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태자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어디 말해 보거라."그런데 이때 서 황후가 태자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나무랐다."태자."하지만 태자는 이미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폐하, 소자는 장차 맞이할 태자비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온 나라가 제 혼례일이 임박했음을 알고 있고, 예식과 제사를 담당하는 관청까지 모두 분주히 대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미 선조들께도 고한 일인데, 이제 와 갑자기 혼례를 취소한다면 이는 모두를 기만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소자 또한 무슨 낯으로 백성들을 마주할 수 있겠습니까?”태자는 아주 절절한 목소리로 호소했다.그러자 황제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태자가 머리를 조아렸다."폐하께 청하옵니다. 부디 명월이를 태자비로 맞이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배명월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오늘 기껏해 봐야 측비 자리쯤 오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금영이 갑자기 머리가 어떻게 된 듯 혼사를 물리더니, 이제는 태자가 그녀를 부인으로 삼게 해 달라고 청하고 있었다.아무리 속을 잘 감추는 배명월이라도, 이 순간만큼은 얼굴에서 번지는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선대 영안후께서 병중에 있을 때, 폐하께 손녀들을 잘 돌봐 달라고 부탁하신 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배금영은 혼인을 원치 않는다고 했으니, 명월이를 저에게 내려주십시오. 그리하여 선대 영안후의 유언도, 황실과 소자의 체면도 지켜주시옵소서."태자가 계속해서 또렷하게 말을 이었다.금영이 싫다면, 진짜 영안후의 적녀인 배명월을 맞아들이면 그만이었다.그는 금영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 영안후부엔 그녀만 있는 것이 아니며, 금영이 거절했다고 해서 혼인을 맺을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서 황후는 그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태자를 불렀다."태자, 괜한 말은 삼가거라."금영과의 혼사가 깨졌다면, 태자비 자리엔 다른 이를 올리면 그만이었다.설령 황제가 서씨 가문의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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