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별하고 몇 년 뒤, 회사 회의실에서 자신의 아이 아빠인 전 남친 권지헌을 다시 마주치게 된 허설아. 허설아는 그저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이를 빼앗길까 두렵고 모든 걸 잃게 될까 두렵다. 허설아는 애초에 두 사람은 그냥 장난이었다는 권지헌의 말을 떠올리며 직장 내 상하급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권지헌은 주변을 맴도는 여자들이 단 한 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 처음 허설아를 다시 본 순간, 권지헌은 허설아가 자신을 버리고 바로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허설아가 아파하길, 후회하기를 바라며 복수를 다짐한다. 하지만 허설아가 벼랑 끝에 선 순간 겉에 다가간 권지헌은 허설아가 앞으로 아이와 함께 자기 곁에 머물러 주기를 바란다. 진실을 알게 된 그 순간, 권지헌은 줄곧 복수하고 있던 상대가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네가 나한테 거리를 두라고 했잖아." "거리는." 권지헌이 허설아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한다. "마이너스일 수도 있는 거야."
View More송원영의 차는 매우 작았다.아마 대충 출퇴근용으로 쓰는 건지 서은석과 함께 봤던 그 스포츠카가 아니었다.차 안은 송원영이 예쁘게 꾸며놨는데 귀여운 인형들이 많았다.아마 겨울이라 추워서인지 핸들에도 털 달린 핸들 커버를 씌워놓고 있었다.차량용 방향제도 송원영 몸에서 나는 향기를 떠올리게 했다.차 안엔 여전히 탕후루의 은은한 단내가 남아 있었다. 가게에서 설탕 코팅을 너무 두껍게 만든 탓인지 아직 녹지 않은 설탕 껍질이 어딘가에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서은석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이내 다시 굳어졌다.서은석은 송원영의 태도를 떠봤었다.하지만 송원영은 송씨 집안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송씨 집안은 핸들 자동 열선 기능이 있는 차조차 송원영한테 사주길 아까워했다.송민재와 송민우의 태도도 한편으론 집안의 허락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송원영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송씨 집안은 송원영의 집안이었다.나중에 송씨 집안이 파산하는 데 서은석이 부채질을 했고 심지어 어떻게 보면 장본인이라는 걸 송원영이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서은석이 핸들을 꽉 쥐었다.방금 그런 분위기에서 말할 수가 없었다.분위기가 달아오를 때 송씨 집안이 파산할 거라고 말하는 건 무정하게 보일 뿐 아니라 남의 곤경을 즐기는 도살자 같았다.신호등을 기다리던 서은석은 계속 깜박이는 신호등을 보며 마음속으로 망설였다.전화를 걸려 하자 떠오른 사람은 권서진뿐이었다."서진아, 물어볼 게 있어. 만약 네 남자친구가 권씨 집안을 파산시키려 한다면 넌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권서진의 잠이 깰 정도였다. "뭐라고? 내가 대통령이랑 사귀는 거야?"권씨 집안은 지금 한창 잘나가고 날로 번창하고 있었다.정말로 권씨 집안을 하루아침에 파산시키려면 법을 어긴 경우에만 가능했다.그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었다.불도저 같은 권호성도 법을 잘 지키고 세금도 꼬박꼬박 다 냈으며 자선 활동도 빠지지 않았다.권서진은 권씨 집안을 정말 파산시킬 사람이 있을지
"됐어요, 다음에 옷 입기 전에 확인 좀 해요."서은석이 얼버무렸다."내가 어디 그렇게 꼼꼼한 사람이야, 집에 옷 챙겨줄 사람도 없는데.""전 여자친구도 챙겨주지 않았어요?"서은석이 탄식했다."내 전 여자친구라면 설 때 나랑 헤어지겠다고 했던 그 여자? 그 사람은 내 첫사랑이야, 너는 두 번째 여자친구인 셈이지."송원영은 잠깐 멍해졌다.서은석이 자신을 첫사랑이라고 했다.그럼 서은석이 전에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는 건가?아마 송원영의 너무 노골적인 믿을 수 없다는 눈빛 때문이었는지 서은석이 한 마디 덧붙였다."난 연애 해본 적 없어, 나한테 전 여자친구가 많다고 생각한 거야?"연애를 해봤다면 송원영한테 어떻게 말 걸지 며칠씩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밥을 다 먹고 식당을 나올 때 탕후루를 파는 걸 발견한 서은석이 달려가서 한 꼬치 사서 돌아오더니 송원영 손에 쥐여줬다.송원영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방금 밥을 먹었는데 탕후루 먹을 배가 어디 남아 있을까.게다가 차 안 온도가 높아서 빨리 먹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설탕 코팅이 녹아서 차를 더럽힐 것 같았다. 서은석도 급히 시동을 걸지 않고 송원영이 작은 입으로 탕후루를 베어 먹는 걸 지켜봤다.송원영 입가에 빨간 설탕 코팅이 묻었다.촉촉한 설탕 자국이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좁은 차 안에 퍼져나갔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은석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방금 겨우 억눌렀던 조급함이 다시 치밀고 몸 위로 개미가 기어가는 것 같았다.서은석이 가까이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SNS 일은 나한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을 거야?""이미 말했잖아요?"여성용인 송원영의 차는 배기량이 작고 차 안 공간이 매우 좁았다.서은석이 다가올 때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송원영을 완전히 감쌌다.송원영이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뒤에는 차 시트뿐이었다.서은석이 그윽한 눈빛으로 송원영을 보며 웃고 있었다. "너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겠지? 그 남자가 왜 네 휴대폰 가져가서 그런
송원영은 신맛 나는 가루를 잔뜩 묻힌 말랑한 젤리를 먹은 것 같았다. 신맛에 몸서리가 쳐지면서도 살짝 달콤했다."거래처 담당자예요. 우리 고등학교 졸업생이기도 하고요. 그때 내 휴대폰을 잠깐 빌려줬는데 그 사람이 자기 휴대폰인 줄 알고 게시물 올린 거예요. 그건 내가 이미 지웠어요."서은석은 이가 시큰거릴 정도였다.옆에서 여전히 진지하게 해명하는 송원영을 힐끗 쳐다봤다.약간 동그스름한 얼굴에 매우 고전적이고 단아한 계란형이었다. 이런 얼굴은 충분한 인생 경험이 없을 때 앳되어 보이기 쉬웠다.오늘 출근할 땐 화장을 연하게 했다. 파운데이션만 바르고 눈가에 아이섀도를 조금 칠해서 반짝반짝했다.이런 일을 해명할 때도 잡념이 전혀 없었다.송원영이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기만 해도 서은석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온갖 생각들이 전부 사라졌다. 서은석이 생각했던 것들이 송원영한테는 전부 부질없는 것 같았다.마음에 두지 않는 걸까, 아니면 애초에 그런 쪽으로 생각조차 안 한 걸까?하지만 오래도록 사그라들지 않던 분노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서은석이 한숨을 쉬었다."뭐 먹고 싶어? 너희 오빠랑 남동생 그 꼴 보니까 잡아먹으려고 환장했던데."송민재와 송민우 얘기가 나오자 송원영이 피식 비웃으며 천천히 말했다."아까워서 못 그럴 걸요. 그 사람들 지금 나를 비싸게 팔 궁리만 하는데 어떻게 감히 나를 솥에 넣을 겨를이 있겠어요.""부모님은 가만히 있어?"서은석이 송원영의 얼굴을 빤히 봤다.부모님 얘기가 나와도 송원영은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송씨 집안에 사실 딸이 둘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송씨 부모가 딸 하나를 입양해서 송원영과 함께 키웠는데 그 딸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 곁에서 애지중지 자랐다.하지만 송원영은 분명 친딸인데도 온갖 다양한 것을 배워야 했고 태어날 때부터 값이 매겨져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착한 딸이 돼야 했고 반항할 수 없었다.반면 여동생은 송원영이 피아노를 배우느라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도 멈출 수 없을 때 과자를 먹으며
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권지헌과 함께 차에 올라 회사를 떠났다.두 사람 차 뒤에 있던 송원영이 자기 차에 탔다. 조수석 문이 열리더니 서은석이 송원영이 말하기도 전에 올라탔다. 송원영이 서은석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저기……""헤어지는 건 두 사람이 다 동의해야 하는 거잖아. 내가 너한테 사귀자고 했을 때도 일방적으로 요구한 게 아니잖아." 연애라는 건 시작과 끝이 당연히 양쪽 다 원하는 것이어야 했다. 서은석이 자기 안전벨트를 매고 송원영 벨트도 잡아당겨 매주고는 그 자세 그대로 말했다. "난 헤어지는 거 동의 안 했어."송원영이 멍하니 쳐다봤다.왜 동의 안 하는 거지?두 사람 사이에 많은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서은석한테 송원영은 주변 여자들 중 제일 재미없는 고집세고 답답한 여자일 것이다.서은석 주변엔 여자가 끊이지 않았다.주얼리를 배송하러 다닐 때 얼마나 많은 사모님들이 서은석에 대해 얘기하는 걸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몰랐다. 서은석은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두는 사위 후보였고 적지 않은 재벌가 딸들이 이름을 듣기만 해도 얼굴을 가리며 수줍게 웃었다.오히려 그 여자들이 여자친구인 송원영보다 서은석을 더 잘 아는 것 같았다.사실도 그러하듯 송원영은 서은석을 전혀 알지 못했다.송원영을 만나기 전과 후에 주변에 얼마나 많은 여자가 있었는지도 몰랐다.서은석은 말이 없는 송원영을 보며 가슴속에 묘한 무력감이 차올랐다.매번 이런 식이었다. 서은석이 눈앞에 드러낸 진심을 송원영은 목석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매번 이렇게 순진하고 순수한 눈빛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서은석은 자기가 마치 중학교 앞에서 아이스크림으로 순진한 고등학생을 꼬드겨 집에 데려간 나쁜 아저씨가 된 것 같았다.송원영이 서은석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전에 어느 납품업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눈꼬리에 주름이 많은 남자는 대부분 이성운이 왕성하고 바람둥이라서 평생 한 여자 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했다. 서은석의 눈이 바로 그랬다. 웃을 때 눈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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