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이별하고 몇 년 뒤, 회사 회의실에서 자신의 아이 아빠인 전 남친 권지헌을 다시 마주치게 된 허설아. 허설아는 그저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이를 빼앗길까 두렵고 모든 걸 잃게 될까 두렵다. 허설아는 애초에 두 사람은 그냥 장난이었다는 권지헌의 말을 떠올리며 직장 내 상하급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권지헌은 주변을 맴도는 여자들이 단 한 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 처음 허설아를 다시 본 순간, 권지헌은 허설아가 자신을 버리고 바로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허설아가 아파하길, 후회하기를 바라며 복수를 다짐한다. 하지만 허설아가 벼랑 끝에 선 순간 겉에 다가간 권지헌은 허설아가 앞으로 아이와 함께 자기 곁에 머물러 주기를 바란다. 진실을 알게 된 그 순간, 권지헌은 줄곧 복수하고 있던 상대가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네가 나한테 거리를 두라고 했잖아." "거리는." 권지헌이 허설아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한다. "마이너스일 수도 있는 거야."
Voir plusàl'aube는 성장세도 좋고 브랜드 이미지도 긍정적이었다. 다만 회사가 좀 외진 위치라 협력을 원하는 거래처들이 왔다가 길을 못 찾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시내로 이사하는 건 불가피했다. 사무실 건물은 이미 계약을 마쳤고 곧 이사할 예정이었다.송원영이 고개를 들어 차에서 내리는 권지헌을 보고는 허설아한테 눈짓하며 말했다."먼저 가볼게요. 권 대표님 진짜 철통 감시하시네요."허설아는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권지헌과 시선을 마주쳤다.9월 말인데도 아직 따가운 햇빛을 맞으며 계단을 오른 권지헌이 허설아를 향해 다가왔다.허설아 곁에 다가와 종이 한 장을 건넸다.자세히 들여다보던 허설아가 놀란 듯 물었다."출산 통증 체험? 이걸 왜 체험한 거야?""네가 겪었던, 그리고 곧 다시 겪을 고통을 느껴보고 싶어서."허설아는 수료증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헤어져 있던 몇 시간 사이, 권지헌이 혼자 출산 통증을 체험하러 갔을 줄은 몰랐다."그래서 아팠어?""많이 아팠어. 처음엔 견딜 만했는데 나중엔 정신력으로 겨우 버텼어."권지헌은 솔직히 인정했다.겨우 십여 분이었지만 뼈저린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내장이 다 뒤틀리고 몸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었다.하지만 그 정도도 시뮬레이션일 뿐이었다.권지헌이 말했다."일어날 때 온몸에 힘이 다 빠졌어. 그런데 간호사가 하는 말이 이건 겨우 몇 분이었고 실제 출산 땐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대."허설아가 나직이 웃으며 가차없이 찬물을 끼얹었다. "난 그때 안 아팠어, 바로 무통 맞아서 출산까지 별로 아픈지도 몰랐어."연희는 태위가 좋지 않아서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미국에서 출산하면서 처음부터 무통을 선택했기에 정작 허설아는 심한 통증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수술 후에 침대에서 내려올 때 느낀 통증 정도였다. 오늘 권지헌이 겪은 통증을 허설아는 아직 겪어본 적 없는 셈이었다.그 말에 권지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이번 아이도 그렇게 하자."허설아가 큰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
권지헌은 전체 프로그램에서 최고 강도를 선택했다. 곁에 있던 남자들은 망설이다가 전극 패드도 적게 붙이고 시간도 짧은 프로그램을 선택했다.권지헌은 전극 패드 여덟 개짜리 자연분만 체험하기로 했다. 난도가 제일 높고 가장 아픈 프로그램이었다.처음 5단계까지는 통증이 그리 세지 않았다. 이따금씩 통증이 밀려들었고 반복될수록 더 아팠다.옆에서는 벌써 참지 못하고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다.10단계에 이르자 내장이 다 짓눌려 터질 것 같은 통증이었다.옆 사람이 손을 들어 그만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더는 버틸 수가 없는 듯했다. 12단계가 돼서야 실제 분만 통증을 재현한 수준이었다.권지헌의 이마엔 식은땀이 얇게 맺혔고 손등에 불거진 핏줄이 경련하듯 떨렸다. 말로 설명 못 할 고통이지만 그래봤자 피부 위에서 흉내 낸 것일 뿐 진짜 분만을 겪는 건 아니었다.간호사가 전극 패드를 다 떼고 나서야 권지헌은 기계에서 몸을 일으켰다.온몸이 식은땀으로 범벅이었다.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선생님, 정말 용감하시네요. 요즘 12단계까지 체험하신 분은 선생님이 유일해요. 저희 병원에서 드리는 수료증이에요."수료증에는 권지헌의 이름과 분만 통증 체험에서 12단계까지 성공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권지헌이 담담하게 물었다."12단계가 실제 출산 통증과 비슷한가요?""사실 완전히 비슷할 수는 없지만 꽤 근접한 수준이에요."권지헌은 손에 든 수료증을 보며 잠시 말이 없었다.옆에서 누군가 언쟁을 벌이기 시작했다."내가 한 달에 몇백씩 갖다 바치는데 나한테 이딴 걸 체험하라고 해? 난 남자야, 평생 이런 고생 할 일도 없어! 너 정말 배가 불렀네! 세상에 애 못 낳는 여자가 어딨어?""그럼 남들은 어떻게 체험하는데?"커플의 시선이 순간, 제일 눈에 띄는 권지헌한테 쏠렸다."저기요, 자발적으로 체험하러 온 거예요?""당연하죠, 제 아내는 아직 모릅니다."여자가 순간 욱해서 남자한테 쏘아붙였다."저분 좀 봐요! 저분은 왜 하는데요? 왜 나를 전혀 이해해
한참 헛구역질을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권지헌이 물을 들고 옆에서 기다리며 등을 두드려주었다."입 헹궈."잠시 후 허설아는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권지헌이 미간을 찌푸린 채 옆에 서 있었다.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허설아가 권지헌을 다독였다."괜찮아, 지난번에도 이랬어. 초반 세 달 지나니까 괜찮아졌어.""세 달이나 더 기다려야 해?"허설아가 웃으며 권지헌을 흘겼다."임신이 그렇게 쉬운 일인 줄 알아? 뱃속에서 새 생명을 키워내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권지헌도 물론 알고 있었다. 수많은 자료를 찾아봤으니까.출산으로 인해 몸이 손상되는 건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임신으로 인한 반응을 직접 겪으니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한순간,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묻고 싶어질 정도였다.하지만 그런 말은 도저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두 사람 모두 이 아이를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연희와는 달랐다. 연희는 몇 년 전 허설아를 살려낸 구원과도 같은 존재였다. 몇 년 뒤에는 권지헌과 권씨 집안에도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주었다.하지만 이번 아이는 허설아와 권지헌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권지헌은 주먹을 가볍게 움켜쥐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컨디션이 괜찮다고 생각한 허설아는 권지헌 사무실에 잠시 더 머물다가 혼자 회사로 돌아갔다. 봄날 브랜드가 곧 신규 시리즈와 함께 권율 그룹 입찰에 참가할 예정이었다.회사로 돌아가 자리를 지켜야 했다. 권지헌이 데려다주려 했지만 허설아는 거절했다.임신했다고 아무것도 못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허설아가 떠난 뒤, 권지헌은 박희수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식단을 바꿔달라고 했다.박희수는 유난 떤다며 권지헌을 타박했다."너는 나 부려 먹을 줄만 알지. 이전 식단 잘만 먹다가 왜 못 먹는다는 거야?""설아 임신했어요, 임산부가 못 먹는 게 많잖아요.""임신이 뭐 대수라고…… 뭐라고? 진짜야? 아이고, 그럼 진작 말하지. 쓸데없
경호원은 허설아가 병원에서 권지민을 마주쳤다고 했다.허설아가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검사받으러 간 거라고 생각했다.허설아가 돌아오면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와서 서프라이즈를 전할 줄은 몰랐다.권지헌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허설아 손에 든 검사지를 꼼꼼히 살폈다.허설아와 아이가 지금 다 건강하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놓았다.하지만 기뻐할 새도 없이 허설아를 끌어안고 물었다."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전에 어머니가 너 연희 가졌을 때 입덧이 심하다고 하셨잖아. 지금은 어때?"허설아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별 느낌 없어. 그냥 요즘 잠이 많아지고 입맛이 좀 변했어. 연희 가졌을 때도 이랬는데 그때 좋아했던 음식들이 지금 연희가 좋아하는 것들이야."연희를 가졌을 때는 확실히 몸이 안 좋았다.다만 그때는 일이 너무 많았다.임신으로 인한 불편함 외에도 가족을 잃은 슬픔이 더 컸다. 그런 상황에서 연희가 무사히 태어나준 것만으로도 허설아에게는 큰 위안이었다.지금은 오히려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오히려 권지헌이 허설아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일 좀 쉴래? 내가 얘기해둘 테니 몸조리하면서 쉬어.""그럴 필요 없어, 나 일할 수 있어. 집에만 있으면 없던 병도 생겨."권지헌도 알고 있었다,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권지헌 탓이 아니었다. 전에 아이를 떠나보낸 충격은 아직도 권지헌한테 큰 상처로 남아있었다. 그런 고통을 다시는 견딜 수 없었다.허설아는 권지헌이 지난번 아이를 떠올렸다는 걸 알아채고 손을 뻗어 권지헌 얼굴을 감싸며 코를 살짝 비볐다.코끝이 차가워졌다. "걱정 마, 나 지금 괜찮고 아이도 괜찮아. 우리 둘 다 잘 지키고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바로 집에 가서 쉴게."권지헌이 허설아를 끌어안았다.허설아의 따뜻한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낮게 대답했다."그래."잠시 후.그제야 고개를 든 권지헌의 눈가에 눈물이 번져 있었다. 웃음이 번진 얼굴에는 짙은 희열을 감출 수 없었다. 정말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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