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최시훈이 몸을 일으켜 먼저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송하나는 그의 뒤를 반걸음 정도 간격을 두고 따랐다.깊은 밤, 텅 빈 복도는 을씨년스러울 지경이었다.센서 등은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했다.엘리베이터 홀에 도착하자 최시훈이 하행 버튼을 눌렀다.금세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안에는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최시훈이 안으로 들어서더니 문밖에 서 있는 송하나 쪽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안으로 발을 디뎠다. 일부러 거리를 두려는 듯 남자의 반대쪽에 섰고 금속 문이 소리 없이 닫히며 두 남녀를 좁은 공간에 가뒀다.밝은 조명 아래 숨을 곳 하나 없었다.청량함과 더불어 고급 원단에서 나는 은은하고 깨끗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줄어드는 층수를 응시했다. 허리는 곧게 펴고 손가락은 무의식중에 가방끈을 꽉 쥐었다.옆에 있는 남자의 존재감이 너무나 강렬했다. 키에서 오는 압박감, 높은 지위에서 비롯된 기세, 그리고 모두가 묵인하는 진서영과의 친밀한 관계까지...이 모든 요소가 겹치면서 밀폐된 공간에서 질식감을 느꼈고 좀 전에 실험실에 있을 때보다 더욱 긴장했다.최시훈의 시선은 계속 줄어드는 층수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턱선이 차가운 조명 아래 더욱 날렵하고 차가워 보였다.그는 옆에서 긴장해 하는 송하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고 1층에 도착하기 직전에 대뜸 입을 열었다.“실험 계획에 어려움이 있다면 서면으로 작성해서 장 교수님 통해 제출하세요. 합리적인 자원 요청은 프로젝트팀에서 조율해줄 겁니다.”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오직 절차와 직급에 엄격하게 기반한 말투였다.하지만 이 늦은 밤, 그녀가 장비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과 감기 투혼으로 야근하는 모습을 목격한 직후에 나온 이 말은 묘한 의미를 띠게 되었다.송하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최시훈을 힐끗 쳐다보았다.차분한 표정으로 앞만 쳐다보는 이 남자, 대체 뭘 알아채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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