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쯤, 하시윤은 지윤정에게서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자리에 있던 일을 멈추고 복도로 나가 조용히 받았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강수호가 구속됐다고요?”지윤정은 그렇다고 답하며 목소리에는 들뜬 기색이 묻어났다.윤근영도 함께 체포됐고 남편 주우빈이 그녀에게 찾아와 탄원서를 써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지윤정은 그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다만 상대가 얼마나 ‘성의’를 보이는지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즉, 돈 문제였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주우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생각해 보겠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결국 돈을 낼 생각이 없는 눈치였다.지윤정이 말했다.“그 사람 월급도 많지 않아요. 집 대출도 있고. 난 처음부터 알았어요.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그러면서도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강수호는 인맥이 좀 있잖아요. 저번에 내가 신고했다가 취하했을 때, 강수호가 그러더라고요. 그 사건, 아예 위로 보고도 안 됐대요. 윗선에서 눌러버린 거죠. 그러니까 내가 취하하지 않았어도 결국 흐지부지됐을 거예요.”하시윤이 단호히 말했다.“걱정 마요. 내가 끝까지 확인할게요. 이번에는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거예요.”그녀의 말 한마디는 지윤정에게 위로가 되었다.더 이상 말은 오가지 않았고 통화는 곧 끝났다.전화를 끊은 하시윤은 휴대폰을 뒤적이다가 십여 분 전에 서지혁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내용은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였다.그는 이미 사람들을 움직여 놨다고 했다.강수호 쪽에도 인맥이 있긴 했으나 이번에는 손을 쓰지 못했다.대신 그의 부모가 꽤나 발을 넓혔지만 그마저도 서지혁이 막아두었다고 했다.그는 하시윤에게 걱정 말라고 덧붙였다.공소가 제기된 이상, 검찰이 사건을 접수하면 더는 손쓸 여지가 없을 것이다.하시윤은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고 답장을 보냈다.[고마워.]단 한 마디만 보내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 후로 서지혁에게서 답장은 오지 않았다.퇴근 시간이 다가올 즈음, 이미 할 일은 끝난 하시윤은 자리에 멍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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