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겸의 검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시정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유 변호사님, 저... 알아요. 변호사님이 별아 언니 좋아하시는 거...”시정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지만, 그 웃음은 어딘가 기묘하고 섬뜩했다.“유 변호사님하고 별아 언니, 어디까지 가셨어요? 혹시... 벌써 같이 잤나요? 제 짐작엔, 바람난 아내 때문에 강준 오빠가 곤란하겠는데요?”이겸이 눈썹을 더욱 깊게 찌푸렸다. 믿기 힘들다는 듯 시선을 떨구며.“소시정 씨, 무슨 말을 하려는 겁니까?”“유 변호사님, 지금 강준 오빠도, 별아 언니도 없잖아요. 우리 솔직하게 얘기해요.”시정의 시선이 이겸의 미간을 향했다.“별아 언니는 오래전에 이미 강준 오빠에 대한 마음이 식었어요. 유 변호사님이 나타난 건, 그야말로 절묘한 타이밍이죠.”‘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겸은 점점 더 이해할 수 없었다.시정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아까까지와의 표정과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소시정 씨, 제 생각엔 소시정 씨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군요.”“오해요? 변호사님, 이 하얀 장미... 이거, 강준 오빠가 저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시정이 시선을 내려, 장미 꽃잎을 손끝으로 굴리며 가볍게 웃었다.“이건 별아 언니 주려고 준비한 거예요. 강준 오빠는 두 사람의 관계를 되돌리고 싶어 해요. 변호사님, 위기감 안 느끼세요?”이겸은 조용히 찻잔을 들어 올리고 한 모금을 머금었다.“두 사람은 원래 부부입니다. 다시 화해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일이겠죠.”그리고 차분히 잔을 내려놓는 남자의 눈빛은 더욱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오히려 소시정 씨 쪽이겠죠. 소시정 씨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강준과 별아 씨의 결혼이 이렇게 위태롭진 않았을 겁니다.”순간, 시정이 나이에 맞지 않는 섬뜩한 웃음을 터뜨렸다. 활처럼 휘어진 눈매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그게 바로 인과응보예요. 인과응보.”“무슨 뜻입니까?”이겸의 물음에 시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웃음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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