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Bab 81 - Bab 90

397 Bab

제81화

지나윤은 피터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웨스터 리를 만났지만, 자신의 신분은 비밀로 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웨스터 리도 그 약속을 확실하게 지켰다.삼 년 만의 재회였기에, 지나윤은 웨스터 리가 이미 자신을 잊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의 반응은 예전과 다름없이 뜨거웠다.웨스터 리가 저녁을 사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정중히 사양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지나윤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피아노 퀸 펜던트만큼은 너무 고가라 받을 수 없다고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웨스터 리는 곧바로 무지막지하게 대못을 박았다!“지나윤 씨가 안 받으면 나 남편이랑 이혼할 거야!”지나윤은 납득할 수도 이해도 되지 않아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도대체 그게 무슨 관계가 있다고...’결국 펜던트를 받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너무 끌게 될 것 같아서 목에 걸지는 않았다.웨스터 리와 헤어진 뒤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낯선 발신 번호였다.일련 번호로 이루어진 전화번호였는데, 딱 봐도 거액을 주고 산 번호 같았다.지나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지나윤 씨! 빨리 좀 와줘!]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우원재였다.놀란 지나윤은 눈을 크게 떴다.지나윤이 아무 말이 없자, 우원재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시진이 형이 완전히 떡이 됐어! 지금 우리 모던 타임즈에 있거든!][지나윤 씨가 안 오면 여기서 그냥 술 먹고 죽겠다고 하면서!”‘채연서는? 그럼 채연서는 어디 있는데?’지나윤은 우원재에게 그렇게 묻고 싶었다.웨스터 리가 자신을 데리고 먼저 나갔기에, 그 뒤로는 유시진이 채연서와 함께 있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설령 둘이 같이 있지 않는다고 해도, 그 인간이 왜 모던 타임즈에서 술을 퍼 마시는데?’‘마시고 취해야 할만한 이유라도 있어?’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혹시... 나하고 웨스터 리가 친한 걸 보고 기분이 상한 건가?’지나윤은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또 무슨 착각을...’“취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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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지나윤은 완전히 우원재의 말에 놀아난 것이다.그녀가 돌아서서 나가려는 순간, 우원재가 그녀를 가로막았다.“왔는데 뭘 가려고! 그냥 있어!”우원재와의 내기에서 진 남자도 맞장구를 쳤다.“그러게 말이야! 시진이 형이 취했다니까 바로 달려오네? 이렇게 줏대 없는 줄 알았으면 내기를 안 했지.”말한 사람은 조세용이라는 남자인데, 지나윤은 그와는 일면식도 없었다.“그러니까 내가 뭐랬어! 우리 시진이 형 매력이 쩐다니까! 여자들이 줄줄이 들러붙어! 특히 이런 아줌마는 더 그렇지!”우원재는 일부러 지나윤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룸 안의 조명이 어두웠지만, 지나윤 얼굴에 드러난 분노는 모두 똑똑히 볼 수 있었다.채연서와 저녁을 먹은 뒤, 유시진은 우원재의 연락을 받고 둘이 같이 모던 타임즈로 왔다.지나윤과 유시진이 이혼 문제로 싸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조세용은, 술김에 지나윤을 두고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그래서 우원재와 내기를 하게 된 것이다.“지나윤은 못 부를 걸. 불러온다면 내가, 못 부르면 네가 이 테이블의 위스키 전부 다 마시는 거야!”“앉아, 서 있으라고 한 사람도 없잖아?”술이 오른 우원재가 지나윤의 팔을 잡고는 억지로 소파 쪽으로 끌었다.지나윤은 우원재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우원재가 혀를 차며 말했다.“너, 너 말이야. 시진이 형이 걱정돼서 달려온 거잖아? 그러고도 잘난 척하는 거야? 이미 찌질하게 굴었으면 그냥 끝까지 찌질하게 굴어! 그렇지, 얘들아?”룸 안은 폭소로 가득 찼다.담배를 조용히 끄면서 유시진은 지나윤을 힐끗 쳐다보았다.수치와 분노가 뒤섞인 지나윤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그의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너도 봤지? 나 안 취했어. 그러니까 가도 돼.”유시진의 말이 떨어지자 다시 폭소가 터졌다.“시진아, 지나윤 쫓아내지 마.”채연서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면서 말했다.“지나윤은 네가 걱정이 돼서 이렇게 달려온 거잖아. 그리고 몇 년 동안 시진이 위해서 고생도 많이 했잖아? 공은 없어도, 고생은 했지.”“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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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지나윤은 이런 입에 담지 못할 말만 내뱉는 취객과 더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피하려고 했지만, 남자가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내가 가도 된다고 했어? 어깨를 박아놓고 그냥 가면 끝이야?”지나윤이 필사적으로 뿌리쳤지만,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녀가 붙잡혀 있는 걸 보고도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여기 단골인 모양이네... 아무도 놀라지 않는 걸 보니.’“왜 이렇게 꽁꽁 싸매고 이런 데를 왔어? 안 더워? 오빠가 벗겨줄까?”남자의 손이 옷깃을 향해 다가오자, 지나윤은 순간적으로 그의 손목을 비틀고 아랫도리를 정확히 노려서 강하게 걷어찼다.남자의 비명이 터져 나오는 순간, 지나윤은 있는 힘껏 클럽 밖으로 뛰쳐나갔다.큰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가, 사람들이 많은 큰 거리로 나온 뒤에야 비로소 멈췄다.‘여기까지는... 쫓아오지 못하겠지...’그제서야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떨렸다.‘오늘... 모던 타임즈만 안 갔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망신을 자초한 데다가... 봉변까지 당할 뻔했어.’두 눈이 뜨거워지면서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지나윤은 이를 악물고 끝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다음 날, 유시진은 회사에 나오지 않았고 채연서도 휴가를 냈다.누군가는 두 사람이 데이트하러 갔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웨딩드레스를 보러 갔다고 떠들었다.어쨌든 유시진과 채연서 둘 다 회사에 없으면,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운정힐스.유시진은 숙취로 머리가 지끈거린 채 안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시진아, 내가 끓인 해장국이야. 얼른 따뜻할 때 먹어!”채연서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장국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연분홍색 실크 슬립을 입은 그녀는,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 상큼한 바디 클렌져 향이 풍겼다.유시진을 부드럽게 일으켜 세운 뒤, 해장국을 한 숟가락 떠서 온도까지 확인하고는 직접 떠먹여 주었다.“회사 안 가?”유시진이 물었다.“이미 휴가 냈어. 이렇게 취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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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전태지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오늘은 술이 안 취했는지 멀쩡해 보였다. 그러나 지나윤을 훑어보는 눈빛은 여전히 불순해서, 그 시선만으로도 지나윤은 온몸이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설마... 저 인간이 먼저 신고했을 줄이야.’지나윤은 상대방이 먼저 신고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내가 당신이 먼저 나를 붙잡았기 때문에 내가 때린 거잖아요. 경관님, 클럽 안에 CCTV 있잖아요. 확인해 보면 다 나올 텐데요.”하지만 전태지는 두 팔을 깍지 낀 채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CCTV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남자분이 희롱하는 장면은 없고, 지나윤 씨가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한 장면만 있더군요.”경찰의 말에 지나윤은 충격을 받았다.‘CCTV를 누가 손을 댔다고 해도 경찰이 모를 리가 없는데...’‘결국 이 경찰들도 전태지 편이라는 거네.’지나윤이 구류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면서, 경찰은 보호자에게 연락하라고 했다.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지나윤의 손가락 마디마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내 가족이라고 해도... 엄마는 요양병원에 계시고... 남은 사람은... 유시진밖에 없는데.’자신이 구류를 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유시진에게는 정말로 알리고 싶지 않았다.‘이걸... 유시진에게 말한다고? 이건 내 커리어에도, 내 인생에도 치명적인데...’‘이혼하고 싶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내 인생을 걸 순 없어.’“저, 어젯밤 일을 합의하고 싶어요. 치료비가 필요하다면... 제가 드릴게요.”지나윤이 먼저 전태지에게 제안했다,어젯밤 전태지가 개망나니짓을 했고 자신은 잘못이 없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걸 뻔히 알면서 자신이 손해를 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야.’지나윤을 위아래로 훑어본 전태지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씩 웃었다.“그럼... 밥 한 끼 사. 그걸로 끝내줄 테니까.”‘이렇게 간단하다고?’지나윤은 뭔가 의심스러웠다.합의하기로 한 당일, 지나윤은 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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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여기는 고아라의 집도 아니고, 자신의 집도 아니다.하지만 눈에 들어온 천장은 낯설지 않았다.그건 바로 천장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시어머니가 직접 고른 물건이기 때문이었다.여긴 바로 운정힐스, 지나윤과 유시진의 신혼집이었다.지나윤은 잠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이불 속을 슬쩍 내려다보니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네가 옷에 다 토해서, 옷은 전부 버렸어.”침실 문가에 서 있던 유시진이 그렇게 말했다.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지나윤은 순간적으로 온몸이 굳어졌다.남자의 까만 눈동자는 마치 먹물을 풀어 놓은 듯 깊고 짙었다.방 안으로 들어온 유시진이 그녀에게 잠옷을 건넸다.지나윤이 이불 속에서 조심스레 옷을 갈아입자, 그 모습을 본 유시진이 싸늘하게 비웃었다.“내가 보는 게 겁이 나?”지나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또다시 그의 비웃음이 들렸다.‘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유시진이... 날 데려온 건가? 내가 토한 건... 맞아, 어렴풋이 기억나.’하지만 지금 몸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고, 오히려 은은한 민트 향의 바디 클렌져 향기가 났다.유시진이 좋아하는 향이라, 늘 이 향의 바디 클렌져를 사놓곤 했다.‘그럼... 설마 유시진이 나를 씻겼다는 거야?’‘운정힐스에 유씨 가문 본가처럼 도우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지나윤의 뺨이 서서히 붉어졌다.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막상 입을 떼려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결국 유시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네가 술병으로 때린 그 남자, 누군지 알아?”지나윤은 움찔했다.‘나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유시진이 벌써 그 일을 알고 있다니...’‘뭐, 저 인간의 능력이라면 내가 설명을 안 해도 다 알아낼 수 있겠지.’“이름이... 전태지라는 것밖에 몰라.”지나윤은 사실대로 말했다.유시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전태지는 JJ건설 사장이야. 그리고 JJ건설은 HF그룹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 지금 너 때문에 병원에 누워 있어서, 그 프로젝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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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유시진은 엎드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얼굴은 시퍼렇게 질려 있었고, 온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흐르면서 의식도 흐릿했다.“유시진!”지나윤이 급히 부축해서 일으켰지만,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 않았다.곧바로 119에 신고했지만, 퇴근 시간이라 구급차가 도착하려면 30분 이상이 걸린다는 답변만 들었다.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유시진을 부축하고 사무실 밖으로 나섰던 지나윤은, 마침 들어오던 채연서와 마주쳤다.처음에는 지나윤이 유시진을 부축하고 있는 걸 보고 채연서의 눈빛이 변했지만, 곧 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시진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위가 다시 안 좋아진 것 같아.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어.”“아니, 어떻게 멀쩡하던 사람이 이렇게 아파?”지나윤은 채연서를 흘겨봤다.‘니가 데리고 다니면서 매운 거 먹으러 다니다가 이렇게 된 거야!’하지만 더 이상 채연서와 말씨름하기도 싫었다. 지나윤이 유시진을 부축해 엘리베이터로 향했지만, 하필’정비 중’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대표 집무실은 건물 맨꼭대기층인 79층에 있고, 그 위의 옥상은 정원이다.71층에서 79층까지 이 구간을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는 단 한 대였다.“어떡해, 구급차 아직 안 왔어?”채연서가 초조해하며 안절부절못했지만, 지나윤이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등에 업게 좀 도와줘. 내가 업고 갈 테니까.”“아니, 업어서 어떻게 하려고?”“그냥 시키는 대로 해! 이러다 쇼크 오면 어쩔 건데!”지나윤이 소리를 지르자, 채연서는 더 이상 토를 달지 못하고 지나윤이 업도록 도왔다.지나윤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기절한 유시진을 업은 채 비상계단 쪽으로 향했다.따라오던 채연서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설마... 여기 79층이야! 시진이를 업고 여기서 끝까지 내려가겠다는 거야?”“아래 71층까지만 가면 다른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어.”그녀는 담담히 말한 뒤 곧장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달리 방법이 없었던 채연서는 뒤를 따라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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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차갑게 말을 내뱉은 뒤, 지나윤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병원을 나섰다.양화영이 뒤에서 어떻게 날뛰든 전혀 돌아보지도 않았다.병실 안의 유시진은 이미 깨어 있었다.사과를 깎고 있던 채연서는, 그의 시선이 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병실을 여기저기 훑고 있는다는 걸 눈치챘다.때마침 돌아온 양화영은 아들이 깨어난 걸 보자마자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빠뜨리지 않고 채연서의 칭찬도 곁들였다.“네가 쓰러져 있는 동안, 연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기절한 널 업고 팔층이나 내려갔다니까!”“구급차를 타고 병원까지 따라와서 밤새 너를 지켰어! 연서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니, 정말...”“어머니, 그만하세요. 전 정말 별거 안 했는데...”채연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유시진은 고요하고 깊은 바다 같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생 많았어.”채연서는 곧바로 그의 손을 꽉 잡으면서 말했다.“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유시진은 이틀만 입원한 뒤 곧 퇴원했다.위가 원래 약했지만 너무 오버할 정도는 아닌 데다가, 회사 업무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회사에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졌다.[채연서가 기절한 유시진을 업고 팔층을 내려갔대.][두 사람은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어.][채연서는 유시진의 은인이자, 가장 아끼는 사람이야.]이런 얘기를 계속 듣자, 지나윤도 이제는 무덤덤해졌다.처음에 그녀는 사실을 말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내가 말해도, 누가 믿겠어.’‘나하고 유시진은 이미 아무 관계도 아닌데...’‘내가 유시진을 업고 내려갔을 거라고 사람들이 믿겠어?’‘유시진은...’지나윤은 이제 체념했다.그가 오해하는 편이 오히려 더 나았다. 그 틈을 타 이혼 얘기를 꺼낼 수 있으니까.퇴근 직전, 지나윤은 어젯밤 준비해 둔 이혼 서류를 꺼내 유시진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유 대표님, 서류에 서명해 주세요.”그녀는 회사 공문처럼 유시진의 눈앞에 이혼서류를 단정하게 놓았다.유시진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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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품에 안겨 있던 지나윤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유시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입꼬리를 올리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저기 문밖에... 그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 서 있겠지?”유시진은 그녀를 번쩍 들어 침대에 내던졌다.“날 사랑하면서 순진한 애를 달고 다녀? 차라리 내가 걔가 단념하도록 해줄까?”단단한 몸으로 그녀를 짓누르자, 지나윤의 얼굴은 곧바로 하얗게 질렸다.‘이건... 아니야...’“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소리를 밖에서 듣게 해줄까?... 어때? 좋은 생각이지?”문 밖에서 이준혁은 계속 서성거리고 있었다.그러다 안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지나윤 씨! 지나윤 씨, 괜찮아요?!”이준혁이 거세게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당황한 이준혁이 핸드폰을 꺼내서 신고하려고 했다.그때 현관문이 벌컥 열리면서 유시진이 서 있었다. 입가의 터진 상처에서는 피가 흐른 채로.상반신은 벌거벗은 데다가, 허리에는 수건 하나만 감고 있었다.그 꼴을 보자, 이준혁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당신... 지나윤 씨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유시진은 흥미롭다는 듯 씩 웃었다.“난 남편이야. 아내한테 뭘 하든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지.”급히 옷을 추스린 지나윤이 침실에서 뛰쳐나왔을 때는, 이미 두 사람이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그녀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어서 경찰에 결국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세 사람은 나란히 파출소로 끌려갔다.맞은 건 이준혁이 훨씬 더 많이 맞았지만, 먼저 손을 쓴 건 이준혁이기 때문에 책임도 더 많이 져야 했다.“이번 일은 다 내 잘못이야. 이준혁 씨 책임은 묻지 말아줘.”그녀가 이준혁을 위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면서 유시진은 비웃었다.“안 돼.”“지나윤 씨, 저 인간한테 구걸하지 마세요. 난 괜찮으니까요. 아니, 차라리 더 패 버릴 걸 그랬어요.”이준혁은 여전히 계속 큰소리를 쳤지만, 지나윤은 자신 때문에 전과가 생기게 놔 둘 수 없었다.“내가... 더는 이혼 얘기 안 하고 운정힐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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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하지만 지나윤은 자신에게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지나윤 씨가 유 대표님하고 어떤 관계인지도 잘 알아요. 유부녀인 이상, 부부 사이 문제에 제3자가 끼어들어선 안 되겠죠.”“설사 나중에 이혼을 한다 해도, 나는 우리 준혁이가 이혼녀를 아내로 맞게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이해하겠어요?”지나윤의 안색이 변하는 걸 본 윤세희가 다시 부드러운 말투로 덧붙였다.“말이 좀 직설적이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준혁이는 아직 어리고, 미숙해요.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헛된 길로 빠지는 걸 막고 싶잖아요.”“그리고 지나윤 씨는 예쁘고 배려심도 깊으니, 엄마인 내 마음도 알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준혁이가 가업을 잇겠다고 마음을 돌린 건 정말 지나윤 씨 덕분이죠. 감사해요.”그러다 윤세희가 가방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지나윤 씨가 유 대표님 부인인데, 감사의 표시도 소홀하면 안 되겠죠.”윤세희는 카드를 지나윤 앞으로 내밀었다.“여기 백억 원이에요. 이건 지나윤 씨 개인에게 드리는 돈이에요. 이미 세금 문제도 다 마쳤고,유 대표님과는 아무 상관도 없지요.”즉, 이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 아니라는 뜻이다.지나윤은 겉보기엔 우아하기만 했던 이준혁의 어머니가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계산할 줄은 전혀 몰랐다.‘역시... 재벌가는 다르구나.’‘준혁 씨 어머니가 진짜 두려워하는 건 내가 이혼한 뒤에 자기 아들과 얽히는 거야.’“걱정 마세요. 저는... 이준혁 씨와는 다시는 만나지 않겠습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안은 쓴 약초를 씹은 듯 쓰기만 했다.이준혁은... 그녀가 마음을 열고 사귄 몇 안 되는 ‘진짜 친구’였기에.“하지만... 돈은 받을 수 없습니다.”지나윤은 완곡하게 거절했다.“아니에요, 받아주세요.”윤세희가 단호하게 말했다.“지나윤 씨가 받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 있겠어요?”“알겠습니다... 그럼, 받겠습니다.”상대를 안심하게 하기 위해서, 지나윤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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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이건 안 되겠어... 내가 보니까, 처음 버전으로 다시 돌리는 게 낫겠어!”채연서는 지나윤의 책상 옆에 선 채 명령하듯 말했다.여기가 지나윤의 새 자리였다.이제 그녀는 더 이상 유시진의 비서가 아니라, HF그룹 디자인팀의 직원 즉 채연서의 부하 직원인 것이다.이게 채연서의 뜻인지, 아니면 유시진의 뜻인지 지나윤은 알 수 없었다.사직서는 이미 작성해 놓았지만 차마 아직 제출하지 못하고 있었다.지난번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유시진이 쏘아붙인 한마디에 더이상 할 말이 없었으니까.애초에 그녀가 HF그룹에서 일하게 된 건 유시진이 고아라를 봐주는 대신이었다.지금 다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해도, 유시진이 허락할 확률은 10%도 되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지나윤 자신도 망설이고 있었다.물론 채연서 밑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채연서에게 겁을 집어먹었다고 생각하게끔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결국, 진작에 써 둔 사직서는 오늘도 지나윤의 책상 서랍 속에서 나오지 못했다.디자인팀에 배치된 첫날, 그녀는 예상대로 또 야근이었다.80번 넘게 디자인을 수정했지만, 결국은 다시 처음 버전으로 회귀했다.그래도 이걸 두고 채연서가 지나윤을 괴롭힌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디자인 업계에서는 워낙에 흔한 일이니까.다행히 지나윤은 야근에 거부감이 없었다.‘익숙해지면 자연스러워진다’는 말처럼 몸은 이미 야근에 적응해 있었다.하지만 그날 유시진이 직접 디자인팀으로 와서 채연서를 데리고 나가는 모습이, 야근보다 훨씬 더 지나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지난번 운정힐스에서 유시진은 분명히 말했다.자신을 업고 8층을 내려온 사람이 지나윤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지나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채연서가 그를 업고 내려왔다고 믿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유시진만 진실을 알고 있는 건지...‘어쩌면... 그때 유시진이 정신이 흐렸어도, 조금은 의식이 있었던 게 아닐까?’하지만 지나윤은 유시진이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걸 조금도 바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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