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어 빛나리

별이 되어 빛나리

Oleh:  김하이Baru saja diperbarui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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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내연녀 생일이라고 경매 최고 낙찰가를 지르는 동안, 그녀는 자궁외임신으로 인한 심한 출혈로 수술대 위에서 거의 죽을 뻔했다. 결혼 4년,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에도 남편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그녀 원수의 딸을 보물처럼 아끼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 순간 그녀는 이 결혼을 철저히 단념하고 이혼합의서만 남겨둔 채 단호하게 떠나갔다. 다시 직장으로 복귀한 그녀는 치열하게 커리어를 쌓아가며 강현시 전체를 깜짝 놀라게 했고 상류 사회의 높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제 그녀의 주변엔 괜찮은 남자들이 끊이질 않았고 이를 지켜보던 매정 보스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 직접 나서서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는 남자들을 일절 차단했고 그녀를 벽에 몰아붙였다. “넌 언제나 내 와이프야. 이혼? 절대 동의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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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제1화

강현시 모 병원.

“자궁외임신이에요. 나팔관이 파열되면 정말 위험해요. 이렇게 큰 수술인데 왜 혼자 오셨어요? 남편은 어디 있는 거죠? 당장 불러서 서명받아야 해요!”

송하나는 복부가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한참이나 울리고 마침내 전화기 너머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강우 씨, 바빠요? 배가 너무 아픈데, 당신이 좀...”

“됐어!”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가차 없이 심장을 후벼팠다.

“배 아프면 의사 찾아. 나 바빠!”

“강우 씨, 누구예요?”

전화기 너머로 낯선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야, 아무것도.”

그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어떤 게 더 마음에 들어? 골라봐, 내가 사줄게.”

귓가에는 통화가 끊긴 연결음이 뚜뚜 울렸다.

송하나의 심장이 칼날에 베이듯 잔인하게 찢겨 나갔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이 가빠지자 의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안 되겠다. 당장 수술실 준비해. 이 환자분 수술 진행해야겠어.”

송하나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병실에 누워 있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요? 환자분 어젯밤에 정말 위험했어요. 다행히 제때 수술해서 목숨을 건졌어요!”

간호사가 링거를 놓으며 투덜거렸다.

“환자분 남편 참 너무하네요! 이렇게 큰 수술을 했는데 어쩌면 얼굴 한번 안 비춰요? 정말 무책임하네요!”

“자, 여기 간호센터 전화예요. 필요하시면 간병인 부르세요.”

“고맙습니다.”

송하나는 간호사가 건네는 명함을 받았다.

휴대폰을 꺼내 간호센터에 전화를 걸려던 순간, 화면에 갑자기 [핫 뉴스] 알림이 떴다.

[강현 갑부 이원 그룹 이강우 대표, 연인을 위해 경매 최고가 280억 원 들여 마담 뒤 바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낙찰!]

강렬한 타이틀에 송하나는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사진 속 티 없이 완벽한 얼굴의 소유자는 바로 그녀의 남편 이강우였다.

송하나는 그가 항상 수치스럽게 느끼는, 숨겨야만 하는 아내였다.

결혼 생활 4년 동안 이강우는 그녀에게 얼음처럼 차갑고 무심했다.

태생이 그런 사람인 줄 알고 마음을 녹이기 위해 순종적인 아내로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막상 그가 딴 여자를 껴안고 애정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철저하게 깨달았다.

이 남자는 나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구나...

가슴을 쥐어뜯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송하나는 저도 몰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제는 정말 단념할 때가 되었다.

4년이나 끌어온 결혼이란 쇼는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

의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직 몸이 많이 허약한데 두 날만이라도 더 입원하지 그래요?”

“집에 일이 있어서요.”

“이 기간에는 절대적인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격렬한 운동은 피하고 부부관계도 가지면 안 돼요. 그럼 7일 후에 다시 검사받으러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송하나는 성수 빌리지에 있는 단독 주택으로 돌아왔다.

가정부 서민경은 아니꼬운 얼굴로 그녀를 타박했다.

“사모님, 대체 요즘 어떻게 된 거예요! 며칠씩이나 외박하다니. 대표님이 아시면 분명 화내실 거라고요!”

그녀는 비록 이씨 가문 가정부이지만, 사실상 반쪽짜리 시어머니나 다름없다.

이강우의 유모인지라 스스로 특별한 존재로 여겼으니까.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는 이씨 가문 사모님 송하나였기에 서민경은 처음부터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송하나는 잘 안다.

서민경이 자신에게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은 설령 이강우가 직접 지시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감히 이렇게 오만하게 굴 수는 없을 터였다.

송하나는 이전에 이강우의 환심을 사려고 그의 주변 사람들까지 챙겼었다.

서민경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억압받아도 언제나 이를 악물고 참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참고 싶지 않았다.

송하나는 곧바로 귀싸대기를 날리며 싸늘한 어투로 쏘아붙였다.

“건방진 것! 한낱 가정부 따위가 감히 나한테 이딴 식으로 말을 해?”

“야!”

서민경이 얼굴을 감싸고 당황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손을 댈 거라곤 미처 상상도 못 했나 보다.

“감히 날 때려?”

“그래! 때렸다, 어쩔래? 반격이라도 하게?”

송하나의 살벌한 기세에 서민경은 기가 눌렸다.

그녀가 아무리 이강우에게 사랑받지 못해도 이 집안 어르신 홍경자가 직접 선택한 손주며느리인지라 서민경은 차오르는 분노를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

송하나는 고개를 홱 돌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곧이어 서민경이 뒤에서 구시렁댔다.

“예쁘게 생기면 뭐해? 도련님은 어차피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이씨 가문 사모님 자리는 조만간 딴 사람이 차지할 거야!”

공격적인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송하나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깊은숨을 몰아쉬었다.

이제는 그 어떤 것도 중요치 않다.

오늘이 지나면 이강우에 관한 모든 것이 아무 의미가 없을 테니까.

방으로 돌아온 송하나는 자신의 개인 물품을 일일이 정리했다.

그녀의 물건은 많지 않아 상자 하나면 충분했다.

상자를 옮기다 실수로 상처 부위를 건드렸더니 복부에서 격렬한 통증이 밀려왔고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진통제를 몇 알 삼키고 나서야 겨우 통증이 가시는 듯했다.

약효 때문인지, 아니면 지쳐서인지, 그녀는 침대에 누워 몽롱한 상태로 잠이 들었다.

깊은 밤.

훤칠한 실루엣의 남자가 방으로 들어섰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쏴 하고 들리더니 20분 후, 이강우가 허리에 샤워 타월을 두른 채 걸어 나왔다.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잘생긴 얼굴에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를 지녔고 초콜릿 복근은 보기만 해도 힘이 차 넘쳤다. 물방울이 복근을 따라 흘러내리며 느슨하게 늘어진 수건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늘 하던 대로, 형식적으로 송하나의 잠옷 치맛자락을 들어 올렸다.

꿈속에서 헤매던 그녀는 통증에 화들짝 놀라 몸을 뒤척였다.

“아파...”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강우를 밀어냈다.

“저리 가.”

“갑자기 웬 밀당? 우리 하나 또 새로운 수법이 늘었네?”

낮고 조롱 섞인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렸다.

이강우는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보복하듯 그녀를 비웃었다.

“한 달에 한 번 합방하는 거 네가 할머니께 졸라서 받아낸 거잖아. 이제 하기 싫어진 거야?”

상처 부위가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에 송하나는 순식간에 눈물을 쏟았다.

그녀는 이강우가 자신을 증오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은 이씨 가문의 어르신 홍경자가 그녀와 이강우의 결혼을 부추겼다.

결혼 후, 이강우는 송하나를 대하는 태도가 마냥 냉랭했다. 이를 본 홍경자가 뒤늦게 규칙을 정했는데 매달 하루는 송하나와 합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매번 송하나를 단순히 욕망을 해소하는 도구처럼 대했다.

지난 4년간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니 송하나의 마음은 고통으로 가득 찼다.

매사에 조심스럽고 서러움도 참으면서 굽혀왔지만 이 남자의 마음을 요만치도 얻지 못했다.

이럴 바에야 뭐가 아쉬워서 미련을 버리지 못할까?

“강우 씨, 우리 이혼해요...”

송하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이강우는 평소라면 밤늦게 걸려오는 전화를 질색하지만, 이번에는 부드러운 말투로 받았다.

“그래, 무슨 일이야?”

“강우 씨, 나 혼자 너무 무서운데 와서 좀 같이 있어 주면 안 될까요?”

수화기 너머로 애교 섞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어.”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 목소리에는 송하나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다정한 온기가 담겨 있었다.

“20분만 기다려. 금방 갈게.”

통화를 마치고 이강우는 몸을 돌려 떠났다.

송하나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몇 분 후, 아래층에서 차가 떠나는 소리가 들렸다.

송하나는 눈물이 베개를 적시고 창백한 손가락으로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사랑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이토록 선명할 줄이야.

다음 날 아침.

송하나는 이혼합의서를 남겨두고 캐리어를 챙겨서 집을 나섰다.

복부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고 몸 아래에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듯했다.

고개를 숙이고 보니 다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고 끔찍한 핏자국이 바닥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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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시 모 병원.“자궁외임신이에요. 나팔관이 파열되면 정말 위험해요. 이렇게 큰 수술인데 왜 혼자 오셨어요? 남편은 어디 있는 거죠? 당장 불러서 서명받아야 해요!”송하나는 복부가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전화를 걸었다.통화연결음이 한참이나 울리고 마침내 전화기 너머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강우 씨, 바빠요? 배가 너무 아픈데, 당신이 좀...”“됐어!”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가차 없이 심장을 후벼팠다.“배 아프면 의사 찾아. 나 바빠!”“강우 씨, 누구예요?”전화기 너머로 낯선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야, 아무것도.”그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어떤 게 더 마음에 들어? 골라봐, 내가 사줄게.”귓가에는 통화가 끊긴 연결음이 뚜뚜 울렸다.송하나의 심장이 칼날에 베이듯 잔인하게 찢겨 나갔다.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이 가빠지자 의사가 다급하게 외쳤다.“안 되겠다. 당장 수술실 준비해. 이 환자분 수술 진행해야겠어.”송하나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병실에 누워 있었다.“이제 정신이 좀 들어요? 환자분 어젯밤에 정말 위험했어요. 다행히 제때 수술해서 목숨을 건졌어요!”간호사가 링거를 놓으며 투덜거렸다.“환자분 남편 참 너무하네요! 이렇게 큰 수술을 했는데 어쩌면 얼굴 한번 안 비춰요? 정말 무책임하네요!”“자, 여기 간호센터 전화예요. 필요하시면 간병인 부르세요.”“고맙습니다.”송하나는 간호사가 건네는 명함을 받았다.휴대폰을 꺼내 간호센터에 전화를 걸려던 순간, 화면에 갑자기 [핫 뉴스] 알림이 떴다.[강현 갑부 이원 그룹 이강우 대표, 연인을 위해 경매 최고가 280억 원 들여 마담 뒤 바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낙찰!]강렬한 타이틀에 송하나는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사진 속 티 없이 완벽한 얼굴의 소유자는 바로 그녀의 남편 이강우였다.송하나는 그가 항상 수치스럽게 느끼는, 숨겨야만 하는 아내였다.결혼 생활 4년 동안 이강우는 그녀에게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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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전.현진 바이오테크 대표이사실.인사팀 직원이 서류를 가져왔다.“대표님, 오늘 면접 보러 온 지원자들 서류입니다.”“거기 놔둬. 이따가 회의가 있으니 면접은 참석 못 할 것 같아.”“네.”서유준은 회의실로 향하려 몸을 일으키다가 무심코 가장 위에 놓인 이력서에 시선이 멈췄다.[송하나.]그 이름을 본 순간 그는 잠시 멈칫했다.이력서를 건네받고 사진 속 익숙한 얼굴을 보자 서유준의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순식간에 밀려왔다. 심지어 약간의 놀라움까지 더해졌다.그는 장현서의 자랑스러운 제자였고, 송하나보다 몇 살 더 많았다.유학 시절, 이미 장현서한테서 똑똑하고 재능 있는 제자를 거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녀는 그야말로 천재나 다름없다고 했다.장현서는 그와의 전화 통화 중 학술적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마다 늘 이 후배에 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처음에는 단순히 그녀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교수님이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녀의 소식에 귀 기울였다.그러다 점차 사진으로만 보았던 이 후배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다.유학을 마치고 서유준은 망설임 없이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들린 소식은 그녀가 곧 결혼한다는 것이었다.이번 생에 다시는 엮일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그녀의 이력서를 받게 된 것이다.서유준은 즉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오전 회의는 취소하라고 전달해!”서유준은 면접실로 향했다.인사팀 직원들은 그를 보고 잠시 놀랐다가 황급히 가운데 자리를 내주었다.“대표님.”서유준은 억누르기 힘든 설렘을 애써 참았다.“시작하지.”면접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그는 메인 석에 앉아 말없이 지켜보았고, 인사팀 직원이 지원자에게 질문을 던졌다.“대표님, 아까 그 지원자...”인사팀 직원이 서유준의 의견을 구했다.“너희가 알아서 해.”“네, 알겠습니다.”“다음 지원자, 송하나 씨.”마침내 송하나가 면접실 안으로 들어왔고 서유준의 시선은 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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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월요일 오전.송하나는 현진 바이오테크에 막 도착하자마자 윤태오의 전화를 받았다.“송하나 씨, 대표님께서 수요일 오전에 시간이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그날로 이혼 수속 예약했으니 제시간에 맞춰서 와주시기 바랍니다.”“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송하나는 깊은숨을 몰아쉬었다.수요일까지 이틀 남았다. 이틀 뒤엔 드디어 이 억압적인 결혼 생활을 끝낼 수 있다.“송하나 씨 맞으시죠?”인사팀 직원이 그녀를 보자 안으로 안내했다.“자리 배치는 이쪽이고요. 주요 업무는 신약 개발팀의 실험 진행과 자료 정리를 보조하는 거예요. 저희 회사는 최근 항암 표적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요. 관련 자료는 이쪽에 있으니 먼저 살펴보도록 하세요.”송하나가 지원한 직책은 신약 개발 보조 연구원이었다. 인사팀 직원은 두꺼운 서류 뭉치를 그녀에게 건넸다.신약 개발은 길고 복잡한 과정이라 단기간에 업무에 적응하려면 프로젝트 상황을 최대한 빨리 파악해야 했다.송하나는 자신의 자리에서 끼니를 거르며 자료를 탐독했다. 중요한 부분에는 특별히 표시하고, 자신만의 생각과 견해도 덧붙였다.어느새 퇴근 시간이 훌쩍 넘었다.자료가 4분의 1이나 남아서 그녀는 야근하기로 했다.모든 일을 마쳤을 때는 이미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사무실에는 그녀 혼자만 남아있었다.송하나는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왔다.돌아오는 길, 자신의 자리 옆에 서서 자료에 덧붙인 메모를 진지하게 읽고 있는 훤칠하고 준수한 남자의 실루엣을 발견했다.“대표님.”송하나가 정중하게 불렀다.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서유준은 고개를 들었다.“이 자료들을 사흘 안에 다 읽어도 빠른 편인데 하루 만에 끝낸 건가요?”“네... 대략적인 내용만 훑어본 정도예요. 세부적인 내용은 추가로 문헌 조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서유준은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덮었다.“아직 저녁 안 드셨죠? 같이 나가서 뭐 좀 먹을까요?”“아닙니다, 대표님.”송하나가 거절하려 했지만, 서유준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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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다음 날 오전.송하나는 회사에서 한창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데 별안간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정기 검진을 위해 시간을 내서 병원에 와달라는 내용이었다.회사는 병원에서 멀지 않았다.퇴근 후, 송하나는 10분 정도 걸어서 바로 도착했다.병원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익숙한 세단이 눈에 띄었다.그건 바로 롤스로이스 팬텀, 이강우의 차였다.그녀는 비록 타본 적이 없지만 한눈에 이강우의 차임을 알아보았다.강현 시내에 이 모델이 몇 대나 된다고...이강우는 차에 기대어, 긴 손가락 사이에 불붙인 담배를 끼고 있었다. 담배 연기가 얇은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고, 나른함과 냉담함이 공존했다.애쓰지 않아도 멋짐이 폭발했고 지나가는 젊은 여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의 인기는 아직 죽지 않았다.“강우 씨!”문득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송태리가 병원 진찰동에서 뛰어나온 것이다.이강우는 능숙하게 담뱃불을 끄고 그녀가 달려오는 순간 품에 꼭 껴안았다.“출장 다녀오는 동안 내 생각했어?”송태리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애교를 부렸다.“뭘 당연한 걸 물어요?”이강우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한편 송태리는 조수석 문을 열 때, 자신도 모르게 입을 가리며 탄성을 질렀다.“뭐야!”조수석은 온통 꽃으로 뒤덮였고 한가운데 선물 상자까지 놓여 있었다. 누가 보아도 이강우가 정성껏 고른 것이 분명했다.“강우 씨, 날 위한 깜짝 선물 고마워요!”송태리는 그의 목을 감싸 안고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송하나는 어두운 곳에 숨어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며 안색이 창백해졌다. 주먹을 세게 쥐었더니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지경이었다.결혼 4년 동안 이강우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선물을 준 적이 없었고 서프라이즈는 감히 바라지도 않았다.매번 그녀가 정성껏 준비한 선물들마저도 짜증을 내며 쓰레기통에 버리는 이 남자...송하나는 이 결혼에 대해 체념한 지 오래였다.그럼에도 이토록 극명한 대비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았다.“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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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주변에는 비를 피할 곳이 전혀 없었다. 송하나는 마지못해 가방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저택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빵빵!뒤에서 자동차 경적이 들려오자 그녀는 재빨리 옆으로 비켜섰다.검은색 세단이 그녀 옆을 스쳐 지나갔다. 차창 너머로 잘생기고 냉철한 얼굴을 보았는데 그녀가 멍하니 서 있는 사이, 차는 이미 멀어져 어렴풋이 후미등만 보였다.차 안의 사람은 바로 이강우였다.송하나는 이 남자도 방금 자신을 봤을 거라 확신했다.그런데도 속도를 줄이긴커녕 정면만 주시하며 도로를 질주했다.차가운 기운이 몸을 휩쓸었다. 그녀는 몸을 파르르 떨면서 이게 빗물 때문인지 아니면 마음에서 전해지는 서늘함 때문인지도 모르게 온몸에 한기를 느꼈다.30분 후.송하나는 비틀거리며 이씨 저택에 도착했다.온몸이 흠뻑 젖어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가정부가 문을 열어주다가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다.“사모님, 어쩌다 이렇게 흠뻑 젖으셨어요?”홍경자 역시 추위에 입술이 새하얗게 질린 송하나를 보고 안쓰러워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즉시 소파에 앉아 있는 이강우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내가 분명 하나도 같이 데려오라고 했잖아! 못난 놈, 어떻게 와이프 아까운 줄 몰라?”이강우는 짙은 눈썹을 살짝 치켰다.“쟤가 내 전화 안 받았어요.”송하나는 순간 흠칫 놀랐다.이 남자가 설마 어제 그 전화를 안 받았다고 일부러 괴롭히려는 의도일까?송하나는 가정부가 건네준 수건을 받아 아직도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닦았다.“할머니, 저 괜찮아요.”홍경자는 지팡이로 이강우의 다리를 가볍게 내리쳤다.“언제까지 앉아 있기만 할래? 얼른 하나 데리고 방에 올라가서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혀!”이강우는 효심이 깊은 아이였다.그렇지 않았다면 고분고분하게 할머니의 뜻대로 송하나와 결혼하지도 않았을 터였다.그는 긴 다리를 뻗으며, 성큼성큼 계단 위로 올라갔다.한편 송하나는 행여나 홍경자에게 들킬까 봐 하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방 안.이강우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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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송하나는 이강우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가정부가 따뜻한 생강차 한 잔을 내왔다.“사모님, 따뜻할 때 어서 드세요. 몸을 녹이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송하나는 곧바로 차를 마셨다. 순간 속이 따뜻해지고 몸도 한결 편안해졌다.식탁 위.홍경자는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죄다 앞에 차려놓았다.“하나야, 많이 먹어. 왜 이렇게 말랐어? 내가 없는 두 달 동안 강우가 또 널 괴롭혔니?”요즘 송하나는 수술과 입원, 그리고 이혼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확실히 전보다 많이 야위었다.다만 홍경자가 걱정할까 봐 그녀는 애써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할머니. 실은 제가 요즘 다이어트 중이거든요.”“다이어트는 무슨. 너 안 뚱뚱해. 여기서 더 빼면 뼈만 남겠다!”홍경자는 이강우에게 눈짓했다.“강우야, 하나한테 반찬 좀 집어줘.”이강우는 마지못해 송하나에게 두어 젓가락의 반찬을 집어주었다.매운 소고기볶음을 바라보며 송하나는 잠시 멍해졌다.그녀는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하지만 이강우가 좋아했기에 억지로라도 그 맛을 받아들이려 노력했었다.아마도 자신이 너무 잘 숨겼던 탓인지 이강우는 그녀가 선호하는 입맛이나 싫어하는 음식들 전부 아는 게 없었다.예전에는 그가 덜어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맛있게 먹었다. 너무 매워서 입안이 다 타버리고 입술이 퉁퉁 부을지라도 마음만은 달콤했다.하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자신을 학대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이강우가 덜어준 반찬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저녁 식사가 끝난 후.가정부가 식탁을 치우다가 송하나의 앞접시에 남아있는 매운 소고기볶음을 보고는 살짝 놀랐다.송하나와 이강우 사이에 무언가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또 괜히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일까 봐 망설였다.이강우는 서재로 들어가 업무를 처리했다.한편 홍경자는 송하나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았다.“하나야, 지난 몇 년 동안 마음고생 많았지?”이 주제가 나오자 홍경자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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