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이별하고 몇 년 뒤, 회사 회의실에서 자신의 아이 아빠인 전 남친 권지헌을 다시 마주치게 된 허설아. 허설아는 그저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이를 빼앗길까 두렵고 모든 걸 잃게 될까 두렵다. 허설아는 애초에 두 사람은 그냥 장난이었다는 권지헌의 말을 떠올리며 직장 내 상하급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권지헌은 주변을 맴도는 여자들이 단 한 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 처음 허설아를 다시 본 순간, 권지헌은 허설아가 자신을 버리고 바로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허설아가 아파하길, 후회하기를 바라며 복수를 다짐한다. 하지만 허설아가 벼랑 끝에 선 순간 겉에 다가간 권지헌은 허설아가 앞으로 아이와 함께 자기 곁에 머물러 주기를 바란다. 진실을 알게 된 그 순간, 권지헌은 줄곧 복수하고 있던 상대가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네가 나한테 거리를 두라고 했잖아." "거리는." 권지헌이 허설아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한다. "마이너스일 수도 있는 거야."
Lihat lebih banyak오히려 노현우가 나타나는 곳엔 늘 권지헌의 이름이 따라붙었다.두 사람 이름이 나란히 오르내리는 일이 허설아와 권지헌보다도 잦을 정도였다.노현우는 연애할 마음이 없었다.다만 어느 여름 폭우가 쏟아지던 날, 버스 정류장에서 막차 꽁무니만 바라보다 놓친 적이 있었다.비가 그치길 기다렸다가 학교로 돌아가야만 했다.빗줄기가 어찌나 거센지 도로에 물이 콸콸 흐를 지경이라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우산을 쓴 여학생 하나가 비를 피하러 정류장 밑으로 들어왔다가 떠나면서 가방에서 우산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저기요, 건영대 학생 맞죠? 이 우산 빌려줄게요."여학생이 쓰고 있던 건 건영대 로고가 찍힌 도서관에서 빌려주는 공용 우산인 듯했다.그런데 노현우한테 건넨 건 곰돌이가 그려진 핑크색 우산이었다.딱 봐도 여학생들이 쓰는 우산이었다.노현우는 여학생한테 도서관 우산을 주면 내일 직접 반납하겠다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여학생은 다짜고짜 핑크색 곰돌이 우산을 손에 쥐여주고는 돌아서서 빗속으로 들어가 버렸다.빗줄기가 너무 거세서 여학생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어느 학부 학생인지도 몰랐다.그렇게 돌려줄 길이 없어진 우산은 지금도 노현우 집 서랍 속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특별한 마음이었느냐고 하면 딱히 설명하기는 어려웠다.단 한 번 스친 낯선 여학생이었을 뿐이니까.그래도 노현우는 몇 년 동안 이따금 그 여학생을 떠올리곤 했다.억수로 쏟아지던 빗속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던 자신의 모습도 떠올랐다.노현우에게 그 우산은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 호의였다.김지유와는 달랐다.이제 어른이 된 노현우는 자신이 뭘 하는지도 알았고 김지유한테 품은 호감이 한순간의 충동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한참 만에야 노현우가 입을 열었다."좋아한 사람 없었어요. 학교 다닐 땐 공부벌레였거든요."남자가 농담으로 받아쳤다."딱 봐도 범생 스타일이시네요. 맨날 옆 반 예쁜 여학생들이나 쳐다보던 우리랑은 다른 부류죠."남자가 통통한 머리를 긁적이며 어떻게 말해
노현우 앞에서 지나간 일을 꺼내는 건 아무래도 좀 난감했다.김지유는 전에 캡처해 둔 휴대폰 기록을 들여다보면서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현서와의 일은 한두 마디로 끝날 얘기가 아니었다.법을 공부하는 사람은 대부분 언젠가 법정에서 설전을 벌이기 마련이었다.법학을 하는 사람치고 말주변 없는 사람도 드물었다.그런데 지금 김지유는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해져서 입을 닫아 버렸다.5월에 접어들어 호텔에는 벌써 냉방이 돌아가고 있었다.입을 꾹 닫은 김지유를 보며 노현우도 말을 할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본인 자유라는 걸 알고 있었다.다만 끝도 없이 밀려오는 답답함과 짜증을 주체할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났다."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요."호텔 흡연 구역은 아래층에 있었다.노현우는 카드키를 하나 챙겨 단숨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담배에 불을 붙이고 느긋하게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경원시의 풍경은 건영시와는 사뭇 달랐다.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다리와 개울이 어우러진 관광지가 있었는데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 관광객들이 모여 사진을 찍는 모습은 마치 꽃단장한 나비 떼 같았다.노현우가 손에 든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흡연 구역에 있던 남자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여기 분 아니시죠? 출장 오셨나 봐요?""네, 대주시 사람이에요."남자가 웃으며 물었다."방에 사모님 계시죠?"호텔 내부에서는 금연이라지만 연기 감지기가 없는 곳도 많았기에 방에 아내가 있지 않고서야 굳이 흡연 구역까지 내려올 일은 없었다.노현우는 딱히 부정하지 않고 담뱃재를 톡 털었다.남자는 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 또 한 대에 불을 붙였다."우리 집사람이 방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쫓아내지 뭐예요."노현우가 남자를 힐끗 보았다.키가 작고 통통한 남자는 얼굴이 동글동글하니 사람 좋고 말하기 좋아하는 성격 같았고 옷차림은 보험 회사 직원쯤 되어 보였다.통통한 손가락에 낀 결혼반지가 살에 파묻혀 왠지 불편해 보였다.노현우의 시선이 반지에 닿자 남자가 싱글벙글
순간 멈칫하던 노현우는 휴대폰 잠금을 풀지 않고 그대로 김지유한테 돌려주었다."문자가 온 거 같네요."김지유는 화면에 뜬 문자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권지헌 얘기는 전에 노현우한테 한 적이 있었다. 다만 둘이 만나는 사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문자 두 통을 보자 예전에 받고 무시해 버렸던 문자가 떠올랐다.학부 시절 겪었던 일과, 이제는 다 잊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까지 머릿속에 한꺼번에 떠올랐다.현서.문자 말투가 현서와 지나칠 정도로 닮아 있었다.벌써 출소한 건지 김지유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허설아한테 전화를 걸려다가, 임신 후기라는 게 떠올라 방해할 순 없겠다 싶어 그만두었다.김지유가 아랫입술을 깨물자 노현우가 걱정스레 물었다."아는 사람이에요? 미안해요, 방금 본의 아니게 문자 내용을 봐버렸어요.""내가 아는 사람인지는 확실치 않아요. 전에 학교 다닐 때 권 대표님을 짝사랑했다고 말했잖아요? 그때 누가 권 대표님 여자친구 행세를 하면서 나한테 경고 문자를 엄청 보냈거든요.""그 밖에도 안 좋은 일이 좀 있었고요."김지유는 호감 가는 남자 앞에서 제 상처를 들추는 게 싫었다.학교 다닐 때 괴롭힘당한 일이든, 복수하겠다고 미행해 두들겨 팬 일이든 전부 입에 담기 힘든 과거였다.굳이 꺼내고 싶지 않았다.다 알고 나면 노현우가 어떤 생각을 할지도 알 수 없었다.희박한 가능성만 믿고 사람 마음을 시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노현우가 알겠다는 듯 콧등에 걸친 안경을 벗어 닦았다."그 얘기라면 나도 어렴풋이 기억나요. 학교 다닐 때 한바탕 시끄러웠잖아요. 지유 씨 일이었을 줄은 몰랐지만."학교 측은 사건을 쉬쉬하며 덮어버렸다.학생들 대부분은 사건이 있었다는 것만 알았지 당사자가 누군지는 몰랐다.노현우도 사건이 권지헌과 얽혀 있고 현서가 일을 벌인 장본인이라는 것까지만 알았다.허설아가 현서한테 사과하라고 강하게 밀어붙였던 것도 그 무렵이었다.다른 피해자가 누군지는 아무도 몰랐다.김지유
요즘 김지유는 마치 운세 달력을 확인하지 않고 집을 나선 기분이었다.확인했더라면 분명 '휴대폰 도둑 주의'라고 적혀 있었을 것이다.예전 휴대폰에 몰래 프로그램이 깔렸던 일을 여태 노현우한테 말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마침 말할 계기가 생긴 것이다.다만 노준서를 의심한다는 부분만은 언급하지 않았다.노현우와 노준서는 엄연한 형제였기에 근거 없는 추측을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었다.노현우는 김지유와 함께 근처 경찰서로 걸어가다가 그 말을 듣고 물었다."충전이요? 그 휴대폰 전에 어디서 충전했었어요?""마지막으로 충전한 건 철한선 여행 때 민박집이었어요. 기억나요?"노현우도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기억나요. 그런데 그날 밤에 지유 씨 휴대폰을 만진 건 나뿐이었잖아요. 다른 사람이 만진 적 있어요?""기억 나지 않아요."김지유는 대충 둘러댔다."전에 쓰던 사람이 충전기에 뭘 해놨을 수도 있죠. 어차피 내 충전기도 아니었잖아요."그때 충전기는 민박집 서랍에 있던 걸 대충 쓴 거였다.때문에 그럴 가능성도 아예 없진 않았다.노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별일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네요."김지유가 농담처럼 맞받아쳤다."그 휴대폰 잘 안 써서 다행이에요. 그걸로 업무를 본 적도 한 번도 없고요. 안 그랬으면 무서워서 잠도 못 잤을걸요.""업무 자료를 빼돌리려 했으면 훨씬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깔았을 거예요."노현우가 김지유를 이끌고 길을 건너며 차가 오는 방향을 막아섰다."보통 이런 프로그램은 목적이 분명해요. 카드를 몰래 긁고 업무 정보를 빼돌리고 도청까지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것도 있는데 그건 훨씬 어렵죠."다만 배제할 수 없는 가능성이 하나 있었다.애초에 목적을 갖고 그런 프로그램을 미리 준비해 둔 경우였다.하지만 노현우는 생각만 해도 어이가 없었다.대체 누가 김지유 휴대폰에 그렇게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깔았을까?노현우는 왜인지 문득 예전에 노준서가 그런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였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바로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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