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하강시 사람이라면 서씨 가문의 서지혁이 냉혹하고 단호하며 여지라곤 남겨두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4년 전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다.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의 뜨거웠던 하룻밤. 그리고 10개월 후, 갓 태어난 아기를 빌미로 거액을 뜯어간 그녀.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이토록 대담한 일을 벌인 걸까? 모두의 궁금증이 하늘을 찔렀다. 나중에 아이가 아프다는 소식에 그녀는 서씨 가문 본가로 들어갔다. 모두들 복수심에 불탄 서지혁이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아무리 아들이 있다 해도 키우지 않았는데 모자간에 정이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서씨 가문 본가의 정원. 한 새침한 여자가 나무 의자에 앉아 옆에서 서류를 보던 남자의 발목을 장난스럽게 톡톡 건드리며 웃고 있었다. 그녀의 발목을 덥석 잡은 서지혁. “또 힘이 생겼어?” 여자가 콧방귀를 뀌었다. “창피하게 왜 그래?”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건강을 회복한 아이가 달려왔다.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말아요.”
Lihat lebih banyak서지혁이 돌아오자 하시윤은 기타 치던 남자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그 남자, 혹시 결혼했거나 여자친구 있는 거 아니야?”서지혁은 혀를 차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직접 얘기해 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알았어?”그는 접시를 내려두고는 티슈로 손을 닦았다.“결혼했대.”여기로 온 것도 출장 때문인데 일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는데도 그는 일찍 돌아가지 않았다.딱 봐도 가정에 성실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니 아내도 밤마다 그가 어디 있는지를 확인한 것 아니겠는가.조금 전에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남자는 받지 않았다.그러다가 아내 쪽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연속으로 전화가 쏟아졌다.남자는 처음에 애써 덤덤한 척하다가 점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시윤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서지혁이 말했다.“그거야 뻔하지. 내 앞에서 꼼짝도 못 했어.”사실 그가 크게 두려움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정말로 하시윤에게 번호를 물어본 일이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서로 증거가 없는 상황이니 대충 넘길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는 너무 겁을 먹고 있었다. 서지혁이 그의 휴대폰을 빼앗자 도로 빼앗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일이 커질까 봐 두려운 모양이었다.덕분에 서지혁은 손쉽게 그를 정리할 수 있었다.서지혁이 말했다.“그래도 여기서 망신 안 당하게 했잖아. 그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서지혁은 사람이 없는 곳으로 찾아가 남자의 아내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그리고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을 뿐, 말을 덧붙이거나 꾸며내지는 않았다. 상대가 알아서 상황을 판단할 테니까.그 남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나중에 다시 전화를 돌려줄 때 말을 더듬느라 설명도 제대로 못 했다.서지혁이 말했다.“들어보니까 애도 둘이나 있더라고. 예전에도 실수를 한 적 있었는데 그때 무릎 꿇고 빌어서 기회를 줬대.”그런데도 또다시 실수를 반복하다니.하시윤은 곧바로 하병우를 떠올리더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남자들은 왜 그러는 거야
하시윤은 서지혁의 뜻을 바로 알아채고는 웃음을 흘리더니 옆에 놓인 접시를 집어 들었다.“이렇게 조금만 집었어?”서지혁이 대답했다.“응. 이 사람 러브 스토리 들으려고 빨리 돌아왔지.”그는 손에 힘을 조금 더 주며 물었다.“말해봐. 예쁜 여자 몇 명이나 아는 건데? 그중에서 우리 와이프는 몇 번째로 예뻐?”하시윤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우리 와이프라...그 말이 왜 이렇게 따갑게 꽂히는지.그녀는 일회용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그런데 접시에 담긴 고기를 몇 입 만에 다 먹어 치우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조금 더 가져올게.”서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다녀와.”근처에 있던 모닥불과 바비큐 그릴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줄을 끝까지 서도 고기가 남아있지 않을 게 뻔해서 하시윤은 조금 더 멀리 있는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그러다 중간에 몇 번 뒤를 돌아봤다.멀리서 보니 서지혁과 그 남자는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다정한 친구 사이 같았다.하시윤은 서지혁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었으니까.그래서 마음 놓고 조금 더 멀리 갔다.다른 모닥불 앞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짧아 보였다.그래서 하시윤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몇 분 기다린 끝에 순서가 왔고 그녀는 접시 2개에 고기를 넉넉히 담았다.돌아서 돌아가려는 순간, 옆에서 누가 그녀를 불렀다.“언니.”하시윤은 걸음을 멈췄다.그제야 조금 떨어진 곳에 비키니를 입은 여자 4명이 다가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처음 보는 얼굴은 아니었다.어제 바닷가에서도 봤고 오늘 시내에서도 마주쳤던 사람들이었다.근처 테이블은 이미 꽉 차 있었다. 그런데도 여기 서 있는 걸 보면 일부러 하시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게 뻔했다.하시윤이 물었다.“무슨 일이죠?”그중 아현이라는 여자가 웃으며 다가왔다.“아무 일도 없는데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정확하게 서지혁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점심에 봤는데 인
모닥불 파티는 10분 뒤에야 정식으로 시작됐다. 여러 무대에서 동시에 공연이 펼쳐졌다.하시윤과 서지혁은 이미 바다 쪽까지 걸어와 있었다.하시윤은 치마를 살짝 집어 들고는 장난치듯 발끝으로 물을 툭툭 찼다.무대 쪽에서 소리가 들리자 하시윤은 서지혁을 돌아보며 말했다.“가자, 공연 시작한 것 같아.”서지혁은 급할 것도 없다는 표정으로 하시윤의 손목을 가볍게 잡고는 멈춰 세웠다.“시작하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하시윤의 발끝으로 떨어졌다.바닷물에 젖은 채 모래 위를 밟아서 발등에 모래가 잔뜩 붙어 있었다.서지혁이 미간을 좁혔다.“씻어야겠다.”하시윤은 발을 까딱 흔들며 태연하게 말했다.“괜찮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지혁이 갑자기 허리를 숙이며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하시윤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그의 목을 감았다.“왜 이래?”서지혁은 바다 쪽으로 걸어가더니 그녀를 바위 위에 내려놓았다.그도 위로 올라오고는 그녀의 손을 잡아 더 안쪽으로 향했다.바위 아래로 바닷물이 드나들며 얕게 흘렀다.서지혁은 하시윤을 앉힌 뒤 발에 묻은 모래를 천천히 씻어냈다.“됐다.”하시윤이 헛웃음을 흘렸다.“참, 오지랖은 또 왜 이렇게 넓어. 자기 발에 모래 묻은 것도 아닌데.”서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본 채 그대로 서 있었다.“잠깐만. 물기 좀 마를 때까지 기다리자.”하시윤은 멀리 공연 무대를 돌아보았다.여러 무대가 동시에 공연을 하고 있어서 소리가 뒤섞였고 체크 모양 무대에서는 정확히 누가 올라가 있는지도 구분하기 어려웠다.그래서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애초에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무대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기가 빠진다고 달라질 것 같지도 않았다.발이 어느 정도 모르자 서지혁은 다시 하시윤을 내려오게 도와줬다. 그리고 하시윤은 샌들을 다시 신었다.두 사람은 돌아가면서도 무대 쪽으로 가지 않았다.대신 모닥불과 바비큐가 있는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남자는 서지혁이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서지혁이 다가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타를 들고는 공연을 위해 연습해야 한다며 하시윤에게 인사한 뒤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하시윤은 서지혁을 돌아보더니 물었다.“바닷가 쪽은 준비 다 됐어?”“몰라.”서지혁은 그녀 옆에 앉았다.“잘 보지 않았는데?”하시윤은 고개를 갸웃했다.‘바닷가 쪽 상황을 보러 간다고 나갔고, 또 바닷가 쪽으로 걸어갔으면서 잘 보지 않았다는 건 무슨 뜻이지?’서지혁은 무대를 보며 화제를 돌렸다.“그 사람이랑 인연인가 보네. 이렇게 또 마주치고.”하시윤은 그제야 서지혁이 방금 그 남자를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지혁 씨도 그 여자들 우연히 만났잖아. 호텔에서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지혁 씨 쪽이 진짜 인연 아니야? 어떻게 거기서 만나?”그 말에 서지혁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괜히 건드렸어.”하시윤은 워낙 말발이 좋았다.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병원에 가 볼 걸 그랬어. 둘 다 병원 체질이던데 며칠 더 누워 있게 할걸.”하시윤은 그 이상 대화를 이어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올라가자.”두 사람은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하시윤은 소파에 앉았고 서지혁은 창가에 잠시 서 있다가 곧바로 침실로 들어갔다.문 너머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 같았지만 워낙 작게 말해서 무슨 내용인지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하시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휴대폰을 꺼내 본가의 가정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정우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다.곧바로 답장이 왔는데 서정우는 막 잠든 참이었다고 한다.그 문자만으로도 하시윤은 기분이 좋았다.가정부는 또 메시지를 보내왔다.서정우는 오늘 몸 상태가 괜찮았는데 밥도 잘 먹고 약도 문제없이 삼켰다고 했다.잠시 후 가정부가 한 줄을 더 보내왔다.원래는 오후에 영상통화를 해 줄까 했는데 한효진이 두 사람을 방해하지 말라고 말렸다고 했다.하시윤은 애초에 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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