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이별하고 몇 년 뒤, 회사 회의실에서 자신의 아이 아빠인 전 남친 권지헌을 다시 마주치게 된 허설아. 허설아는 그저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이를 빼앗길까 두렵고 모든 걸 잃게 될까 두렵다. 허설아는 애초에 두 사람은 그냥 장난이었다는 권지헌의 말을 떠올리며 직장 내 상하급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권지헌은 주변을 맴도는 여자들이 단 한 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 처음 허설아를 다시 본 순간, 권지헌은 허설아가 자신을 버리고 바로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허설아가 아파하길, 후회하기를 바라며 복수를 다짐한다. 하지만 허설아가 벼랑 끝에 선 순간 겉에 다가간 권지헌은 허설아가 앞으로 아이와 함께 자기 곁에 머물러 주기를 바란다. 진실을 알게 된 그 순간, 권지헌은 줄곧 복수하고 있던 상대가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네가 나한테 거리를 두라고 했잖아." "거리는." 권지헌이 허설아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한다. "마이너스일 수도 있는 거야."
더 보기회의가 끝나고 함께 다음 분기에 출시할 주얼리 디자인을 확정했다.권서진의 디자인 재능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불과 몇 달 만에 권서진은 또 레드 주얼리 세트를 디자인해냈다.루비를 메인으로 사용한 주얼리 세트는 화려하고 눈부셨는데 디자인 도안만 보고도 김지유와 송원영은 감탄을 연발했다.그런데 허설아는 브로치를 보며 좀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게 무슨 모양이에요?""언니랑 큰오빠네 마당에 있는 사과나무를 브로치로 디자인한 거예요. 이 주얼리 세트 이름은 에덴동산이에요. 보기만 해도 낭만적이고 찬란한 연애 시절이 떠오르지 않아요?"권서진이 보기엔 그랬다.연애란 꽃 핑크빛만 감도는 게 아니라 사과나무 같은 화려함도 있을 수 있었다.이브와 아담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금단의 열매를 몰래 따 먹어 인류가 생겼다.사랑도 튼튼하고 무성한 사과나무의 모습이어야 했다.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 "사랑에 낭만만 있는 건 아니에요, 잡다한 일들도 많아요. 사랑을 하다보면 마지막에 남는 건 결국 양심뿐이에요.""그럼 허 대표님 말은 우리 큰오빠한테 양심이 없다는 거네요?"허설아가 고개를 저으며 손을 뻗어 권서진의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난 모레 그 이후의 일은 미리 생각하지 않아요. 오빠한테 양심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진 씨는 이번 달 분명히 야근해야 할 거예요."권서진이 얼굴이 바로 축 처졌다.권서진은 주얼리를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디자인하는 단계였다.나머지 번거로운 작업들은 열정을 추구하는 길에서 부가적으로 해야 하는 노력이었다.송원영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고개를 숙여 확인해 보니 이번엔 김수진이었다.송원영이 가볍게 한숨을 쉬고 전화를 받았다."원영아, 너 요즘 일이 많이 바빠? 언제 집에 와서 밥 먹을래? 네가 제일 좋아하는 버섯 새우 완자 끓여줄게? 연애하는 건 좋은 일인데 왜 집에 데리고 오지 않아? 나중에 사람들이 우리 집에서 홀대했다고 할 텐데."송원영이 시선을 떨궜다.송원영은 김수진한테 정말 강하게 맞설 수 없었다.
회사에서는 복도 위 에어컨 배관을 점검 중이었다.어젯밤 어디선가 들고양이 한 무리가 들어왔는데 작업자가 막 새끼를 낳은 어미 고양이를 배관에서 꺼내 안아왔다.경비실에서 키우면 나중에 공장의 쥐도 잡을 수 있다고 했다.겸사겸사 배관도 청소하는 중이라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열려 있는 외부 복도는 너무 추웠다.전화를 받던 송원영은 송동건의 요구를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 "시간 없어서 못 돌아가요, 끊을게요.""잠깐!"송동건은 미처 반응하지 못한 사람처럼 멍해졌다.늘 얌전하고 착하며 고분고분 지시를 따르던 송원영이 반항하는 날이 올 줄이야."송원영,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이제 좀 컸다고 기고만장해졌어!""전 시간이 없어서 가지 않는다고 했어요."송동건이 숨을 길게 들이쉬고 화를 낼 것 같은 충동을 참으며 말했다."네 오빠 공장에 일이 좀 생겼으니 서씨 집안에 좀 도와달라고 해. 어차피 앞으로 한 가족이 될 사이잖아."송원영은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났다."어쩜 그렇게 염치없는 말을 입 밖에 내요? 애초에 뭐 가족이 된 것도 아니고 가족이 되었다 해도 전 멍청한 송민재 도울 생각 없어요."송원영이 휴대폰을 귓가에 끼고 천천히 과일 칼을 들어 오렌지 하나를 깎아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이어 휴지로 손을 닦은 송원영이 말을 이었다."공장에 일 터진 건 송민재가 멍청해서 스스로 자초한 일이에요. 그걸 왜 제가 뒷수습을 해줘야 해요?"송동건이 미간을 찌푸렸다. '송원영 이게 귀신 씌었나?'"이게 어른한테 하는 말버릇이야? 송원영, 너 정말 밖에서 나쁜 것만 배웠구나! 아니면 서씨 집안이랑 좀 엮이니까 아빠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거냐? 응?"송동건은 잔뜩 화가 치민 말투였다. 예전 같았으면 송동건이 이렇게 말했으면 송원영은 무서워서 벌벌 떨었을 것이다.하지만 생각해 보니 송원영이 태어났을 땐 송동건도 지금의 송원영 나이였다.원래 넘을 수 없던 큰 산도 송원영 앞에선 그저 작은 언덕일 뿐이었다.송원영이 손에 묻은 오렌지 과즙을 닦았다.
보름이 지났다.송씨 집안, 식구들이 식사할 때 송민재가 빨갛게 핏발이 선 눈으로 송동건을 바라봤다."아버지, 저 모르는 척하시면 안 돼요. 제 회사들 분명히 누가 일부러 손 쓴 거예요. 거래처들이 갑자기 제 주문 못 하겠다고 하면서 빨리 잔금부터 지불하래요!"거래처들이 트집 잡는 데다 고객들까지 등을 돌려 회사에서 진행 중인 업무에도 큰 문제가 생겼다.송민재는 식품 회사 하나를 운영하고 있었다.잠복했던 기자가 공장 생산 라인에 대량의 쥐가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평소라면 간단히 해명하고 기사 몇 개 사서 넘어갈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식품 안전 단속 기간이라 많은 기자들이 각 공장에 잠복해서 기준 미달인 업체들을 적발하려 했다.송민재는 기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공장에 잠입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이미 폭로가 되었고 지금 온라인 쇼핑몰에선 매일 대량의 환불과 소비자들의 욕설이 쏟아졌다.송민재의 18대 조상까지 이미 안녕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송민재는 지금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송동건에게 도움을 청했다.송동건은 듣자마자 손에 쥐었던 젓가락을 놓쳐 테이블 위에 떨어뜨렸다."이렇게 큰일을 내가 어떻게 도와줘? 평소에도 식품 안전에 신경 쓰라고 말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저도 신경 썼어요! 공장 위생도 늘 깨끗했는데 쥐가 언제 들어왔는지 어떻게 알아요. 기자들이 폭로하려고 일부러 쥐 갖다 놓고 모함하는지도 모르죠!"송민재가 당당하게 말했다.하지만 속으로는 사실 자신이 없었다.평소 일이 없을 땐 공장에 가지 않았으니 공장 상황을 어찌 알까.이번에 기자가 폭로한 건 공장에 쥐가 있는 것 외에도 작업자들이 절임 채소 만들 때 위생에 주의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영상들의 조회수는 벌써 폭발적이었다.송민재도 보면서 가슴이 철렁했다.한 공장이면 그렇다 쳐도 무슨 업무를 책임지는 공장이든 여러 공장이 한꺼번에 직격타를 맞았다니!송민재는 가슴이 쿵쾅거렸다. 분명 누군가 일부러 손 쓰고 있다는 느낌
꺼내보니 병원 진단 보고서였다!멍하니 쳐다보던 허설아가 위에 적힌 검사 정보를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남성 비뇨기과? 왜 이런 걸 검사했어?""내 질이 좋지 않은 건지 알고 싶었어.""의사가 뭐래?"권지헌이 입술을 깨물고 핸들을 잡은 채 앞쪽 도로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시간이 너무 긴 것도 병이래."허설아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보고서를 들고 얼굴을 가리며 웃기 시작했다.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권지헌이 병원에 가서 이런 걸 검사할 줄 몰랐다.아이 일을 이렇게 신경 쓸 줄도 전혀 몰랐다. 허설아는 전에 유산했을 때 김아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남자들은 자기가 아빠 되는 시기가 늦춰지는 것만 생각하지, 아이를 잃은 엄마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전혀 모른다니까."사람들은 남자의 부성애는 아이가 아빠를 부를 때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여자가 유산하는 게 남자 문제라고 생각하는 남자도 거의 없었다.허설아가 웃음을 멈추고 권지헌을 바라봤다.권지헌은 귀가 빨개진 채 시선은 도로 정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얘기를 꺼내는 게 아무래도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허설아가 손을 뻗어 권지헌의 귀를 만졌다."바보, 내 몸 회복되면 우리 같이 검사받으러 가서 제대로 임신 준비하자. 응?"사실 연희든 그 아이든 전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그래서 대비를 하지 못했다. 앞으로 반년간은 철저히 피임하면서 어떤 예상외의 일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반년 후에 제대로 준비해서 그 아이가 다시 두 사람 곁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이다.권지헌이 허설아의 말에 대답했다."그래."-별채로 돌아온 후 허설아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권지민이 걸어온 전화였다.발신자를 보고 잠깐 망설이던 허설아가 스피커폰을 켰다.옆에 앉아서 연희와 함께 곰돌이한테 새 옷을 골라주고 있던 권지헌도 전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권지민이 입을 열었다."형수님, 저 한예린과 파혼했다고 형수님과 큰형한테 얘기하려고 전화했어요. 큰엄마가 주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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