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하강시 사람이라면 서씨 가문의 서지혁이 냉혹하고 단호하며 여지라곤 남겨두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4년 전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다.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의 뜨거웠던 하룻밤. 그리고 10개월 후, 갓 태어난 아기를 빌미로 거액을 뜯어간 그녀.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이토록 대담한 일을 벌인 걸까? 모두의 궁금증이 하늘을 찔렀다. 나중에 아이가 아프다는 소식에 그녀는 서씨 가문 본가로 들어갔다. 모두들 복수심에 불탄 서지혁이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아무리 아들이 있다 해도 키우지 않았는데 모자간에 정이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서씨 가문 본가의 정원. 한 새침한 여자가 나무 의자에 앉아 옆에서 서류를 보던 남자의 발목을 장난스럽게 톡톡 건드리며 웃고 있었다. 그녀의 발목을 덥석 잡은 서지혁. “또 힘이 생겼어?” 여자가 콧방귀를 뀌었다. “창피하게 왜 그래?”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건강을 회복한 아이가 달려왔다.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말아요.”
View More서시은은 서지혁 품 안에서 한동안 꼼지락거리더니 이내 얌전해졌다. 고분고분하게 서지혁의 어깨에 기대더니 그대로 잠이 들었다.잠시 뒤 고개를 돌려 보니 아이는 입술을 오물거린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새근새근 잠든 얼굴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절로 미소가 났다.그리고 그 모습이 하시윤을 꼭 빼닮았다. 하시윤도 녹초가 되어 잠들면 저렇게 천진한 얼굴이 되곤 했다.서지혁은 서시은의 등을 두어 번 가볍게 토닥인 뒤 목소리를 낮췄다.“먼저 이야기하고 있어. 시은이 재우고 내려올게.”연재윤이 슬쩍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정말 순한 애네요.”서시은은 키우기가 무서울 만큼 수월한 아이였다.혼자 재워도 울거나 보채지 않았고 한 번 잠들면 다음 날 아침까지 푹 잤다가 눈을 뜨면 혼자 일어나 조용히 놀고 있을 뿐이었다.서정우도 어릴 적부터 손이 많이 간 아이는 아니었지만 서시은은 그보다도 더 수월했다.서지혁은 서시은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서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힌 뒤, 욕실에서 아기 칫솔을 가져와 입안을 꼼꼼히 닦아주고 얼굴과 손 발까지 깨끗이 닦아준 다음 잠옷으로 갈아입혔다.중간에 잠이 살짝 깨 눈을 뜨긴 했지만 서지혁을 한 번 바라본 뒤 조그맣게 말했다.“아빠...”그러고는 다시 눈을 감고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서지혁은 괜히 가슴이 뭉클해져 침대 곁에 앉아 한동안 서시은을 바라봤다.문득 하시윤이 간직하고 있던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하병우의 얼굴은 가위로 잘려 나가 있었고 사진에는 하시윤과 어머니만 남아 있었다.그 사진을 찍었을 당시 하시윤은 이미 제법 큰 아이였지만 아직 이목구비가 완전히 자리 잡기 전이었으나, 그래도 침대 위에 잠든 이 작은 아이와 얼굴이 일곱은 닮아 있었다.이렇게 사랑스러운 딸을 두고도 하병우는 어떻게 그렇게 모질게 굴 수 있었던 걸까.생각에 잠겨 있던 서지혁은 하시윤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밥 먹자”하시윤은 곁으로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또 시은이 보다가 넋 놓고 있었어?”서지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네 생
연재윤과 주서연은 약 30분 뒤 도착했다. 마당에서는 서정우가 토끼를 쫓아다니며 놀고 있었는데 두 사람을 발견하자 곧바로 달려왔다.“재윤 아저씨!”그러다 주서연을 보고는 걸음을 멈추더니 활짝 웃었다.“이모, 안녕하세요!”주서연은 차에서 내려 정우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내밀었다.“안녕, 정우야. 이건 선물이야.”서정우의 눈이 순식간에 반짝였다. 얼른 받아 든 상자 안에는 모래놀이 세트가 가득 들어 있었다.마음에 쏙 들었는지 아이는 목소리까지 한 톤 높아져 방방 뛰었다.“고맙습니다, 이모! 이모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옆에 있던 연재윤이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뭐라고?”서정우는 본 척도 하지 않고 마당 한편의 모래밭으로 뛰어갔다.“재윤 아저씨도 좋은 사람이에요! 아저씨도 좋아해요!”그 모습을 본 주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영리하네요.”연재윤이 혀를 찼다.“아빠를 닮아서 정말로 사람 홀리는 재주만 늘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서지혁이 거실 문 앞에서 팔짱을 낀 채 말했다.“방금 뭐라고 했어?”연재윤이 피식 웃었다.“참 속 좁기는.”몇 걸음 걷던 그는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자연스럽게 주서연의 손을 잡았다.“들어가요.”주서연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굳이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얌전히 이끌려 거실로 들어섰다.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서인준이 두 사람을 흘끗 바라보더니 씩 웃었다.“이거 내가 축하 인사부터 건네야 하는 분위기인가?”연재윤은 그의 질문을 가볍게 무시하고 주서연을 데리고 소파 반대편으로 걸어갔다.그곳에는 서시은이 소파에 얌전히 앉아 과자를 손에 꼭 쥐고 열심히 먹는 중이었다.주서연은 아이를 보자마자 눈이 휘어졌다.“너무 예쁘다.”서시은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내밀었다.“먹어.”주서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시윤 씨를 정말 많이 닮았네요.”그때 서지혁이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저를 더 닮았습니다.”서시은은 아빠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잽싸게 과자
연재윤이 퇴원 수속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왔을 때는 짐 정리가 모두 끝나 있었다.주태섭은 이미 환자복을 벗고 평소 옷으로 갈아입은 채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복을 입고 있을 때만 해도 다들 안색이 좋다며 환자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었지만 막상 예전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을 보니 확실히 전과는 달랐다. 예전의 그 당당하던 기세에 비해 지금은 얼굴에 지친 기색과 병색이 확연히 묻어났다.연재윤은 정리한 영수증과 서류를 강선영에게 건네며 말했다.“수속은 모두 끝났습니다.”그러곤 곧바로 주서연이 들고 있던 짐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었다.주서연도 별다른 말 없이 그에게 짐을 넘기며 말했다.“그럼 가요.”강선영은 직접 차를 몰고 왔고 주서연도 자신의 차를 가져왔다. 연재윤 역시 차를 가지고 온 터라 세 사람은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주태섭은 강선영과 같은 차에 올랐고 자기 차로 향하던 주서연은 뒤를 돌아 연재윤에게 말했다.“연재윤 씨, 내 차 바로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세요.”이 말은 함께 집으로 가자는 뜻이었다.연재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세 대의 차는 차례로 병원을 빠져나와 주씨 가문 저택을 향해 달렸다.중간에 신호등에 걸려 세 대의 차가 나란히 멈춰 섰다. 연재윤의 차는 줄곧 주서연의 차 바로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차가 멈추자마자 주서연이 경적을 두 번 짧게 울렸고 연재윤도 피식 웃으며 똑같이 경적을 두 번 눌러 답했다.그때 센터 콘솔 위에 놓여 있던 그의 휴대폰에서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확인해 보니 하시윤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주서연이 혹시 가리는 음식이나 못 먹는 음식을 미리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야 도우미 아주머니께 말씀드려 저녁 상차림을 준비할 수 있다는 배려였다.연재윤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주서연이 좋아하는 음식과 식성을 조목조목 적어서 말이다.조금 전 식당에서 추천했던 음식들을 그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취향은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였다.잠시 뒤 하시윤에게서 답장이 왔다.[벌써 입맛까지
연재윤은 휴대폰을 꺼내 단톡방을 확인했다. 정말로 자신을 여러 번 태그한 메시지가 올라와 있었다.“못 봤네.”옆에 있던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형님, 단체방 알림 꺼놨죠? 몇 번이나 태그했는데 반응이 없더라고요.”연재윤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너희가 너무 시끄러워서 그래.”그러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형님이 그런 말을 해요? 예전에는 형님이 제일 말 많았잖아요.”연재윤도 피식 웃었다.“헛소리하지 마. 내가 언제 그랬어.”주서연은 그들을 바라봤다.낯이 익은 사람이 두세 명쯤 있는 것 같았지만 어디서 봤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한 사람이 먼저 그녀를 알아봤다.“서연 씨?”그러더니 연재윤을 향해 씩 웃으며 물었다.“형수님이세요?”그 한마디에 주서연은 화들짝 놀라 손을 내저었다.“아, 아니에요.”연재윤도 곧바로 해명했다.“함부로 부르지 마. 아직은 아니야.”그러자 상대는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받아쳤다.“아직은 아니라는 건 곧 맞다는 거네요?”주서연은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아,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연재윤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손을 내저었다.“밥 다 먹었으면 얼른 가.”그러자 먼저 말을 꺼냈던 남자가 혀를 차며 일부러 서운한 척했다.“갑니다, 갑니다. 재윤이 형님이 우리 방해된다는 거잖아. 눈치 좀 챙기자. 얼른 가.”나머지 사람들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먼저 갑니다!”사람들이 식당을 나간 뒤에야 연재윤이 입을 열었다.“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저런 애들이에요.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요.”주서연이 물었다.“파란 셔츠 입은 사람, 혹시 신씨 가문 사람이에요?”“네.”연재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신씨 가문 막내예요.”그는 다른 사람들도 하나씩 가리키며 어느 집안 사람인지 설명해 주었다.그가 무리 중 몇 명의 이름을 콕 짚으며 그들의 신분을 넌지시 알려주었다.과연 하나같이 배경만큼은 짱짱한 부유한 집안의 한량들이었다. 위로 든든한 형들이 가업을 짊어지고 있는 덕에 그들은 그저 집안의 귀여
서지혁은 회사에 휴가까지 내고 하시윤의 정기 검진에 동행했다.미리 의사에게 연락해 둔 덕분에 대기 시간 없이 일사천리로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초음파 결과지를 받아 든 두 사람은 곧장 병원을 나섰다.공복 상태였던 하시윤은 허기가 졌는지 서둘러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이른 시간부터 서두른 덕분에 조금이라도 빨리 먹을 수 있었다.차에 올라타자 서지혁이 물었다.“특별히 먹고 싶은 거 있어?”“응. 어젯밤부터 계속 생각나더라.”그녀가 말한 만둣집은 하씨 가문 저택 근처에 있었다. 첫째 서정우를 임신했을 때도 자주 들렀던
다음 날 아주 일찍 일어난 하시윤은 먼저 부엌에 들른 후 위층으로 올라갔다.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서정우는 가정부가 물을 가져와 얼굴을 씻고 이를 닦아주자 매우 불만스러운 듯 투정을 부리고 잘 협조하지 않았다.하시윤이 다가가 말했다.“제가 할게요.”하시윤이 대신하자 서정우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아직 자고 싶다며 일어나기 싫다고 병원에 가기 싫다고 투덜댔다.하시윤은 녀석의 몸을 깨끗이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혀 모두 준비를 마친 후 품에 안고 토닥였다.“그럼 좀 더 자.”서정우는 정
서인준이 놀란 눈으로 하시윤을 쳐다봤다.“저한테 이러기예요? 순한 토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매운 고추였네요?”그러더니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마침 우리 형도 매운 걸 좋아하거든요. 형 입맛에 딱 맞겠어요.”두 사람이 계속 무표정하게 쳐다보는 걸 보고는 피식 웃었다가 하시윤에게 말했다.“형수님도 참. 어쩜 농담 하나 못 받아요? 재미없게.”그때 가정부가 노크하고 들어오더니 심연정이 왔다고 전했다.그 말에 서인준은 즉시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또 왔어? 왜 만날 우리 집만 들락거리는 거야? 자기 집이 없대? 그
태아 심음 검사를 마칠 때쯤, 서지혁이 병실로 들어왔다.오후 내내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비웠는데 정말 업무 때문이었는지는 하시윤으로서도 알 길이 없었다.한동안 서경민이 신출귀몰하더니 이제는 서지혁까지 그 모양이었다.이미 서정우의 병실에 들렀다 온 서지혁이 다가오며 말했다.“정우 쪽은 오늘 밤에 인준이가 지키기로 했어. 내일은 별다른 일정이 없다면서 하룻밤 같이 있고 싶다네.”하시윤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다른 화제를 꺼냈다.“조금 전에 경찰들이 왔었어.”이미 소식을 들었는지 서지혁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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