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취기가 잔뜩 오른 그녀의 도발에 남자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그는 그녀를 벽에 몰아붙였다. “감당할 수 있겠어?” 그렇게, 파혼당하고 갈 곳 없어진 서은주는 그를 따라나서게 되었다. ... 결혼 후, 새엄마가 된 서은주 역시, 그가 자신을 들인 이유는 다루기 쉬운 그녀의 착한 심성과 누군가를 닮은 외모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혼을 요구했을 때, 그는 조용히 그녀를 품에 안으며 잡았지만, 서은주는 냉소를 지었다. “이제 와서 겁나나 보죠?”
View More섬뜩할 정도로 고요한 골목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킬 듯한 블랙홀 같았다.육강민은 양홍철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굽혔다.휴대폰 플래시 기능을 켜고 손을 내밀어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불빛이 스치는 순간, 벽에 선명하게 남은 핏자국이 보였다.상황을 보아하니 뒤통수를 벽에 부딪힌 모양이다.워낙 눈썰미가 좋았던 육강민은 단번에 뭔가 이상함을 알아챘다.그때 분명, 다른 누군가와 함께였던 게 틀림없었다.*육강민이 다시 룸으로 돌아왔을 때, 방주헌이 소리쳤다.“형은 대체 어디 갔었던 거야! 왜 이렇게 늦었어! 얼른 와, 촛불 켜고 케이크 자를 준비해야지.”“잠깐 화장실에.”육강민의 대답에 방주헌은 슬쩍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변비야?”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육강민의 차가운 시선이 그대로 꽂혔고, 순간 방주헌은 움찔하며 급히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바로 후회했다.‘아, 진짜! 내가 왜 쫄았지?’이제 곧 이모부로 서열이 바뀔 예정이라 겁낼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허리를 곧게 폈지만 어릴 적부터 그에게 ‘괴롭힘’ 당해 온 지라, 육강민의 시선만으로도 괜히 등골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 같은 거라 방주헌으로선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생일 축하 노래가 흘러나오고, 서은주가 육강민에게 다가왔다.“찾았어요?”“이따 얘기해.”서은주는 그의 말에 숨은 의미가 있음을 느꼈지만 더 묻지 않았고 그저 손뼉 치며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렸다.육수린은 생일 모자를 쓰고 해맑게 웃으며 즐거워했다.생일잔치는 모두가 즐거웠지만, 아무도 모르는 사이 육강민의 눈빛만은 깊게 가라앉아 서늘하게 번뜩였다.*그 시각, 양이나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허둥지둥 도망쳐 집으로 돌아온 양이나는 순간, 목에 감긴 검은 목도리가 눈에 들어왔다.마치 아버지의 마지막 숨결이 그녀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그녀는 목도리를 거칠게 풀어 헤치고 미친 사람처럼 가위를 집어 들어 갈기갈기 잘라버렸다.“아빠, 날 원망하지 마
“서은주를 다시 찾고 나니까 그러는 거예요? 시집도 잘 가고 강씨 가문 손녀이기까지 하니까... 그런데 나는 사람도, 귀신도 아닌 몰골이라 이제 싫으신 거죠?”양홍철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랬다면, 진작에 관여하지도 않았다! 이나야, 제발 아빠 말 들어, 우리 자수하자.”하지만 양이나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텅 빈 골목에 울려 퍼진 그 웃음소리는, 스쳐 지나가는 찬 바람과 뒤섞여 섬뜩하고 기괴하게 번져갔다.“나보고 죽으라는 거예요?”“널 살리려는 거다!”양홍철은 그녀의 팔을 붙잡고, 애타게 설득했다.“이나야, 아빠 말 좀 들어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싫어요!”양이나는 있는 힘껏 그를 밀쳐냈고, 힘이 너무 들어간 탓에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양홍철은 벽에 뒤통수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그의 몸은 그대로 벽을 타고 천천히 미끄러져 내렸고, 벽에는 선명한 핏자국이 남았다.몸이 반쯤 풀린 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잠시 멈칫하던 양이나는 양홍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목도리를 벗으며 말했다.“아빠, 저 원망하지 마요. 다 아빠가 날 이렇게 만든 거예요.”양홍철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사이, 양이나는 목도리로 그의 얼굴을 덮었다.뒤통수에서 밀려오는 통증 때문에 그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눈앞은 캄캄했고, 그저 누군가가 입과 코를 틀어막고 있다는 것만 느껴졌다.살아남으려는 본능에 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설마 딸이 자신을 죽이려 들 줄은 몰랐다.“아빠, 외할아버지는 제가 죽인 거예요. 엄마도 제가 미치게 만들었죠.”그녀의 목소리는 음산하게 내려앉았다.“전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그 순간, 양홍철은 저항을 멈췄다.머릿속에 강여진과 노설연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그때 노설연과 깔끔하게 정리하고 강여진과 함께했더라면, 혹은 아예 강여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의 운명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두 아이 모두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 누구보다 빛나는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어쩌면
육수린의 돌잔치는 주말이었고 팅주 호텔의 룸을 잡고 세 테이블 정도의 손님만 초대해 조촐하게 치렀다.강지택을 비롯한 식구들은 직접 오지는 못했지만, 강정한을 통해 선물을 보냈다.강지택은 손수 디자인을 해서 금방울 팔찌를 제작했고,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울리는 딸랑딸랑 소리에 육수린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강희진은 아기 옷을 몇 벌 보냈다.방주헌은 현금을 건네며 돈이 가장 실속 있다고 했다.“용돈을 주시면 안 되죠.”육민찬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왜?”“저 어릴 때 받은 용돈은 다 아빠랑 할머니가 맡아준다며 가져갔는데 한 번도 돌려주지 않았거든요! 동생 용돈도 분명 엄마가 다 챙길걸요. 어른들은 왜 애들 용돈에 그리 눈독 들이는 걸까요?”서은주는 말문이 막혔다.원래도 방주헌을 잘 따랐던 육민찬은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얘기를 꺼내며 더 신이 나 있었다.행복이가 사람을 구한 이야기가 나오자, 더욱 들떠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행복이를 히어로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한편,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서은주는 문득 양홍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선물을 한가득 내려놓고는 곧바로 떠나려 했다.서은주가 다가가 술이라도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자, 양홍철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구석 자리에 앉았다.하지만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았다.그러다 육민찬이 방주헌에게 신나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우리 행복이 얼마나 용감한지 아세요? 그 나쁜 놈 팔을 용감하게 물어버려서 리정 이모가 무사한 거라고요!”그 말을 듣는 순간, 잠시 멈칫하던 양홍철은 얼굴빛이 순식간에 바뀌었고 벌떡 일어나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호텔을 나서자마자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양이나, 너 어디야?”“아빠, 왜요?”“지금 바로 갈 테니, 꼼짝 말고 집에 있어.”전화를 끊은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휴대폰을 열어 112를 눌렀다.신고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등 뒤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나 찾았어요?”숨이 턱 막힌 양홍철은 깜짝 놀랐고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몰려왔을 때, 손리정은 아직도 놀란 기색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육지성이 만둣국을 사 들고 왔을 때는, 이미 아파트 입구에 경찰차가 서 있었다. 손리정이 강도의 피습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육지성은 깜짝 놀랐다.경찰들이 한창 상황을 묻고 있었다.“저는 괜찮아요. 그냥 좀 놀란 것뿐이에요.”손리정이 그를 보며 애써 웃어 보였다.“상대 얼굴은 못 보셨습니까?”경찰이 다시 물었다.“네, 못 봤어요.”“혹시라도 기억나는 게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경찰은 주변 CCTV를 확인했지만 뚜렷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손리정은 고개를 끄덕였고 경찰이 떠난 뒤에야 육지성에게 상황을 설명했다.자신을 구해준 건 아파트 단지를 떠돌던 개들인데 그중 검정색을 띤 강아지가 다리를 다친 것 같다며 아마 육민찬이 자주 먹이를 주던 그 녀석일 가라고 했다.그녀는 육지성에게 그 강아지를 찾아달라고 했지만, 이미 밤은 깊었고 검정색을 띄고 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육지성이 단지를 한 바퀴 돌아봤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서은주는 다음 날이 되어서야 손리정이 사고를 당할 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찬가지로 크게 놀랐다.그리고 그 검정색 강아지는, 다음 날 저녁 육민찬이 겨우 찾아냈다.마른 풀더미 속에 웅크린 채 거의 숨만 붙어 있는 녀석을 육민찬이 안아 들고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수의사는 한쪽 다리가 부러졌고, 체내 출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아빠… 행복이 죽어요?”육민찬은 눈시울이 붉어졌다.“행복이?”잠시 멈칫하던 육강민이 고개를 저었다.“안 죽어.”“그럼, 제가 키워도 돼요?”“……”육수린은 아직 너무 어려 면역력이 약했다.육강민은 허락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들이 눈을 붉힌 채 간절하게 바라보며 자신의 용돈으로 키우겠다고까지 하자,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아이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그렇게 검정색 강아지, 행복이는 결국 육씨 가문에 입양되었다.예방접종도 하고 구충도 마쳤지만, 돌아올 때는 뒷다리에 깁스
“제 아내랑 제 아들이 억울해지는 건 상관없단 말입니까?”육강민의 반문에 거실 공기가 순간 가라앉았다.아내라는 말에 서은주의 심장이 미세하게 흔들렸다.“회사 창립 기념식 날 찍힌 영상이 있습니다.”육강민은 휴대폰을 열어 박명숙 앞으로 내밀었다.박명숙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영상을 받아 보더니 담담히 말했다.“집사, 가희 불러와.”육가희가 도착하기 전, 육강민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마당 담장 아래 있던 작은 구멍을 막게 하고, 그동안 사각지대였던 곳들에 전부 CCTV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육민찬이 무사한 걸 확
방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육가희는 완전히 얼어붙은 채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불에 덴 듯 화끈거리는 왼쪽 뺨을 감싸 쥔 육가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서은주를 올려다봤다.“무슨 짓이에요?”“미안해요.”서은주는 즉각 사과했지만, 육가희를 내려다보는 그 태도에는 조금의 미안함도 느껴지지 않았다.그 오만한 모습에 육가희의 분노는 오히려 더 치밀어 올랐다.“때려놓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다예요?”바닥에서 겨우 일어난 육가희는 이를 악물고 그녀를 노려봤다.서은주는 억울한 기색으로 말했다.“사과했으면 된 거
“바로 갈게.”육강민은 곧장 차를 돌려 서부 경찰서로 향했다.경찰서에 도착하자, 눈가가 붉게 충혈된 육민찬이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두 손을 꼭 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그녀와 눈이 마주친 육민찬은 차마 그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또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이 아이 보호자 맞으시죠?”경찰이 물었다.“네, 맞아요.”그제야 서은주는 가슴에 걸려 있던 돌덩이를 내려놓은 듯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곧바로 육강민에게 연락을 넣었다.“아이가 없어진 줄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됩니까?”경찰은 미간을 찌푸렸다.“번거롭게
육가희가 육지성에게 끌려간 뒤, 진백현도 밖으로 나왔다.차 안에서 육가희는 눈물을 훔치면서도 계속 서은주를 저주했다.“분명 그년이 증조 할머니한테 내 욕을 잔뜩 했을 거예요. 뱃속에 든 애를 믿고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는 거지. 증조 할머니가 나를 얼마나 아끼시는데, 지금은 잠깐 화나신 것뿐이에요. 조만간 내가 반드시 그년을 육가에서 쫓아낼 거라고요.”“저딴 천박한 년이 누구 씨를 품고 있는지도 모르잖아요.”“...”진백현은 육가희를 발판 삼아 단번에 신분 상승을 꾀하려 했지만, 육씨 가족들 앞에서 연달아 체면이 구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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