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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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잠시 후, 문채아는 일주일 만에 다시 강재혁과 함께 글로리 호텔 스위트 룸에 도착했다.주연우는 문채아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보고 싶었지만 강재혁이 그의 주치의가 호텔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하자 알겠다며 순순히 문채아를 그에게 맡겼다.그러고는 이무현과 별다른 얘기 없이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문채아가 소파에 앉아 기다리자 얼마 안 가 익숙한 얼굴의 의사가 그녀 쪽으로 다가와 검사를 진행했다.분명히 이곳은 호텔일 텐데 이상하게도 검사에 필요한 기기가 다 있었다.‘대체 병원에만 있어야 하는 기기들이 여기 왜 있는 거야?’문채아가 신기해할 틈도 없이 결과는 빠르게 나왔다. 수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바닷물을 대량으로 마신 것 때문에 며칠간 목이 아플 수는 있다고 의사가 적어도 이틀은 푹 쉬라고 했다.문채아는 이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의사가 방에서 나간 후 시계를 한번 체크했다.다행히 12시가 넘어가지는 않았다.문채아의 시선이 강재혁 쪽으로 향했다.“오늘은 정말 고마웠어요. 덕분에 살았어요. 저기... 저랑 그때 한 약속은 아직 유효한 거죠?”지금은 저녁 11시 50분으로 아직 10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강재혁은 그 말에 짙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고는 5초 정도 지난 뒤에야 입을 열었다.“오늘 그런 짓을 했던 이유가 박도윤으로부터 신분증을 돌려받기 위해서였어?”“네...”박도윤도 알아챈 의도를 강재혁이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문채아는 고개를 끄덕인 후 작은 목소리로 솔직하게 얘기했다.“강지유가 남자들을 시켜 나한테 접근하게 했을 때 갑자기 떠올랐어요. 경찰서로 가게 되면 아무리 박도윤이라도 신분증을 넘겨줄 테니까요. 그리고 예상대로 이렇게 신분증을 받아올 수 있게 됐어요.”“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문채아, 네가 뛰어든 곳은 수영장이 아니라 바다야!”줄곧 잠잠했던 강재혁의 두 눈이 이제야 미친 듯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다.박도윤에게서 신분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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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박도윤에게 뺨을 돌려줬던 것처럼 강지유에게도 다 받아낼 생각이었다.문채아는 겉모습만 유약하고 온순했지 당한 건 무조건 갚아줘야 하는 성격이었다.물론 그녀도 처음부터 이런 마음을 먹은 건 아니었다. 강지유보다는 그녀의 마음을 짓밟고 배신한 박도윤을 원망해야 하는 게 맞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하지만 강지유는 몇 번이나 선을 넘은 것도 모자라 그녀의 일상까지 뒤흔들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남자들을 시켜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수치심을 주려고도 했다.그래서 문채아는 강재혁과 결혼해 진흙탕에서 완전히 벗어난 후 강지유에게 전부 다 갚아줄 생각이다.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강재혁과 결혼부터 해야 하는데 아까부터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강재혁 씨, 저... 그때 저랑 했던 약속은 아직 유효한 거죠?”문채아가 조금 긴장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왜 대답을 안 해주지? 혹시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나? 나랑 결혼하기 싫어졌나...?’문채아는 이 생각에 심장이 불안으로 쿵쿵 뛰고 기침도 나왔다.“콜록콜록!”그때 웬 큰 손이 그녀의 등에 얹어졌다. 가늘고 부드러웠던 박도윤의 손과 달리 강재혁의 손은 넓고 또 지나치게 뜨거웠다.강재혁은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며 천천히 물었다.“내가 마음이 바뀌었을까 봐 걱정돼?”문채아는 기침을 서서히 멈춘 후 눈물이 살짝 고인 촉촉한 눈으로 강재혁을 바라보았다.눈이 잘못되기라도 한 건지 강재혁의 얼굴이 매우 부드럽게 다정하게 느껴졌다. 분명 쉽게 다가가기 힘든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그래서 순간 문채아는 강재혁의 얼굴과 똑같은 피규어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미친 생각이 들었다.완벽에 가까운 이 남자의 얼굴을 자신의 두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다.물론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다. 강재혁이 허락을 안 해줄 테니까.아마 그는 자신의 얼굴과 똑같은 피규어를 만들겠다고 하면 바로 미간부터 찌푸릴 게 분명했다.얼굴 감상을 마친 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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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왜 화가 난 거지...?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문채아는 강재혁이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제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요?”강재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문채아를 빤히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에는 눈을 한번 질끈 감으며 분노를 꾹 억눌렀다. 문채아가 너무 무섭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아니.”“그럼 왜...”“나는 그때 했던 말을 번복할 생각 없어.”강재혁이 천천히 눈을 뜨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는 필요한 거나 원하는 거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게 뭐든 내가 대신 얻어내 줄 테니까. 그 두 사람 일에 네가 직접 나설 필요 없어.”문채아는 그 말에 몇 초간 벙쪄 있다가 다시금 강재혁은 참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강재혁에게 모든 일을 다 얘기할 생각이 없었다.강재혁의 호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정말 모든 걸 다 그에게 부탁해 버리게 되면 강재혁은 부담과 피로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그녀라는 존재를 곁에 둔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3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 아니었기에 문채아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면 스스로 할 생각이다. 강재혁처럼 좋은 사람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으니까.“네, 알겠어요.”“제대로 알아들은 거 맞아?”강재혁이 눈썹을 끌어올리며 확인하듯 물었다.“네, 제대로 알아들었어요.”문채아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어차피 강재혁과 결혼하게 되면 강지유와 박도윤이 귀찮게 하는 일도 적어질 테니까. 그래서 문채아는 딱히 거짓말을 한 것에 마음이 따끔하지는 않았다.강재혁은 바로 다시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닌 몇 초간 문채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러다 어느 순간 천천히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결혼해.”“지, 진짜요?”문채아가 예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그럼 지금 당장 구청으로 갈까요?”“구청 직원들 출근도 안 했는데 어디가.”강재혁의 입꼬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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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문채아는 깜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강재혁의 손이 먼저 그녀의 볼 옆으로 다가왔고 이내 마스크 형태로 된 무언가를 그녀에게 씌워주었다.“이제 조금 편해질 거야.”문채아는 입속으로 들어오는 생리식염수에 그제야 입에 닿고 있는 게 네블라이저라는 것을 알아챘다.아까 의사와 둘이서 뭐라고 얘기하는 것 같더니 이걸 전해줬던 모양이다.문채아는 강재혁의 행동을 오해했던 스스로가 너무 창피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자의식 과잉도 아니고 거기서 몸을 뒤로 빼기는 왜 빼?’“고, 고마워요.”문채아는 쪽팔림에 그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강재혁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우리는 곧 결혼할 사이야. 계약 결혼이기는 하지만 방금처럼 네가 나를 너무 무서워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그러면 박도윤도 눈치채게 될 거고.”문채아는 그 말에 흠칫했다. 그러고는 네블라이저를 사용하는 동안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네블라이저 사용이 끝이 난 후 강재혁은 쉬라는 말을 건네고는 이내 방에서 나갔다.밖에서는 안강훈이 기다리고 있었다.안강훈은 강재혁을 보자마자 앞으로 달려가 물었다.“대표님, 정말 빚 때문에 문채아 씨와 계약 결혼을 하실 생각이십니까?”안강훈은 호텔방을 오며 가며 두 사람의 계약 내용을 전부 다 들어버렸기에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그는 문채아가 처음으로 호텔에 왔을 때 쓸데없이 입을 놀렸던 적이 있어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서 대답하셨을 때는 이미 자정이 지난 뒤였습니다.”즉 12시가 지난 뒤에 했던 얘기이기에 충분히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강재혁은 크게 개의치 않는 얼굴로 답했다.“알아.”“그럼...”“옆자리 비워두고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으니까.”애초에 강재혁은 시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그 의미를 알아챈 안강훈은 입을 떡하고 벌린 채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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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문채아는 지나치게 좋아하는 주연우의 얼굴을 보며 이마를 긁적거렸다.“나랑 강재혁 씨는 어디까지나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결혼하는 것뿐이니까 앞으로는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해야만 해. 그런데 강재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 때문에 들켜버리는 상황이 생겨버리게 될까 봐 고민이야.”문채아는 아까 강재혁이 했던 말이 상당히 신경 쓰였다.이제껏 신분증을 얻어 강재혁과 결혼해야겠다는 것만 생각했지 혼인 신고한 뒤에 그와 어떻게 지낼지는 한 번도 생각이 본 적이 없었으니까.주연우는 친구의 고민을 듣더니 그렇게 간단할 걸 왜 묻냐는 얼굴로 바로 답했다.“채아야, 너 혼인 신고가 무슨 뜻인지 몰라? 법적으로 부부가 된다는 뜻이잖아.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강재혁을 진짜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야지!”“하지만 나랑 강재혁 씨는 계약 결혼이잖아. 그리고 나는 이제 누구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싶지 않아.”문채아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모든 걸 박도윤에게 맞추고 모든 사랑을 박도윤에게 쏟아부은 결과 배신이라는 처참한 엔딩만 얻게 됐으니까.그래서 이제는 그 어떤 남자에게도 자신을 상처 줄 권리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 고통은 한 번이면 족했다.주연우는 진지한 친구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그러다 미소를 거두어들이고는 문채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채아야, 박도윤과의 일로 네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알아. 얼마나 큰 절망감을 느꼈는지도. 하지만 떨쳐버리기로 했잖아. 박도윤이라는 인간을 완전히 잊어버리기로 했잖아. 나는 네가 마음을 완전히 닫아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강재혁은 박도윤 같은 나쁜 놈이 아니야. 너도 느끼고 있잖아. 그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주연우의 목소리는 매우 진지했다.“그리고 나는 그 사람이라면 언젠가 네 마음을 활짝 열어버리고 다시 네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차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마음을 조금만 더 열어봐. 강재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네 마음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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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그때는 아마 박도윤도 문채아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그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고 박도윤은 결국 문채아가 아닌 강지유를 선택했다.‘뭐, 자기가 선택한 거니까 그 결과도 자기가 감당해야지.’...이날, 문채아와 주연우는 2시간 가까이 얘기한 뒤에야 전화를 끊었다.문채아는 주연우가 그녀와 통화하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몰랐지만 주연우가 했던 마음이 가는 대로 강재혁을 대하라는 말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머릿속에 깊게 새겨넣었다.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강재혁을 대하기로 했다. 또한 머지않아 불어닥칠 폭풍우에 맞서기 위해 심신을 잘 챙기려고 했다.크루즈 사건은 사고였던 것으로 빠르게 종결되었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강지유 생일 파티에서 생긴 사고 말이에요. 지나치게 빠르게 종결된 게 뭔가 석연치 않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요?][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친척 이모가 선착장에서 일하고 있어 전해 들었는데 박씨 가문의 양녀가 떨어진 거래요. 혹시 양녀라고 괴롭힘당한 거 아닐까요?][헐, 그딴 양녀라는 이유로 괴롭힌다고요?][저는 강지유가 밀었다고 생각해요. 그간의 행적을 보면 자기밖에 모르는 공주병 말기 환자였잖아요. 자기랑 신분 차이 난다고 괴롭히다 밀어버렸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그러고 보니 떨어진 사람이 그저 단순한 사고였다고 해서 사건이 빨리 종결됐다던데 혹시 후환이 두려워서 그랬던 거 아닐까요?]강자와 약자라는 키워드가 생성되자 사람들의 관심은 뉴스가 막 나왔을 때보다 더 많이 집중되었다.문채아는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치는 네티즌들을 보며 골치 아프게 됐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그녀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에 박진성은 분명히 크게 화가 났을 테고 박진성이 화가 나면 문영란은 분명 다시 그녀를 잡으러 호텔로 찾아올 테니까.하지만 예상 밖으로 문영란은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며 이유가 궁금해지려던 그때, 바로 다음 날 박도윤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수신을 거부하자 박도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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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강재혁 씨!”문채아가 강재혁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그러고는 조금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저 혼자 알아서 갈 수 있는데 왜 여기까지 데리러 오셨어요.”“마침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기다린 것뿐이야.”강재혁이 말했다.“아, 그러셨구나.”문채아는 주위에 큰 건물도 없는 이곳에 그가 무슨 볼일이 있어 온 건지는 잘 몰랐지만 강재혁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싶었다.“오래 기다리신 건 아니죠?”“몇 분 안 됐어.”강재혁은 그렇게 말하며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이에 문채아는 미소를 살짝 지은 후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랐다. 물론 의문이 들기는 했다. 왜 조수석이 아닌 뒷좌석인지.그런데 그때, 그녀의 의문을 해결해 주듯 타이밍 좋게 누군가가 호텔에서 뛰어나왔다. 그러고는 운전석으로 향했고 강재혁은 뒷좌석으로 와 그녀 옆자리에 앉았다.강재혁이 들어오자마자 넓었던 공간이 한순간에 좁아졌다. 강재혁은 키도 크고 다리도 긴 편이라 문채아와 무릎이 살짝 닿아버렸다.이에 문채아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바짝 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그녀의 얼굴에 열감이 서서히 피어오르던 그때 강재혁이 말을 건네왔다.“몸은 좀 어때?”“컨디션 최상이에요.”문채아가 옆쪽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매니저님한테 부탁해서 저를 잘 지켜주라고 한 거 강재혁 씨죠? 고마워요. 덕분에 편히 쉴 수 있었어요.”박도윤의 메시지를 받은 뒤에도 그녀의 기분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 내용 속에 안강훈이 문영란의 출입을 금지했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즉, 강재혁의 지시가 있었다는 말이었다.강재혁은 그녀의 말에 별다른 부인은 하지 않았다.“너와 결혼하기로 약속한 이상 나는 네 신변에 해가 될 사람을 막아줄 의무가 있어. 그리고 고맙다는 말은 다른 거로 듣고 싶은데.”강재혁은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벨벳 재질의 작은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케이스를 열어보니 거기에는 햇빛 아래 아름답게 반짝이는 한 쌍의 반지가 들어있었다.이건 결혼반지였다.여성용 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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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그래서 한때 잡지에서 그 다이아몬드 사진만 오려내 머리맡에 두고는 나중에 결혼하면 꼭 이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반지를 선물 받고 싶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던 그 다이아몬드보다 몇천 배는 더 예쁜 다이아몬드가 눈앞에 나타났다.이거야말로 진정으로 결혼반지에 걸맞은 다이아몬드 같았다.“디자이너가 이 반지를 만들 때 표현하고 싶었던 의미가 바로 그거야.”강재혁은 반지 케이스를 문채아의 손바닥 위에 내려놓으며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이 한 쌍의 결혼반지가 상징하고 있는 의미는 영원과 편애야. 남자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내가 될 사람에게 주겠다는 뜻이야.”그래서 차이가 지나치게 컸던 것이다.문채아는 설마 계약 결혼에서 이런 의미가 담긴 반지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한 번도 편애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어서일까, 반지를 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또 울컥했다.문채아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 강재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짙고 깊은 눈동자에 완전히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냉랭하고 차가운 눈빛이 아니었다. 지금은 매우 부드럽고 따듯한 눈빛이었다. 멋대로 마음이 안심될 만큼 말이다.그때 차량이 갑자기 감속하며 살짝 덜컹거렸다.그 덜컹거림으로 문채아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며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손에 들린 작은 케이스를 살짝 말아쥐었다.어쩐지 손이 매우 뜨거웠다.“디자이너분이 엄청 낭만적인 분인가 보네요...”“마음에 들어?”강재혁이 문채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네, 마음에 들어요.”문채아는 고개를 끄덕인 후 주머니에 잘 넣어두었다. 그러다 뭔가가 떠오른 듯 강재혁을 향해 말했다.“아! 저도 준비한 거 있어요. 잠시만요.”문채아는 말을 마친 후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 강재혁의 앞에 내려놓았다.강재혁은 반지를 준 대가로 이런 걸 받게 될 줄은 몰랐는지 조금 복잡한 눈빛으로 몇 초간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이틀간 준비한 거야?”“네. 건강 챙기면서 뭐 할 거 없나 하다가 갑자기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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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뭐지? 계약서도 있고 펜도 있는데 왜 사인을 안 하지?’알 수 없는 강재혁의 행동에 문채아는 순간 어린아이가 펜을 달라고 해서 줬다가 아무것도 안 한 채 그저 그 펜을 자기 곁에 두고 가만히 있는 모습을 어리둥절하게 지켜보고 있는 엄마가 된 것 같았다.물론 이 생각을 강재혁에게 그대로 전해줄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미친 여자 취급을 당하게 될 테니까.그때 문채아의 휴대폰에 알림음이 울렸다. 문채아는 박도윤이 또다시 가스라이팅를 메시지 보냈나 싶어 미간을 찌푸렸다가 주연우인 것을 보고는 얼른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주연우: 채아야, 오늘이지? 너랑 강재혁 씨가 혼인 신고하는 날. 혼인 신고는 마쳤어?][문채아: 아직. 지금 구청으로 가는 길이야. 방금 강재혁 씨한테 계약서를 건네줬어.][주연우: 뭐? 계약서? 그딴 건 왜 준비했어? 마음 가는 대로 강재혁을 대하기로 했잖아.][문채아: 그랬지. 그런데 아무런 룰도 없이 무작정 마음이 가는 대로 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준비한 거야.][주연우: 혹시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 설마... 결혼하고 나서 강재혁 씨랑 잠자리할 생각이 없는 거 아니지?][문채아: 잠자리는 무슨. 당연히 없지!][주연우: ...채아 너 혹시 뭐 꿈이 수녀님이야? 박도윤이랑 3년 연애했을 때도 별다른 스킨십이 없더니 이번에도 또 그러겠다고? 너 지금은 연애 아니고 결혼이야. 결혼하고 잠자리 안 하는 부부가 세상에 어디 있어? 너 그거 상대한테 엄청 실례되는 행동이야.][문채아: 그럼 너랑 이무현 씨는 2년간 계속 실례만 범해왔겠네? 너희도 잠자리한 적 없잖아.][주연우: ...우리는 이무현이 원하지 않아서 그런 거고. 하지만 강재혁 씨는 아니잖아!][문채아: 왜 아니라고 생각해?]문채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보냈다.강재혁에게 따로 물어본 적은 없지만 어차피 계약 결혼이기에 물어보지 않아도 강재혁은 거절할 게 분명했다.주연우는 몇 분간 아무런 답장도 안 하더니 갑자기 30초나 되는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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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그래?”강재혁이 문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결혼한 친구가 열변을 토하는 거 보면 부부 사이에 잠자리는 꽤 중요한 문제인 것 같은데 너를 독수공방하게 하지 않으려면 내가 노력할 필요가 있겠네. 나는 네 남편이니까.”문채아는 순간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당연히 농담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눈빛이나 말투가 상당히 진지했으니까.그리고 그의 눈빛을 계속 보고 있으니 어쩐지 심장께가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는 그녀도 잘 몰랐다.결국 문채아는 먼저 눈을 피해버렸고 열기를 식히기 위해 차창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그런데 그때 강재혁이 또다시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하루에 몇 회 정도면 남편으로서 합격인 거지?”문채아는 하마터면 머리를 차창에 박을 뻔했다.“그... 그걸 내가 어떻게...! 이, 이 얘기는 나중에 하는 거로 해요.”문채아가 이렇게까지 당황하는 이유는 박도윤과 연애했던 3년 동안 이런 식의 얘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그쪽으로는 경험이 전혀 없었다.강재혁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버벅대는 문채아를 보며 심장이 미세하게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횟수 정하고 나면 얘기해.”“...”문채아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차창을 열고 나니 그제야 얼굴에 잔뜩 피어오른 열기가 조금씩 내려가는 것 같았다.‘잠깐만. 그러고 보니 내가 당황했을 때 아주 잠깐 웃지 않았었나...?’...잠시 후.두 사람을 태운 차량이 구청 앞에 멈춰 섰다.문채아와 강재혁은 차에서 내린 후 함께 구청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오늘은 사람이 많지 않아 10분 정도 기다린 후 금방 창구로 가 혼인 신고 서류를 작성할 수 있었다.창구 직원에게 작성 완료한 서류를 건넨 다음, 두 사람은 구청에서 혼인 신고한 남녀를 위해 특별히 마련해 놓은 혼인 서약 홀로 들어갔다.“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 할 때나 가난할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언제나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영원히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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