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송별아가 아이를 낳던 그 밤, 하강준은 첫사랑의 복수를 이유로, 피투성이가 된 아내를 차갑게 외면했다. “포기해.” 잔혹한 한마디와 함께, 송별아는 수술대 위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바로, 하강준이 첫사랑 소시정을 자신에게 소개하던 그날로. 한때는 사랑밖에 몰랐던 송별아는 더 이상 어리석지 않았다. 이번 생에서는 두 사람을 기어이 엮어 주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내민 건 단 이혼합의서 한 장. 하강준과 소시정, 두 사람을 완전히 송별아의 인생에서 지워버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결혼은 아직 끝내지도 못했는데, 송별아에게 먼저 날아든 것은 하강준의 사망 소식. “하강준, 네가 이런 꼴을 당할 줄이야. 이걸로 우리 빚은 끝이야.” 송별아가 차갑게 돌아서려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남자의 손이 하얀 천 밑에서 뻗어 나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여보... 나한테 마지막 기회를 줘. 제발...”
View More“갑자기 왜 암이야?”강준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재환도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남정은 줄곧 산에 머물며 요양을 해왔다.남수연의 일이 터진 뒤로는 한 번도 산을 내려오지 않았고, 그 무렵 강준의 상태도 계속 나아지지 않았다. 우울과 피로가 쌓여서 병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급히 병원에 도착했지만, 강준은 곧바로 병실로 향하지 않았다.먼저 별아에게 말했다.“네가 먼저 가서 어머니 좀 봐줘. 난 의사부터 만나서 상태부터 자세히 듣고 올게.”강준의 목소리에는 꾹꾹 눌러 담은 아픔이 묻어 있었다.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산 시간이 거의 없었고, 겨우 자랐을 즈음엔 사고와 병이 겹쳤다.끝내 하루도 제대로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그 마음을 별아는 충분히 이해했다.“네.”강준은 의사를 만났고, 설명을 듣는 내내 묘한 기시감이 몰려왔다.“만성 중독으로 보입니다. 특정 독성 물질에 장기간 노출됐고, 방사성 자극이 계속 누적된 결과로 종양이 생긴 걸로 판단됩니다.”강준은 말을 되묻듯 되뇌었다.“방사성... 자극이요? 그럼 제 어머니도, 그런 물질에 오래 노출돼서 종양이 생겼다는 말입니까?”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졌다.은준의 병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남수연.은준에게만 손을 댄 게 아니었다.자신을 키워준 남정에게까지 같은 짓을 한 것이다.강준이 손끝을 말아 쥐면서 단단하게 주먹을 쥐었다.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킨 채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며 물었다.“치료는... 가능한가요?”“종양 위치를 보면 수술이 가능합니다. 예후도 아주 나쁜 편은 아닙니다.”그 말을 듣고서야, 강준의 굳어 있던 미간이 서서히 풀렸다.“그럼 최대한 빨리 수술 일정을 잡아 주세요.”...병실.남정은 별아를 보자 몸을 일으켰다.“별아야, 왔구나.”별아는 급히 다가가 남정을 부축했다.“움직이지 마세요. 누워 계세요.”“하루 종일 잠만 잤어. 네가 와서 다행이다. 잠깐 얘기 좀 하자.”남정은 별아의 손을 꼭 잡았
강준은 씩 웃었다.호민의 능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예전에 괜히 자존심 세워 의사라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면, 호민의 사업 감각으로 볼 때 K시의 배성그룹이 지금처럼 정체되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강준은 마음속으로 호민이라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별 수 없네. 그래도 나를 눈여겨봐 줬으니 말이야.”강준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K시 돌아가면 나 찾아와. 그때 제대로 얘기해 보자.”“그럼 그렇게 하자.”호민은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괜히라도 의식을 차리듯, 강준의 잔과 가볍게 부딪쳤다.호민은 배성그룹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강준은 다른 건 몰라도, 사업만큼은 믿을 만했다.머지않아 배성그룹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이 컸다.카페를 나설 때, 결국 계산은 호민이 했다.“난 오늘 바로 올라갈 거야. 별아는 보석상 쪽이랑 아직 조율할 게 좀 남아서 며칠 더 있을 것 같아. 네가 옆에 있으니까 마음은 놓인다.”강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호민이 떠난 뒤, 강준은 별아와 함께 거래처를 돌았다.거래처 사람들은 옆에 선 남자가 바뀐 걸 보고, 슬쩍 눈치를 줬다.“송 사장님, 이분은...?”“최근에 새로 뽑은 비서예요. 합류가 늦어서 낯설게 보이실 거예요.”별아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거래처에서도 깊이 캐묻지는 않았다.다만 눈앞의 남자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은 지우지 못한 듯했다.어디선가 본 얼굴 같은데, 정확히는 떠오르지 않는 표정이었다.미팅은 비교적 순조로웠다.별아는 원석 샘플과 몇 개의 핵심 물량을 확보했고, 이제 K시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이번 일정이 이렇게 풀린 건, 호민의 연결 덕이 컸다.떠나기 전, 별아는 R시의 백화점에 들렀다. 호민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였다.강준은 굳이 따라붙었다.별아가 자신에게 줄 깜짝 선물이라도 준비하는 줄 알고, 얼굴이 환해졌다.별아가 고른 건 남성용 브로치였다.진주와 보석이 조화된 디자인으로
하지만 별아가 강준에게 품은 감정은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더 큰 이유는 부모에게 최소한의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은준에게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 그 정도였다.강준은 그 사실을 모르는 척하지 않았다.별아가 지금 당장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를 강요하지도 않았다.다만 하나의 조건만을 조심스럽게 꺼냈다.“네가 나랑 한번 해보겠다고 했잖아. 그럼... 우리 떨어져 지내지는 말자. 은준한테도 좋고. 은준이가 직접 말했어. 아빠랑 엄마가 떨어지는 거 싫다고.”그 말이 정말 은준의 입에서 나온 건지, 별아는 알 수 없었다.다만 은준이 강준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같이 사는 것 자체는, 별아에게 완전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침대는 따로 써.”별아가 말했다.강준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안 돼. 따로 자면 나 잠 못 자.”“너 점점 선을 넘는다?”별아가 강준을 노려봤다.강준은 대답 대신 별아를 번쩍 안아 올려 세면대 위에 올려놓았다.“선 넘을 거야. 나는 향기롭고 말랑한 여보 끌어안고 자야 돼. 대신 약속할게. 매일 깨끗이 씻을게. 응?”“하강준, 너 진짜 무슨...”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준의 입술이 덮쳐왔다. 별아가 거절할 틈도 없었다.강준은 별아의 손을 붙잡고, 하나씩 깍지를 끼웠다. 열 손가락이 완전히 맞물린 뒤에, 입맞춤은 더 깊어졌다. 조절하려 애쓰면서도, 갈망을 숨기지 못한 키스였다.별아는 서서히 그 흐름에 휩쓸렸다.좁은 공간 안에서 욕망과 해소가 겹쳐지는 시간이 흘러갔다....별아는 여전히 바빴다.반대로 호민은 이번 협상이 무산되면서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호민은 강준에게 먼저 연락해서 자리를 만들었다.조용한 카페 안.두 사람 모두 정장 차림이었다.젊은 시절의 날카로운 기세 대신, 묵직한 안정감과 예리함이 배어 있었다.“왜 불렀어? 내가 너 보고 싶어 할 것처럼.”강준의 말투에는 익숙한 까칠함이 묻어 있었다.둘 사이는 주먹으로 쌓은 관계에 가까웠다.가깝
별아의 얼굴이 점점 더 달아올랐다. 무의식적으로 귀를 감싸 쥐는 바람에 오히려 더 눈에 띄고 말았다.호민은 의자에 느긋하게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가볍게 웃을 뿐, 더 캐묻지는 않았다.별아는 강준이 깨어났다는 사실만큼은 호민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강준이... 이제 완전히 돌아왔어요. 더 이상 어리숙하지도 않고요.”“그럼 좋은 일이지.”호민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단정하게 말했다.“저도... 좋은 일인 건 알아요.”별아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가라앉았다.“그런데...”말끝이 흐려졌다. 마음속은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로 뒤엉켜 있었다.호민은 금방이라도 몸을 웅크릴 것 같은 별아를 보며, 웃어야 할지 한숨을 쉬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이내 목소리를 낮추고, 부드럽게 말했다.“강준이 너를 잡아먹을까 봐 겁이 나? 그럴 사람 아니야. 돌아가. 너희 사이는, 언젠가는 제대로 얘기해야 해. 피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잖아.”별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작게 대답했다.“네.”호텔로 돌아온 별아는 객실 문 앞에서 몇 차례 깊게 숨을 들이켰다.마음을 다잡은 뒤에야 문을 열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들어갔다.방 안은 비어 있었다.강준은 없었다.별아는 그제야 숨을 놓았다.‘강 비서가 와서... K시로 데려갔나 보다.’몸에 힘이 풀리자, 그대로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피로가 밀려들었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 별아가 눈을 떴을 때, 시야를 가득 채운 건 가까이 다가온 얼굴이었다.강준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별아는 놀라 숨이 막힐 뻔했다.“뭐 하는 거야?”“자고 있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별아는 말문이 막혔다.강준을 밀어내고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했다.찬물에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이제 다 나았으면, K시로 돌아가.”별아가 말했다.강준은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너 일 끝날 때까지 같이 있고, 그 다음에 같이 갈 거야.”“하산그룹은 신경 안 써도 돼? 곧 주인이 바뀐다는 얘기 들었어.”별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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