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주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여기는 그녀와 진백현의 신혼집이었다.3년 전, 결혼을 준비하며 직접 자재를 고르고 꾸몄었다. 그녀의 시간과 정성을 들인 소중한 공간이었다.그런데 지금 진백현은 다른 여자와 뒤엉켜 있었다.수없이 이딴 쓰레기 때문에 상처받을 필요 없다고 되뇌었지만, 막상 눈으로 보고 나니 심장이 찢어지는 듯했다. 진백현의 허리 위에 올라탄 여자는 그가 움직임을 멈추자, 목에 팔을 감으며 반쯤 벗겨진 옷차림으로 애교를 떨었다.“자기야, 왜 그래?”“이만 가 봐.”진백현이 그녀의 엉덩이를 툭 치며 말했다.여자는 못마땅해하다가 결국 옷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서은주 곁을 지나칠 때는 고의로 어깨를 세게 밀쳤다.명백한 도발이었다.서은주는 그 여자를 알지도 못했지만, 분위기와 옷차림, 태도만 봐도 어떤 부류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지난 5년 동안, 진백현은 단 한 번도 서은주에게 손끝 하나 대지 않았고 대신 밖에서 해결한다는 소문만 수도 없이 들었다.오늘 눈으로 확인해버린 셈이었다.“나를 여기로 부른 이유가 이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야?”서은주는 그저 입꼬리만 올렸다.“안 올 줄 알았지.”진백현은 바지를 입으며 답했다.사실 서은주의 반응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눈물도, 화도 내지 않았다.다른 여자와 조금만 가까워져도 서은주는 이유를 캐묻고, 불안에 떨며 화를 냈었다.하지만 오늘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그게 오히려 진백현을 더 불편하게 했다.진백현은 걸음을 옮겨 서은주에게 다가갔다.진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르는 바람에 서은주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역겨웠다. 그러자 진백현은 억지로 그녀의 턱을 움켜쥐며 강제로 시선을 맞췄다.“왜 피해? 왜 날 안 봐? 넌 날 좋아했잖아. 죽도록 사랑한다며?”“대체 어떻게 해야 놔줄 건데?”서은주는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설마, 육가희를 버리고 나랑 결혼이라도 하겠다는 거야?”“파혼할 거야. 너희 집안도 살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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