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이별하고 몇 년 뒤, 회사 회의실에서 자신의 아이 아빠인 전 남친 권지헌을 다시 마주치게 된 허설아. 허설아는 그저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이를 빼앗길까 두렵고 모든 걸 잃게 될까 두렵다. 허설아는 애초에 두 사람은 그냥 장난이었다는 권지헌의 말을 떠올리며 직장 내 상하급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권지헌은 주변을 맴도는 여자들이 단 한 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 처음 허설아를 다시 본 순간, 권지헌은 허설아가 자신을 버리고 바로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허설아가 아파하길, 후회하기를 바라며 복수를 다짐한다. 하지만 허설아가 벼랑 끝에 선 순간 겉에 다가간 권지헌은 허설아가 앞으로 아이와 함께 자기 곁에 머물러 주기를 바란다. 진실을 알게 된 그 순간, 권지헌은 줄곧 복수하고 있던 상대가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네가 나한테 거리를 두라고 했잖아." "거리는." 권지헌이 허설아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한다. "마이너스일 수도 있는 거야."
Mehr anzeigen경호원은 허설아가 병원에서 권지민을 마주쳤다고 했다.허설아가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검사받으러 간 거라고 생각했다.허설아가 돌아오면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와서 서프라이즈를 전할 줄은 몰랐다.권지헌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허설아 손에 든 검사지를 꼼꼼히 살폈다.허설아와 아이가 지금 다 건강하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놓았다.하지만 기뻐할 새도 없이 허설아를 끌어안고 물었다."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전에 어머니가 너 연희 가졌을 때 입덧이 심하다고 하셨잖아. 지금은 어때?"허설아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별 느낌 없어. 그냥 요즘 잠이 많아지고 입맛이 좀 변했어. 연희 가졌을 때도 이랬는데 그때 좋아했던 음식들이 지금 연희가 좋아하는 것들이야."연희를 가졌을 때는 확실히 몸이 안 좋았다.다만 그때는 일이 너무 많았다.임신으로 인한 불편함 외에도 가족을 잃은 슬픔이 더 컸다. 그런 상황에서 연희가 무사히 태어나준 것만으로도 허설아에게는 큰 위안이었다.지금은 오히려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오히려 권지헌이 허설아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일 좀 쉴래? 내가 얘기해둘 테니 몸조리하면서 쉬어.""그럴 필요 없어, 나 일할 수 있어. 집에만 있으면 없던 병도 생겨."권지헌도 알고 있었다,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권지헌 탓이 아니었다. 전에 아이를 떠나보낸 충격은 아직도 권지헌한테 큰 상처로 남아있었다. 그런 고통을 다시는 견딜 수 없었다.허설아는 권지헌이 지난번 아이를 떠올렸다는 걸 알아채고 손을 뻗어 권지헌 얼굴을 감싸며 코를 살짝 비볐다.코끝이 차가워졌다. "걱정 마, 나 지금 괜찮고 아이도 괜찮아. 우리 둘 다 잘 지키고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바로 집에 가서 쉴게."권지헌이 허설아를 끌어안았다.허설아의 따뜻한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낮게 대답했다."그래."잠시 후.그제야 고개를 든 권지헌의 눈가에 눈물이 번져 있었다. 웃음이 번진 얼굴에는 짙은 희열을 감출 수 없었다. 정말 기뻤다.
"형은 정말 경계심이 심하네요."허설아가 눈을 치켜뜨고 권지민을 매섭게 노려봤다."지민 씨가 뭘 하려는 건지 관심 없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요. 나랑 내 아이한테서 멀리 떨어져요! 안 그러면 어떻게 될지 알 거예요." "어떻게 되는데요? 형수님, 저는 그냥 형수님이 좋을 뿐……"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설아가 권지민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그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권지민을 싸늘하게 쏘아봤다."난 권지민 씨 싫어해요. 하지만 이제는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아무 감정도 없어요. 원래는 그나마 정이라도 좀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남이에요."정이라고 해도 이전 두 번의 사고 때 권지민이 나타나 구해준 게 전부였다.그런데 사진들을 본 뒤로는 그마저 다 사라져 버렸다.권지민이 권지혁이나 권서진처럼 권지헌의 동생이었다면 허설아도 힘닿는 데까지 챙겨줬을 것이다.하지만 권지민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꿍꿍이가 많고 도무지 속을 알 수 없었다.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허설아는 믿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권지민의 말 속에는 드러나지 않은 꿍꿍이가 너무 많이 숨어 있었다. 허설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 말을 들은 권지민은 갑자기 심장이 욱신거렸다.오늘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짓을 저질렀는지, 권지헌이 알면 결코 가만두지 않을 거란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허설아의 이런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왜 행복은 한 번도 권지민을 찾아오지 않고 번번이 권지헌에게만 허락되는 걸까. 권지민이 원하는 건 결국 한 사람일 뿐이었다.그런데 그 사람마저 권지헌 것이었다.권지민이 씁쓸하게 웃었다."형수님이 안 믿어도 얘기할게요. 저 형수님 좋아해요. 만약 제가 형수님을 먼저 만났다면 지금은 달라졌을까요?"허설아는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헛웃음을 터뜨리며 체념 섞인 냉소를 지었다. "권지민 씨, 정말 몰라서 그래요? 당신이 나를 알게 되고, 나한테 관심 갖게 된 것도 결국 내가 권지헌 아내이기 때문이잖아요! 내가 권지헌을 몰랐다면 권
진료실에 들어서자 의사가 입을 열었다."축하드려요, 정말 임신이네요. 다만 아직 3주밖에 안 됐고 지금은 관찰 기간이에요. 이따 산모 수첩 등록하고 가세요."산부인과에 와서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는 대부분 임신 준비를 마치고 낳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었다.의사의 얼굴에도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허설아는 감사 인사를 하고 일어나 진료실을 나섰다.사실 스스로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지난번에 왔을 때부터 임신일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다.다만 검사지에 임신이라고 적힌 걸 보니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현재 아기는 아주 건강했다.전에 권지헌과 했던 약속이 이뤄진 것이었다.허설아는 아직 평평한 배에 손을 얹었다. 빨리 권지헌을 만나러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다.진료실 문을 나서는데 권지민이 여전히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허설아의 얼굴빛이 차가워졌다. "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앞에 선 권지민은 허설아 손에 든 서류를 훑어보며 기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고스란히 눈에 담았다. 권지민이 한 걸음 다가섰다."형수님, 임신이에요? 축하해요."어제 학교에서 허설아가 저도 모르게 배를 감쌀 때부터 임신했을지도 모른다고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계속 옆에 있는 권지헌은 바보처럼 전혀 눈치를 못 챈 모양이었다.권지민의 마음속에 자기 것이어선 안 될 욕망이 타올랐다.시선이 허설아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형수님, 왜 저는 봐주지 않는 거예요?""형수님이 임신했다니 저도 기뻐요. 형수님 아이를 제 아이처럼 생각할게요, 어때요?" 허설아는 경악하는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권지민, 미친 거야?' '왜 여기서 이런 정신 나간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허설아가 매섭게 말했다."나한테서 떨어져요!""형수님, 저는 그러기 싫어요. 사람 시켜서 연희 데려오라고 할게요. 그럼 우리 여기 떠나서 네 식구가 새로운 인생 시작하는 거예요, 어때요?"연희?허설아가 소스라치게 놀라 본능적으로 가방 속 휴대
허설아가 짧게 대꾸했다.권지민이 왜 여기 왔는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뒤에 수업이 남았던 김지유는 허설아에게 인사만 하고 자리를 떴다.권지헌이 다가와 허설아의 손을 잡았다."가자, 캠퍼스 좀 둘러보자.""그래."캠퍼스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전에 둘이 함께 걸었던 곳들을 다시 걸어보는 거였다.-한창 둘러보던 중.허설아가 신이 나서 계단 위로 뛰어 올라가더니 밑에 있는 권지헌을 향해 손을 뻗었다.그리고 뛰어내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나 받아줘!"권지헌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앞으로 다가갔다.예전에 연애할 때, 싸운 뒤면 허설아는 권지헌에게 화해할 명분을 주려고 했었다. 계단 위로 올라가 권지헌이 안아서 내려주게 하는 게 화해의 명분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권지헌은 그런 명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오히려 휙 돌아서 가버렸다.체면이라곤 눈곱만큼도 봐주지 않았다.지금 허설아가 다시 그 자리에 서서 권지헌을 향해 손을 뻗었다.권지헌도 당연히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다가가 허설아를 단단하게 받쳐 품에 안은 채 한 바퀴 빙 돌았다."그때는 내가 잘못했어. 사실 가서 받아주고 싶었는데 강시우랑 애들이 있어서 놀림받을까 봐 겁났었어."어릴 때는 늘 체면과 자존심을 신경 썼다.여자친구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고집스럽게 믿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오히려 고개 숙일 기회를 찾고 싶어 안달이었다.허설아를 내려놓는데 앞쪽 갈림길에 휠체어를 탄 남자가 멈춰 서 있었다.권지헌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하지만 피하지도 않았다.어차피 가야 할 길인데 권지민을 봤다고 굳이 돌아갈 이유는 없었다.두 사람이 다가가자 권지민이 인사를 건넸다."큰형, 형수님. 여기서 보네요."권지헌이 권지민을 쳐다봤다."상처는 다 나았어?""다 나았는데 며칠 전에 다리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아서 당분간은 휠체어 신세 져야 해." 권지헌이 짧게 답했다."치료에 필요한 게 있으면 조 비서한테 말해. 준비해 줄 거야.""형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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