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가 난 후 강하율의 남자 친구 배윤제는 기억을 잃었다.좋은 소식은 기억을 잃었다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이고, 나쁜 소식은 배윤제가 일부러 기억을 잃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다.“강하율, 나는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을 다 잊었어. 내가 그 일들을 잊었다는 건 그것들이 내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다는 걸 의미해. 내 말 알아듣겠어?”잘생긴 외모의 배윤제는 병상 위에 가만히 앉아서 언짢은 눈빛으로 강하율을 바라보며 짜증을 냈다.확실히 얘기해 두지 않으면 강하율이 귀찮게 할까 봐서 걱정되는 듯이 말이다.방 안으로 들어온 바람이 강하율의 창백한 얼굴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녀의 신경을 건드렸다.“그래, 알겠어.”강하율은 의외로 평온하게 대꾸했다.그녀는 기억을 잃었다는 배윤제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15분 전, 강하율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의사는 그녀에게 배윤제가 심하게 다쳐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했다.그 말을 들은 강하율은 아픈 몸을 이끌고 곧장 그의 병실로 달려갔다.그런데 병실 밖에 도착하자마자 심하게 다쳤다던 배윤제가 나른한 자세로 창가에 기대어 있는 게 보였다.그는 담배를 피우면서 강하율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또 선을 볼 거야? 그게 아니었으면 나도 강하율의 존재를 공개하겠다고 하지는 않았을 거야.”“미안하다니까요?”여자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배윤제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그게 다야?”“오늘 밤에는 윤제 씨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줄게요...”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면서 야릇해졌다.강하율은 그 이후 이어진 말들을 듣지 못했다.그러나 배윤제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통해 뒷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그런데 여자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윤제 씨, 그럼 하율 씨는 어떻게 하려고요? 저는 바람 상대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만약 제가 다른 사람의 남자 친구와 바람을 피웠다고 소문이라도 난다면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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