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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531 - Chapter 540

638 Chapters

제531화

“이 시간까지 실험실에 있는 걸 장 교수님은 알고 계시나요?”질문을 들은 송하나는 가슴이 바짝 조여왔다.특정 의도를 가지고 묻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안전이나 관리 차원에서 묻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실험 계획은 미리 보고 드렸어요. 학생들은 이미 돌아갔고 저도 마무리하는 대로 퇴실할 겁니다.”그녀는 신중하게 대답했다.“그래요.”이에 최시훈도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시선이 또다시 그녀의 얼굴로 향했는데 깊은 눈동자가 조명 아래 유난히 그윽해 보였다.“송 연구원님, 연구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지구력 싸움이에요. 연구원의 심신 건강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추진되는 근본이죠.”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목소리 톤에 큰 변화는 없었으나 거절할 수 없는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여기는 땀과 피로만 착취하는 공장이 아니에요. 연구원이 과로로 건강을 해치거나 심지어 일하다가 쓰러졌다는 소식은 듣고 싶지 않아요. 그건 개인에게도 프로젝트에도 손실이니까요.”그의 말은 차분하고 객관적이었으며 어떠한 결점이나 개인적인 감정의 흔적도 없이 오로지 프로젝트 관리 및 리더십 책임의 관점에서 나온 것이었다.하지만 바로 이 철저하게 공적인 태도가 송하나에게는 오히려 더 큰 압박감으로 다가왔다.“국장님, 충고 감사합니다. 앞으로 명심하겠습니다.”그녀가 나직이 대답했다.이 말 외에 달리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설마 낮에 장비 사용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사정을 변명해야 한단 말인가?그 말은 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다.최시훈은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문 그녀를 보더니 더는 이 화제를 이어가지 않았다.옆에서 여전히 운행 중인 장비로 시선을 옮겼다.“아직 얼마나 더 걸려요?”송하나가 시간을 확인했다.“대략... 10분 정도 더 걸릴 겁니다.”최시훈은 몇 초간 침묵했다.텅 빈 고요한 심야의 실험실에서 십여 분의 기다림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그는 돌아가 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끝날 때까지 기다릴게요.”너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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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그래요.”최시훈이 몸을 일으켜 먼저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송하나는 그의 뒤를 반걸음 정도 간격을 두고 따랐다.깊은 밤, 텅 빈 복도는 을씨년스러울 지경이었다.센서 등은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했다.엘리베이터 홀에 도착하자 최시훈이 하행 버튼을 눌렀다.금세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안에는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최시훈이 안으로 들어서더니 문밖에 서 있는 송하나 쪽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안으로 발을 디뎠다. 일부러 거리를 두려는 듯 남자의 반대쪽에 섰고 금속 문이 소리 없이 닫히며 두 남녀를 좁은 공간에 가뒀다.밝은 조명 아래 숨을 곳 하나 없었다.청량함과 더불어 고급 원단에서 나는 은은하고 깨끗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줄어드는 층수를 응시했다. 허리는 곧게 펴고 손가락은 무의식중에 가방끈을 꽉 쥐었다.옆에 있는 남자의 존재감이 너무나 강렬했다. 키에서 오는 압박감, 높은 지위에서 비롯된 기세, 그리고 모두가 묵인하는 진서영과의 친밀한 관계까지...이 모든 요소가 겹치면서 밀폐된 공간에서 질식감을 느꼈고 좀 전에 실험실에 있을 때보다 더욱 긴장했다.최시훈의 시선은 계속 줄어드는 층수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턱선이 차가운 조명 아래 더욱 날렵하고 차가워 보였다.그는 옆에서 긴장해 하는 송하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고 1층에 도착하기 직전에 대뜸 입을 열었다.“실험 계획에 어려움이 있다면 서면으로 작성해서 장 교수님 통해 제출하세요. 합리적인 자원 요청은 프로젝트팀에서 조율해줄 겁니다.”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오직 절차와 직급에 엄격하게 기반한 말투였다.하지만 이 늦은 밤, 그녀가 장비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과 감기 투혼으로 야근하는 모습을 목격한 직후에 나온 이 말은 묘한 의미를 띠게 되었다.송하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최시훈을 힐끗 쳐다보았다.차분한 표정으로 앞만 쳐다보는 이 남자, 대체 뭘 알아채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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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뭉치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송하나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모든 피로와 근심이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그녀는 막힌 코를 훌쩍 들이마시고 손끝으로 화면을 가볍게 두드렸다.[뭉치가 좀 더 통통해진 것 같네요. 변호사님, 수고 많으세요.]차정원이 칼답장을 보냈다.[아직도 안 잤어?]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녘이었다.[방금 기숙사에 들어왔어요. 오늘 실험 마무리가 좀 늦어졌거든요.][요즘 점점 늦어지는 것 같던데 프로젝트 진행이 순조롭지 않나 봐?]그의 예리한 눈썰미는 여전했다.송하나는 그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대충 얼버무렸다.[괜찮아요. 막 인수 인계받아서 정리할 부분이 좀 많아서 그래요.]점점 늦어지는 답장 속도와 짧아지는 텍스트를 보며 차정원은 그녀의 현재 상태를 가늠할 수 있었다.바쁘고 지치고 어쩌면 말 못 할 압박감까지 있을 터였다.그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뭉치가 오늘따라 유난히 보채네. 네가 많이 보고 싶은가 봐. 한 번 볼래?]실로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송하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네.]영상 통화 요청이 금세 도착했다.그녀는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잠긴 목을 가다듬느라 헛기침을 몇 번 한 뒤에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화면에는 먼저 뭉치가 나타났다.녀석은 넓은 원목 책상 한구석에 아늑하게 웅크리고 있었는데 뒤로는 따뜻한 노란 스탠드 불빛에 둘러싸인 벽면 가득한 책장, 그리고 연회색 실내복을 입은 차정원의 옆모습이 보였다.서재에서 업무를 보느라 뭉치를 손이 닿는 곳에 둔 모양이다.화면 속 뭉치는 털이 풍성하고 깨끗했으며 누가 봐도 보살핌을 잘 받는 눈빛이었다.“뭉치야.”송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변했다.“얌전히 잘 지내고 있지?”뭉치는 익숙한 목소리임을 알아챈 듯 귀를 쫑긋 세우더니 앙증맞은 코끝을 렌즈 가까이 가져가 호기심 가득 냄새를 맡았다.하지만 뭉치보다 더 빨리 반응한 것은 차정원이었다.영상이 연결되자마자 송하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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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이미 약 먹었어요.”송하나가 고집을 부리자 차정원은 더 이상 권하지 않고 일찍 쉬라고 당부하며 영상 통화를 끊었다.이어서 그는 안경을 벗고 미간을 문질렀다.화면 속 그녀의 지친 얼굴과 억지로 기침을 참는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그는 송하나를 너무 잘 안다. 타고난 승부욕과 끈기가 있는 사람이기에 정말 심하게 아프지 않고는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제연과 강현은 기후와 음식이 완전히 다르다.그녀 홀로 고압적인 연구 환경에 뛰어들어 병이 났으니 분명 또 아무 말 없이 억지로 버티고 있을 터였다.이 생각이 미치자 차정원은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차가운 화면과 수천 마일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아무리 걱정해봤자 공허하고 무력할 따름이니까.다음 날 오전, 제연시.송하나의 상태는 어제보다 더 나빠졌다.미열은 가시지 않았고 머리가 무거웠으며 목의 통증이 심해져 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들었다.그럼에도 그녀는 꿋꿋이 팀 회의를 열고 차분한 얼굴로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회의가 끝난 후, 안다미가 함께 식당에 가자는 것도 정중하게 거절하고 기숙사로 돌아가 잠시라도 누워 있을 생각이었다.이제 막 기숙사 건물 앞에 도착했는데 매서운 찬 바람이 폐 속으로 훅 들어왔다.갑작스러운 충격으로 그녀는 몸을 숙이고 입을 가린 채 심하게 기침을 했고 가느다란 몸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바로 그때, 먼발치에서 온화하면서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하나 어젯밤엔 전화로 거짓말한 모양이네?”송하나는 몸이 움찔거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오후의 햇살을 등지고 몇 걸음 거리에 차정원이 서 있었다.각 잡힌 짙은 회색 코트가 몸매를 더욱 훤칠하게 해줬고 손에는 정갈한 보온 도시락을 들고 있었다.여독이 남아있을 법한데도 그는 여전히 침착하고 냉정함을 유지했다.금테 안경 너머로 놀라움에 가득 찬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질책보단 걱정이 더 많이 깃들어 있었다.“차 변호사님?”송하나는 자신이 헛것을 보는 건 아닌가 싶었다.“여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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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체온 한 번 재 봐.”송하나는 의외로 순순히 체온계를 받아 들었다.잠시 후, 화면에 숫자가 떴는데 무려 38.9도였다.차정원은 그 숫자를 보며 시선을 가라앉혔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하고 침착했다.“두꺼운 옷 걸쳐. 당장 병원 가야 해.”이번엔 그녀도 거절하지 않았다.병원으로 가는 길, 송하나는 차정원이 건넨 두꺼운 목도리를 두르고 조수석에 기댔다.고열로 머리가 어지럽고 저도 모르게 눈이 감기더니 비몽사몽한 상태에 빠져들었다.차정원은 안정적으로 운전하며 가끔 룸미러로 힘들게 잠든 그녀의 모습을 곁눈질할 때마다 시선이 복잡하게 흔들렸다.병원에 도착하자 그는 송하나를 가볍게 깨웠다.몽롱한 눈빛에 걸음걸이조차 불안한 걸 보더니 남자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부드럽고 작은 손을 감싸 쥐었다.따뜻하고 건조한 손바닥으로 그녀의 가는 손가락을 완전히 감쌌다.송하나는 잠시 멈칫했지만 뿌리치지 않았다.끊임없이 전해져 오는 온기와 단단한 힘이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흩어주었고 기댈 곳을 찾은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병원 절차는 매우 번거로웠다.접수, 문진, 검사, 채혈, 결과 대기...차정원은 일사천리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고 진단 결과도 곧장 나왔다.독감으로 인한 급성 기관지염이라 제때 약을 챙겨 먹고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약을 챙겨서 차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꽤 늦은 시각이었다.차정원은 바로 시동을 건 게 아니라 몸을 돌리고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는 송하나를 바라보았다.“송하나.”그는 성까지 붙여가며 중저음의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건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건강을 혹사하면서까지 그렇게 하는 건 안 돼.”그는 송하나의 모든 선택을 존중했다. 꿈을 좇고 멀리 타향으로 떠나는 것도 다 지지했다.하지만 지금처럼 스스로를 학대하듯 버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차정원은 잠시 멈췄다가 차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며 한 글자씩 또렷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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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따뜻한 온기가 심장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갔다.오랜 시간 기다리고 지켜본 끝에 그녀가 처음으로 이토록 명확한 반응을 보여주었다.포옹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송하나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이성을 잃은 자신의 모습에 놀란 듯 곧바로 손을 놓았다.차정원의 마음속에 아쉬움이 스쳤지만 침착하게 팔을 거뒀다.그는 매우 자연스럽게 송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말했다.“착하지. 얼른 올라가 쉬어. 약 제때 챙겨 먹고.”좀 전보다 가라앉은 목소리, 남자는 지금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려 건물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갔다.차정원은 그녀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묵묵히 지켜보았고 손끝에는 여전히 머리카락의 온기가 남아있는 듯했다.그 시각, 기숙사 구역 밖의 교차로에서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갔다.뒷좌석 창문이 반쯤 내려와 있었는데 최시훈은 이쪽 순찰을 마치고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다가 기숙사 건물 앞의 한 장면이 두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송하나가 한창 훤칠한 몸매에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그녀도 가느다란 손을 들어 상대에게 의지하려는 듯 살며시 허리를 감싸 안았다.애교에 가까운 이 모습은 어젯밤 실험실에서 봤던 창백한 얼굴에 홀로 꿋꿋이 버티던 여자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180도 달라진 그녀의 모습, 그리고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눈빛, 차분하면서도 그윽한 그 눈빛은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는 보호 본능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차창이 서서히 올라가며 외부의 풍경과 인기척을 완전히 차단했다.어두운 차 안에서 최시훈의 옆모습이 더욱 차갑고 날카롭게 드러났다. 그의 표정은 늘 그렇듯 담담하고 평온하여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다만 무릎 위에 놓인 오른손 검지를 살짝 한 번 두드릴 따름이었다.두 눈을 지그시 감았지만, 머릿속엔 걷잡을 수도 없이 송하나의 두 얼굴이 번갈아 떠올랐다.‘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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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즉시 장 교수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최시훈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다시 눈을 감았다.하지만 기숙사 건물 앞의 그 장면은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았다.연약한 얼굴로 의지하는 모습과 아픈 몸을 이끌고 꿋꿋이 버티는 끈기, 둘 중 어느 것이 진짜 그녀의 모습일까?절대적인 실력 기준과 엄격한 규칙 아래에서 그까짓 꼼수가 과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는지...장현서가 큰 기대를 걸고 추천한 이 ‘인재’가 화려한 겉모습을 벗겨내면 진짜 실력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그는 내심 궁금해졌다.이어진 며칠 동안 차정원은 매일 송하나에게 연락해 제때 약을 챙겨 먹으라고 다그쳤다.그는 심지어 제연에서 그나마 강현의 맛을 내는 음식점을 골라 매일 송하나의 기숙사로 음식을 배달시켰다.차정원의 세심한 배려와 독촉 하에 송하나는 더 이상 이전처럼 자신을 혹사시키지 않고 시간을 합리적으로 계획하여 휴식을 보장했다.그렇게 곧 건강도 회복했다.시간이 흘러 금요일 오후, 프로젝트팀의 첫 전원 주간 진척 보고회가 열렸다.회의실 분위기는 무거웠고 무언의 압박감이 감돌았다.최시훈은 주석에 앉아 짙은 색 표지의 노트를 앞에 두고 평소처럼 냉랭한 표정으로 참석한 모든 연구원을 조용히 훑어보았다.장현서는 그의 왼쪽에 앉아 미간을 살짝 찌푸렸는데 최시훈이 직접 자리를 지키며 급격히 격상된 보고회에 약간의 압박감을 느끼는 듯했다.각 팀에서 차례로 보고를 시작했다.진서영 차례가 되자 그녀는 철저하게 준비된 자세로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했으며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팀이 얼마나 성실하게 노력했는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냈다.최시훈은 들으면서 가끔 고개만 끄덕일 뿐 줄곧 무표정한 얼굴이었다.곧이어 송하나 차례가 되었다.그녀는 여러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걸 느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주석에 앉은 강렬한 존재감의 최시훈이었다.송하나는 일어나 연단 앞에 섰다.병이 막 나은 얼굴이라 여전히 약간 수척해 보였다.그녀는 몸에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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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회의실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아래쪽에 앉아 있던 안다미는 속상하고 초조해서 손을 번쩍 들더니 뭐라도 해명하고 싶었다.“국장님, 사실 저희 진도가 늦어진 데에는 이유가...”“다미 씨.”이때 송하나가 재빨리 그녀를 말렸다.곧이어 최시훈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죄송합니다, 국장님. 진도는 제 책임입니다. 장담하건대 다음 주 보고 때까지 저희 팀 진척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저는 장 교수님의 프로젝트팀에서 자진 사퇴하고 이 과제에서 빠지겠습니다.”자진 사퇴라!그 말이 떨어진 순간 회의실은 싸늘한 정적에 빠졌다.이처럼 최고의 무대에서 ‘물러선다’라는 말은 그 무게가 천근만근이어서 사실상 스스로 앞길을 끊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최시훈은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복잡한 시선 속에서 속내를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그는 더 따져 묻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약속 지키길 바랄게요.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회의가 끝나자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흩어졌다.낮은 속삭임 사이로 온갖 복잡한 시선들이 섞여 들려왔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그녀가 망신당하는 꼴을 지켜보려는 듯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송하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자료를 정리한 뒤 안다미와 함께 회의실을 나섰다.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복도 모퉁이에 이르자 안다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꾹 참았던 서러움을 토로했다.“언니! 아까는 대체 왜 아무 말도 못 하게 막으셨어요? 진서영 선배가 자꾸 핑계를 대면서 장비를 독점하니까 우리가 낯 시간을 잡지 못한 거잖아요. 밤에, 그것도 새벽에 겨우 조금이나마 시간을 쟁취해야 했고 그 와중에 언니는 또 독감에 시달려서 열이 40도까지 올라가 실험실에서 쓰러질 뻔했다고요! 진도가 늦은 건... 전혀 우리 잘못이 아니에요!”송하나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부당함에 감정이 격해진 눈앞의 소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다미 씨, 지금 이런 말을 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어요.”차분한 목소리에 고요한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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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방금 그녀들이 복도에서 나눈 대화가 고스란히 최시훈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여자는 누가 들을까 봐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도 않았으니까.순간, 공기가 팽팽하게 얼어붙었다.안다미는 놀란 토끼처럼 입을 꾹 다물었고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송하나 역시 놀란 기색이 역력했으나 이내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최시훈을 향해 몸을 돌리고 예를 갖추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거리를 두면서 공손하게 인사했다.“국장님.”최시훈은 손을 닦다가 잠깐 멈추고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그녀의 눈매는 더없이 투명하여 속이 훤히 비쳤는데 그 안에는 당황함이나 시선 회피 대신 지극히 태연한 평정만이 머물렀다.최시훈은 대학 시절 심리학을 수강한 적이 있었다.고위직에서 쌓은 연륜 덕분에 그는 미세한 표정 변화나 말투, 몸짓만으로도 사람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 능력을 연마했다.지금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명확했다.안다미에게서 가식 없이 드러난 당황함과 억울함은 진실된 것이고 송하나의 말투 속에 섞인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담담함 역시 진실된 것이었다.그렇다면 방금 두 여자가 나눈 대화도 어쩌면... 팩트일 터였다.송하나가 밤늦게까지 홀로 실험실에 남았던 것은 일부러 보여주기 위한 연기가 아니라 이 팀이 낮에 필수 장비를 사용할 권리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어젯밤 창백한 얼굴로 기진맥진하던 그녀의 모습은 단연코 동정을 사려고 일부러 약한 척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고열과 피로 때문에 실신 직전까지 몰린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왜 침묵을 택했을까? 최시훈의 마음속에 묘한 파문이 일었다.그가 혹시 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물었을 때, 송하나는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반응을 보였다.좀 전에 회의 때도 안다미가 사실의 일부를 말할 기회가 있었지만 송하나가 단호하게 제지했다.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혹시라도 진서영에게 밉보일까 염려한 마음이 깔려 있었다.심지어...최시훈이 진서영과의 관계 때문에 편을 들어주거나 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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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송하나는 사라져가는 최시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불안에 휩싸인 안다미의 얼굴에 닿았다.그녀는 안다미가 꽉 잡은 손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긴장을 풀라고 손짓했다.“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송하나의 침착한 목소리에는 심사숙고한 뒤의 담담함이 섞여 있었다.“우리가 말한 건 팩트이지 루머가 아니에요. 게다가 우린 지금 사석에서 연구 중에 겪는 객관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했을 뿐 누군가를 곤란하게 하려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게 아니잖아요. 국장님이 저 위치까지 오르신 분이라면 개인적인 편견이나 앙심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으실 겁니다. 우리가 한 말이 사실이니 설령 들으셨다 한들 실제 상황을 이해하신 정도일 뿐이죠. 팩트를 알았다고 해서 누군가를 겨냥하거나 화낼 만큼 속 좁은 사람은 아닐 거예요.”이 말은 안다미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송하나가 최시훈의 성격을 가늠해 보는 첫 번째 테스트이기도 했다.그는 엄격했고 때로는 지나치게 까다로웠지만, 그 권위는 대개 책임감과 효율을 향한 끈질긴 집착에서 비롯된 듯했다안다미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옥죄던 긴장감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그럼...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일단 오늘 데이터 정리부터 끝내고 그 뒤에 주말 계획을 논의해요.”송하나는 몸을 돌려 실험실 쪽으로 먼저 걸어갔다.건물 아래에 세운 검은 승용차 안에는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앞 좌석의 비서가 몸을 돌리고 공손하게 물었다.“국장님, 부처로 복귀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바로 자택으로 가시겠습니까?”최시훈은 뒷좌석에 몸을 기댔다. 차창 밖으로 쏟아지는 불빛이 그의 뚜렷한 옆모습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그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기다란 손가락으로 방금 끝낸 회의 자료의 모서리를 무심코 쓸어내렸다.“설비 관리 센터에 연락해.”남자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당장 지난 일주일 동안 핵심 실험 구역의 대형 공용 장비들의 상세 예약 기록과 실제 사용 현황을 파악해.”“네.”비서는 지시를 받자마자 전화를 들어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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