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By:  천이설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goodnovel4goodnovel
Not enough ratings
100Chapters
63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아주 오랫동안 박도윤은 문채아의 유일한 빛이었다. 박도윤의 입에서 “나 강지유와 약혼할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우리 사이는 변하지 않을 테니까.”라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 정부가 되라는 박도윤의 말에 문채아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녀의 빛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없었다. 박도윤의 예비 약혼녀가 인사하러 온 날, 문채아는 망설임 없이 그 집에서 나왔다. 사람들은 말했다. 문채아는 박씨 가문의 그늘에서 벗어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들 그녀가 이틀도 못 버티고 다시 돌아갈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박도윤과 강지유의 약혼식 날,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문채아가 강씨 가문의 장남과 팔짱을 낀 채 사람들 앞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문채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박도윤의 여자 친구에서 박도윤이 형수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문채아가 자신 때문에 억지로 결혼했다고 생각한 박도윤은 그녀를 되찾기 위해 몸을 앞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 순간,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가 식장에 울려 퍼졌다. “발걸음 떼기 전에 잘 생각해야 할 거야.”

View More

Chapter 1

제1화

“문채아 씨, 보호자분께는 연락해 보셨어요? 혹시 아직도 연락이 안 되세요...?”

간호사가 물었다. 간호사가 이 질문을 한 지도 벌써 세 번째다.

연락이 닿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아 문채아는 여전히 입을 꾹 닫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흰색 불빛 아래 문채아는 두 손으로 휴대폰을 꽉 말아쥔 채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저 흰 티에 검은색 슬랙스 차림일 뿐인데도 그녀는 매우 예뻤다. 게다가 지금은 얼굴에 우울함까지 더해져 이제는 아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간호사는 부드러운 말투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대로 혼자 집으로 가시게 되면 발목 인대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 보호자분과 함께 돌아가시는 게 좋아요. 의사 선생님도 꼭 보호자분 오시면 보내드리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

“...죄송합니다. 많이 바쁜지 연락을 안 받네요.”

문채아는 고개를 더 떨구며 기어들어 갈 것 같은 목소리로 답했다.

몇 시간 전, 그녀는 같은 예술 대학교를 나온 후배들의 부름으로 미술관에서 도와주러 갔다가 한차례 소란을 겪었다.

사건의 발단은 두 명의 아이가 전시품인 조각상을 훼손해서였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애들이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았고 직원들은 무책임한 그들의 태도에 결국 언성을 높이게 되었다.

감정은 점점 더 격해졌고 나중에는 욕설과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까지 들리게 되었다.

문채아는 상황이 더 커지기 전에 최대한 중재하려고 했다. 그런데 싸움을 말리려다가 그만 발목을 심하게 다쳐버렸고 피도 철철 흘리게 되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후, 그녀와 비슷하게 다친 사람들은 치료를 받은 다음 금방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녀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 혼자 병원에 남아 있었다.

“그럼 혹시 남자 친구는 있으세요? 남자 친구분께서 오셔도 돼요.”

간호사의 대안에 문채아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녀가 지금껏 전화를 걸어 부르려 했던 사람이 바로 남자 친구였으니까.

어색한 공기가 흐르던 그때, 누군가가 볼륨을 크게 틀어버린 바람에 티비에서 갑자기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정 그룹의 박도윤 대표가 여자 친구를 위해 글로리 호텔의 VIP홀을 대관했다고 합니다. 대관한 이유는 여자 친구에게 한정판 크리스탈 구두를 선물해 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열애 중이 맞다고 인정했으며 3개월 뒤에는 약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는 희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박도윤 대표의 여자 친구는 강씨 가문의...”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듯한 영상 하나가 띄워졌다. 영상 속에는 화사한 웃음을 짓고 있는 여자와 문채아가 연락이 닿길 바라고 또 바랐던 남자가 있었다.

박도윤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앞에 있는 여자의 발을 잡으며 친히 크리스탈 구두를 신겨주었다.

꼭 자기들만의 세상에 갇히기라도 한 것처럼 두 남녀는 서로만 바라보았다.

뉴스를 확인한 간호사는 잔뜩 부러운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부자들은 이벤트도 남다르게 하네요. 가끔 보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니까요? 에휴, 누구는 호텔 VIP홀을 대관해 꽁냥거리고 누구는 늦은 시간까지 병원에서 일이나 하고.”

가뜩이나 통증 때문에 혈색이 안 좋던 문채아의 얼굴이 지금은 완전히 창백해졌다.

잠시 후, 문채아는 결국 절친한 친구인 주연우에게 전화를 걸고서야 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주연우는 요즘 전시회 준비 때문에 많이 바쁜 상태였다. 문채아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으면 주연우에게는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주연우는 눈가가 빨개진 문채아를 보자마자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너는 그런 일이 있었으면 제일 먼저 나한테 연락을 했어야지! 왜 이제야 전화를 한 거야? 아주머니는 뭐래? 또 너 알아서 하래?”

13년 전, 문영란은 재혼한 후 어린 문채아를 데리고 함께 박씨 가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부터 문채아는 친엄마가 버젓이 살아있는데도 엄마가 없는 애처럼 살게 되었다.

그 이유는 문영란이 박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모든 신경을 전부 남편과 그 남편의 아들에게만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박도윤에게 있어 문영란은 뭐 하나 흠잡을 것 없는 다정한 새엄마였지만 문채아에게는 계모보다 악독한 친엄마였다.

“나 뉴스 봤어.”

주연우가 이를 꽉 깨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박도윤이랑 너, 3년 전부터 사귀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문채아가 멈칫했다. 친엄마에 관해 얘기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입꼬리가 박도윤이라는 이름 석 자가 나온 순간 힘없이 내려갔다.

“그러게. 박도윤 여자 친구는 난데...”

문채아가 박도윤과 처음 만난 건 8살 때였고 박도윤을 좋아하게 된 건 새로운 집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그녀가 가문 내 괴롭힘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가출했을 때였다.

그날 박도윤은 문채아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어두운 길가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러다 드디어 그녀를 발견하고는 망설임 없이 품에 끌어안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문채아를 등에 업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앞으로는 내가 다 해결해 줄게. 내가 네 곁에 있을게. 그러니까 울지 마.”

다 잠긴 목소리로 이런 말을 건네는데 어떻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문채아는 그때 차갑게 식었던 마음이 다시금 데워지는 것 같았다.

박도윤의 등에 업혔던 그 느낌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신분 차이가 컸고 대외적으로는 또 오빠와 동생 사이였기에 문채아는 박도윤을 향한 마음을 꼭꼭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채아가 성인이 되던 해, 둘 사이에 변화가 생겼다.

그날 문채아는 술에 잔뜩 취한 채 박도윤에게 그간 숨겨왔던 마음을 전부 고백하고야 말았다. 그야말로 취중 고백이었다.

당연히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박도윤은 흔쾌히 그 고백을 받아줬고 그녀의 남자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했다.

다만 두 사람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당분간은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비밀로 하자고 했다.

문채아는 그 말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환한 얼굴로 알겠다고 했다.

박도윤과 함께 사랑을 키워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가족에게도 인정받고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사귄다고 얘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세상일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는데 기다림의 끝에 얻게 된 건 박도윤의 곁에 있어도 된다는 인정이 아닌 박도윤과 다른 여자의 약혼 소식이었다.

...

주연우는 전시회 일로 아직 할 일이 많았기에 문채아를 집까지 데려다준 후 금방 다시 작업실로 돌아갔다.

문채아가 집으로 들어와 보니 도우미들이 신이 나서 떠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박도윤의 약혼 얘기가 뉴스에까지 보도되었으니 시끌벅적할 만도 했다.

도우미들 중에는 약혼녀가 강씨 가문 사람이면 약혼식은 물론이고 결혼식까지 성대하게 할 게 분명하다며 자기 일처럼 흥분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미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긴 건 아니냐며 추측하는 사람도 있었다.

문채아는 주먹을 꽉 말아쥔 채 도우미들 옆을 지나 다리를 절뚝이며 계단을 올랐다.

지금은 그냥 한시라도 빨리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 앞에 도착해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웬 불청객 한 명이 그녀의 방 안에 우두커니 서 있었기 때문이다.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Comments

No Comments
100 Chapters
제1화
“문채아 씨, 보호자분께는 연락해 보셨어요? 혹시 아직도 연락이 안 되세요...?”간호사가 물었다. 간호사가 이 질문을 한 지도 벌써 세 번째다.연락이 닿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아 문채아는 여전히 입을 꾹 닫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흰색 불빛 아래 문채아는 두 손으로 휴대폰을 꽉 말아쥔 채 고개를 살짝 숙였다.그저 흰 티에 검은색 슬랙스 차림일 뿐인데도 그녀는 매우 예뻤다. 게다가 지금은 얼굴에 우울함까지 더해져 이제는 아련해 보이기까지 했다.그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간호사는 부드러운 말투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이대로 혼자 집으로 가시게 되면 발목 인대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 보호자분과 함께 돌아가시는 게 좋아요. 의사 선생님도 꼭 보호자분 오시면 보내드리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죄송합니다. 많이 바쁜지 연락을 안 받네요.”문채아는 고개를 더 떨구며 기어들어 갈 것 같은 목소리로 답했다.몇 시간 전, 그녀는 같은 예술 대학교를 나온 후배들의 부름으로 미술관에서 도와주러 갔다가 한차례 소란을 겪었다.사건의 발단은 두 명의 아이가 전시품인 조각상을 훼손해서였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애들이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았고 직원들은 무책임한 그들의 태도에 결국 언성을 높이게 되었다.감정은 점점 더 격해졌고 나중에는 욕설과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까지 들리게 되었다.문채아는 상황이 더 커지기 전에 최대한 중재하려고 했다. 그런데 싸움을 말리려다가 그만 발목을 심하게 다쳐버렸고 피도 철철 흘리게 되었다.병원으로 이송된 후, 그녀와 비슷하게 다친 사람들은 치료를 받은 다음 금방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녀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 혼자 병원에 남아 있었다.“그럼 혹시 남자 친구는 있으세요? 남자 친구분께서 오셔도 돼요.”간호사의 대안에 문채아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녀가 지금껏 전화를 걸어 부르려 했던 사람이 바로 남자 친구였으니까.어색한 공기가 흐르던 그때, 누
Read more
제2화
그 불청객은 다름 아닌 박도윤이었다.이제 막 글로리 호텔에서 돌아온 듯 그는 편한 잠옷이 아닌 카메라에 찍혔던 옷차림 그대로 입고 있었다.13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는 여전히 잘생겼고 여전히 문채아의 마음을 마구 흔들고 있었다.하지만 왜인지 그토록 친밀했던 남자가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낯설게 느껴졌다.박도윤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 발목에 상처를 달고 들어온 여자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다쳤어?”문채아는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을 가한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미술관에 도와주러 갔다가 싸움에 휘말렸어.”“병원은?”“갔어.”“오후 내내 나한테 연락했던 이유가 이거였어? 미안해. 다음번에 치료받으러 갈 때는 비서를 붙여줄게. 그리고 그 미술관은 앞으로 가지 마.”박도윤이 말했다. 부드러운 음성에 걱정이 잔잔히 깔린 것이 예전과 다를 것 하나 없었다.하지만 문채아는 알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이 다 변했다는 것을.예전의 박도윤은 그녀의 몸에 생채기 하나 생기는 것도 용납하지 못했다. 상처가 크든 작든 직접 병원으로 데리고 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검사하게 하고 의사가 치료해 주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서야 마음을 놓았다.하지만 지금은 심하게 다친 걸 뻔히 보고서도 움직이지 않는 건 물론이고 연락을 받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도 의무적으로 내뱉기만 했다.제일 중요한 건 박도윤과 거리가 조금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자 향수 냄새가 지독하리만큼 풍긴다는 것이었다.이건 단순히 손을 잡고 포옹해서 묻을 수 있는 냄새가 아니었다.문채아는 분노로 일렁거리는 마음을 꾹 억누른 채 주먹을 살짝 말아쥐었다.“오빠한테 나는 뭐야? 우리가 함께한 3년은 대체 뭐였어?”“채아야, 너는 영원한 내 가족이야.”박도윤의 시선이 문채아의 얼굴 쪽으로 향했다.“뉴스 본 거지? 너한테 거짓말하고 싶은 생각 없어. 나 강지유와 약혼할 거야. 너도 알잖아. 나는 가문을 이어 나갈 필요가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비슷한 수준의 여자와 맺어져야만 해. 하지만 걱정하지 마
Read more
제3화
어제 티비에서 봤던 여자가 상큼한 미소를 지은 채 거실 소파에 앉아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왜 이제야 내려와?”문채아를 발견한 문영란이 소파에서 일어나 문채아의 팔을 끌고 소파 쪽으로 다가왔다. 끌어당기는 손길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고 말투에도 질책이 가득 담겨 있었다.“너 부르라고 아줌마 올려보낸 지가 언젠데. 너 또 늦잠 잤지? 하여튼 애가 게을러서는. 네 새언니 될 사람이 네가 내려오길 얼마나 기다렸는데.”문영란이 새언니가 될 사람이라며 눈빛으로 소파에 앉은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박도윤의 예비 약혼녀이자 강씨 가문 사람인 강지유였다.강지유는 박도윤이 어제 선물해 준 크리스탈 구두를 오늘 바로 신고 집으로 찾아왔다.신발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탓인지 아니면 강지유라는 사람 자체가 동글동글하니 예쁜 탓인지 꼭 순백의 천사라도 강림한 것처럼 그 여자 뒤에만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박도윤은 그런 그녀의 옆에 마치 진짜 남편이라도 된 것처럼 딱 붙어 있었다. 문영란이 새언니가 될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것에 그는 조금의 부인도 하지 않았다.“아주머니, 너무 그러지 마세요.”강지유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재하듯 말했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빠 여자 친구가 왔는데 늦잠은 좀 너무했다, 그쵸?”애교가 살짝 섞여 있었다고는 하나 어딘가 날이 서 있는 말투였다. 꿀릴 것 없는 가문의 사람이라 그런지 만만치 않은 여자였다.문채아는 차가워진 손을 꽉 말아쥐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죄송해요.”“말로만요?”강지유는 그렇게 말하며 박도윤을 바라보았다.“나 자기네 집 구경하고 싶은데 채아 씨랑 같이 구경해도 되지? 아까 보니까 정원이 되게 예쁘던데.”말을 마친 그녀는 박도윤의 대답 따위 들을 생각도 없었다는 듯 소파에 일어나 문채아의 곁으로 다가왔다.강지유는 박도윤의 여자 친구이고 미래 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기에 집을 구경시켜달라는 그녀의 요구는 매우 정당했다.하지만 문채아는 지금 발목을 다친 상태라 누구와 함께 어디를 돌아
Read more
제4화
박도윤과 강지유의 사랑의 증표이기도 한 크리스탈 구두가 사라졌으니 큰 문제임은 틀림없었다.하지만 문채아는 그 일에 자신이 엮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통증을 참고 문영란과 함께 아래로 내려와 보니 강지유가 눈물을 훔치며 속상해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박도윤은 그런 그녀를 품에 끌어안은 채 위로의 말을 건네주고 있다가 문채아를 발견하고는 급속도로 눈빛이 싸늘해져서는 물었다.“지유 구두 어디 있어?”그는 네가 훔쳤냐는 질문도 없이 바로 추궁부터 했다.문채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박도윤의 품에 안겨 있는 여자를 보며 물었다.“지금 강지유 씨 구두가 사라진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그럼 아니에요?”강지유가 되물었다.“나를 데리고 정원 구경시켜 줄 때부터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시큰둥했잖아요. 이럴 거면 혼자 둘러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연못으로 잠깐 들어갔는데 나와보니 채아 씨도 없고 구두도 없어졌어요. 그 상황에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은 하나밖에 없지 않나요? 채아 씨, 아무리 남의 것이 탐이 나도 그렇지 도둑질을 하면 어떻게 해요? 오빠 보기 창피하지도 않아요?”강지유는 완전히 도둑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문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도윤의 눈빛도 여전히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문채아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강지유의 행동에 기가 막혀 바로 정원 쪽을 가리켰다.“정원에 CCTV 있으니까 한번 돌려봐요. 정말 내가 훔친 건지 아닌지.”“오늘 정기 점검 때문에 종일 꺼져있는 상태라 녹화된 게 없어.”문영란이 말했다.오늘은 1년에 한 번 있는 CCTV 정기 점검 날이라 집안 내부 CCTV도 정원 CCTV도 전부 꺼져있는 상태였다.즉, 문채아는 결백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하지만 이 모든 게 정말 우연일까?문채아의 시선이 강지유 쪽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이곳으로 온 것치곤 꽤 익숙하게 정원을 거닐었다. 꼭 이 집 정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이제야 알겠네. 오늘이 정기 점검하는 날인 걸 다 알고 훔
Read more
제5화
문채아와 박도윤은 연인으로 지낸 지는 3년이었지만 알고 지낸 지는 13년이었다. 지난 13년 동안 박도윤은 문채아 말이라면 뭐든 믿어주었고 언제나 그녀의 편이 되어주었다.강지유가 뭣 때문에 이런 허접한 일을 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채아는 박도윤이라면 이 일에 그녀의 잘못이 없다는 것쯤은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문영란은 몰라도 박도윤은 꼭 알아야만 했다.하지만 박도윤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계속해서 차가운 눈빛으로 문채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팔은 강지유를 더 세게 감싸안았다.“문채아, 마지막 경고야. 지유한테 구두 돌려주고 제대로 사과해.”박도윤의 단호한 태도에 잠시나마 의문을 품었던 사람들은 금세 다시 생각을 바꾸며 문채아가 훔친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조용한 거실 안, 문채아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강지유의 편은 이토록 많은데 말이다.문채아는 더 이상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모든 게 다 허망하고 허탈하기만 했다.박도윤은 결국 그녀가 아닌 강지유를 선택했다.3년간의 사랑이, 3년간의 진심이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강지유는 아마 이렇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작정하고 뒷조사하면 문채아와 박도윤의 사이쯤은 쉽게 알아낼 수 있었을 테니까.그래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와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 문채아에게 박도윤은 더 이상 네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주기 위해, 네가 졌으니 순순히 고개를 조아리라고 알려주기 위해.하지만 이대로 당할 문채아가 아니었다.문채아는 떨궈진 고개를 다시 들어 올린 후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 러그 위에 떨어진 휴대폰을 주웠다. 그러고는 박도윤을 빤히 바라보며 직접 112를 눌렀다.“난 사과 안 해.”“...”박도윤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분노로 핏줄이 바짝 튀어나왔지만 문채아는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다. 똑같이 눈을 부릅뜨며 박도윤을 응시했다.두 사람이 팽팽한 눈싸움을 벌이고 있던 그때, 강지유는 얼른 옆을
Read more
제6화
“이리 와.”강재혁은 문채아의 말에 조금의 지체도 없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녀에게 답했다.그의 답변과 함께 적막으로 가득 찼던 거실 안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그리고 줄곧 불안하게 떨리고 있던 문채아의 마음은 그의 말 한마디에 단번에 안정을 되찾았다.문채아는 한 걸음 한 걸음 당차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런데 강재혁의 옆에 도착한 후 이만 이 집에서 나가려는데 박도윤이 갑자기 쏜살같이 달려와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 아니, 정확히는 강재혁의 앞에 멈춰 섰다.“잠깐만요. 혹시 채아의 연락을 받고 여기로 온 겁니까?”강재혁은 발걸음을 멈춘 후 눈썹을 살짝 끌어올린 채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긍정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하지만 박도윤은 문채아가 어릴 때의 일을 들먹이며 강재혁을 끌어들인 게 맞다고 이미 확신했다.실제로도 그러했다.아까 문영란이 강지유에게 사과하라며 찾아왔을 때 문채아는 저장해 두기만 하고 이제껏 연락 한번 한 적 없는 그 번호에 구조 문자를 보냈다.문채아는 주먹을 말아쥔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박도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박도윤은 문채아 쪽으로는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보나 마나 강 대표님을 여기로 부르려고 되지도 않는 험담을 많이도 늘어놓았겠죠. 하지만 오늘 일은 문채아가 먼저 잘못한 겁니다. 그러니 한쪽 말만 듣고 오해하지 마시고...”“문채아를 여기 두고 다시 나가라?”강재혁이 박도윤의 말을 자르며 물었다.“문채아한테 벌을 주기 위해 안달 난 집에 문채아를 혼자 내버려두고 나가라?”“네.”박도윤이 답했다.“문채아는 박씨 가문의 일원이라 꼭 벌을 받아야 합니다. 지유 구두를 훼손한 것도 모자라 자기 엄마한테 할 말 못 할 말 구분 못 하고 막 해댔으니 교육을 해야죠. 그게 문채아를 도와주는 길입니다.”박도윤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채아가 어릴 때 강 대표님을 도와준 것 때문에 여기까지 직접 걸음해 준 거 압니다. 하지만 오늘 일은 가문 내 일입니다. 그러니 끼어들지 말아
Read more
제7화
눈 깜짝할 사이에 밝았던 하늘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차 안은 매우 고요했고 문채아는 시선을 차창에 고정한 채 바깥 풍경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짐에 따라 차창에 비친 강재혁이 얼굴이 점점 더 또렷하게 보였다.강재혁은 그냥 곁에 있는 거만으로도 절로 눈치가 보이는 사람이라 문채아는 차에 타서부터 지금까지 한마디 말도 건네지 못했다.‘그러고 보니 고맙다는 인사도 안 했네.’“아까는 고마웠어요.”강재혁은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그녀의 말투에 고개를 돌려 조수석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답변은 따로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시선 한 번에 문채아는 차 안의 공기가 한층 더 차가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마운 게 아니라 죄송하다고 해야 하나...?’“저... 갑자기 집으로 불러서 죄송해요. 연락받고 많이 황당하셨죠. 저 같아도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예요. 앞으로는 절대 이상한 문자 안 보낼게요!”문채아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강재혁에게 이 이상의 도움을 청할 생각이 없었다. 강재혁이 원한다면 지금 당장 번호를 삭제해 줄 수도 있었다.“연락처는 제가 지금 바로...”문채아가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려는데 차량이 갑자기 멈췄다.“발목에 감긴 붕대는 뭐고 얼굴에 난 상처는 또 뭐야? 박도윤이 제대로 신경 안 써줘?”‘발목? 얼굴?’문채아는 멍한 얼굴로 있다가 3초 뒤에야 반응했다. 상처를 의식하고 나니 갑자기 다시 통증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문채아는 빨갛게 변해버린 붕대를 보고는 쓴 미소를 지었다.“발목은 미술관에서 후배들 도와주다 실수로 다친 거고 얼굴은 박도윤한테 맞았어요.”“왜?”강재혁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늘 도자기처럼 깨끗했던 얼굴이 지금은 완전히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박도윤은 네 남자 친구잖아.”“네 맞아... 네?!”문채아가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그, 그걸 어떻게...”그녀가 박도윤과 사귄다는 사실은 가족들도
Read more
제8화
문채아는 8살 때 강재혁을 처음 만났고 당시 강재혁은 15살이었다.그때의 강재혁은 지금처럼 고압적이지 않았다.그는 강씨 가문의 장남이기는 했지만 어릴 때 유괴가 되어 장장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7년 만에 돌아온 것이었기에 강재혁에게는 모든 게 다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8살의 문채아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래서 늘 가족들 몰래 강가로 가 물고기를 구경하며 놀았었다.그날도 그녀는 강가로 향했고 그러다 강재혁이 괴롭힘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강재혁을 괴롭힌 무리의 주동자는 다름 아닌 그의 배다른 남동생이었다.강재혁의 남동생은 악마처럼 웃으며 강재혁의 목에 걸려 있던 옥 펜던트 목걸이를 확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그대로 강가에 휙 하고 던져버렸다.심지어 던진 뒤에는 친구들과 합세해 강재혁을 미친 듯이 구타하기까지 했다.남동생 무리가 떠난 후 강재혁은 몸을 휘청거리며 강가로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물이 허리춤까지 오는 강가에서 고개를 숙인 채 미친 듯이 목걸이를 찾아 헤맸다.가을이라 수온이 겨울처럼 차가운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추울 게 분명했다.문채아는 당시 강재혁과 친한 사이도 뭣도 아니었기에 도와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오지랖 부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몸은 이미 강재혁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문채아는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똑같이 허리를 숙여 목걸이를 찾았다.강재혁은 갑자기 나타난 문채아를 보고 잠깐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 어차피 몇 분 정도 어울려주다가 힘들면 금방 떠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문채아는 그와 함께 장장 3시간이나 함께 찾아주었다.날이 어두워지자 물도 이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문채아의 입술은 어느새 보라색으로 변해있었고 그녀의 팔과 다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그런 그녀의 정성이 통했던 것인지, 문채아는 몸을 덜덜 떨다 드디어 돌멩이 사이에 끼어있는 옥 펜던트 목걸이를 발견했다.그러나 기뻐한 것도 잠시 너무 오랜 시간
Read more
제9화
한편, 강재혁이 재호 그룹에 도착했을 때 회의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회의실 안에는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게임을 하고 있는 남자밖에 없었다.이무현은 강재혁이 돌아온 것을 보더니 게임을 끄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왜 이제야 와. 형이 갑자기 뛰쳐나가 버리는 바람에 내가 혼자 얼마나 진땀 뺐는지 알아? 하마터면 조 단위 거래가 날아갈 뻔했다고. 대체 뭣 때문에 회의도 내팽개치고 나간 거야?”이무현은 강재혁이 일을 뒷전으로 미루는 모습을 처음 봤기에 신기하기도 하고 또 새롭기도 했다.강재혁은 피곤한 듯 의자에 앉고는 미간을 주물렀다.“문채아한테 일이 생겼어. 강지유가 문채아와 박도윤이 사귀고 있었다는 걸 알고 오늘 아침에 그 집으로 찾아갔어. 그리고 구두 하나로 사람들을 다 제 편으로 만들어서 문채아를 곤란하게 만들었고. 강지유 편에는 문채아의 친엄마도 있었어. 문채아는 그 일로 정이 완전히 떨어져 버렸고 박도윤과도 헤어졌대.”만약 강재혁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으면 문채아는 상당히 험한 꼴을 당하고 있었을 것이다.이무현은 지나치게 많은 양의 정보로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버렸다.“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인데 형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이무현도 4대 명문 가문 중 하나인 이씨 가문의 후계자라 박씨 가문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박도윤과 문채아가 연인이었다는 사실은 강재혁과 친해진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문채아가 십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줄곧 박도윤만 좋아했다는 사실도 말이다.말 그대로 문채아는 해바라기 같은 여자였기에 이무현은 그녀가 무슨 일이 있어도 평생 박도윤의 곁에 있으려고 할 줄 알았다.하지만 문채아는 그의 예상을 뒤엎고 박도윤에게 약혼녀가 생기자마자 바로 헤어짐을 요구했다.조금 놀랍기는 하지만 이해를 못 할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언제나 자신의 편이어야 하는 엄마는 박씨 부자만 바라보고 있고 남자 친구라고 생각했던 남자는 다른 여자와 3개월 뒤에 약혼한다는 미친 소리를 해댔으니까. 마음이 지치고 식는 것도 당연했다.이무
Read more
제10화
매니저는 마치 기회라도 잡은 사람처럼 쉴 틈 없이 말을 뱉어냈다.“채아 씨, 대표님은 겉보기에 차가워도 속은 누구보다 따뜻하신 분입니다. 결혼하게 되면 분명 아내만 바라보고 든든하게 지켜줄 거예요. 강지유 씨 아시죠? 제 멋대로인 그분도 저희 대표님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 하십니다. 그리고 채아 씨, 무엇보다 대표님과 결혼하시게 되면 채아 씨는 박도윤 씨의 손윗사람이 되시는 거예요. 만약 박도윤 씨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드시면 손윗사람이라는 명목으로 언제든지 마음대로 꾸짖고 호통칠 수 있죠.”아무리 박도윤의 사회적 지위가 강재혁보다 아래라고 해도 나름 해정 그룹의 대표이기에 함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강재혁의 아내가 되면 지위를 이용해 가볍게 짓눌러버릴 수도 있고 박도윤과 강지유에게 복수할 수도 있게 된다.아마 이보다 더 통쾌한 일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문채아는 알고 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박도윤의 옆자리에 있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마당에 어떻게 강재혁의 옆자리를 탐낼 수 있을까.강재혁은 좋은 사람이라 분명 나중에 그와 똑같이 좋은 사람을 곁에 둘 것이다.문채아는 그 여자가 자신이 될 가능성 따위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매니저님 말대로 강재혁 씨와 결혼하게 되시는 분은 분명 엄청 행복할 거예요. 나중에 강재혁 씨가 결혼하게 되면 축의금을 두둑이 넣어줄 생각이에요.”문채아의 말에 매니저는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정도 매우 기이하게 변했다.그리고 의사가 치료를 다 마친 뒤에는 서둘러 의사의 팔을 잡으며 인사도 없이 빠르게 호텔방을 나섰다.문채아는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사람들이 가고 넓은 방에 혼자 남겨지자 갑자기 아침부터 쌓였던 피로감이 확 덮쳐오는 것 같았다.문채아는 옷을 갈아입을 힘도 없어 그대로 침대에 털썩 누웠다. 등이 배긴 듯해 손을 넣어보니 그녀의 휴대폰이 있었다.문채아는 휴대폰을 집어 든 후 메시지를 확인하려다가 그만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앨범으로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