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송별아가 아이를 낳던 그 밤, 하강준은 첫사랑의 복수를 이유로, 피투성이가 된 아내를 차갑게 외면했다. “포기해.” 잔혹한 한마디와 함께, 송별아는 수술대 위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바로, 하강준이 첫사랑 소시정을 자신에게 소개하던 그날로. 한때는 사랑밖에 몰랐던 송별아는 더 이상 어리석지 않았다. 이번 생에서는 두 사람을 기어이 엮어 주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내민 건 단 이혼합의서 한 장. 하강준과 소시정, 두 사람을 완전히 송별아의 인생에서 지워버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결혼은 아직 끝내지도 못했는데, 송별아에게 먼저 날아든 것은 하강준의 사망 소식. “하강준, 네가 이런 꼴을 당할 줄이야. 이걸로 우리 빚은 끝이야.” 송별아가 차갑게 돌아서려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남자의 손이 하얀 천 밑에서 뻗어 나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여보... 나한테 마지막 기회를 줘. 제발...”
더 보기현서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예쁜 것을 좋아하는 젊은 여자들에게, 이게 얼마나 큰 선물인가?“지금 바로 공지 올릴게요. 회사 직원들이 분명 엄청 좋아할 거예요.”“그래요, 가 봐요.”...어느새 도설이 H시에 온 지도 반년이 흘렀다.지난번 호민이 다녀간 뒤로 두 사람은 다시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심지어... 전화도 메시지도 거의 오가지 않았다.도설과 호민은 완전히 남이나 다름없는 사이처럼 지냈다.도설은 이런 상태가 오히려 괜찮다고 여겼다.별거 기간이 길어지면, 이혼도 더 수월해질 테니까.날씨 좋고 바람까지 부드러운 날을 골랐다.도설은 K시에 돌아가 별아에게 최근 업무 진행과 앞으로의 일정을 보고할 생각이었다.비행기 안에서 도설은 노트북을 켜 둔 채 결재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고, 보고서 최종 검토도 함께 하고 있었다.그때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실례합니다. 어디서 많이 뵌 것 같은데, 혹시...”작정한 접근이었다.도설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죄송하지만, 저희는 모르는 사이예요.”“혹시... 도설 아니야?”남자가 곧바로 도설 이름을 불렀다.그제야 놀란 도설이 눈을 들어 남자를 바라봤다.“누구...?”“류준오. 중학교 때... 짝꿍. 기억 안 나?”남자는 웃고 있었다. 볼에는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보조개가 패여 있었다.도설은 그제야 알아차렸다.눈앞의 남자를 다시 찬찬히 보니, 닮긴 했지만 그때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류준오? 너 예전엔... 100킬로였잖아, 어떻게... 내가 못 알아봤다고 서운해하진 마. 내 기억 속 준오는 아직도 통통한 꼬마였거든. 키도 더 큰 것 같아.”준오는 도설의 짝꿍이었다.성별은 달랐지만, 그 시절 준오와 도설은 참 많이 닮아 있었다. 과자 한 조각도 나눠 먹던 전우 같은 사이였다.준오는 웃으며 말했다.“그때는 아파서 살이 쪘던 거야. 도설, 우리 진짜 오래 못 봤네. 보니까... 지금은 꽤 잘 살고 있나 보다.”도설은 노트북을 덮었다.도설은 몸을 준오 쪽으로 돌린 뒤,
호민은 그저 웃기만 할 뿐 답은 끝내 내놓지 않았다.도설은 알아들었다.도설은 스스로 모욕을 당한 사람 같은 표정을 지었다.호민이라면 그럴 수 있었다.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었다.도설을 사랑하지 않으니까.도설이 호민이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호민은 도설을 품에 안고 달래면서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바보야, 내가 어떻게 다른 여자와 잘 수 있겠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잖아.”도설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 갔다.도설도 가볍게 웃었다.“나 좀 피곤해. 오늘은 이만하자.”밤이 깊었다.밤은 도설의 마음속에 가라앉은 상실감과 쓸쓸함을 헤아려 주지 않았다.도설은 하룻밤 내내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아물게 하면서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이른 아침.도설은 아주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그녀는 매일 팽이처럼 돌아가느라 바빴다. 다행히 회사는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앞으로 업무가 세분화되면 바쁘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매일 끼니조차 못 챙길 만큼 몰아치지는 않을 터였다.별아가 회사에 왔을 때, 도설은 마침 회의를 끝낸 뒤였다.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한동안 일 이야기를 나눴다.이야기는 어느새 호민에게로 흘러갔다.“나도 방금 알았어. 도설 씨랑 호민 오빠 일 말이야. 근데 하 대표한테 들었는데, 도설 씨가 호민 오빠랑 이혼하려고 한다며? 왜?”사실 도설은 이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별아는 도설의 직속 상사였고, 그 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그게... 저랑 호민 씨는 같이 지내기가 힘들어요. 혼인신고도 원래 충동적으로 했던 거고요...”도설의 표정은 무거웠다.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무엇은 삼켜야 하는지 도설도 알 수 없었다.같은 여자라서, 별아는 도설 마음속의 버거움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호민 오빠 집안이야 다들 알지. 그래도 그게 둘 사이를 막는 이유는 아니야. 호민 오빠라는 사람 자체는... 사실 괜찮은 사람이거든.”도설은 담담
“배 대표님, 제가 배 대표님을 곤란하게 하려는 건 아니에요. 우리 설이와 배 대표님이 이혼한다고 해도 저는 반대하지 않아요.”“저희 같은 사람이야 배 대표님 같은 귀한 집 아드님과는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거겠지요.”“다만 이 짧은 결혼 생활 동안 설이한테 모질게만 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됐어요.”호민은 말이 없었다.호민은 도설이 지나온 시간을 온전히 알고 있지 못했다.채숙영과 이렇게 마주 앉아 몇 마디라도 얘기를 나누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사위라는 자리로 놓고 보면, 호민은 잘하고 있다고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장모님, 결혼에 어울리는가를 따지기 시작하면 세상에 누가 누구랑 맞겠습니까?”“설사 겉으로는 맞아 보여도, 그게 꼭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저랑 도설 씨는... 서로 대화가 부족했던 건 맞습니다.”채숙영은 고개를 끄덕였다.호민이 적어도 이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채숙영은 다행이라고 느꼈다.적어도 무책임하게 등을 돌리는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니까.그렇다고 해서 이 결혼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배 대표님, 저는 두 사람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그보다 더 바라는 건 설이가 행복해지는 거예요.”“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도설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호민은 이미 침대에 올라가 있었다.도설은 말없이 수건으로 머리를 털다가 드라이어를 들어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호민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도설이 드라이어를 내려놓고 나서야 호민이 입을 열었다.“나 H시에 사흘 있을 거야. 그동안은 내가 당신 옆에 있을게. 다른 데 안 가고.”도설은 뜻밖이라는 듯 멈칫했다.호민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 옆에 있다고? 나는 누가 옆에 있어줘야 하는 사람이 아니야. 회사도 나가야 하고. 할 일이 없으면 당신은 빨리 K시로 돌아가.”“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하룻밤만 자고 가라고?”도설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혼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
“당신은 지금 나한테 도리를 따지겠다는 거야?”호민은 원래 말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당신이 먼저 나하고 이혼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억울한 사람처럼 굴어? 도설 씨, 정말 내가 왜 당신이랑 결혼했는지 모르겠어?”도설은 알고 있었다.겨우 두 번 함께한 일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도설의 처음을 자기가 가져갔다는 사실이 호민에게는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결국 먼저 결혼을 가볍게 여긴 건 호민 쪽이었다고 도설은 생각했다.“알아.”“그럼 말해봐. 내가 왜 당신이랑 결혼했는데?”호민이 되물었다.도설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당신 마음이 편하자고 그랬던 거잖아. 정말, 호민 씨,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어. 당신도 연애 안 해본 사람이 아니잖아.”“그렇게까지 마음의 빚을 덜고 싶었으면, 차라리 예전에 만나던 사람하고 결혼하지 그랬어. 나는... 정말...”도설은 어떤 말을 해야 호민이 알아 들을지 알 수가 없었다.도설은 애초에 책임을 지는 걸 바란 적도 없었고,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다.“도설 씨,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우리 얘기하는데 왜 다른 사람 얘기를 끌고 와?”도설은 정말로 호민의 속을 뒤집어 놓으려는 사람처럼 굴고 있었다.호민은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감정이 더 올라오지 않게 누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신이 내 예전 연애를 알고 있다면, 적어도 내가 결혼을 아무렇게나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겠지.”“내가 당신하고 결혼한 건, 당신하고 내가 같이 살아도 괜찮겠다고 봤기 때문이야. 당신이 말하는 그 마음의 위안 같은 건, 예전에 당신이 5만 원으로 끝냈잖아. 벌써 잊었어?”도설은 그 말에 바로 받아칠 수가 없었다.결국 도설은 둘 사이 거리를 핑계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K시에 있고, 나는 H시에 있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우리한테 감정의 바탕도 없잖아.”“설령 있다고 해도 멀어지면 흐려지게 돼. 나는 차라리 빨리 결혼을 끝내는 게 낫다고 생각해.”그래야
오학영은 K시 사람이다.별아와 강준의 사정을 아주 자세히 아는 건 아니었지만, 대강의 소문 정도는 이미 귀에 들어온 상태였다.“송 사장님이 이혼하셨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그렇다면 이 아이는...”오학영은 몸을 앞으로 쭉 내밀며 별아의 배를 노골적으로 훑어보았다. 말투와 시선 모두 무례했다.“지금 시기라면 하 대표님 아이는 아닐 것 같은데요?”“오 사장님.”재빨리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든 도설이 자리에 앉으면서, 아주 공손한 웃음을 지었다.“그건 저희 송 사장님의 개인사라서요. 굳이 이런 자리에서 말씀 나눌 일은 아니지
“아가씨, 괜찮으세요?”주영자의 물음에 분노가 극에 달한 별아는 오히려 헛웃음을 흘렸다.“의심이 된다면, 애초에 기대도 하지 말아야죠. 이 아이가 앞으로 하씨 가문을 인정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그러게 말이에요. 그분도 연세가 적지 않으신데, 그런 말씀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 정말 염치도 없지요. 하태산 어르신도 그 얘기를 들으시고는 너무 어이가 없으셨는지, 그분을 지팡이로 두 번이나 내리치셨어요.”주영자의 말에, 별아는 차갑게 웃었다.하명식은 본래부터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었다.별아가 아직 강준과 이혼하지 않았을 때,
“그래서요, 오 사장님은 임신한 사람한테 술을 먹이겠다는 겁니까?”강준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는 순간, 그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오학영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오학영의 몸이 비틀거리며 옆으로 쏠렸다.“송 사장님이 누구 아이를 임신했든 상관없이, 임산부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것, 그 정도 상식도 없습니까?”“저, 저는...”오학영은 뭔가 변명하려고 했지만, 입을 여는 순간 스스로도 설득력이 없다는 걸 알았다.어떤 말로도 이 상황을 수습할 수가 없었다.강준은 혐오 섞인 시선으로 오학영을 내려다보
호진은 전혀 대비하지 못한 상태였다.강준에게 멱살을 잡힌 순간, 그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강준은 그대로 호진을 끌고 병원 밖으로 나가려 했고, 재환이 뒤에서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오늘 강준은 송지국을 문병하러 왔다. 여기서 호진과 몸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어렵게 마음먹고 온 의미마저 완전히 사라질 판이었다.“대표님, 제발 진정하십시오.”강준은 오래전부터 호진이 눈에 거슬렸다.별아 앞이기에 감정을 눌러왔을 뿐, 불편함은 줄곧 쌓여 있었다.그런데 그 호진이 별아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그 장면을 보고도 참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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