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361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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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황제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태자에게 손에 들고 있던 봉황 비녀를 내밀었다.태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폐.. 폐하? 이, 이건... 무슨 뜻입니까?"황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저 아이가 너에게 시집가길 원하지 않는다는데, 혼약을 물릴 수밖에."그 말을 들은 금영은 마음이 세차게 흔들렸다.황제는 금영의 뜻에 따라 파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이는 곧 그녀를 위해 직접 혼약을 물려주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또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령 혼약이 파기되더라도 금영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기도 했다.금영은 황제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체면을 살려줄 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이 상황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던 태자는 다시 황제에게 말했다."폐하, 소자는 파혼하고 싶지 않사옵니다!"그 말을 들은 서 황후는 얼굴이 가라앉았다. 그녀가 꾸짖듯 태자에게 말했다."태자! 생각 잘 하고 말하거라!"서 황후도 자신을 늘 곤란하게 하던 일이 이런 식으로 풀릴 줄은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 금영이 무슨 속셈을 품었던 상관없었다. 그녀가 파혼해준다면,태자는 더 이상 서녀이자 예언의 가짜 주인공과 더 이상 얽힐 일이 없을 터였다.태자가 금영을 바라봤다."금영아, 이제 그만 하거라. 우리의 혼약이 맺어진 지 벌써 오 년이다. 폐하께서도 우리를 천생연분이라 칭찬하신 적이 있지 않느냐? 그런데 어찌 이리 가벼이 파혼을 입에 올릴 수 있느냐?"한때 태자도 금영과 파혼하고 배명월을 맞이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 이르자, 금영을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졌다.이토록 단정하고 모두가 수도 제일 귀녀라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 귀녀인데, 마땅히 자신의 것이 되어야만 했다.금영은 태자가 얼굴이 두껍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이토록 뻔뻔하게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태자는 자신이 아무리 정이 깊은 척 연기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아직도 깨닫지 못한 듯했다.금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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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그 말을 들은 황제는 미간이 좁아졌다.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금영에게 선택지를 주었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그녀에게 모진 말은 내뱉지 않았다. 금영이 황제의 위엄에 짓눌려 본심을 거스르는 선택을 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리고 권력을 이용해 금영을 찍어누르려 한 적도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태자는 아주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있었다.황제가 금영을 바라보며 살짝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금영아, 짐이 다시 한번 묻겠다. 정말로 파혼하길 원하느냐? 너는 그저 네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면 된다. 나머지는... 짐이 알아서 해결해 줄 테니."금영은 그런 황제를 바라보며 더없이 단호한 얼굴로 답했다."신녀의 뜻엔 변함이 없습니다."황제가 태자를 바라보았다."똑똑히 들었느냐?"태자는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감히 황제의 앞에서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예, 폐하. 소자, 제대로 들었습니다."황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들었다면, 이제 받아들이거라."봉황 비녀가 다시 한번 태자의 앞에 내밀어졌다.그러자 태자가 이를 악문 채 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배금영, 넌 반드시 오늘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금영은 가볍게 웃으며 후련함이 담긴 목소리로 대꾸했다."죽어도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결국 태자는 어쩔 수 없이 파혼을 의미하는 봉황 비녀를 받아들였다.그 모습을 본 금영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죽어도 후회하지 않아.'이건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그녀의 진심이었다. 이번 생에 마침내 첫걸음을 내디딘 듯한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자신을 비참한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혼약을 제 손으로 끊어냈다.비록 처음 계획대로 태자와 배명월에게 오물을 뒤집어씌울 수는 없었지만, 이것도 나름의 통쾌함이 있었다.그녀가 먼저 사람들 앞에서 파혼을 꺼낸 것만으로도 태자의 체면은 짓밟혔을 테니 말이다. 태자는 훗날 이 일을 떠올릴 때마다 속이 쓰라릴 터였다.태자는 봉황 비녀를 세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날카로운 장식 끝이 손바닥을 파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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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황제가 태자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어디 말해 보거라."그런데 이때 서 황후가 태자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나무랐다."태자."하지만 태자는 이미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폐하, 소자는 장차 맞이할 태자비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온 나라가 제 혼례일이 임박했음을 알고 있고, 예식과 제사를 담당하는 관청까지 모두 분주히 대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미 선조들께도 고한 일인데, 이제 와 갑자기 혼례를 취소한다면 이는 모두를 기만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소자 또한 무슨 낯으로 백성들을 마주할 수 있겠습니까?”태자는 아주 절절한 목소리로 호소했다.그러자 황제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태자가 머리를 조아렸다."폐하께 청하옵니다. 부디 명월이를 태자비로 맞이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배명월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오늘 기껏해 봐야 측비 자리쯤 오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금영이 갑자기 머리가 어떻게 된 듯 혼사를 물리더니, 이제는 태자가 그녀를 부인으로 삼게 해 달라고 청하고 있었다.아무리 속을 잘 감추는 배명월이라도, 이 순간만큼은 얼굴에서 번지는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선대 영안후께서 병중에 있을 때, 폐하께 손녀들을 잘 돌봐 달라고 부탁하신 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배금영은 혼인을 원치 않는다고 했으니, 명월이를 저에게 내려주십시오. 그리하여 선대 영안후의 유언도, 황실과 소자의 체면도 지켜주시옵소서."태자가 계속해서 또렷하게 말을 이었다.금영이 싫다면, 진짜 영안후의 적녀인 배명월을 맞아들이면 그만이었다.그는 금영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 영안후부엔 그녀만 있는 것이 아니며, 금영이 거절했다고 해서 혼인을 맺을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서 황후는 그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태자를 불렀다."태자, 괜한 말은 삼가거라."금영과의 혼사가 깨졌다면, 태자비 자리엔 다른 이를 올리면 그만이었다.설령 황제가 서씨 가문의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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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배명월은 어디 하나 크게 흠잡을 데는 없었으나, 태자비로 삼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금영과 견주어 보면 그 차이는 더욱 또렷했다.하지만 어찌 되었든 태자가 마음에 둔 여인이었다. 황제는 안 그래도 태자에게 마음의 빚을 느끼고 있었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보상해 줄 수 있다면 그리해 주고 싶었다.부족한 점은 앞으로 사람을 붙여 차근차근 가르치면 될 일이었다.황제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정 그리하고 싶다면, 허락하마."조금 전까지만 해도 영안후는 금영 곁에 함께 무릎을 꿇고 죄를 청할 생각이었다. 금영이 황제의 어명을 거스른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이는 영안후부 전체를 큰 위기로 몰아넣은 일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런데 눈 깜빡할 사이에 상황이 또 뒤집혔다. 금영 대신 이번엔 배명월이 태자와 이어지게 되었다.영안후는 정말 오늘 심장이 남아나질 않았다. 그는 곧바로 배명월을 나무랐다."명월아, 뭘 멍하니 있느냐? 어서 폐하께 인사를 올리지 않고."그제야 배명월도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신녀, 폐하의 성은에 감사드리옵니다."황제는 거기서 다시 맹운산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래 맹 소장군, 너는 무엇을 청하고 싶으냐?"황제의 기억이 맞다면, 맹운산은 분명 전에 배명월과 함께 월로사에 간 적이 있었다.그런데 배명월이 태자와 이어지게 되었으니, 마음이 상했을 것이라 여겼다.맹운산은 금영을 한번 힐끗 바라본 뒤, 입을 열었다."폐하... 조금만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신은 조금 더 곰곰이 생각한 뒤, 청을 올리고 싶습니다."오늘은 때가 좋지 않았다. 맹운산은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황제는 그의 얼굴에 별다른 어두움이 없는 것을 보고 조금 의아했지만, 곧바로 말했다."그리하라.""성은이 망극하옵니다."맹운산이 다시 예를 올렸다."다른 일이 없다면, 모두 이만 일어나거라."황제가 담담히 말했다.그러다가 한쪽에 무릎 꿇고 있는 금영에게 슬쩍 시선을 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부축해 사람들 앞에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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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폐하께서 어지셔서 제 못난 딸에게 굳이 이 일을 더 따지려 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비로서 이 불효막심한 딸을 벌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돌아가면 곧바로 자음암에 보내 조용히 수양하게 할 것이니, 다시는 폐하와 태자 전하께 근심을 끼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영안후가 거듭 말했다. 보아하니, 역시 자신이 먼저 죄를 청하며 한 발 물러서는 것이 맞았다고 여기는 듯했다.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손복안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평소에는 제법 영리해 보이던 영안후가 오늘따라 이토록 어리석어 보일 수가 없었다.어명을 거부하고 황제를 능멸하다니, 금영은 파혼을 가장 바라던 사람이 황제일 텐데도 말이다.아니나 다를까 황제가 싸늘한 눈빛으로 영안후를 바라보며 분노를 억누르는 듯 말했다."영안후.""신, 여기 있사옵니다."영안후가 황급히 답했다."그리도 벌을 원한다니, 뜻대로 해 주겠네."황제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그는 영안후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영안후는 아비로서 자애롭지 못하였으니, 반년 봉록을 감하고 반달 동안 금족해 스스로 돌아보거라."영안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얼이 빠진 듯 멍하니 자리에 굳었다.그러더니 황제가 금영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이제 일어나거라."금영은 물기 어린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영안후는 여전히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황제가 벌을 내리는 것은 이상할 것 없었다.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으니, 아비로서 책임을 묻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그런데 자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벌을 받게 될 줄은 상상치 못했다.영안후는 황제가 금영을 박대했다고 노한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고 이러는 것인지 도무지 짐작되지 않았다.역시 황제의 성심은 아무나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닌 듯했다.황제가 손복안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러자 곧바로 그 뜻을 알아차린 손복안이 입을 열었다."모두 자리에 드시지요."그러자 금영이 옅게 웃으며 제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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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명월이야말로 영안후부의 진정한 적녀이고 황후의 운명을 타고난 여인이었다. 태자비의 자리는 처음부터 그녀의 것이어야 마땅했다.이유가 어찌 됐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원래 명월에게 속했던 것을 돌려주었으니, 잘된 일이었다.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는 마음이 무겁고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그는 고개를 들고 맞은편의 금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평온한 얼굴을 하고서 떡을 집어 먹고 있었다.‘금영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파혼을 후회하고 있을까? 억지미소를 짓고 있는 거겠지?’태자는 어쩐 일인지 쓸쓸함이 몰려오며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그는 손을 뻗어 앞에 놓인 술잔을 입가로 가져가 단숨에 비워버렸다.어느덧 연회는 중반에 이르렀다.황제는 오늘따라 술기운이 올랐는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 시각 금영의 옆에서 송정희가 배명월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우리 명월이가 복 받은 아이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 보니 흠천감이 예언한 모든 것이 사실이었구나. 아무도 타인의 운명을 가로챌 수 없다는 말 말이다. 명월아, 넌 앞으로 절대 네 언니처럼 오만방자하게 굴어 집안에 화를 가져오지 말고 성심을 다해 태자를 보좌하여야 한다.”궁중 연회라 눈치가 보였던 것인지, 아니면 오늘 기분이 좋았던 것인지, 여느 때와 달리 송정희는 그들만 알아들을 수 있을 소리로 금영의 흉을 보였다.사실 이제 더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던 것이다.금영은 황제가 자리를 뜨자 이마를 짚으며 상석에 남은 서 황후에게 청했다.“황후마마, 소녀 술기운이 올라 머리가 어지러운 듯하니, 먼저 연회를 떠나도 되겠습니까?”서 황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보더니 차갑게 답했다.“앞으로는 무엇을 하든 내게 고할 필요 없다. 마음대로 하거라.”어쨌거나 금영이 오늘 사람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파혼을 청한 것은 태자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 같았다. 하물며 혼약도 파기되었는데 서 황후도 더 이상 금영을 아끼는 척,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뒤에서 음모술수를 꾸미는 것보다는 대놓고 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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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금영이 자리를 뜬 후, 궁녀 조씨가 서 황후의 곁으로 다가가 작은 소리로 고했다.“황후마마, 그 일은….”서 황후는 금영이 머물렀던 자리를 잠깐 바라보다가 손을 저었다.“되었다. 이미 원하던 바를 이뤘는데 굳이 일을 크게 만들 이유는 없지 않느냐?”비록 배명월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진짜 황후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니, 금영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물론 금영은 곧 닥칠 뻔한 위기가 파혼으로 인해 무산되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러나 태자와 파혼한 이후로 비록 앞에서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그녀와 황제의 사이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뒤에서 자신을 해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가지고 있었다.이제 그녀는 그 누구의 앞길도 막고 있지 않으니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대전을 나온 금영은 느긋한 걸음걸이로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갔다.그녀는 이 시점에 굳이 급하게 황제를 찾아 나서지 않았다.만약 그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면, 반드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거라고 믿었다.금영은 회랑 앞에 서서 눈으로 덮인 소나무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마저 탁 트이고 개운해지는 듯했다.금영에 비하면 해수는 좀처럼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다.“아가씨, 정말로… 태자 전하와 이대로 끝내실 생각이십니까?”뒤돌아선 금영은 잔뜩 울상을 짓고 선 해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너무 섣불리 결정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해수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금영은 그런 해수를 바라보며 농담조로 물었다.“왜? 내가 이제 앞으로 더 좋은 혼처를 못 찾을까 봐 걱정되느냐?”해수가 다급히 말했다.“제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겠어요? 다만 이렇게 되면 후부에서 아가씨의 처지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그러죠….”해수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전 아가씨에게 좋은 혼처로 시집가길 바라요. 그래야 저도 아가씨를 따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전 아가씨를 따를 겁니다.”말을 마친 해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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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멀리서 다가오던 황제는 마침 금영과 맹운산이 회랑에 마주 보고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바람이 불어오며 처마에 쌓였던 흰 눈이 흩날려 두 사람의 어깨로 떨어졌다.금영은 어여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맹운산은 늠름하고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손복안은 조심스럽게 황제의 눈치를 살폈다.“폐하….”그런데 황제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반대편에서 태자가 성큼성큼 걸어와서 맹운산을 제치고 금영의 앞에 섰다.황제는 그의 행차를 알리려는 손복안을 손짓으로 멈춰 세웠다.“금영아!”태자의 부름에 금영은 불쾌한 얼굴로 예를 행했다.“태자 전하를 뵙습니다.”비록 마음은 내키지 않지만, 예법 문제로 누구에게 책잡힐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태자는 생기가 넘치는 금영을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금영아, 무슨 이유로 굳이 나와 파혼하자고 고집한 것이냐?”금영은 대답 대신,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전하께서도 바라던 바 아닙니까? 오히려 저에게 고마워해야 할 판 아닙니까?”태자가 말했다.“역시나 나와 명월이 일로 심통이 났던 게 분명하구나!”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계속해서 말했다.“내 진작에 너에게 약조를 했었지 않느냐? 앞으로 내 옆에 누가 있든, 태자비의 자리는 언제나 너의 것이라고! 어찌 이리도 어리석은 것이냐? 고작 시샘 때문에 대신들이 보는 앞에서 부황께 혼약을 물러 달라 청을 올리다니! 네가 그런 일만 안 했어도 상황이 이리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태자의 말투에는 온통 금영에 대한 불만뿐이었다.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황제는 그 말을 듣고 표정이 싸늘히 굳었다.금영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태자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태자가 그저 화풀이를 하러 온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들어도 속에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았다.금영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관심이 없었기에,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혼약은 이미 파기되었고 이런 말들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태자는 금영의 냉랭한 태도에 표정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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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맹운산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자격이 없다면, 태자 전하께서는 자격이 있으십니까? 전하께서는 곧 명월 아가씨와 혼인하실 몸입니다. 그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그럼에도 계속 금영에게 집착하신다면, 전하께서 영안후부의 두 자매 사이에서 우유부단하게 흔들리고 계신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때 전하의 평판이 어찌 될지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지요.”맹운산은 전혀 기세에서 밀리지 않고 태자에게 맞섰다.태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매섭게 맹운산을 노려보았다.“맹운산, 지금 태자인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맹운산은 피식 웃더니,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신하 된 자로서 어찌 그러겠습니다. 그저 전하께 충언을 드렸을 뿐입니다.”금영은 맹운산이 자신을 위해 태자와 대적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태자 전하, 죄 없는 맹 장군께 화풀이하지 마시고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저에게 하십시오.”태자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맹운산을 한번 노려보고는 금영에게 말했다.“네가 왜 그리 결연하게 나와 파혼했는지 궁금했는데 진작부터 마음이 딴 데로 가 있었구나? 어쩐지, 그날 월로사에서도 너는 이자와 함께 있었지!”손복안은 조용히 황제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놀랍게도 황제의 표정은 평온했다.맹운산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금영이가 다른 이를 마음에 품었다 한들, 그것이 전하와 무슨 상관입니까? 변심을 논하자면, 먼저 명월 아가씨에게 마음을 주고 금영이를 저버린 쪽은 전하가 아니십니까? 설마 금영이의 동생과 정분을 나누실 때도 금영이를 생각하고 계셨다고 말씀하실 셈입니까?”“맹운산! 정녕 나와 척을 질 셈이냐?”태자는 냉소를 지으며 맹운산을 노려보았다.그럴수록 맹운산은 더 결연히 대꾸했다.“그렇다면 또 어쩌실 셈입니까?”금영은 다급히 말렸다.“맹운산! 허튼소리하지 마!”금영은 맹운산이 자신을 위해 태자를 적으로 돌리길 원치 않았다.그러나 맹운산은 이제 와서 자신의 진심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전에 사람들 앞에서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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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금영은 본능적으로 회피를 택했다.“좀 피곤하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하지만 맹운산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파혼 일로 속이 많이 상한 거 알아. 하지만 파혼이 네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야. 배명월이 아니더라도 태자 곁에는 앞으로도 다른 여인들이 계속 나타날 테니.”그는 그래도 부족했는지 한마디를 덧붙였다.“예전에 네가 그랬지? 훗날 장성하면 너만 바라봐 주는 사람과 백년해로하겠다고. 태자와 혼인한다면 언젠가는 다른 여인들과 부군의 총애를 나누어야 할 터인데, 그러고도 행복해질 자신 있어? 영지야, 나는 태자가 네게 줄 수 없는 것을 줄 수 있어. 네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나는 평생 너 하나만 바라보며 살 거야.”맹운산은 마침내 용기를 내어 마음속에 오래 품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냈다.금영은 멍하니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사실 어렴풋이 자신을 향한 맹운산의 감정이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늘 의형제를 강조해온 그였기에, 자신의 착각이라고만 여기며 넘겨 왔었다. 하지만 오늘 진지한 얼굴로 마음을 전하고 있는 맹운산을 보고 있자, 진작 그 마음을 끊어놓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맹운산은 평소의 가벼운 분위기가 아닌, 아주 뜨겁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금영에게 표현했다.금영은 마음이 착잡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리고 그 순간, 맹운산의 대답한 고백은 황제의 귀에도 전해졌다.황제는 누군가 머리 위로 찬물을 끼얹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설산에서 강한 척하며 고집을 부리던 금영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만 바라봐 줄 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던 그녀의 말도 떠올랐다. 맹운산의 말은 비수처럼 그의 가슴을 찔렀다.태자도 금영에게 해줄 수 없는 것을, 황제인 그가 해줄 수 있을 리 없었다.그는 한 나라의 제왕이었다. 비록 마음을 준 적은 없었다 해도, 그의 곁에는 이미 황후와 후궁들이 있었다.한때 그는 자신이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사람이라고 여겼었다. 그러나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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