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첫날, 스포츠카를 몰고 캠퍼스에 등장한 허설아는 교무부장에게 잡혀 혼난 적 있었다. 그날, 신입생 대표로 명단 확인을 하러 교무부에 왔던 권지헌을 처음 보았다. 그때 권지헌은 흰색 셔츠와 회색 트레이닝 팬츠 차림에 빛이 바랜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소년미가 넘쳤다. 옆모습만 봤는데도 허설아는 마음을 반쯤 빼앗겼다. 교무부에서 반성문을 쓰라고 할 때도 허설아는 반박 한마디 하지 않았다. 빨리 따라 나가서 정면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급하게 쫓아가 보니 남학생들이 권지헌과 어깨동무하며 농구하러 가자고 외쳤다. 그중 한 명은 허설아도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강시우였다. 개학하기 전에 신입생 단톡방에서 게임 같이할 사람을 모집했고 강시우는 매일 허설아와 함께 팀을 이뤄 게임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개학 하기 전에 두 사람은 친구 추가까지 하게 되었다. 밤에 게임하다가 허설아에게 완전히 털린 강시우는 허설아에게 따졌다. "연애하고 싶어. 네가 아는 제일 잘생긴 남자 소개시켜 주면 누님이 캐리해줄게." '연애하고 싶은데 왜 나한테 화풀이야?' "내가 아는 제일 잘생긴 사람은 당연히 나지. 나랑 사귀고 싶어?" '미쳤나봐.' 다음날, 허설아는 강시우의 시간표를 받아 거의 모든 수업을 다 따라다녔다. 허설아는 권지헌 옆에 앉아 눈이 휘어지게 환하게 웃었다. "이봐요, 얼굴이 좀 내 미래 남자친구가 될 상인데 나 어때요?" 권지헌는 허설아를 차갑게 힐끗 쳐다보았다. 얼굴도 예쁘장한 여학생이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며 부끄러움 따위는 모르는 사람처럼 뻔뻔한 말을 내뱉았다. 권지헌이 대꾸하지 않자 허설아는 다음 날 또 찾아왔다. 자연스레 학과 사람들 모두가 허설아가 권지헌을 쫓아다닌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학과에 권지헌을 좋아하는 여학생도 많았지만 허설아처럼 뻔뻔한 사람은 없었다. 다들 권지헌이 결국 참지 못하고 허설아를 쫓아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두 사람이 정말 사귀게 된 것이다. 그 사이에 허설아가 얼마나 비굴했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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