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지나윤은 아이를 잃었다. 그리고 유시진을 사랑한 지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대학교 2학년이던 시절 학업을 포기하고 결혼했고, 결혼 3년 동안 유시진을 위해서라면 묵묵히 희생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숨겨진 파일을 통해, 자신이 유시진과 첫사랑 채연서 사이에서 놀아난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실에서 유시진과 채연서가 M국 바다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지나윤은 차분하게 이혼을 요구했다. 한때 모두가 무시하던 전업주부였던 지나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HF그룹이 특별 협업을 요청할 만큼 뛰어난 FY주얼리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었고,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의 단 한 명뿐인 스승이 되었다. 또한 레이싱계에서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여신이 되었다. 알고 보니 외교부 장관의 딸이었던 지나윤은, 회사 가치가 수조 원에 달하는 상장사 대표까지 성장했다. 지나윤을 향한 주변의 진심 어린 구애가 늘어날수록 유시진은 점점 집착하며 놓아주지 않기 시작했다. 끝내 번거로움을 견디지 못한 지나윤은 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흔적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텅 빈 묘 앞에서 유시진은 밤마다 홀로 무릎을 꿇고 앉아 시간을 버텼다. 무릎은 박살 날 것만 같았고 유시진은 점점 사람의 모습을 잃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 듯한 지나윤과 마주치자, 순간 유시진의 두 눈이 붉게 젖어 들었다. “여보, 집에 돌아와 줘, 제발.” 이에 지나윤은 잔잔하게 미소를 띠었다. “유 대표님, 그렇게 말하지 말라 했죠. 우린 이미 끝났어요. 난 지금 솔로예요.”
もっと見る“이분은 우리 부서의 새로운 동료예요. 앞으로 PO 부서의 제품 라인을 함께 맡게 될 테니 모두 잘 지내보죠.”문혜윤 팀장이 간단히 인사를 건네고는 신입에게 자기소개를 요청했다.“안녕하세요. 지나윤이라고 해요.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텐데 잘 부탁드려요.”사무실 안에서 모두 박수를 쳤지만 채연서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연서 씨, 혹시 아는 사람이에요?”장연지가 눈치 빠르게 묻자, 채연서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애매하게 웃었다.대답을 피하는 그 모습은 확신을 감추려는 듯했다.설마 새로운 직원이 지나윤일 줄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사실 채연서는 지나윤이 대학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중퇴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학위도 없고 경력도 없는데, 이 회사에서 어떻게 이런 사람을 받아들였지?’명문대 출신인 자신조차 필기시험 두 번, 면접 세 번을 거쳐서 겨우 인턴으로 들어와 교육받았는데, 지나윤은...채연서의 손가락 사이에서 볼펜이 부러질 듯 틱 소리를 냈다.그러다 문득 지난번 FY의 연회가 떠올랐다.그리고 그때 머릿속에 번득하고 떠오른 하나의 가능성에 입가가 서늘하게 굳어졌다.지나윤은 소년원에서 일할 수 없게 되자 피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FY주얼리는 새로운 제품 라인을 만들어야 했기에, 피터는 본부장으로 앉히려고 했지만 그녀가 거절했다.이후 팀장 자리를 제안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결국 피터는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어서 일반 직원으로 임명했다.사실 지나윤이 이렇게 하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대학 중퇴 사실은 언젠가 들키게 마련이고, 인턴 교육도 받지 않았고 다른 회사에서 일한 경력도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고위직으로 입사한다면 불필요한 시선을 끌 뿐이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피아노 시리즈 디자인의 핵심 디자이너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주목받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누군가 그 영감의 출처를 캐묻는 일이었다.그래서 그냥 평직원으로 일하는 것이
지나윤은 어릴 때부터 음악 속에서 자라며 남다른 재능을 보였고,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했다.전자 오르간 위의 얼룩을 보고 휴지로 조심히 닦아낸 것이었는데, 그 모습을 유시진 일행은 청소 직원으로 착각한 것이다.오랜 시간 건반을 만지지 않았기에, 지나윤 자신도 얼마나 잘 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연주가 끝나자 홀 안은 박수갈채로 가득 찼다. 호텔 사장이 초대한 피아니스트까지 직접 다가와 지나윤을 칭찬하면서, 몇 곡만 더 연주해달라고 부탁했다.상대의 눈빛이 진지하고 흥분돼 있어 오늘 자신의 연주가 괜찮았다는 것쯤은 그녀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고아라의 부탁에 힘이 된 셈이었다.호텔 로비 바깥 복도에서 유시진은 꽤 오랜 시간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다.유시진은 중요한 거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반대편 귀로는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피아노 소리였다.이 홀에는 지금 피아노가 없고 전자오르간만 있어서 그런지, 그 음색은 더 낯설고 기묘하게 들렸다. 유시진은 원래 이러ㄴ 악기에 관심이 없었지만, 희미하게 번지는 그 소리는 빗방울이 가슴에 스며드는 것처럼 오래된 기억을 건드렸다.가슴 한구석이 잔잔하게 흔들렸는지, 결국 유시진은 중요한 통화도 마치지 못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홀로 돌아갔을 때, 악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한 중년 남성이었고 음악계에서 꽤 이름 있는 피아니스트였다.재빨리 다가온 채연서는 남자의 시선 속 실망을 놓치지 않았다.“왜 그래? 시진아?”채연서가 자연스럽게 유시진의 팔을 끼었지만, 남자의 시선은 여전히 무대 쪽에 머물렀다.“아니야. 그냥 이 사람이 방금 연주한 느낌이 네가 손 다치기 전 치던 감성이랑 조금 비슷해서.”“내가 어떻게 저런 분들하고 비교가 되겠어.”채연서는 달콤한 말투로 고개를 유시진의 어깨에 기댔다.유시진 또한 방금 자신이 착각했던 거라 생각했다.지금 들리는 연주는 기억 속 그 감정과 전혀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우원재와 나머지 일행이 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지엠 직원입니다. 저희 대표님이 지나윤님께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그 말을 듣자 지나윤은 비로소 상황을 이해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지엠 점장인 조세희가 사람을 보내 옷을 챙겨준 것이다. “근데 나를 처음 보는데도 내가 지나윤인 줄 알았어요? 눈썰미가 좋으시네요.”지나윤이 가볍게 농담처럼 말하자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대표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누군지 몰라도 상관없으니까, 호텔 안에서 제일 예쁜 분한테 드리면 그분이 지나윤 씨일 거라고요.”그 말에 지나윤은 살짝 민망해졌다. 그러나 옆에 서 있던 채연서 일행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지며 불쾌함이 서렸다.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지나윤은 옷을 안아 들고 탈의실을 찾으려 돌아섰다.그때 청소부 아주머니가 급하게 달려와 길을 안내하며 연신 사과했다.“죄송해요, 아까 옷을 더럽혀서요. 매니저님이 2층 탈의실로 모시라고 하셨어요.”그렇게 지나윤은 자리를 떠났고, 남겨진 채연서, 우원재, 송려화, 오희나는 서로 멍하게 얼굴만 마주했다.잠시 후, 지나윤이 다시 등장했을 때, A시 최고급 호텔인 리버엠파이어 호텔의 로비는 순간 숨이 멎은 듯 고요해졌다.2층 회전식 계단 위에 지나윤이 서 있었다.아까의 청소 직원 복장은 더 이상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무게감 있는 라인을 따라 섬세하게 떨어지는 고급 수공예 드레스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부드럽게 웨이브진 긴 머리카락은 크리스털 샹들리에의 빛을 받아 금속처럼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검은 대형 스커트 아래, 상반신을 감싸는 어두운 와인빛 장미 자수는 치밀하게 짜여 있었고, 그 위에 촘촘히 박힌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들이 숨을 쉬듯 반짝였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드레스의 윤곽이 빛을 머금고 흔들리면서, 마치 왕관을 쓴 여왕이 군림하듯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는 것만 같은 모습에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그리고 지나윤은 로비 한가운데 놓인 새 하얀 전자 오르간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채연서는 이미 눈앞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지나윤은 우원재의 말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두 눈은 오직 유시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유시진 역시 똑같은 눈빛으로 지나윤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반항적이고도 위압적인 그 눈빛은, 소년원에서 처음 마주했던 그 표정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사춘기 막바지에 있던 지나윤은 그 눈빛 앞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가슴이 쿵 내려앉으면서 온몸이 뜨거워지던 감각은 지금도 선명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지나윤은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창피하면 이혼 서류에 도장 찍어요. 이혼하고 나면 내가 길에서 구걸하든, 페트병을 주워 팔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없잖아요.”말이 끝나자 우원재가 팔짱을 끼고 크게 눈을 굴렸다.“하, 정말 답이 없네요. 길에서 구걸하고 페트병 주워 팔겠다는 소리를 당당하게 하고 있네요.”“말하는 본인은 안 역겨워요? 내 생각에는 형은 들으면서 속이 뒤집힐 것 같은데.”시끄러운 우원재가 눈에 거슬렸는지, 유시진이 남자를 옆으로 밀어내자 채연서가 선 쪽으로 가 있으라고 손짓했다.그 후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선 순간, 숨이 턱 막힐 듯 가까운 거리라서 유시진의 큰 체격이 지나윤의 시야를 완전히 뒤덮었다.그녀는 등 뒤에서 두 손을 꽉 쥐었다.평소라면 한 발 물러섰겠지만 오늘만큼은 이유 없이 버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무엇에 화가 난 건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뒤로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은 거의 닿을 듯 마주 서 있었다.표정과 눈빛만 아니었다면, 멀찍이서 보는 사람은 둘 사이를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할 수도 있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채연서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유시진이 지나윤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건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두 사람이 밀착된 거리에서 마주 서 있는 광경은 견디기 힘들었다.유시진이 조금이라도 고개를 숙이면 지나윤의 입술에 닿을 것만 같았다.이에 채연서는 손에 쥔 드레스 자락을 거의 찢어질 정도로 움켜쥐었지만, 자신이 지금 나서서 말하면 남자의 기분만 상하게 할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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