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취기가 잔뜩 오른 그녀의 도발에 남자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그는 그녀를 벽에 몰아붙였다. “감당할 수 있겠어?” 그렇게, 파혼당하고 갈 곳 없어진 서은주는 그를 따라나서게 되었다. ... 결혼 후, 새엄마가 된 서은주 역시, 그가 자신을 들인 이유는 다루기 쉬운 그녀의 착한 심성과 누군가를 닮은 외모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혼을 요구했을 때, 그는 조용히 그녀를 품에 안으며 잡았지만, 서은주는 냉소를 지었다. “이제 와서 겁나나 보죠?”
View More라미현의 칭찬 세례에 강씨 집안 사람들은 오히려 민망해졌다.하지만 정작 강학용은 무척 흡족한 표정이었다.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갈 만큼 기분이 좋아 보였다.그 모습을 본 강정한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적의 말에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강학용이 코웃음을 쳤다.“난 아주 냉정하다.”잠시 뜸을 들이더니 덧붙였다.“그래도 방주헌 어머니는 보는 눈이 있구나.”물론 몇 마디 칭찬에 홀라당 넘어갈 사람은 아니었다.강학용은 여전히 장인의 위엄을 단단히 세운 채 자리를 지켰다.그 모습을 보니 방주헌은 괜히 더 긴장됐다.사실 강희진과 자신의 일은 이미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허경빈도 몇 번이나 말했다.'강씨 가문에서 반대할 리 없으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뜻대로 되던가.방주헌은 긴장된 얼굴로 허경빈에게 되받아쳤던 말이 떠올랐다.“네가 솔로라서 그래. 뭘 안다고.”그러자 허경빈은 발끈하며 받아쳤었다.“너나 잘해!”어쨌든 라미현은 아들에게 단단히 당부해 두었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그냥 웃어.”그래서였을까.한쪽에서 조용히 구경하던 육강민은 이상한 광경을 발견했다.방주헌이 시종일관 헤벌쭉 웃고만 있는 것이었다.'저 녀석… 왜 저렇게 바보 같지?'육강민은 그 모습을 몰래 찍어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허경빈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오~ 우리 방방이 오늘은 정장까지 차려입었네? 제법 멋있는데?]육남혁이 바로 댓글을 달았다.[사람 흉내는 잘 내네.]하이석도 짧게 거들었다.[내 말이.]허경빈은 또 장난을 쳤다.[아, 맞다. 방방이 얼마 전에 춤 배웠잖아. 여기서 한번 춰 보라고 해.]그때 서은주가 웃으며 말했다.“날도 더운데, 다들 수박부터 드세요.”덕분에 주의력은 자연스럽게 수박으로 옮겨 갔고 방주헌도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그는 서은주를 바라보며 속으로 외쳤다.역시 둘째 형수님이 최고다!육수린은 반 통째로 잘라 놓은 수박을 가장 좋아했다. 숟가락으로 야무
강학용은 술잔을 쥔 채 강정한을 노려봤다. 민찬이와 육수린만 아니었어도, 조카 체면이고 뭐고 술을 얼굴에 끼얹었을 것이다.저 녀석은 사람 놀리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모두의 시선이 강정한에게 쏠린 사이, 아무도 육민찬을 눈여겨보지 못했다.그 틈을 타 육민찬은 아버지 앞에 놓인 작은 술잔을 몰래 집어 들더니 체리주를 한 모금 홀짝였다.달콤하면서도 살짝 알싸한 것이, 의외로 꽤 맛있었다.육강민이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육민찬은 볼이 발그레 달아오른 채 세상 신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영락없는 꼬마 술주정뱅이였다.술을 마신 지 삼십 분쯤 지나서야 아이는 몸이 이상하다며 칭얼거리기 시작했다.육강민은 차분히 아이를 달랬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육민찬이 갑자기 그의 품에 와락 토해 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육강민의 옷은 엉망이 되어버렸다.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평생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토를 맞은 건 처음이었다.그는 그저 미간만 살짝 찌푸렸을 뿐인데, 육민찬은 금세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아빠, 미안해요.”“괜찮아.”“화났어요?”“안 났어.”육민찬은 눈을 깜빡이다가 불쑥 말했다.“그럼 노래 불러 줘요.”그러더니 아버지에게 바짝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았다.“아빠, 냄새 나요.”육강민은 당장이라도 엉덩이를 한 대 때려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서은주는 해장탕을 조금 준비해 두고, 육강민에게는 씻고 옷 갈아입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육민찬을 안고 달랬다.아이는 머리가 아프다며 칭얼거렸고 서은주는 다정하게 관자놀이를 문질러 주었다.육민찬은 그녀의 품속으로 더 파고들며 웅얼거렸다.“엄마는 진짜 최고예요.”서은주가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내가 네 엄마인데, 너한테 잘해 주지 누구한테 잘해 주겠어?”깨끗하게 씻고 옷까지 갈아입은 육강민이 아이를 보러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대로 멈춰 섰다.육민찬은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사각 팬티만 입은 채, 불룩 나온 배를 내밀고 침대
“딸을 낳으면 걱정돼요.”하이석이 피식 웃었다.“언젠가 어떤 녀석한테 홀랑 데려가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속이 쓰려요.”육수린은 조카였지만, 그 아이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저렇게 예쁜 아이를 데려갈 사람이라니... 누가 와도 아까울 것 같았다.하물며 자기 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차라리 아들이 낫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그 말에 온유란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유가 너무 하이석다워서였다.하지만 몇 분 뒤, 그녀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눈가에는 옅은 붉은 기운이 번졌고 숨결은 흐트러져 있었다. 그런데도 하이석은 끝까지 집요하게 물었다.“제가 그렇게 늙어 보여요?”온유란은 이를 살짝 깨물었다.“…안 늙었어요.”늙은 사람이 이렇게까지 체력이 좋을 리가.'정말 대단하네.'목끝까지 차오른 그 말은 결국 삼켰다.괜히 입 밖으로 꺼냈다가 또 무슨 말을 들을지 몰랐다.욕실 벽이며 거울에는 어느새 손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두 사람은 욕실에서 시작해 침실까지 이어졌고,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하이석은 젖은 수건으로 그녀를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그러면서도 여전히 아까 일을 잊지 못한 듯 중얼거렸다.“아까 제 얼굴이 늙지 않는 상이라고 했잖아요. 그 말은 결국 제가 열여덟 살 때도 늙어 보였다는 뜻 아니에요?”온유란은 말문이 막혔다. 아직도 그 얘기냐는 표정이었다.한숨을 삼킨 그녀가 힘없이 말했다.“안 늙었어요. 당신은 정말 어려 보여요.”“영혼이 하나도 안 담겼네요.”온유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몸을 돌려 등을 보인 채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연우진이 그랬다. 삼촌들 가운데 하이석이 제일 다루기 어렵고, 제일 달래기 힘들다고. 이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하이석은 작게 웃으며 얇은 여름 이불을 그녀에게 덮어 주었다.드러난 어깨에는 조금 전 남겨진 흔적이 희미하게 번져 있었다.이미 웨딩 촬영을 끝낸 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니었다면 내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온유란에게 단단히 혼났을 것이다.
온유란이 사진첩을 넘겨 보고 있을 때였다.하정현이 헛기침을 한번 했다.오늘은 가족사진도 찍고, 다 함께 식사까지 하며 술도 몇 잔 곁들인 덕분인지 기분이 한껏 올라 있었다.그리고 기분이 좋아지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들의 흑역사를 폭로하는 것. 그건 하정현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다.평소엔 어린놈이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얼굴을 하고,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굴었으니 이럴 때라도 한 방 먹여야 속이 시원했다.“유란아, 너는 모르지?”하정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얘 유치원 다닐 때 말이야. 한 번은 작은 별 스티커를 못 받아 왔다고 집에 와서는 이불 뒤집어쓰고 혼자 삐쳐 있더라. 밥도 안 먹고. 아마 울기까지 했을걸?”하이석이 곧장 반박했다.“안 울었습니다.”기분이 상한 건 맞지만 운 적은 없었다.하정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그리고 방주헌이 초등학생 때 얘 대신 부모님 사인을 위조해 준 적도 있었잖아?”하이석은 태연하게 대꾸했다.“돈을 너무 많이 준다고 해서요.”온유란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도대체 얼마를 준다고 했는데요?”하정현이 코웃음을 쳤다.“결국 한 푼도 못 받았지. 들통 나는 바람에 방주헌은 부모님한테 죽도록 혼나고 용돈까지 전부 압수당했거든. 돈이 있어야 주지. 정말 창피한 녀석이었어.”온유란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하지만 하이석은 담담하게 말했다.“돈 버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온유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그러자 하정현은 곧장 되물었다.“우리 집에 돈이 없었냐?”“돈은 있었죠. 하지만 학생이던 제게 넉넉한 용돈을 주신 적은 없잖아요.”하정현은 콧방귀를 뀌었다.“아들은 원래 좀 궁하게 키워야 하는 거야. 네가 딸이었으면 금덩이처럼 떠받들었을걸.”그는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우리 집도 그렇고, 육진국네도, 방주헌네도, 허경빈네도 죄다 아들만 낳았잖아. 딸 하나만 있었어도 어려서부터 사돈 맺자고 했을 텐데.”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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