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Capítulo 11 - Capítulo 20

30 Capítulos

제11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조민규가 당부했다."절대 위층 함부로 올라가지 마요." 강지연은 배를 부여잡고 뛰어갔다. 대표실 앞에서 조용히 걸음을 멈춘 강지연은 허설아가 안에서 나오기를 기다려서 몰래 뒤를 따랐다. 허설아가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강지연이 바로 따라 들어가려는데 조민규가 나타나 불러세웠다. "강지연 씨, 오후 회의 자료 출력해요." "네." 조민규의 거듭된 재촉에 강지연은 어쩔 수 없이 자료를 출력하러 갔다. 돌아서는 순간 창고 문이 닫혀있는 것을 본 강지연은 몰래 다가가 문고리를 걸어 잠그고 떠났다.그리고 복도를 지나며 창고 전원 스위치까지 툭 내려버렸다. 창고에서 허설아의 비명이 들리자 강지연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창고 안에 있던 허설아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사방에서 숨 막히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고 어둠 속에서 수없이 많은 손이 목을 조이는 듯했다. 허설아는 급격하게 퍼지는 공포감에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설아는 심한 폐소공포증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빈소를 지키면서 많이 나아졌다. 그래서 이미 다 나은 줄 알았다. 갑작스럽게 다시 닥치자 숨쉬기 힘들고 손발에 경련이 일며 온몸이 덜덜 떨렸다. 살려달라는 소리조차 나오지 않아 문을 두드려보려 했지만 그럴 힘도 없었다. 갑자기 크고 따뜻한 손이 허리를 감쌌다.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식은땀에 젖은 허설아의 귓가에 들렸다. "허설아!" "허설아, 정신 차려!" 너무 익숙했다. 너무 익숙한 목소리였다. 누가 부르고 있는 거지? 정신이 흐릿해진 허설아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남자의 목을 끌어안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살려주세요……" 권지헌은 자기 사무실에 복사 용지가 부족해서 들어왔을 뿐이었다. 비서팀이 점심 휴식 시간이라 직접 가지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허설아가 안에 있을 줄은 몰랐다. 더욱이 누군가 문을 닫아걸고 전원 스위치를 내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휩싸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허설아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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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 말에 머리가 어지럽던 허설아는 단번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권지헌 눈에 허설아는 유부녀였다. 그리고 권지헌 역시 가정이 있었고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이에게 자기 성을 물려주는 권리까지 포기한 사람이었다. 권지헌은 아주 보수적인 남자였다. 오랫동안 권씨 가문에서 성은 가문의 계승을 의미했고 아이의 성이 권씨여야만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 아이에게 엄마 성을 따르게 했다는 건 얼마나 큰 압박감을 이겨냈을지 알 수 있었다. 연희는 전서준이 자기와 나이가 비슷하다고 했다. 허설아가 계산해 보니 전서준은 연희보다 한 달 어렸다. 한 달이면 두 사람이 헤어지자마자 권지헌이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것이다. 허설아는 어쩌면 자신이 타이밍 딱 맞춰 떠난 게 아닐까 싶었다. 쇼핑 앱에서 메시지를 보냈던 사람일까? 아니면 그때 자주 찾아오던 여자 중 한 명일까? 권지헌에게 허설아는 그저 내기이자 장난이었다. 지금도 똑같았다. 허설아는 마음이 씁쓸해졌다. 온몸에서 힘이 전부 빠져나간 듯해진 허설아는 힘없이 권지헌을 밀어냈다. 씁쓸함이 가득 찬 눈에서 눈물이 소리 없이 뚝뚝 흘러내려 맞붙은 볼을 타고 권지헌의 입술로 흘러들었다. 바닷물처럼 짠 눈물이었다. 권지헌이 손을 풀고 자기 얼굴에 묻은 눈물을 닦으려던 순간 허설아가 뺨을 세게 후려쳤다. 창고 안에서 맑은 따귀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고 심지어 메아리까지 쳤다. 뺨을 때리고 나자 허설아도 후회가 되었다. 어쨌든 권지헌은 지금 직속 상사이자 회사 대표님이었다. 말 한마디면 허설아의 월급과 일자리를 결정할 수 있는 존재였다. 허설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선 넘으셨어요." "선을 넘어?" 어둠 속에서 권지헌의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캄캄한 방에서 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던 권지헌 마음속에 피로와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허설아, 내가 정말 미쳤지. 너를 구해주고 말이야." 허설아는 폐쇄된 공간에서 사방에 보이지 않는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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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여기 숨어서 데이트하면 뭐가 돼? 우리 일에 방해되는 거 몰라?" 권지헌은 굳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오후 내내, 강지연은 조민규에게 허설아에 대해 캐물었다.허설아가 결혼도 했고 아이까지 있다는 말에 강지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허설아가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다고?' "설아 씨 남편이랑 사이도 좋아. 다만 아이가 남편 쪽을 닮아서 몸이 좀 안 좋아. 맞다, 지연 씨. 내일 저녁에 마케팅팀 회식이 있다고 가서 전달하고 와." 조민규 생각은 단순했다. 강지연이 다른 일은 잘 못해도 전달하는 심부름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다. 강지연이 입사한 이유는 권지헌에게 쉽게 다가가 관계가 가까워지기 위해서지 진짜 고생스레 인턴 생활을 할 생각이 없었다. 버럭 화를 내려던 강지연은 허설아도 마케팅팀이라는 생각이 떠올라 심부름에 응했다. 강지연은 수백만 원짜리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마케팅팀으로 가서 말없이 허설아 자리 옆에 멈춰 섰다. 책상 위 물건을 쓱 훑어보더니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 "우리 회사 월급도 높은 편인데 이렇게 싸구려 물건들을 써요?" 허설아는 뜬금없는 도발에 고개를 들었다. 어딘가 낯이 익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누구세요?" 강지연은 말문이 막혔다 .'허설아가 나를 몰라본다고?'옆에서 안초희가 돌아보고 입을 열었다. "비서팀에 새로 온 인턴이네. 아침에 내가 비서팀에 데려다줬는데 무슨 일이에요?" 강지연은 요사스레 웃으며 머리를 뒤로 넘겨 다이아 귀걸이를 드러냈다. "내일 마케팅팀 회식이 있으니 다들 꼭 참석하라고 전달하러 왔어요." 말을 마친 강지연은 허설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설아 언니,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나 강시우 동생이에요." '어쩐지 익숙하더라니. 강시우 동생이었네.'허설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까딱하고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돌려 다음 회의에 필요한 보고 자료를 정리했다. 하지만 강지연은 떠나지 않았다. 계속 제자리에 서서 허리를 숙여 허설아에게 다가가 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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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강지연은 말하며 계속 권지헌의 반응을 살폈다. 권지헌은 고개도 들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가." 허설아 일이라면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였다.강지연은 의아했다. 권지헌도 허설아가 회사에 있는 걸 몰랐던 거야? 하지만 굳어버린 권지헌 표정에 강지연은 감히 더 캐묻지 못하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오빠 퇴근할 때까지 기다릴게. 이모 당부야." 권지헌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짧게 답했다. 강지연이 나가고 권지헌은 모니터 속 보고 자료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영문 보고서의 단어 하나하나 분명 다 아는 것들인데 전혀 읽히지 않았다. '허설아가 내가 회사에 있는 걸 몰랐다고 했다고?' '차라리 모른다고 하지.' 권지헌은 거칠게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숨통을 트이게 했다. 어려서부터 권지헌은 하늘이 내린 아이라고 불릴 만큼 자부심에 차 있었다. 권호성의 아들들이 하나같이 변변치 않아서 권율 그룹이 망할 줄 알았는데 권정우가 권지헌을 낳은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천재였던 권지헌은 원하는 것은 모든 걸 가질 수 있었다. 대학교 시절, 열심히 일해서 학비를 벌었던 것도 권호승이 집안 다른 사람들의 입을 막기 위해 길을 깔아준 것이었다. 권지헌도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졸업과 동시에 권율 그룹을 물려받았고 고집스러운 어른들의 견제와 잔소리에도 권지헌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런 권지헌이 3년 동안 한밤중에 자주 꿈을 꿨는데 그때마다 허설아라는 여자가 꿈속에 찾아왔다. 웃을 땐 꽃처럼 화사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허설아는 대학교 때 사귀던 시절 세심하고 자상하게 권지헌의 모든 것을 신경 썼다. 그 덕에 권지헌도 서서히 남다른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런데 헤어지자는 말과 함께 권지헌을 버리고 바로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다. 권지헌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손끝을 감싸고 씁쓸한 니코틴은 권지헌의 깊은 눈동자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허설아는 능력도 없는 남편을 많이 신경 쓰는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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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권지헌은 휴대폰을 꺼내어 임신 시기와 대략적인 출산 예정일을 확인했다. 만약 허설아 딸의 생일이 12월이나 이듬해 1월이라면…… 허설아의 아이가 권지헌의 아이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 생각이 든 권지헌은 손에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꺼버렸다. 권지헌은 의자에 걸쳐둔 재킷을 들고 밖으로 나가며 유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준이 데리러 갈 거니까 누난 안 가도 돼." "응?" 전화기 너머 유혜원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권지헌이 전서준 데리러 한 번 가더니 정이라도 든 걸까? 하지만 전서준은 권지헌만 보면 벌벌 떨기 일쑤였다. 하지만 평소 집에서 시어머니가 전서준을 너무 버릇없이 키우니 권지헌과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도 나쁠 건 없어 보였다. 유혜원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설마 진짜 애기 갖고 싶어졌어? 지헌아, 아이를 좋아하면 직접 하나 낳으면 되잖아." 권지헌이 바로 잘라 말했다. "끊을게." 전화를 끊은 권지헌은 바로 퇴근해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조민규는 대표 사무실 불이 꺼지는 걸 보며 놀라운 듯 말했다. "대표님이 오늘 이렇게 일찍 퇴근하신다고? 그냥 가시네?" 옆에서 화장을 고치던 강지연은 그 말에 들고 있던 파우더 팩트를 떨어뜨려 산산조각 났다. -차를 몰고 도착한 어린이집. 지프차를 길가에 세운 권지헌은 긴 다리를 뻗으며 차에서 내렸다. 맞춤 수트가 도도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주었다. 게다가 좀처럼 웃을 줄 모르는 얼굴과 압도적인 몸매까지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얼굴을 붉히며 쳐다보았다. 어릴 때부터 어디서든 늘 이런 시선을 받아온 권지헌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성큼성큼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간 권지헌은 그네를 타고 있는 연희를 밀어주는 전서준을 발견했다. 권지헌을 본 전서준은 울상이 되었다. "외삼촌."권지헌이 왜 또 데리러 왔는지 감히 묻지도 못한 채 잔뜩 긴장해서 옆에 얌전히 서 있었다. "응." 전서준 머리를 쓰다듬으려던 권지헌은 땀과 먼지로 엉망이 된 머리를 보고 손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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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전서준이 옆에 서서 중얼거렸다. "아빠가 한 번도 데리러 온 적 없는데 정말 아빠가 있어?" "있지." 연희가 귀여운 얼굴로 답했다. "아빠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태어나?"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전서준은 연희의 말에 설득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연희에게 아빠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틀렸고 할머니 말도 틀렸던 것이다. 모든 사람은 다 아빠가 있었다. 그저 연희 아빠도 연희처럼 몸이 좋지 않을 뿐이었다. 일어나서 고개를 든 권지헌은 막 어린이집으로 들어온 허설아를 발견했다. 허설아는 안초희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고 있던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안초희가 딸이 입지 못하는 옷을 받아서 연희에게 주려고 가져온 것이 분명했다. 학교 다닐 때, 허설아의 가장 큰 취미는 새 옷을 사는 것이었다. 매번 새 치마를 사면 꼭 입고 와서 권지헌에게 보여주곤 했다. 치마가 너무 짧거나 비치거나 얇거나 노출이 심하면 다 다른 결과로 이어졌다. 권지헌은 치마들을 찢어버리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요구에 응하던 그 표정을 보는 게 좋았다. 하지만 지금 입고 있는 회색 원피스는 허설아가 대학교 때 인터넷으로 구매한 것이었다. 전에 비해 허름해지고 늘어나 핏도 예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허설아가 당장이라도 버렸을 그런 옷이었다. 긴 머리는 아무렇게나 질끈 묶고 흰 피부에는 머리끈에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도자기처럼 하얀 피부는 어찌 빛나는지 권지헌이 눈길을 돌릴 수 없게 했다. 이렇게 초라해진 건 다 쓸모없는 남편 때문일 것이다. 권지헌을 본 허설아는 바로 흠칫하며 연희를 안고 뒤로 물러나서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대표님." 혹시라도 권지헌이 무언가 눈치챌까 두려웠다. 연희는 지금 허설아의 버팀목이자 전부였다. 연희가 없다면 허설아와 허민정 모두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권지헌은 낮게 코웃음을 흘렸다."서준이 데리러 온 거야. 딸 회복 상태도 볼 겸 해서. 딸이 아주 귀엽네." "감사합니다, 대표님. 연희는 많이 좋아졌어요.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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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이렇게 하면 권지헌이 연희와 거리를 둘 것이다. 연희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엄마. 아까 잘생긴 아저씨랑 사이 안 좋아?" "왜 그렇게 생각해?" "엄마는 그 아저씨만 보면 긴장하거든. 엄마 긴장하면 연희 엉덩이 꽉 잡잖아." 허설아는 긴장하면 손에 잡힌 걸 무의식적으로 꽉 쥐는 버릇이 있었는데 최근 권지헌을 마주칠 때마다 계속 연희를 안고 있었다. 자연스레 연희 엉덩이를 꽉 쥔 것이다. 허설아는 빠르게 사과했다. "미안해, 연희야. 엄마가 아프게 했어?""아니. 근데 엄마 그 아저씨 싫어하는 것 같아." 아이의 세계는 단순하고 솔직했다. 허설아가 연희와 허민정을 보고 웃으면 좋아하는 사람이고 잘생긴 아저씨를 볼 때는 긴장하니 싫어하는 것이었다. 허설아는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그럼 연희는 어때? 잘생긴 아저씨가 좋아?" "엄마가 싫으면 연희도 싫어." 연희는 잠시 생각하더니 허설아 얼굴에 입을 맞추고 살갑게 말했다. "난 엄마가 제일 좋아." 허설아는 가슴이 따뜻해져서 연희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연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 잘생긴 아저씨 서준이 외삼촌이래. 나도 외삼촌 있어!" 열쇠로 문을 열려던 허설아는 놀라서 열쇠를 떨어뜨릴 뻔했다. 몇 번을 돌려보았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외삼촌?" "서준이가 그렇게 부르는 거 들었어." 문 안쪽에서 인기척을 들은 허민정이 문을 열고 나오며 허설아 손에 있는 야채와 고기를 받아 들었다. "왔어? 밥 차릴 테니 너는 연희랑 놀고 있어." "내가 할게요. 엄마는 힘들 텐데 쉬고 있어요." 허민정은 바로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는데 뭐가 힘들다는 거야? 내가 아무 쓸모도 없다고 생각해? 그래도 뭐든 도움은 돼야지!"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집안이 망하고 몸까지 성치 않아 딸에게 짐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허민정은 충분히 힘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마 더 괴롭고 생각이 많아질 것이다. 그걸 아는 허설아도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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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입학 첫날, 스포츠카를 몰고 캠퍼스에 등장한 허설아는 교무부장에게 잡혀 혼난 적 있었다. 그날, 신입생 대표로 명단 확인을 하러 교무부에 왔던 권지헌을 처음 보았다. 그때 권지헌은 흰색 셔츠와 회색 트레이닝 팬츠 차림에 빛이 바랜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소년미가 넘쳤다. 옆모습만 봤는데도 허설아는 마음을 반쯤 빼앗겼다. 교무부에서 반성문을 쓰라고 할 때도 허설아는 반박 한마디 하지 않았다. 빨리 따라 나가서 정면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급하게 쫓아가 보니 남학생들이 권지헌과 어깨동무하며 농구하러 가자고 외쳤다. 그중 한 명은 허설아도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강시우였다. 개학하기 전에 신입생 단톡방에서 게임 같이할 사람을 모집했고 강시우는 매일 허설아와 함께 팀을 이뤄 게임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개학 하기 전에 두 사람은 친구 추가까지 하게 되었다. 밤에 게임하다가 허설아에게 완전히 털린 강시우는 허설아에게 따졌다. "연애하고 싶어. 네가 아는 제일 잘생긴 남자 소개시켜 주면 누님이 캐리해줄게." '연애하고 싶은데 왜 나한테 화풀이야?' "내가 아는 제일 잘생긴 사람은 당연히 나지. 나랑 사귀고 싶어?" '미쳤나봐.' 다음날, 허설아는 강시우의 시간표를 받아 거의 모든 수업을 다 따라다녔다. 허설아는 권지헌 옆에 앉아 눈이 휘어지게 환하게 웃었다. "이봐요, 얼굴이 좀 내 미래 남자친구가 될 상인데 나 어때요?" 권지헌는 허설아를 차갑게 힐끗 쳐다보았다. 얼굴도 예쁘장한 여학생이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며 부끄러움 따위는 모르는 사람처럼 뻔뻔한 말을 내뱉았다. 권지헌이 대꾸하지 않자 허설아는 다음 날 또 찾아왔다. 자연스레 학과 사람들 모두가 허설아가 권지헌을 쫓아다닌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학과에 권지헌을 좋아하는 여학생도 많았지만 허설아처럼 뻔뻔한 사람은 없었다. 다들 권지헌이 결국 참지 못하고 허설아를 쫓아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두 사람이 정말 사귀게 된 것이다. 그 사이에 허설아가 얼마나 비굴했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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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허설아는 허민정에게 야채볶음을 집어주며 말했다. "엄마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거예요. 내가 무슨 조건이 좋아요. 애도 있고 빚까지 있는데." "네 아빠 회삿돈에 문제가 생긴 건 당분간 네가 신경 안 써도 돼. 네 엄마 아직 안 죽었어." 허설아는 잠시 멈칫했다. "문제가 생겼어요?"연동근은 회사에 문제가 생겼던 시기에 마침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 허설아는 치료를 위해 뛰어다니느라 회사 일을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허민정은 고개만 끄덕일 뿐 더 자세한 말은 하지 않았다.허설아가 출근하면서 허아연과 연희를 돌보는 것만 해도 충분히 버거운 일이었다. 허씨 가문 회사 일은 허설아의 손을 거쳤던 것도 아니고 지금 말해봐야 부담만 더 주는 격이었다. 허민정은 직접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숨이 붙어있는 한 허설아와 연희에게 적어도 뭔가는 남겨주어야 했다. 허민정이 얼버무리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밥 먹어. 엄마 말 들어, 주말에 소개팅 나가!" 허설아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허민정이 앞에서 말한 것들이 다 주말에 소개팅 보내기 위해서일지도 몰랐다. "정 안 되면 대학교 때 남자 친구라도 찾아가 봐." 대학 시절 남자 친구라면 말할 것도 없이 권지헌이었다.허설아는 모르는 척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미 결혼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어디 가서 찾아요?" "대학 동창들 연락처 하나도 없어? 우리 딸이 얼마나 예쁜데, 남자 친구 하나 못 찾는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허설아가 장난스레 말했다. "엄마, 내 조건이면 애 딸린 이혼남밖에 없어요. 괜찮아요?" 허민정은 원하지 않았다. 비록 아이가 있지만 허민정 눈에 허설아는 여전히 미혼이었다. 하지만 연희는 너무 귀여웠다. 허민정과 허설아가 몇 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연희가 없었더라면 연동근이 떠났을 때 허민정은 버티지 못하고 같이 생을 마감했을지도 몰랐다. '설아가 정말 애 딸린 이혼남과 결혼해서 남자의 아이가 연희를 괴롭히기라도 하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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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솔직히 딱 좋았다. 풍만해 보이면서도 연약해 보였다. 권지헌은 그때 허설아의 몸매가 좋았다. "괜찮아." 권지헌은 품에 안았을 때 뼈가 닿는 느낌보다는 살집이 느껴지는 게 좋았다. 화면이 전환되고 호텔에서 허설아가 권지헌 밑에 눌려 있었다. 이번에는 사이를 가로막던 천이 없이 권지헌의 손바닥이 그대로 허설아의 약간 볼록한 아랫배에 닿아 있었다. 귓가에 허설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 넘었어, 권지헌." 창밖에 빗줄기가 거세지고 번개가 번쩍이는 순간, 갑자기 눈을 번쩍 뜬 권지헌은 방 안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참 동안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잠시 뒤, 권지헌은 이불을 젖히며 욕설을 퍼부었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쏴 하고 들렸다. 찬물 샤워를 마치고 나온 권지헌의 휴대폰에 익명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허설아 남편 이름은 연민규. 건영대 졸업생으로 전에 허준 그룹에서 일하다가 허준 그룹이 파산 후 소식이 끊김." 방금 찬물로 씻어냈던 짜증이 또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왠지 모를 피로감이 느껴졌다. 1인용 소파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 권지헌은 말 못 할 답답함이 가슴을 타고 올라오며 숨이 막히게 했다. 생각이 많았던 거겠지. -마케팅팀 회식은 흔한 일이었다.전에 프로젝트 성과도 좋아서 이번 시즌 보너스도 막 지급한 데다 권지헌이라는 직속 상사가 부임했으니 회식할 때가 되었다. 안초희는 허설아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허설아는 조용히 밥만 먹을 뿐 고개를 들지 않았다. 가끔 안초희가 말하면 대꾸하는 게 끝이었다. 입사 첫날부터 안초희는 허설아가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걸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소문이나 스캔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허설아는 한 번도 끼어든 적이 없었다. 술을 마시자 사람들은 용기가 생겼는지 김아림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했다. "다들 그거 봤어? 비서팀에 새로 온 인턴, 오늘 하루 종일 대표님 옆에만 붙어다니더라." 권지헌도 비서팀과 함께 회식 중이었다. 다만 마케팅팀과는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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