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남편이 내연녀 생일이라고 경매 최고 낙찰가를 지르는 동안, 그녀는 자궁외임신으로 인한 심한 출혈로 수술대 위에서 거의 죽을 뻔했다. 결혼 4년,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에도 남편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그녀 원수의 딸을 보물처럼 아끼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 순간 그녀는 이 결혼을 철저히 단념하고 이혼합의서만 남겨둔 채 단호하게 떠나갔다. 다시 직장으로 복귀한 그녀는 치열하게 커리어를 쌓아가며 강현시 전체를 깜짝 놀라게 했고 상류 사회의 높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제 그녀의 주변엔 괜찮은 남자들이 끊이질 않았고 이를 지켜보던 매정 보스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 직접 나서서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는 남자들을 일절 차단했고 그녀를 벽에 몰아붙였다. “넌 언제나 내 와이프야. 이혼? 절대 동의 못 해!”
View More외국인 남자는 고작 40만 원짜리 단역 배우에 불과했다. 대본에 이토록 디테일한 것까지 적혀 있을 리 만무하니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궁지에 몰린 남자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애원하듯 백지유를 쳐다보았다.그러나 그녀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아무런 기색 없이 침묵할 뿐이었다.심성빈의 눈가에 서늘한 빛이 스쳤다. 목소리엔 힘이 실려 남자의 거짓을 한방에 꿰뚫었다.“이분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 습관조차 모르면서 입만 열면 여자친구라 우기고 임신까지 꾸며내 모함하는 겁니까?”그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말투가 좀 더 가라앉았다.“우리 화인국에서는 허위 사실로 타인을 모욕하고 악의적으로 비방하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해요. 지금 그쪽은 구류는 물론이고 전과자로 낙인이 찍힐 텐데 그래도 계속 이 난리를 피울 건가요?”이 한마디에 외국인 남자는 완전히 얼어붙어서 어쩔 바를 몰랐다.그저 빨리 돈을 버는 일거리가 생겨서 온 건데 감옥살이까지 각오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당혹스러운 건 백지유도 마찬가지였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이야.그녀가 은밀히 눈짓을 보내자 외국인 남자는 황급히 몸을 돌려 꽁무니를 빼듯 도망쳤다.카페가 다시 고요해지고 심성빈이 고개를 돌려 백지유에게 물었다.“경찰에 신고해드릴까요?”이에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럴 필요까진 없어요.”곧이어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고마워요, 성빈 씨.”지금 이 순간만큼은 심성빈이 진짜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냉철하고 이성적이며 모든 것을 간파하는 통찰력을 지닌 이 남자. 일방적인 소문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녀를 위기에서 구하고 끝까지 보호하려 들었다. 심성빈의 인품과 그릇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때마침 심성빈의 휴대폰이 진동했다.고개를 숙여 메시지 창을 여니 송하나에게서 온 문자였다.실은 조금 전, 쇼핑하던 중 차설아가 백화점의 핫플레이스인 펄러비즈 공방을 보고는 갑자기 흥미가 생겨 송하나를 이끌고 들어갔던 것이다.송하나는 귀여운 만화
몇 차례 대화가 오간 뒤, 백지유는 속으로 감탄했다.심성빈은 그녀가 선을 본 이래 가장 출중한 상대였다.침착하고 절제된 태도에 말에는 깊이가 있었고 사고는 명쾌했으며 제스처마다 격조와 교양이 묻어났다.허세만 부리는 재벌 2세들과는 차원이 다른 남자였다.커피가 반쯤 비워졌을 때, 카페 문이 벌컥 열렸다.곧이어 덩치 큰 외국인 남성이 잔뜩 험악한 얼굴로 성큼성큼 들어와 그들 테이블로 향했다.그는 다짜고짜 백지유를 손가락질하며 어눌하면서도 서툰 말투로 질문을 쏘아붙였다.“내 아이를 가졌으면서 몰래 선보러 나와?”안 그래도 손님이 드문 카페였는데 그 한마디 외침으로 순식간에 정적을 깼다.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꽂혔고 호기심과 궁금증이 뒤섞인 눈빛들이 일제히 쏟아졌다.백지유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눈동자에 당혹감이 스쳤으나 금세 평정심을 가장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반박했다.“이봐요. 난 그쪽이랑 전혀 엮인 적도 없는데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마세요!”“뭐? 엮인 적이 없어?”외국인 남성은 감정이 격해져 한 발 더 다가서며 백지유의 팔을 잡아끌려 했다. 태도는 오만했고 강제로 끌고 갈 기세였다.“내 아이를 가진 채로 싱글인 척 선을 봐? 너 오늘 제대로 잡혔어. 나와 당장!”그의 손이 백지유의 소매 끝에 닿으려는 바로 그 순간, 길고 단단한 팔이 불쑥 튀어나와 남자의 움직임을 가로막았다.심성빈은 침착한 얼굴에 냉기 서린 분위기로 그 남자를 흔들림 없이 막아섰다.제대로 막혀버린 외국인 남성이 악에 받쳐 심성빈을 노려보며 비웃음과 도발이 섞인 목소리로 일부러 이간질했다.“이봐요, 얘 어떤 년인지 알아요? 지금 그쪽 호구로 보고 자기 애까지 떠넘기려는 수작이에요. 내 애를 배고서 감히 싱글인 척 선을 보다니! 이런 년한테 절대 속지 마세요.”백지유는 순순히 고개를 숙였고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목소리엔 일부러 꾸민 억울함이 실렸다.“헛소리하지 말라고요. 저 그런 적 없어요...”겉으로는 무력해 보이는 변명이었지만 실상은 아무런 설득력도 없
고여진의 추진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행여나 아들 심성빈이 마음을 바꿀까 봐 맞선을 다음 날 오전으로 잡아버렸다.같은 날, 차설아는 송하나와 쇼핑을 하기로 약속했다.심성빈이 차를 몰아 시내 중심가에 있는 백화점까지 데려다주었다.차가 막 멈추자 최로운의 차도 마침 도착해 있었고 차설아가 안에서 내렸다.심성빈은 안전벨트를 풀고 손을 뻗어 송하나의 정수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가봐. 설아랑 재밌게 놀다 와.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다 사. 일 끝나는 대로 바로 데리러 올게.”송하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차에서 내린 그녀는 차설아에게 달려가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백화점으로 들어갔다.한편 최로운은 차설아를 보내고 돌아서서 심성빈 차 옆에 기대서며 흥미진진한 눈길로 물었다.“마음 정했어? 진짜 선보러 갈 거야? 대충 핑계 둘러대고 안 갈 줄 알았는데.”심성빈의 시선은 송하나가 사라진 방향에 머물러 있었고 말투는 한없이 담담했다.“한 번은 피할 수 있어도 평생 피할 순 없어. 지금 안 가면 끝도 없이 자리를 만드실 분들이야.”최로운은 단번에 그의 깊은 속내를 꿰뚫으며 핵심을 짚었다.“너 혹시 부모님이 네 사생활을 캐다가 결국 송하나 씨 존재까지 알아낼까 봐 겁나는 거지?”심성빈은 부정하지 않았다.시선을 거두고 최로운을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오늘 일은 절대 하나한테 말하지 마.”“걱정 마.”최로운이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대답했다.“나만 믿어, 친구야.”최로운과 헤어진 뒤, 심성빈은 방향을 틀어 맞선 약속 장소인 카페로 향했다.가는 도중에 고여진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목소리엔 당부가 가득했다.“성빈아, 출발했어? 백지유 그 아이 내가 직접 만나봤는데 교양 있고 참해. 외모며 분위기까지 얼마나 출중한지 몰라. 이따 만나면 얘기 잘 나누고 좀 적극적으로 다가가. 내내 무뚝뚝한 얼굴만 하지 말고, 알겠지?”심성빈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무표정하게 알겠다며 대답했다.잠시 후 차가 목적지에 도착
심용군과 심성빈, 두 부자지간의 분위기가 점점 더 팽팽해지자 고여진이 급히 끼어들었다.“됐어요. 다들 그만해! 성빈이가 모처럼 돌아왔는데 온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야지 보자마자 싸우는 게 어디 있어요? 맞선 얘기는 나중에 해요. 당장 급한 것도 아니니까.”심용군은 얼굴을 굳힌 채 콧방귀를 뀌더니 바둑 둘 흥미를 완전히 잃고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거실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심성빈의 어머니 고여진이 옆에 앉아 아들의 차갑고 냉랭한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다 삼키길 반복했고 마침내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성빈아, 엄마는 다 알아. 네가 그때 고집스럽게 해외로 나간 거 말로는 사업 확장이라고 해도 실은 그 여자애 원인이 더 컸잖아. 그 애를 완전히 잊으려고 떠난 거 아니야.”심성빈의 등줄기가 미세하게 뻣뻣해졌다. 그는 시선을 내리고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다.“이제 시간도 꽤 지났으니 아무리 깊은 미련이라도 내려놓을 때가 됐어. 앞을 보고 살아가야지. 평생 과거에 얽매여 살 순 없잖니.”고여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솔직히 그때 네가 그 아이랑 맺어지지 못한 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몰라. 너희 아빠는 워낙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분이라 집안 체면이랑 격식, 이런 걸 목숨처럼 여기실 게 뻔해. 이혼한 여자는 절대 우리 집안 문턱도 못 넘게 할 거다.”“게다가... 그 아이는 네 소꿉친구 강우랑 결혼까지 했었어. 얽힌 게 너무 많아서 구설에 오르기 십상이야. 너희 두 사람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성빈아. 이 일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널 어떻게 보겠니? 우리 집안을 뭐라 평가하겠어?”고여진은 이 말들을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다가 오늘에서야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한마디 한마디가 현실적이고 가혹할 따름이었다.심성빈은 여전히 시선을 내리깔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와 송하나는 애초에 정식으로 함께한 적도 없었다. 예전 같으면 심성빈은 이런 시시콜콜한 세상의 잣대나 집안의 차별, 남들이 수군거림 따위 신경을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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