 던져진 지금, 도망갈 방법은 더 이상 없었다.문채아는 그 생각에 순간 울컥하고 또 억울해 눈시울을 빨갛게 물들이며 바닥에 웅크리고 앉았다.“그렇게도 내가 싫어요? 한시라도 빨리 내 고백을 거절해 버리고 싶을 만큼? 나 오늘 그런 일도 겪었는데 너무해...”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고백이 강재혁에게 얼마나 우습고 황당하게 다가왔을지.그래서 그날 이후 최대한 예전처럼 지내려고 했다. 그를 단지 고마운 사람으로 생각했던 그때로 돌아가려고 했다.그러면 강재혁도 그간의 정을 봐서 고백은 없었던 일로 하고 별다른 거절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강재혁은 처음부터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문채아는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몸을 둥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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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사랑해, 채아야.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랑했어. 그간 네가 나 몰래 내 곁을 지켜주고 있었던 거 알아. 그리고 나도 네가 알아챌 수 없게 늘 네 곁에 있었어. 네가 박도윤 때문에 행복하게 웃을 때는 질투로 오장육부가 다 뒤틀리는 것 같았고 네가 박도윤 때문에 빛을 잃어갈 때는 심장이 다 난도질당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네가 드디어 나한테 연락을 줬을 때 비겁하다는 걸 알면서도 네 순진함을 이용해 네가 나랑 결혼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어.”“너랑 혼인신고 했던 날, 사실은 우리가 부부가 됐다는 걸 만천하에 알리고 싶었어. 너한테 세상에서 제일 화려한 프러포즈도 해주고 싶었어. 하지만 네가 날 부담스럽게 생각할까 봐, 내 경솔한 행동 때문에 네가 내 곁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낄까 봐, 그래서 그냥 차에서 너한테 반지를 끼워주기만 했어.”“부부가 된 뒤로는 너한테 내 불순한 마음을 들킬까 봐 애써 평온한 척, 애써 냉랭한 척하면서 감정을 숨겼어. 그런데 언제부턴가 너만 보면 자꾸 멋대로 애정이 튀어나오고 너만 보면 자꾸 끌어안고 싶어졌어. 더는 참을 수 없게 되어버린 거야. 채아야, 나는 널 항상 원해왔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우리의 결혼에서, 이 관계에서, 손해 보는 사람이 나인 것처럼 말하지 마. 나는 너랑 혼인 신고했을 때부터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으니까. 내가 더 많이 얻었으니까.”“...”문채아는 그의 엄청난 고백에 순간 뭐라고 해야 할지, 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강재혁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봤으니까.하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예전 일을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박도윤과 강지유가 그녀를 괴롭힐 때 고작 문자 한 통에 지나치게 빨리 와줬던 것도, 그녀가 벽을 타다 하마터면 넘어져 크게 다칠 뻔했을 때 분노하면서도 꽉 알아줬던 것도, 또 잃어버린 패물을 되찾기 위해 제원시 전체를 뒤집어엎었던 것도, 전부 그녀를 너무나도 많이 사랑해서였다.강재혁은 자신의 이런 무겁고도 집요한 사랑이 문채아에게 부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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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순진하고 얌전한 겉모습에 가려졌던 문채아의 앙큼함이 지금 이 순간, 강재혁의 앞에서는 조금의 숨김도 없이 전부 다 드러났다.강재혁은 초롱초롱한 문채아의 눈동자와 쌍방향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 심장이 무섭게 일렁이며 숨소리마저 거칠어졌다.문채아의 얼굴을 부여잡고 가느다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그녀의 숨이 모자랄 때까지 입을 맞추고 싶었다.하지만 고백하자마자 스킨십하면 문채아가 무서워할까 봐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쌍방향으로 좋아해.”“네...”문채아는 말끝을 길게 늘어트리며 마치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이 지나치게 귀여워 강재혁은 또다시 심장이 쿵쿵 뛰며 감정이 북받쳤다. 이 이상 참으면 진짜 죽어버릴 것 같아 그는 그녀가 딱 놀라지만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뽀뽀만 하자고 결심했다.그러고는 생각한 대로 실천에 옮기려는데 갑자기 문채아가 그의 목을 와락 끌어안으며 입술을 부딪쳐 왔다.강재혁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입맞춤을 당한 것뿐만이 아니라 살짝 깨물리기까지 했다.이건 그의 첫 입맞춤이 아니었다. 전에 골목에서 문채아와 입술이 닿았을 때, 그때가 바로 그의 첫 입맞춤이었다.언젠가 다시 입을 맞추게 되면 이번에야말로 얼빠진 사람처럼 구는 것이 아닌 능숙하게 그녀를 리드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문채아가 입술을 부딪쳐 왔을 때 강재혁은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 머리가 하얘져서는 미동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려는데 문채아가 빠르게 입술을 떼며 빨개진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일찍 자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문채아는 말을 마친 후 강재혁의 답변을 듣지도 않고 방을 쌩하고 나가버렸다.그녀의 움직임은 매우 빨랐고 언뜻 보기에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문채아는 알고 있었다. 이성이 하마터면 날아갈 뻔했다는 사실을.문채아는 방문에 기댄 채 연신 심호흡을 하며 아직도 거세게 뛰고 있는 심장을 천천히 가라앉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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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문채아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강재혁에게 물었다.“왜... 어제랑 달라요? 어제는 안 이랬잖아요.”강재혁은 촉촉하게 부어오른 문채아의 입술을 엄지로 살짝 짓누르다 다시 한번 가볍게 맛보고는 나지막이 속삭였다.“그야 열심히 공부했으니까.”“네? 그럼 전부터...”“말했잖아. 너를 아주 오랫동안 사랑해 왔다고.”강재혁은 미소를 지은 채 계속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제는 쌍방향이니까 앞으로 함께 공부하게 될 거야. 그치?”“...”문채아는 어쩐지 그가 말하는 공부에 키스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겁이 나기보다 오히려 어떻게 공부할지 기대가 됐다.‘잠깐만, 기대된다고?!’문채아는 박도윤과 사귀었을 때는 한 번도 박도윤과 키스하고 싶고 나아가 더 한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강재혁과 함께 있으면 자꾸 그와 닿고 싶고 또 그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만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문채아는 똑같은 연애 감정인데 왜 이렇게까지 차이가 큰지에 대해 혼자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주연우를 찾아갔다. 그러고는 대뜸 그녀에게 모든 탓을 돌렸다.주연우가 허구한 날 강재혁과 관련된 이상야릇한 말만 하지 않았어도 머리가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지는 않았을 테니까.주연우는 불만을 터트리는 친구를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채아야, 지금 네 반응은 지극히 정상이야. 오히려 플라토닉 사랑만 즐기는 게 더 비정상이라고. 그리고 원래 사랑하면 할수록 성욕도 더 끓어오르게 되어있어. 채아 너는 지금 제대로 된 사랑을 하고 있는 거야. 물론 강재혁 씨도.”문채아는 주연우의 말에 멈칫했다.“네 말대로라면 나는 박도윤을 사랑한 게 아니라는 거네? 그럼 뭐지? 그냥 가족 같은 느낌으로 의지한 것뿐인 건가?”주연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내가 볼 때는 그래. 너는 그때 어렸으니까 뭐가 뭔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한 채 의지가 되니까 냅다 사랑이라고 단정 지은 거지.”주연우는 말하다가 갑자기 화를 냈다.“강지유 그 여자는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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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전시회 준비는 일주일 전부터 시작되었기에 주연우가 빌린 저택에는 현재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스태프들이 매우 많았다.그 사람들 속에서 문채아는 아주 정확히 연다정의 얼굴을 보았다. 그날 병원에서 본 뒤로 한 번도 본 적 없던 연다정의 얼굴을 말이다.하지만 다시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려보니 연다정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주연우는 멍한 얼굴의 문채아를 보고는 웃긴 듯 그녀의 눈 바로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최대 투자자가 재호 그룹이라니까 놀랐어? 아주 정신을 못 차리네.”“아니, 그게 아니라...”문채아는 주연우를 보며 눈을 깜박이다 이내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연우야, 너 혹시 전시회 헬퍼로 연다정 불렀어?”“연다정? 내가 미친 것도 아니고 여기에 연다정을 왜 불러?”주연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주 단호하게 부인했다.“내가 기획한 전시회고 투자도 이무현이 아닌 재호 그룹에서만 받았는데 내가 이무현 첫사랑을 여기로 데려올 리가 없잖아.”이무현을 향한 마음이 조금 식었다고 해도, 그래도 몇 년을 사랑했던 남자였기에 감정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그 증거로 주연우는 아직도 이무현만 생각하면 가슴이 따끔하고 또 욱신거렸다. 그러니 연다정을 이곳으로 부를 리가 없었다.주연우는 서러운 감정이 갑자기 확 밀려온 듯 눈가가 한순간에 빨개졌다. 이에 문채아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스태프 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내가 잘 못 본 건가? 하지만...’...화창했던 하늘이 금방이라도 폭우가 내릴 것처럼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주연우는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은 후 날씨 핑계를 대며 조금 더 있겠다는 문채아를 얼른 집으로 돌려보냈다.“이제 이곳 구경도 다 했으니까 이만 돌아가서 네 작품이나 완성해. 너는 지금 나랑 노닥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야.”문채아는 일리 있는 말에 순순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는 오후 내내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았다.3시간 정도 지난 후, 손에 찰흙을 잔뜩 묻힌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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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강재혁이 주연우의 전시회에 투자하겠다고 했을 때 이무현도 슬쩍 다가와 10억 원을 투자했다.그러니 이무현은 투자한 것을 빌미로 충분히 연다정을 전시회 스태프 중에 끼워 넣을 수 있었다. 아무리 총책임자가 주연우라고 해도 그 많은 스태프를 일일이 다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설사 그중에 연다정이 있었다고 해도 제대로 보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하지만 강재혁은 이무현에게서 아무런 얘기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문채아도 강재혁을 의심하지는 않았다.“나도 연다정과 정확히 눈이 마주친 건 아니고 스치듯 본 게 다예요. 하지만 전시회 최대 투자자가 재호 그룹이잖아요. 그리고 이무현 씨는 재혁 씨 오른팔이고요. 그러니 연다정의 경력을 쌓게 해준다고 자기 재량껏 연다정의 이름을 스태프 명단에 끼워 넣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첫사랑이라 뭐든지 해주고 싶겠죠. 하지만 이 전시회는 연우가 피땀을 흘려서 기획한 매우 중요한 전시회예요.”“연다정한테 진 빚을 갚고 싶으면 이무현 씨 혼자 알아서 갚으라고 해요. 멋대로 연우를 끌어들이지 말고. 만약 이무현 씨가 정말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연우랑 연다정을 한 공간에 둔 거면 나 진짜 너무 화날 것 같아요.”문채아도 재호 그룹의 투자에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금 면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되어주었으니까.하지만 그로 인해 주연우가 감정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게 되는 건 사양이었다. 투자의 대가가 주연우의 속상한 얼굴이라면 문채아는 그딴 투자, 필요 없었다.그리고 이 말을 문채아는 강재혁에게 대놓고 말했다. 이무현이 그의 친한 동생이라고 봐주는 것 없이 말이다.사실 어제 막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기에 지금은 서로 조심하며 좋은 말만 하는 게 맞지만 강재혁이 이번 일에서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이며 결국에는 그녀가 한발 물러서기를 바라고 이무현의 편을 들어준다면 문채아는 망설임 없이 일전의 고백을 거둬드릴 생각이다.아무리 남편이 중요하다고 해도 친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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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문채아는 그때 그 장면을 보며 이무현에게 발길질한 행동이 어디까지나 경호원의 독단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니 이무현이 엉망진창이 된 채로 쫓겨나게 강재혁이 지시한 것이었다.문채아는 그 생각에 남아 있던 분노가 싹 풀리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강재혁 쪽으로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재혁 씨는 어떻게 그렇게 매번 내가 좋아할 행동만 해요? 오늘도 연우한테서 최대 투자자가 재호 그룹이라고 들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엄청 감동이었다고요.”연다정 일 때문에 잠깐 얘기가 새기는 했지만 문채아는 사실 주연우가 최대 투자자를 얘기해줬을 때부터 강재혁이 보고 싶었다. 그를 꼭 끌어안으며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강재혁은 문채아를 살포시 끌어안으며 그녀와 눈을 마주친 채 물었다.“주연우 전시회에 투자한 건데 네가 왜 감동을 받아? 혹시 너랑 따로 연관이 있는 전시회인 거야?”문채아는 눈을 깜빡이다가 그제야 아차 싶었다.‘그러고 보니 재혁 씨는 내가 M이라는 걸 아직 모르고 있지?’그녀가 M인 걸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 문채아는 확실히 전시회와 큰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문채아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강재혁에게 자신의 정체를 미리 얘기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그래서 웃으며 말했다.“연우가 기획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나랑 연관이 있죠. 우리는 절친한 친구니까. 안 그래요?”“흐음? 정말 그것뿐이야?”“네, 그것뿐이에요.”“그래, 알겠어.”강재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문채아는 강재혁을 완벽하게 속였다고 생각해 몰래 키득키득 웃었다. 어차피 강재혁은 최대 투자자라 전시회에 분명히 참석할 것이기에 그때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다.‘분명 엄청 놀라겠지?’문채아는 강재혁에게 서프라이즈 해줄 생각에 잔뜩 들떠서는 얼른 식사하러 발걸음을 돌렸다. 빨리 식사하고 다시 빨리 작업실로 돌아가 작업을 마저 마쳐야 하니까.그런데 한 걸음 떼자마자 강재혁이 그녀의 팔을 잡고는 다시 자기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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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너, 연다정 이름을 주연우가 기획 중인 전시회의 스태프 명단에 끼워 넣었지?”확신하는 말투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연다정을 그곳에 들이밀 사람은 이무현밖에 없었으니까.이무현은 주연우의 냉담한 태도 때문에 가뜩이나 요 며칠 입맛이 떨어진 데다가 강재혁에게서 이상한 소리까지 들으니 기분이 확 나빠져 미간을 사정없이 찌푸렸다.“뭔 소리야? 연다정이 어쨌다고? 스태프? 알아듣게 좀 말해줄래?”“너는 모르는 일이라고?”강재혁은 몇 초간 침묵하더니 이내 알겠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아무래도 네 첫사랑이 또 너 몰래 일을 벌인 것 같다. 연락을 완전히 끊겠다는 건 그냥 네 일방적인 생각일 뿐이었던 거지.”그 증거로 연다정은 이무현 몰래 멋대로 주연우의 일터까지 숨어들었다.스태프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아마 이무현의 이름을 대서일 게 분명했다. 그걸 제외하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 테니까.주연우는 강재혁의 말에 젓가락을 완전히 내려놓고는 물었다.“혹시 주연우가 형을 찾아갔... 아니, 문채아가 형한테 얘기한 거지? 문채아 부탁이 아니면 형이 주연우 일로 이 시간에 나한테 연락할 리 없을 테니까.”강재혁은 오직 문채아 일에 관해서만 과감하고 신속해지는 사람이었다. 문채아를 위해서라면 강재혁은 친한 동생도 과감히 내칠 수 있었다.‘그래도 다행이네. 문채아가 형한테 말했다는 건 주연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니까.’이무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안도했다.그리고 그 안일한 생각은 강재혁에 의해 단번에 깨져 버렸다.“주연우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앞으로도 영원히 발견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 그리고 연다정이 무슨 꿍꿍이인지 빨리 조사해서 주연우가 발견하기 전에 조용히 치워버려. 만약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너는 그때 정말 이혼합의서에 도장 찍으라는 말을 듣게 될 거야.”“아니... 형, 무섭게 왜 그런 말을 해...”이무현은 휴대폰을 꽉 말아쥐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어차피 나도 다정이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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