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이별하고 몇 년 뒤, 회사 회의실에서 자신의 아이 아빠인 전 남친 권지헌을 다시 마주치게 된 허설아. 허설아는 그저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이를 빼앗길까 두렵고 모든 걸 잃게 될까 두렵다. 허설아는 애초에 두 사람은 그냥 장난이었다는 권지헌의 말을 떠올리며 직장 내 상하급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권지헌은 주변을 맴도는 여자들이 단 한 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 처음 허설아를 다시 본 순간, 권지헌은 허설아가 자신을 버리고 바로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허설아가 아파하길, 후회하기를 바라며 복수를 다짐한다. 하지만 허설아가 벼랑 끝에 선 순간 겉에 다가간 권지헌은 허설아가 앞으로 아이와 함께 자기 곁에 머물러 주기를 바란다. 진실을 알게 된 그 순간, 권지헌은 줄곧 복수하고 있던 상대가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네가 나한테 거리를 두라고 했잖아." "거리는." 권지헌이 허설아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한다. "마이너스일 수도 있는 거야."
Lihat lebih banyak건영대 학술 강당.성공한 동문 여럿이 단상에 올라 소감을 전했다.지금 재학 중인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허설아는 단상에 서서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한창 청춘인 후배들을 내려다보았다.곧이어 목을 가다듬고 힘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졸업하고 몇 년이나 지나서 이 자리에 처음 서게 될 줄은 몰랐네요. 학교 다닐 때는 학장님이 저한테 항상 야망이 없다고 하셨어요."아래 있던 후배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지금 학장은 허설아에게 그림 기법을 많이 가르쳐준 예전 은사였다. 그때부터 허설아의 재능을 높이 사며 계속 그림에 매진하도록 키우고 싶어 했다."저는 저희 학과의 도시 벽화를 전공했는데요. 그때는 연애에만 빠져 있느라 공부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학과 정문 벽화, 그거 제 작품이에요."아래에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허설아의 재능에 호기심만 가졌던 학생들은 전부 놀라 얼어붙었다.학과 정문 벽화는 고구려 비천상을 그린 그림으로 명화를 그대로 베낀 게 아니라 직접 디자인한 작품이었다.그 벽화는 지금도 건영대 홈페이지 배경 화면으로 쓰이고 있었다.아래에서 한 학생이 물었다."선배님, 그거 몇 학년 때 작품이에요?""여러분과 같은 1학년에 막 입학했을 때예요. 학장님이 그리라고 하시길래 그냥 갔는데 어디 쓰일지도 몰랐어요."허설아가 말을 이었다."그때는 연애할 생각만 하느라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않은 게 좀 아쉬워요."권지헌 꽁무니만 따라다닐 때라, 벽화를 과제 정도로 생각했다. 매일 그림 그리는 것 외에는 권지헌 쫓아다니기만 바빴다. 지금 보면 확실히 완벽하지는 않았다. 아래 있던 학생들은 말문이 막혔다. 저런 재능을 가진 선배라니, 진짜 사람이긴 한 걸까? "선배님, 지금은 무슨 일 하세요?""지금 주얼리 회사 대표고요, 취미로 그림도 그려요. 여러분이 아실 수도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서풍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요."일러스트 업계에서 서풍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팔로우를
"네."허설아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권지헌을 찾았다.자기 학과에서 참석 서명을 마치고 인파 속에서 허설아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권지헌과 마침 시선이 마주쳤다.한 걸음씩 허설아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문득 허설아의 머릿속에 글귀 하나가 스쳤다.어떤 순간이든 자신의 가장 소중한 걸 기꺼이 내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었다.학창 시절에는 돈, 성공한 뒤에는 시간.겁쟁이의 용기, 솔직하지 못한 자의 진솔함, 예민한 자의 자존심, 오만한 자가 고개를 숙이기까지.권지헌은 이 모든 걸 매 순간마다 허설아에게 아낌없이 내주었다.권지헌이 곁에 다가오기도 전에 서풍의 팬들이 먼저 허설아를 알아봤다.우르르 몰려와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으려 했다.같은 학교 후배들을 본 허설아도 마다하지 않고 저마다의 얼굴을 담은 간단한 그림을 하나씩 그려주었다."학교 다닐 때 동기들도 다 그려줬었어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마음에 안 들 리 없었다.어차피 서풍의 팬들이니까.전부터 저희끼리 허설아가 올지 안 올지 얘기하던 참이었는데, 진짜 나타난 걸 보고 다들 한껏 들떴다.곁에 다가온 권지헌조차 멀리 서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허설아의 얼굴엔 환하고 다정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햇살마저 허설아를 비춰 따뜻하고 눈부신 빛을 더해주었다.권지헌은 그 자리에 서서 묵묵히 기다렸다.부스의 학생이 말했다."선배님, 저쪽 여자 선배님이 선배님보다 더 인기 많으신데요?"권지헌이 미소를 지었다."그러게요, 원래 나보다 인기가 많아야 할 사람이에요."학교 다닐 때, 매일같이 권지헌 곁을 맴도느라 자기 안의 빛을 놓치지만 않았어도 허설아는 분명 예대의 스타가 됐을 것이다.예쁘고 밝은 데다 집안도 좋았고 그림 재능은 최고 학부에서도 단연 돋보였다.하늘이 작정하고 재능을 몰아준 사람이었다.지금의 허설아도 다르지 않았다.반짝이는 모습은 그 무엇으로도 가려지지 않았다.강시우가 뒤에서 다가오다가 허설아를 본 순간 잠시 넋을 놓은 듯하더니, 이내 시선을
병원에서 검사를 한가득 받았지만, 정작 원인이랄 건 나오지 않았다.의사가 허설아를 빤히 보더니 불쑥 물었다."임신 계획 있으세요? 산부인과 쪽으로 날짜 한번 잡아보실래요?"산부인과?허설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건 생각도 못 해본 일이었다.지난번 권지헌과 함께 검사받은 뒤로 피임은 진작에 그만뒀고 요즘은 운동도 열심히 하며 엽산에 칼슘제까지 챙겨 먹고 있었다. 그런데도 혹시 임신한 건 아닐지 아예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즘 부쩍 잠이 쏟아지고 입맛도 까다로워졌다. 밥을 아예 못 먹는 건 아니었지만, 전에 없이 유난히 가려 먹었다.지난번 임신했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었다. 허설아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결국 검진 날짜를 예약하고 며칠 뒤 다시 와서 검사받기로 했다.의사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요 며칠은 무리하지 마세요. 임신이 아니더라도 임신 준비는 하셔야 하니까요.""네, 알겠습니다."병원을 나서니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허설아는 차를 몰아 연희와 전서준을 데리러 유치원으로 향했다.전학한 뒤 처음 와보는 유치원이었다. 예전 유치원과는 분위기부터가 사뭇 달랐고 아이들 얼굴에도 생기가 넘쳤다.연희가 허설아를 보자마자 쏜살같이 달려왔다.황급히 뒤쫓아 오던 선생님은 연희가 엄마라고 부르는 걸 듣고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허설아를 본 적이 없었던 선생님은 진짜 아이들 보호자가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사인까지 요구했다. 선생님이 망설이는 표정에서 혹여나 낯선 사람에게 아이들을 인계할까 봐 걱정하는 책임감을 보아낼 수 있었다. 허설아는 휴대폰 속 권지헌과의 혼인증명서를 찾아 보여주었다."전에는 남편이 왔었는데 오늘은 제가 시간이 나서 온 거예요."그제야 선생님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두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다른 아이를 배웅하러 돌아섰다. 이 유치원 선생님들은 확실히 책임감이 강했다.뒷좌석 카시트에 나란히 앉은 두 아이는 내내 재잘재잘 떠들었다.신호를 기다리던 사이에는 무슨 일인지 갑자기 티
허설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서진 씨 말은 누가 디자인 도안을 훔쳤다는 거예요?""네, 누군지는 확신 못 해요. 이 반지 봐요, 공법이 우리가 발매할 가연이랑 똑같은 디자인 아니에요?"허설아가 사진을 손가락으로 확대해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똑같네요.""이거 예전에 디자인하다가 막혀서 빠져들었던 함정이에요. 외삼촌이 단조 작업 배정할 때 말해줬는데 골드 공법에서 흔한 방식이긴 한데 가연 시리즈에는 안 맞는대요."그래서 권서진은 진원호와 함께 더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다른 공법을 택했다.완성된 결과물도 확실히 권서진이 전에 디자인했던 것보다 훨씬 완벽했다.하지만 디자인 도안 유출은 엄청난 일이었다."어떻게 생각해요?""누가 그랬는지 대충 짐작은 가는데 추궁하기가 쉽지 않아요."이 디자인은 아직 특허도, 저작권 등록도 안 한 상태라 권리를 주장하려 해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했다. 게다가 상대는 아주 유명한 골드 브랜드였다.권서진은 지난번 청소 이모가 파쇄 종이를 쓸어가는 걸 봤을 때부터 마음이 불안했었다.다른 브랜드가 자기 디자인을 발매한 걸 발견하자마자 바로 폐지도 쓸모가 있다고 했던 양준우의 말이 떠올랐다.조사해보니 정말로 누군가 회사 청소 이모한테 폐지 같은 걸 수거해 가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본 정황이 드러났다. 파쇄된 종이까지도 높은 값을 주겠다는 말에 내부 사정을 모르는 청소 이모가 팔아넘긴 거였다.허설아도 이런 일은 정말 막을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떻게 할 생각이에요?""그 골드 브랜드, 손꼽히는 대형 브랜드예요. 몇 년째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고 진짜 라이벌도 우리 봄날 브랜드가 아니라 같이 경쟁하는 다른 골드 브랜드들이고요."권서진이 씩 웃었다."요즘 다른 건 몰라도, 이 시리즈 골드 디자인 도안은 나한테 한가득 있어요. 벌써 여러 회사에 팔아서 빠르면 며칠 안에 완제품이 나올 거예요."권서진의 생각은 단순했다.디자인 도안 하나로 권리 주장하기는 귀찮지만 그렇다고 찝찝한 채 넘어갈 수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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